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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던 디피의 한 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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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18:12:51 (121.*.*.84)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문득 뜬금없이 어떤 사람이 생각날때가 있습니다. 

특히 무슨 기념일이나 특정 일에는 거기에 맞게 어떤 사람이 문득 떠오르곤 하죠. 

 

저 역시도 갑자기 오늘 어떤 사람이 떠올라서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물론 디피에서 만난 사람이니 여기에 글을 쓰죠. 

 

그 분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이 거의 11년 전이였습니다. 제가 취업 준비하는 대학생 때 였죠.  

그분을 만나게 된 경위가 구체적으로 생각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제가 영어, 토익 관련 하여 조언을 구하는 글을 썼는데 그분께서 먼저 도움을 주게 되어서 알게 됐던걸로 기억합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분은 이미 그 당시에도 영어교육 분야에서 자신의 저서도 있고 명성이 있던 분이였습니다.

특이한게 그분의 닉네임이 필명이였죠.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 따오지 않았나 지금도 생각합니다.  

 

사실 제목 처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 이라는 수식어가 웃긴 거죠. 유명한 영어 교육자였으니까요 

시중에서 그런 분들의 조언과 도움은 매우 비싼 비용이 필요한건 당연한 일이였죠.

 

여튼 그 분께서 먼저 다가와주셔서 이런저런 조언과 도움을 주셨고, 그 도움은 일회성이 아니였습니다.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구요. 

물론 지방과 서울의 거리의 제약이 있다보니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메일을 통해서 꾸준히 연락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지도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나중에는 육성을 녹음해서 보내주시기도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분의 도움 덕택일까요?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500~600대의 토익에서 좀 해메다가 800대 중반의 토익점수로그럭저럭 이력서를 쓸수가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래도 나름 명성 있는 중견기업에 취업하게 됐죠. 

 

그 이후는 사회에서 만나는 수 많은 인연처럼 흘러갔습니다. 그 분도 본업이 바쁘셨을거고 저 역시도 정신없는 사회초년생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에 대한 감사함의 마음은 전두엽 어딘가에 잊지 않고 있던 터라 시기는 정확히 생각이 안나지만 취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 간 김에, 그 분이 부업으로 오픈했다는 여의도에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에 가서 직원을 통해서 문화상품권을 하나 두고 온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답장은 못받았지만요 (그분 본업이 워낙 바빴던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네요 ㅋㅋ 벨트든 넥타이든 셔츠든 센스있고 더 좋은 선물도 있었을건데 말이죠 ㅋㅋㅋ 아마 주머니 사정이 얇은 사회초년생과 무개념이 만든 테러라고나 할까요?  

뜬금없이 닉네임을 적은 문상 봉투를 받은 당사자를 생각하니 지금도 손발이 오그라 듭니다 ㅎㅎ 

 

그 접촉이 마지막 이였습니다. 

 

그 이후의 시간은 저를 순수했던 사회초년생에서 사회의 단맛 쓴맛을 맛본, 적당히 타락하고 세월의 풍파를 맞은 아재로 만들었죠. 

 

바로 몇일 전이 제가 첫 출근 한지 10년째 되는 날이였습니다. 딱 10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지방대 나온 촌놈, 흙수저 사회초년생이 회사에 출근한지 10년. 

 

그 10년 동안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죽어도 못할것 같은 영업에 뛰어들어서 접대도 해보고, 받아보고.. 실적을 위해서 개 같이 뛰어다니고, 직장에서 신임도 얻고.. 그걸 바탕으로 스카이생들이 즐비한 대기업에 이직도 했습니다.

꼴에 여자도 만나서 결혼도 해서 아이도 생겼네요. 4천만원 주고 차도 뽑고 32평 아파트도 사서 이사 준비도 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불러온 복부비만 만큼 나름 콧대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교만해질때면 항상 생각합니다. 그분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그때를 말이죠. 

부족한 토익점수와 결과를 보내면 어드바이스를 받던 그 처지를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분에게 그랬던것 처럼, 저 역시도 앞으로도 평생 배워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이죠. 

 

그분은 그 당시에는 나름 디피에도 글을 많이 쓰셨는데 어느 순간 완전히 넷상에서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모처럼 찾아보니 8년전 글이 마지막이네요

 

혹시.. 라는 불길한 생각도 들긴하지만, 어디에 계시든지 늘 건강하고 분주하게, 그분이 좋아했던 강아지와 행복하게 살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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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21-05-11 18:16:13

좋은분을 만나셨군요.

WR
2
2021-05-11 19:13:55 (211.*.*.251)

그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일면식도 없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되게 강하게 했던것도 같습니다

2021-05-11 18:23:24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는데..

커뮤니티를 못 떠나는 이유들 중 하나지요..^^

2
2021-05-11 18:24:13

왠지 누군지 알거 같습니다
SUN사람 맞죠?
그러고보니 그분도 탈퇴하셨는지 안보인지 꽤 됐네요

WR
2021-05-11 19:15:57 (211.*.*.251)

촉이 좋으시네요 ㅎㅎ.. 무슨 티비는 사랑을 싣고도 아니고 남사스럽게 지금 뭐 다시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2021-05-11 18:34:24

닉네임도 기억안나지만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은 분이 저도 있는데 아마 체육쪽 전공에 대학원에 진학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여러분야에 관심도 많고 재주도 좋은 분이어서 글 올리는거 재미나게 보던 중 어느날 전공 공부 하면서 겸사겸사 준비해본 교정직 9급에 합격했다는 글에 리플로 아직도 디피 열심히 오는 영감 하나가 뭐가 그리 배알꼴렸는지 노발대발했는데 그 이후로 안보이더군요 ㅋㅋ  

1
2021-05-11 18:53:47

차한잔 글들 읽다가 보면 일면식도 없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성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데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있는...

스처가는 닉네임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 보니 

날도 좋고 글도 좋고 술한잔 땡기네요...

2021-05-11 19:06:52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거같네요.
스쳐지나가신분들이 정말 많죠.
그만큼 추억이 쌓이는거고 늙어가는거고.
또 금방 잊어버리고.

5
2021-05-11 19:33:50

그 분이 이 글을 보시면 얼마나 뿌듯하실지...

2021-05-11 19:35:33

멋진 글 이네요. 추천드려요~!!

5
2021-05-11 19:44:53

찾아보니 차한잔에는 8년전 남기신 글이 마지막 글이시네요. 이익같은것 생각 안하고 돕는 분들이 세상의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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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01:39:59

글을 읽자마자 바로 어떤 분인지 알았어요. 제가 DP 가입 후에 처음으로 귀국을 하여 DP 분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 만나뵈었었고 바로 어떤 품성을 가지신 분인지 알겠더라구요. 세심 하시고 배려 있으시고 첫인상부터 너무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런데 다른 분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치며 사시는 분이었군요. 글 읽으면서 그 분이 떠올라 내내 흐뭇했습니다.  

2021-05-12 10:15:44

어떤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참 좋은 이야기네요.

저도 일부 회원님들께서 여러모로 도와주신 고마움때문에 DP활동을 합니다^^. 

2021-05-12 12:38:53

훌륭한 성품을 지니신분은 어떤식으로든 빛을 발하시더군요. 저 역시 크고 작은 질문들로 디피에 많은 분들께 도움 받았습니다. 비록 미천하지만 저도 그런 역할을 하기를 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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