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동네 어르신께 진 빚을 갚았습니다.txt
몇 개월 전에 사무실 보수를 하면서
페인트 및 시멘트 작업을 할 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하게 되어 위의 액과 분말을 담을 용기가 필요했죠.
사기 위해 회사에서 나름대로 멀리 떨어진 가게로 걷던 중이었습니다.
어떤 빌라 주차장 공간에 한가득 무언가를 쌓아 놓고
(플라스틱 용기, 종이와 박스 그리고 옷가지 등이었습니다.)
분류(?)하시는 두 어르신이 계시더군요.
부부셨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적당한 용기가 보이는 겁니다.
플라스틱 대야와 바가지였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여쭈었죠.
"안녕하세요? 어르신,
이 근처에서 사무실 운영하고 있는데 보수할 일이 있어
페인트 담을 용기가 필요해서 그런데요.
이 앞에 두 가지 제가 좀 살 수 있을까요?"
할머니께서
"아이고, 이거요?
더러운데 내가 닦아줄게요."
하시기에
그러지 마시라고 말리며
"아닙니다. 그냥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돈을 드리려고 하자
"괜찮아요. 그냥 가져 가요."
두 분께 인사드리고 가지고 와서
작업에 용이하게 잘 썼고
잘 닦으니 깨끗한 것이라
지금은 청소 등에 잘 쓰는 회사 비품(?)이 되었습니다.
경황이 없던 그때 이후로
종종 그 길을 지나가며 두 분 계신가 자주 살펴보았는데
주차장 철문이 닫혀 있거나 주변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드디어 오늘 다시 뵙게 되었네요.
점심을 과하게 먹고 회사 근처를 한 바퀴 산책하며 또 가보았더니
두 분 모두 계신 겁니다.
얼른 가게로 가서 음료수를 넉넉하게 사서
어르신께 갔습니다.
오늘도 작업 중이신데
다가가 인사드리고 그때 물건 주셔서 잘 쓴 사람이라고 말씀드리니
할머니께서 기억하시더군요.
"뭘 이런 것을 다 가지고 와요? 그냥 준 것인데...
앞으로 뭐 필요한 것 있으면 여기서 다 챙겨 가요."
두 분 모두 밝게 웃으시며 이러셨습니다.
인사드리고 나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동안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생각이 났었는데
오늘 뵙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점심을 배불리 먹어
산책을 해야만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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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님 글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사람냄새가 풍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