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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로 알 수 있는 사람의 깊이, 됨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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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09 02:40:20

글로 알 수 있는 사람의 깊이, 됨됨이를 같은 맥락으로 글로 알 수 없는 사람의 깊이, 됨됨이로 바꿔도 사실 상관없습니다.

 

잠 자리에서만 읽는 한글 책용 킨들을 새벽에 잠이 깨어 axl18님의 동영상 하나 보고도 덜 깨어

정말 오랜만에 집어들고 읽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진도가 느린 것도 사실 조중걸님의 한글책이기 때문이라는 역설적 변명이.....

 

황현산님의 비평집이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에는 좋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 진이정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1307

 

첫 시집이 유고집이라니...

 

헤비메탈 같은 비 / 진이정

 

   무엇을 원하는지

 하늘의 기타 줄이 끊어졌는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빗줄기들이

 새벽부터 내 창문을 두드렸다

 헌데, 찰나 나의 망상은 최치원의 한시로 달려갔던 거다

 이런 것이 문화의 힘이고, 전통의 생명력일까

 내가 빗줄기를 헤비메탈 같다고 느끼는 사이

 내 마음속에선

 창밖에 삼경의 비 내리는데

 등 앞엔 만 리의 마음 달리는구나

 라는 시구가 떠오른 것이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나의 무식과 무교양을 한참 동안이나 탓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이

 장마권에 들었다는 새벽 라디오의 기상예보조차

 내겐 이상스레 들리는 거였다

 전국이라니 어느 나라의??

 당나라, 아니면 대식국?


  @


 천축국, 나란타 대학 한 모퉁이엔

 향수를 이기지 못한 서라벌의 승려가 아직도 누워 있다

 <메탈리카> 같은 빗줄기 속에서

 나는 그를 기억한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16120511022277636

"사후에 단 한 권의 시집으로 신화가 된 시인들이 있다. 김소월이 그렇고 기형도가 그렇다. 나는 그 곁에 진이정을 꼭 적고 싶다. 진이정은 1993년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에 세상을 달리한 시인이다."

- 채상우 시인

 

 황현산님의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중 - 허망한 나라의 위대한 기획 - 진이정의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에 부쳐 를 읽으며 진이정은 우주와 합일해가는 자신(스러져가는 자신과 동일)을 시로 표현하고 그걸 황현산님은 읽어내는데 그 두 개체의 정신적 교류를 지켜보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이 깨버리고 말았습니다.

 

- 자신의 운명을 하나의 기회로, 일종의 고결한 수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

- 시로 운명을 바꿀 수야 없다 하더라도 그 질은 바꿀 수는 있다고 

해설하시면서

 

고구려 병사가 나의 국적을 물었다

전 허망한 나라에서 왔습니다요,

다행히 말이 통했다

나도 허망한 나라에서 살고 있어

착한 고구려 병사는 나를 봐주었다

어디에나 인간은 있다

나는 또 울었다 그리고 국내성을 향해 절했다

나라가 망하니, 나의 절만 남는구나

분황사에서 불공을 마저 드리리라

-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4

 

위 시를 인용하고는 "이 허망한 나라가 시의 나라인 것이 사실이지만, 분황사의 불공이 시를 마저 쓰는 일인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합니다. 이게 결론이 아니고 해설의 도입인데요,

 

마음 같아선 모두 옮겨적고 싶지만....

 

진이정 시인이 만일 자신의 연작시의 의도를 눈치 챈 황현산님의 글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사심이 들 정도입니다.

 

'지음'이라는 말은 이렇게 3인칭으로 인식되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진이정을 읽는 황현산, 황현산을 읽는 그랬군요. 역방향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Follow"는 맞팔을 강제하지 않죠^^

 


진짜 아껴 읽으면서 느낌이 오면 글을 쓰다보니 재탕 느낌이지만 링크를 빠뜨릴 순 없겠죠?

 

말과 시간의 깊이 - 황현산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2053?OzSrank=1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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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04-23 01:29:24

시대를 달리한 지음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또 읽어야할 리스트는 늘어나고..ㅠ.ㅠ

WR
2
2021-04-23 01:44:12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의 속도가 좀 더 빠르고 고통스러웠을 시인의 삶, 그리고 그것을 시적 성찰로 승화해 글로 기록(다큐적 시, 시적 다큐)했으며 그 의미를 황현산님은 '허망하지 않다'라고 하시네요. 

"그는 모세처럼 허무를 건넜으며 그 길은 다시 물로 채워지지 않았다."라고요.

1
2021-04-23 07:37:19

글이 원래 무서운 거죠.

읽는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속까지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WR
1
Updated at 2021-04-23 09:28:28

댓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시대가 됐죠.

반면에 요즈음 유행하는 '박제' 같은 형태(클x앙의 예)로 한번의 글이 영원한 낙인으로 남는 경우도 있지요. 

1
2021-04-23 09:24:54

박제라... 저도 아재개그 글을 자주 올렸더니 아재개그 대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제가 DP에선 최약체인데 말이죠... 

WR
1
2021-04-23 09:27:12

일종의 디피밈 현상이죠, 아재면 사람다우니 얼마나 좋습니까? 인형도 똥도 있는데 ㅋㅋ

WR
Updated at 2021-04-23 09:49:23

읽는 사람이 더 많이 알면 과연 글쓴 이의 속속이 깊이까지 알 수 있는 걸까? 라는 의문에서 제목을 적었다가 '아니'라는 판단에 첫 줄을 적었어요. 

 

그런 생각의 단초는 물론 한 요절시인의 데뷰시집이자 유고시집을 황현산은 한 사람의 인생이 '박제'된 책으로 - 시인은 인생을 갈아넣었죠. 갈리는 것을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 시인을 읽고 시를 읽고  시인의 숨겨진 의도까지 읽어 평론을 써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한 셈이죠. 

 

그런데 비교적 짧습니다. 짧지만 시인이 허망하다 이야기하는 시를 남긴 것이 헛되지 않다고 말하죠. 모세가 건너듯 허무의 바다를 가르고 건너간 시인의 궤적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역설적인 말로요. 허무의 바다가 채워지면 허무일까요?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는 허무가 아닌건가요?  

 

황현산은 스스로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고구려 병사가 되어 망자를 달래는 듯한 느낌입니다.

1
2021-04-23 07:57:43

구독의 묘미는 이런 것.

 

복기하였듯

저도 맞팔을 강요하지는 않습...

쓰는 글이 없으니.

 

맴맴 소용돌이치는 생각을

잡아 끌며 끄적였던 글들도

허망한 티끌이 되어

하루살이 되는 걸 너무나 봐온 터라.

 

제 아패에 고이 모셔만 두고 있'슴'

WR
2
2021-04-23 09:36:06

저도 다시 써 봅니다.


"맴맴 소용돌이치는 생각을 잡아 끌며 끄적였던 글들도 허망한 티끌이 되어 하루살이 되는 걸 너무나 봐온 터라."

 

멍때리거나 낙서를 하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끄적인 낙서를 수년이 지난 후에 발견하니 기분이 미묘하더군요. 혼자 산에 올라 외친 야호가 하산 후에 들려오는 느낌이랄까요? 게시판에 쓰면 적어도 자신과의 소통이 유지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디피에 글 쓰기 시작했어요. 속에 있는 말의 60프로 정도만 쓰지만 그것으로 다른 회원과의 소통을 이끌고 생활에 활력이 되더라구요. 다만 디피가 모나 보이고 때로 상처를 줄 것 같기도 한데 '일체유심조' 다 내 탓이다 하면 뭐 그럭저럭 ㅎㅎ 굴리다 보면 디피가 둥글어져요^^

 

디피회원 전체와의 대화가 아니라 내 글을 읽는 사람, 내가 읽는 글쓴이하고의 교감과 소통이므로 결국 '나 자신의 사랑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04-23 13:39:24

아, 이것이 바로

저자와의 만남 이려나요? ㅋ

 

내 글을 접하는 타인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서게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에

날 선 글들도 부러 뭉툭하게 다듬고

미원도 살살 뿌려야 된다는 강박에 치이니.
걍, 안쓰고 말지.

백 스페이스 눌렀던 적이 다수라.

 

그랬군요. 님의 어떤 글을 읽자 마자

이 작가와의 만남은 지속해도

내게 건강하겠어 확신이 들었나 봅니다.

 

네, 그랬군요. ㅋ 

Updated at 2021-04-23 10:39:27

말과 글은 믿을 게 하나도 없죠....실천이 행동이 중요하죠.

고은 시인도 그렇고...... 김기덕감독도 공식석상에서 하는 말 보면  천사고....ㅎ

 

사람의 속을 알 방법이 무엇일까요 ?

 

WR
2021-04-23 10:45:01

그래서 책을 읽어도 저자가 삶을 완성한 책만 읽게되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번외로 자살한 저자의 책이 좋은 경우는 또 어떤 패턴인지 ㅎㅎ

Updated at 2021-04-23 10:49:46

그냥 좋은 글 좋은 말은 자기를 더 좋게 만드는 도구로만 생각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이라고 좋게 보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카톡에도 멋진 글귀를 올려놓은 사람들 많지요.

제가 아는 이성간 문제 지저분한 사람인데  카톡에 올린 글과 가족사진은  천사입니다^^

 

정치인들 만큼 애국자가 없지요 ??? 

그런데 실제 그럴까요 ?

특히 언론에 얼굴 디미는 의사 정치인 교수들 ....진국  없습니다.

WR
2021-04-23 11:01:27

생명을 태워 짧은 시집을 남기고 죽은 시인과 떠난 시인을 그의 시만 가지고 더듬어 파악하려는 평론가의 숨바꼭질, 끝에 시차를 두고 같은 허무의 파도를 바라보는 것을
저는 지음이며 구독이라는 말로 거들었는데요.

언어나 글이 잘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어요. 쓴 자와 전달받는 자의 관계에 입각한 결과론이죠.

그리고 '판단'은 위의 경우는 평론이 시인의 등 쓸어주는 느낌이라 제가 '이심전심'의 흔치 않음과 아름다움을 음미한 것이고요.

음, 그렇습니다.
캐딜락 님의 말에 동의도 반론도 필요없는 것이 저 아름다움을 논하지 않으니까요.

 
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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