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학원 꼭 보내야 하나요?
우선 아이에게 그다지 기대를 하지 말자.. 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학원비로 쓸 돈을 모아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학을 간다고 하면 대학 학비로, 바로 뭔가를 해본다고 하면 거기에 보태주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게 제대로 배우느냐.. 그것도 아니고, 수학학원에서 배우는 게 제대로 배우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학창시절 때나 지금이나 학원의 교재나 학습방식을 보면 큰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영어는 문법 설명해주고, 단어 외우게 시키고, 시험봐서 틀리면 벌받고, 해석하는 방법 배우고, 영어 문제집 풀이 숙제 내주고...
영어를 싫어하게 되는 제일 빠른 방법으로 가르치는 곳이 아직도 대부분이더군요.
수학은 제가 수포자라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학원에서 선생님이 설명해주고 문제를 같이 풀면 잘 풀리고 다 아는 것 같은데, 학원이나 집에서 문제풀이나 숙제를 하려고 혼자 해보면 잘 안풀리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공식만 외우고 그 공식을 대입해서 푸는 방법만 배우다 보니 수학도 암기과목이 되어버리고, 공식대로 해보다가 안되면 바로 포기하고 답지를 보는 것을 반복하게 되더군요.
답지를 보면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문제를 풀면 또 다시 막히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막히니까 점점 더 수학은 싫어지고, 싫지만 비중이 크니까 시간은 많이 들이게 되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데 점수는 안나오니 더 수학이 싫어지고.. 결국 수학 쪽은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 생각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되더군요.
영어를 못하고, 수포자가 된 건 제가 게으르고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제 아이도 똑같은 길을 걷게 하는 것은 싫어서, 학원은 안보내려고 합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명작 소설 책 한권을 더 읽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지금도 학교에서 담임 선생이 숙제라고 수학 학습지를 자비로 만들어서 몇장씩 나눠주고 있는데, 이 문제를 들고 고민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다가 문제를 잠깐 보니, 아이의 수준보다 많이 어려운 문제들도 꽤 있더라구요.
제가 설명을 해주려고 해도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이 불가능한 관계로.. 저도 땀뻘뻘 흘리고, 아이는 못풀겠다고 펑펑 우는 바람에 그냥 풀지말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물어보라고 했더니, 그 문제들은 너무 어렵다고 빼버리고 아예 해설도 안해줬다고 합니다.
애가 펑펑 울고 고생한 것 때문에 열받아서 전화할까 생각을 했다가, 아이 수학 숙제를 될 수 있으면 다 봐서 수준을 확인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수학은 문제를 풀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남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정말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하지 못해서 수포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자기 수준에 안맞는 어려운 수학문제 수십개를 답지 보면서 푸는 것보다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 하나를 몇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힘으로 풀어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아는 학원은 이런 걸 하지 않는 곳입니다.
제한된 시간안에 문제를 많이 풀고 공식과 패턴을 외우게 해서 시험 성적을 올리는 곳이고,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곳입니다.
물론 위에 말한 학원처럼 운영하지 않고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여기면서 수준에 맞춰서 공부시키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요..
요즘 학원은 다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한심한 아빠라고 아이 미래를 망치는 아빠라고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가고 싶어하지도 않는 학원을 억지로 뺑뺑이 돌리면서 난 해줄만큼 했어.. 하고 자위하는 아빠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는 어떤 방법으로든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학창시절의 반에서 일반학원 다니고 학교 수업듣는 것만으로 1, 2등 하던 친구들처럼 말이죠.
근데, 제 아이는 제 유전자를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네요.
그래서 학원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학원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학창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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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는 유전이라는 연구결과를 봐서...
저는 똑똑하지 않고 와이프도 똑똑한 편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공부로는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거나 잘하는거만 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