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지하철에서 마스크 벗은 채로 스피커폰 통화하는 사람이 있기에.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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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28 13:57:58
오전에 잠깐 볼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습니다.
서있는데 뒤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세상에나...
마스크를 벗어 한쪽 귀에 걸고
휴대폰을 입쪽에 대고
이런 맙소사...
스피커폰으로 상대방과 큰소리로 통화하는 겁니다.
달리며 내는 지하철 굉음을 이기고 싶은지 말입니다...
과연 이것이 내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인지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계속 그러기에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다가갔습니다.
상대방과 계속 통화 삼매경이기에
어떤 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
'손가락 튕기기'
였습니다.
마치 타노스처럼 말이죠...
그 사람 바로 면전에서 튕겼습니다.
세 번이요...
흠칫 놀라더니
계속 통화는 하면서 손과 고개로 미안하다고 하는 제스처를 하더군요.
이어 상대방에게 뭐라 하면서
스피커폰 멈추고
마스크도 썼습니다.
조용히 통화하더군요.
저도 자리를 뒤로 물러났고요.
이어서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제 통화는 끝났는지 그냥 마스크 쓴 채로 앉아 있더군요.
한마디만 하고 내렸습니다.
고개도 숙였습니다.
"선생님, 손짓해서 죄송합니다."
상대방과 싸우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지하철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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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과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