[책] 글로 알 수 있는 사람의 깊이, 됨됨이
글로 알 수 있는 사람의 깊이, 됨됨이를 같은 맥락으로 글로 알 수 없는 사람의 깊이, 됨됨이로 바꿔도 사실 상관없습니다.
잠 자리에서만 읽는 한글 책용 킨들을 새벽에 잠이 깨어 axl18님의 동영상 하나 보고도 덜 깨어
정말 오랜만에 집어들고 읽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진도가 느린 것도 사실 조중걸님의 한글책이기 때문이라는 역설적 변명이.....
황현산님의 비평집이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에는 좋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 진이정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1307
첫 시집이 유고집이라니...
헤비메탈 같은 비 / 진이정
무엇을 원하는지
하늘의 기타 줄이 끊어졌는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빗줄기들이
새벽부터 내 창문을 두드렸다
헌데, 찰나 나의 망상은 최치원의 한시로 달려갔던 거다
이런 것이 문화의 힘이고, 전통의 생명력일까
내가 빗줄기를 헤비메탈 같다고 느끼는 사이
내 마음속에선
창밖에 삼경의 비 내리는데
등 앞엔 만 리의 마음 달리는구나
라는 시구가 떠오른 것이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나의 무식과 무교양을 한참 동안이나 탓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이
장마권에 들었다는 새벽 라디오의 기상예보조차
내겐 이상스레 들리는 거였다
전국이라니 어느 나라의??
당나라, 아니면 대식국?
@
천축국, 나란타 대학 한 모퉁이엔
향수를 이기지 못한 서라벌의 승려가 아직도 누워 있다
<메탈리카> 같은 빗줄기 속에서
나는 그를 기억한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16120511022277636
"사후에 단 한 권의 시집으로 신화가 된 시인들이 있다. 김소월이 그렇고 기형도가 그렇다. 나는 그 곁에 진이정을 꼭 적고 싶다. 진이정은 1993년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에 세상을 달리한 시인이다."
- 채상우 시인
황현산님의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중 - 허망한 나라의 위대한 기획 - 진이정의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에 부쳐 를 읽으며 진이정은 우주와 합일해가는 자신(스러져가는 자신과 동일)을 시로 표현하고 그걸 황현산님은 읽어내는데 그 두 개체의 정신적 교류를 지켜보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이 깨버리고 말았습니다.
- 자신의 운명을 하나의 기회로, 일종의 고결한 수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
- 시로 운명을 바꿀 수야 없다 하더라도 그 질은 바꿀 수는 있다고
해설하시면서
고구려 병사가 나의 국적을 물었다
전 허망한 나라에서 왔습니다요,
다행히 말이 통했다
나도 허망한 나라에서 살고 있어
착한 고구려 병사는 나를 봐주었다
어디에나 인간은 있다
나는 또 울었다 그리고 국내성을 향해 절했다
나라가 망하니, 나의 절만 남는구나
분황사에서 불공을 마저 드리리라
-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4
위 시를 인용하고는 "이 허망한 나라가 시의 나라인 것이 사실이지만, 분황사의 불공이 시를 마저 쓰는 일인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합니다. 이게 결론이 아니고 해설의 도입인데요,
마음 같아선 모두 옮겨적고 싶지만....
진이정 시인이 만일 자신의 연작시의 의도를 눈치 챈 황현산님의 글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사심이 들 정도입니다.
'지음'이라는 말은 이렇게 3인칭으로 인식되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진이정을 읽는 황현산, 황현산을 읽는 그랬군요. 역방향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Follow"는 맞팔을 강제하지 않죠^^
진짜 아껴 읽으면서 느낌이 오면 글을 쓰다보니 재탕 느낌이지만 링크를 빠뜨릴 순 없겠죠?
말과 시간의 깊이 - 황현산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2053?OzSrank=1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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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달리한 지음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또 읽어야할 리스트는 늘어나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