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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긴글주의] 제주 돌하르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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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17 12:13:35

원래 프랑스 가려고 모은 마일리지는 코시국에는 아무 쓸모가 없더군요.

그래서 어떻게든 소진하려고 제주를 몇 번 다녀왔습니다.

본래 천성이 휴양만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제주의 역사 문화도 알아볼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보다 보니, 돌하르방이 눈에 띕니다.

돌하르방... 제주하면 떠오르는 상징이지만, 제가 몰랐던 사실이 많더군요.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너무 많구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돌하르방은 단 43기 밖에 없다는 것.

그나마도 1기는 유실되어 행방이 묘연하고, 2기는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앞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조선시대 돌하르방은 41기인데, 그나마도 관심 있게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들에 위치해 있더군요.

 

그래서 제주지역 블로거들 글을 찾아보거나,

미진한 부분은 제주 문화관광 홈페이지도 찾아봤는데, 오래된 자료가 업데이트가 더뎌,

몇 개는 도무지 못 찾겠더라구요. 그래서 문화관광과에 전화까지해가며 돌하르방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근데 나중에 보니까 최신 위치도 찾으면 찾을 수 있더군요. 

다만 그게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공신력이 없는 나무위키 등지의 자료라...

왜 이런 걸 문화재청이나 도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알아낸 돌하르방을 2번의 제주 여행을 통해 모두 만나보고 왔습니다.

돌하르방은 크게 제주시내 / 서귀포 동쪽 / 서귀포 서쪽에 군집해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새로 설치된 3개의 마을 입구 앞 장승과 같이 세워뒀기 때문입니다.

본래 목적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마을 입구 어귀의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문지기의 역할과 같이 사용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서귀포 서쪽은 추사유적지가 있는 마을인 옛 대정현을 중심으로

동, 서, 남 방향으로 각 4기씩 서로 마주보고 배치되었고,

서귀포 동쪽은 현 성읍민속마을이 있는 옛 정의현을 중심으로 

동일하게 동, 서, 남 방향으로 각 4기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도 최근 들어서 재배치한 것이라고 해요.

본래는 도로가 새로 깔리고 개발과 재건축이 이어지며, 

기존 위치를 잃고 마을 내 중구남방으로 배치되어 있던 걸 

그나마 예전 그 위치에 최대한 가깝게 가져다놓은 것이라 합니다.

그렇다 보니 마을 어귀 구석에 자리하고 있거나, 도로변에 덩그러이 있는 돌하르방들도 있더군요.

(* 특히 옛 대정현 쪽이 그렇습니다)

 

제주시내 사정은 더 열악한데,

도시화가 진행된 제주 시내에 제 위치와 가깝게 자리한 돌하르방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나마 도로를 내거나, 집을 새로 짓는 등의 일로 방해되는 돌하르방을

아무 곳이나 내버려두었던 걸 그나마 제주시내 주요 건물 앞 위치로 옮겨놓은 게

현재 제주시 돌하르방의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도청에서도 유산이라고는 생각하나, 관광자원으로는 생각치 않기 때문에

이 이상의 관리는 없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애초에 제주도에 누가 하르방 보러 가겠습니까 ㅎㅎ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반주권국 행사를 할 수 있었던 탐라국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주(별 성자를 쓰더군요. 역시 해양문화권에서는 별이 중요하죠)자리를

자진하여 반납하고 비로소 대륙의 역사에 편입됩니다.

그 때 설치된 게 지금도 자리하고 있는 제주목 관아인데,

조선 조정은 탐라를 제주(물 건너 있는 땅)로 이름을 정식으로 호칭하고(이전에도 제주라는 이름이 안 쓰인 건 아니라고 합니다)

1개의 목과 2개의 현과 같은 행정구역을 설치합니다.

그렇다보니 돌하르방도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라 위계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제주시내의 돌하르방과 옛 대정현, 정의현의 돌하르방은 생김새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돌하르방의 모습은 제주목의 모습입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제주자연사박물관 입구(매표소 진입 전)에 위치한 제주목 돌하르방입니다.

큼지막한 눈과 코. 그리고 이마에 깊게 잡힌 주름 등은 거의 스테레오타입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목보다 등급이 낮은 현에 위치한 돌하르방들은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다릅니다.

 

성읍민속마을 남문에 위치한 돌하르방입니다.

물론 그 시대 돌하르방이 석공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같은 곳에 위치한 돌하르방이라 해도 모두 생김새는 제각각 다릅니다.

객체별 특성을 고려한다해도 제주목의 돌하르방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죠.

일단 크기가 작습니다. 눈도 작고, 입도 작고, 코는 콧대는 높아졌지만 콧볼이 좁죠.

손도 작은게 앙증맞아 보일 정도입니다.

 

옛 대정현 남문 자리에 있는 돌하르방입니다.

눈이 마치 쌍커풀 수술한 것 같고, 입매가 만화 같이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 눈에 띕니다.

크기는 정의현 돌하르방들과 비슷합니다. 

 

또한 제주목의 있는 돌하르방도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닙니다.

객체별로 특징이 있는데, 제주대학교 박물관 앞에 있는 돌하르방이 특히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큰 눈과 코는 더 커졌고, 입은 한국인의 입이 아닌 다른 민족의 입술 같습니다.

광대는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되었고 무엇보다 갑빠가...

해양문화가 짙었던 제주에서 남방계 타 민족과 교류하는 일은 흔했겠지요.

아마 그들을 표현한 게 아닌가 추측해볼 따름입니다.

 

제주에서 제주성을 다시 복원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사료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복원할런지 솔직히 가늠이 가질 않습니다.

복원에 대해 가타부타 판단 내리기에는 제 식견은 부족하나,

돌하르방의 관리에 대해서는 조금 더 체계화되고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에서 해놓은 게 정말 없어요. 물론 옛날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하나,

돌하르방이 갖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한참 모자릅니다.

 

 쓸데없이 글이 길었네요.

혹시나 제주 여행가서 조선시대 돌하르방을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면 됩니다. 제가 직접 답사해 포인트 찍어놓았습니다.

제주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으나, 가시는 길 동선에 돌하르방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ㅎㅎ

 

 http://kko.to/mAtdNw-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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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9-17 12:10:19

 집주인 얼굴입니다..

2021-09-17 12:24:44

 정성글에는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2021-09-17 12:25:3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마지막 돌하르방은 포즈부터 남다르네요^^

2021-09-17 12:28:54

이런 정성들인 자료를 만들고 공개하시다니.
감사드릴 뿐입니다.

2021-09-17 12:29:30

소중한 자료에 감사드리며 글 잘 읽었습니다. ^^

2021-09-17 12:36:50

좋은 글과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ㅎ

2021-09-17 12:45:07

 모자가 참 이쁨니다..

2021-09-17 12:46:40

와.. 매우 감사하고 유의미한 글 입니다. 남아있는 제주 기록 (예를 들어 유배기)과 연계한 사학적/유물학적 분석이 거국적 차원에서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듭니다.

2021-09-17 12:46:52

이런글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2021-09-17 12:49:20

관리 안하고 있었군요. 아쉽군요. 덕분에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2
2021-09-17 12:57:49

돌하르방 제주도 가면 어디에나 있지만 진짜는 별로 없죠. 유홍준작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에 돌하르방 내용이 나옵니다. "최소한 18세기부터 내려오는 오리지널 돌하르방은 모두 47기입니다. 그중 유적지에 남아 있는 것은 제주 관덕정 4기 삼성혈 4기 성읍 동문서문남문터에 4기씩 모두12기 대정읍성 서문터에 4기 등 24기뿐이고 너머지는 제자리를 떠나 지금은 흩어져 있답니다. 삼성혈 관덕정 돌하르방이 제주 돌하르방의 전형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또 가장 잘생겼다. 정의현의 돌하르방은 얼굴이 돌처럼 동그랗고 눈초리가 조금 올라가있다. 전체적으로 넓적한 느낌을 주며 양손을 배쪽에 공손히 얹어 단아한 모습이다. 대정의 돌하르방은 키도 작고 몸집도 작다. 코가 낮고 입이 작고 눈 주위가 움푹하여 소박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돌하르방이란 말도 1971년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애칭으로 불리던 것을 명칭으로 등록했답니다. 올리신 글 잘 봤습니다^^

WR
2021-09-17 13:01:40

네, 맞습니다 ㅎㅎ

저도 유 작가님의 글을 읽고 찾아본 게 시작이라면 시작입니다.

그 책 또한 연식이 되다 보니 최신 정보(특히 위치 등)가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돌하르방이 옛날에 만들어진 것이 진짜고, 요즘에 만들어진 것이 가짜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 본류가 되는 유산은 잘 관리하고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유 작가님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였으리라 생각하는데, 책 발간 이후 잠깐 액션이 보였다가

지금은 또 아무런 액션이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2
2021-09-17 12:58:53

 

흠흠

 

 

2021-09-18 07:23:15

https://smartstore.naver.com/grimae/products/4719769927?NaPm=ct%3Dktoxe3js%7Cci%3D5267fafcdb2c3b3f17c687e908879b2290102999%7Ctr%3Dslsl%7Csn%3D1057709%7Chk%3Da7658d780a189c443a5b9909246f19e8a3f48147

이거군요? 호오..

2021-09-17 13:12:45

정성글엔 닥추!

2021-09-17 13:30:14

' 돌하르방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채 현대 사람들은 돌하르방의 위치를 마음대로 옮기고

결국 돌하르방에 의해 유지되는 결계는 무너져지고 제주도는 지옥과의 연결통로가 생겨

또하나의 지옥이 되고 마는데 ......'

 

라는 소설 같은 느낌이 물씬..

'아일랜드'를 너무 좋아 했나봅니다. ㅎㅎㅎ

2021-09-17 17:10:34

 멋진 여행을 하셨군요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9-21 07:01:10

육지에서 비슷한거 본거네요.
지리산둘레길 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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