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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얄궂은 운명에 서러운 눈꽃을 날린 설부화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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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7-26 11:44:23

 

 

 #1. 우크라이나가 낳은 역대 최연소 세계 유도 챔피언(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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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크라이나의 유도 천재, 최연소 세계선수권 2연패(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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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스팅은 단상입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다리아 빌로디드의 경기를 본 후 느낀 감상만 적을 것입니다. 다리아의 사상 최연소 세계선수권 우승과 관련한 찬사는 #1에서 다뤘고,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하면서 -48kg에서 지배자가 됐단 소식과 경기 스타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은 #2에서 다뤘습니다. 따라서 제가 느낀 감상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1과 #2를 모두 참고하는 것을 권합니다.

 


 

 지난 3년 간 48kg급의 지배자로 평가를 받던 다리아 빌로디드의 첫 올림픽 도전기는 실패로 끝났다. ‘동메달이 실패냐?’라고 묻는다면 ‘누군가에겐 커다란 성공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처참한 실패다’라고 답하겠다. 미국 농구 드림팀이 동메달을 땄다고 치자. 여기에 대고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당신들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이미 승자야’라고 말한다면 기이할 정도의 공자왈맹자왈 위로라 헛웃음조차 안 나올 법하다.

 

 다리아 빌로디드는 2018년 지난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푸나 도나키를 물리치고 17세의 나이로 우승을 거뒀다. 기존 최연소 세계선수권 우승자 타이틀을 갖고 있던 여제 료코 다니의 기록을 깨면서다. 2019년엔 도쿄에서 역시나 도나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세계선수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 2월까지 전체 승률이 무려 94.6%에 달했다. 이런 선수에게 동메달이 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수 있을까? 난 그리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실제 다리아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오직 금메달을 향해 달려왔고, 이를 위해 방해가 될만한 것들은 철저히 멀리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밝힌 바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48kg 4강전에선 푸나 도나키를 만나 패배했다. 다리아 빌로디드는 3/4위 결정전으로 가야만 했고, 문제는 ‘다리아에게 이 경기를 치를 의욕이 남아있느냐’였다. “3/4위 결정전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이 경기를 치러야만 하는 의미가 제겐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전 정말이지 절망 속에 사로잡혔답니다. 그때 엄마가 ‘나를 위해 동메달을 가져와다오’라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 오직 제 안에만 머무르던 시선에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답니다. ‘맞아, 당신들은 내 곁에 늘 머물러줬어. 포기하고 싶을 땐 나를 지지해줬고, 늘 정진할 수 있게끔 독려해줬지. 아빠, 엄마, 당신들은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어. 고마워’라 생각하며 다다미(유도용 Tatami)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시라 리소니에게 한판승을 거둔 후 정말이지 펑펑 눈물을 흘린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기뻐서? 부모님께 동메달을 바칠 수 있게 됐으니까?

 

 운명이란 참 얄궂다.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격투가로서 172cm 48kg의 신체를, 그러니까 유도선수로서 필요로 하는 근력을 확보한 채 저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특히 오늘날 러시아 피겨 선수들이 초고난도 점프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통기한이 얼마나 짧은가*를 통해 거친 추론이 가능하다. 격투가로서도 마찬가지, 저 모델 신체를 유지한 채 승리를 위해 필요한 근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는 관대하게 잡아도 10대 후반까지였다고 본다. 나름의 근거가 있는데, 다리아 빌로디드는 19세에 접어든 작년, 생뚱맞게도 -48kg 체급이 아닌 -52kg 체급에 도전했단 사실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20세 이후부턴 -52kg체급으로 자연스레 증량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다.

*. 활주 느린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뛸 수 있던 이유 feat. 네이선 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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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아 빌로디드는 2달 반 뒤에 21세가 된다. 코로나 era로 인한 올림픽 연기로 인해, 꽉 찬 20세가 돼서야 도쿄 올림픽을 맞이할 수 있었단 소리다. -48kg으로 감량하는 데 더 큰 노력과 무리를 했을 테고,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을 신체적 부작용도 뒤따르지 않았을까 의심해보게 된다. 패배를 모르고 진격만 거듭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초부터 패배와 부상이 연이어 발생한 이유가 상대 선수들이 이 동체급 말라깽이 꺽다리를 상대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리아의 몸이 ‘더 이상은 -48kg급에서 뛰지 말자’란 시그널을 보낸 까닭인지 난 모른다. 시간이 더 지나야 그 답을 알 수 있는 문제다. 지금은 각자가 그 이유를 추론하는 수밖에.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다면 작년에 도쿄올림픽이 열렸을 테고, -48kg급 절대자로서의 위용을 자랑하던 19세 다리아 빌로디드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확률은 올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을 것이다. 유예된 1년이란 세월, 다리아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운명이란 참 얄궂다고 말한 것이다. 그녀가 서럽게 흘리던 저 눈물은 거부할 수 없던 운명에 대한 야속함 때문 아니었을까? 

 

 

 

 

 

 "전 아직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제 꿈을 빼앗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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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6
2021-07-26 03:39:21

선수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드러난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경국지색이란 표현이 어린 선수에게 쓰기엔 지나친 것 같군요.
단순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부정적인 의미 두가지가 더 큰 표현이라서 말이죠.

3
2021-07-26 08:45:17

그냥 단순히 아름답다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네요. 깊이 파고들 것 없이..

1
2021-07-26 09:32:21 (220.*.*.201)

단순히 아름답다는 뜻으로 쓰기 위한 다른 많은 표현들이 있죠

꼭 깊이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경국지색이라는 단어를 보고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 내지는 스토리가 있는데

저 선수와는 안 어울린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이 계시다는 방증이죠

WR
2021-07-26 09:50:06

분위를 보아 빨리 댓글을 달아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경국지색이란 사자성어의 뜻에 부정적 의미가 들어가 있는 것도 참이고, 흔히들 미인을 가리킬 때 가볍게 그만큼 대중적으로 쓰이는 말이기도 해서 사용한 것도 참입니다.
옳은 지적들 감사합니다. 이따 글 수정 및 댓글 달 여유가 생길 때 제목도 본문도 다른 사자성어로 수정하고, 아래 남은 댓글에 대한 답글도 달도록 하겠습니다. :-)

2
2021-07-26 05:35:43

그녀가 52급에서 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길 응원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위기의 순간에 가족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또 알게됩니다.

WR
2021-07-26 11:47:42

아시다시피 제 추론일 뿐인지라 -52kg에 갈지, 간다면 언제 갈지, 무리를 해서라도 -48kg에 남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저도 느끼는 것이지만, 또 다행스럽게도, 가족은 마지막까지 내 편이 돼줄 아군이 아닌가 싶습니다. :-) 

2
2021-07-26 07:19:39

 axl18님 글 읽으며 스포츠 선수들에게 공감력이 높아집니다. 말 그대로 얄궂은 면이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WR
2
2021-07-26 11:52:56

이번 올림픽의 경우엔 말로 표현되지 못한 선수들 저마다의 사연이 정말 많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1년의 유예기간은 누군가에겐 전성기로 진입할 수 있게끔 해준 행운이 깃든 세월이었을 테고, 누군가에겐 전성기가 끝나버린 빌어먹을 저주였을 테니까요. 스포츠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맡고 있는 영역에서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2021-07-26 07:25:08

잘 읽었습니다. 너무 잘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WR
2021-07-26 11:53:51

아이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포스팅을 좋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 

2021-07-26 09:20:50

에휴. 진짜 1년의 연기에 희비가 교차하는 선수들이 많을듯 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WR
2021-07-26 11:57:03

앞서 그랬군요 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에서 밝힌 바이지만, 1년이란 시간은 누군가에겐 행운이었고 누군가에겐 저주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 결과를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좀 힘들게 되더라고요. '1년 전이었어도 같은 결과였을까'란 생각이 계속 들어서 말이죠. ㅠ-ㅠ  

2021-07-26 12:01:25

보통사람들에게는 대채로 유희에 지나지 않지만, 올림픽이란 게 또 선수들에게는 커리어의 사활이 걸린 이벤트라는 점을 다시 상기하게 되네요. 항상 잘 읽고 갑니다.^^

WR
2021-07-26 12:15:38

넵, lright 님께서 말씀하신 그 내용을 담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전 다리아 빌로디드의 이번 도쿄 경기를 보면서 '그리스 비극적인 드라마를 썼구나'란 생각이 계속 들었고요. 누군가에겐 젊음을 몽땅 갈아넣은 인생의 전부였던 것, 이것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각할 때 밀려오는 그 지독한 무기력감, 게다가 기대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때 그 결과를 어떠한 방식으로 맞이하겠는가 따위의 문제까지 말이죠. 

부족한 포스팅 늘 좋게 읽어주셔서 또 피드백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 

2023-02-22 12:38:30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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