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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오징어게임 - 이것은 20세기의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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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12:37:59

오징어게임이 준수한 작품이기는 하지만그렇다고 완성도가 탁월한 것은 아니죠.

작품에 등장하는 옛날게임들이 세계의 나머지가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인류문화유산의 보물인 것도 아닙니다.

한국 드라마의 신파나 막장 요소가 외국인들에게 먹히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신파나 막장이나 외국에도  있는 겁니다.

감동이나 이야기의 깊이? 캐릭터의 사연?

다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오징어게임이 하나도 특별한게 없는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작품이 흥행한 가장  이유는 신선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

 작품을 얘기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미 데스게임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라고들 얘기하는데그렇게 말하는 분들  상당수는  작품을 접하기 전에 데스게임이란 장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애초에 역사와 리스트가 길지 않은 장르이고 게다가  리스트에 있는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이게 같은 장르라고싶을만큼 천차만별이죠.

 

그나마 오징어게임하고 가장 비슷해 보이는 작품이 일본영화 ‘신이 말하는대로인데어차피  작품도 오징어게임 이전에는 제목도 못들어본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니까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세계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놀이를 가지고 이런 살인게임을 벌이는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온 거죠.

심지어 이번에 많이 언급되는 작품들을 거의 대부분  저한테도 신선했어요.

그 중에 제일 많이 유사한 ‘신이 말하는대로조차 5년도  됐는데요 .

워낙 띄엄띄엄 나오는 장르라새롭지 않은데도 시청자들에겐 새로운 거죠.

다만  신선함은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약점이   있습니다.

모든 신선한 소재의 운명이 그렇듯 처음에나 통하지 다음에는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어린시절의 무언가를 잔혹하게 각색하는건 모든 사람들한테 먹히는 소재입니다.

동화 ~ 원전이라고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이야 많이들 보셨을거고(대표적으로 빨간두건의 오리지널 버전이라든가)서양의 유명한 동요인 마더구스도 이런 이야기에 많이 활용되는 소재죠.

일본에는 우리에게 유명한 김전일이 매일 팔아먹는 할아버지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걸작추리소설이 있습니다.

호러영화 나이트메어 시리즈에서는 아이들이 하는 놀이와 노래가 불길한 암시를 주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하고요.

처음 보는 노래와 놀이지만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장면에서 불길함을 느끼게 됩니다.

어린이들의 놀이노래동화는 인간이 자아를 형성해가는 유아기에 무의식의 근본을 형성하는 요소들인데이걸 그렇게 극단적으로 변형하는건 심리적인 금기를 건드려서 근원적인 불안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절대 깨면 안 되는 금기를 범한다는 심리적 흥분을 동반하죠.

오징어 게임이 시청자들에게 소구되는 지점도  부분일 거에요.


하지만 그런 매력요소들로도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한게 많습니다.

오징어 게임보다 훨씬 재밌고 완성도 높 발칙하면서 신선한 작품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대단한 작품들이 걷지 못한 도달하지 못한 지점에 오징어 게임이 이르게  데에는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강남스타일과 BTS 흥행하고도 공유하는 요소.

그건 바로 팬들이 경쟁하듯 따라하고 SNS 통해 그걸 공유한다는 거죠.

 

강남스타일과 BTS, 오징어 게임이 그저 큰인기를 넘어 하나의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  SNS챌린지의 덕이 큽니다.

브리저튼이나 기묘한 이야기종이의  같은 기존 넷플릭스 메가 히트작들엔팬들이 SNS 통해 챌린지   있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나 아무노래 챌린지병뚜껑 챌린지처럼 간단하고 쉽게 흉내낼  있어야 합니다.

오징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챌린지 소재로 가득하죠.

오징어 게임만 가능하고 기묘한 이야기나, 혹은 같은 K-드라마인 킹덤이 불가능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  여기 차한잔에서외국에서 오징어게임 딱지치기를 흉내내는 영상을  적이 있습니다.

영상에 나온 사람들은 딱지치기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어요

그냥 흉내였는데그리  흉내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고 걔들이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입니다.

걔들이 한건 딱지치기가 아니었으니까요.

걔들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을 따라해서 SNS 올리는 영상들은 전부 게임들을 하고 있는게 아니에요.

오징어 게임을 따라하는 영상을 찍어 SNS 올리고 공유하는 게임 하고 있는 거죠.


드라마에서는 이름 없는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게임에 참가자수가 456명이지만현실에서 벌어지는  SNS 게임은 전세계에서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는 참가자들이 수행하는 게임입니다.

드라마를 보고게임을 흉내내어 영상을 찍고 SNS 올리는 사람들도유튜브에 반응 영상을 올리고 다른 시청자들과 공감을 나누는 사람들도그리고 그런 현상들을 보며 발전하는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는 우리들도 전부  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코흘리개 꼬꼬마 시절 좁은 골목에서 동네 친구 몇명과 했던 그런 지난 세기의 놀이가 아니라우리가 현재에 전세계인과 친구가 되어 하는 21세기의 놀이입니다.

플레이를 누르고 좋아요 클릭하고 댓글을 다는 순간서로 깐부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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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prit D'escalier 레스쁘리 데스꺌리에
계단의 유령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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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6
2021-10-16 12:47:03

필력이 대단하시군요. 추천드립니다. 

WR
2021-10-16 17:53:31

감사합니다.
부끄럽습니다

1
2021-10-16 13:11:18

완전 공감가는 글이에요
WR
2021-10-16 17:55:28

감사합니다.
이글의 키워드인 SNS 챌린지도 공감이 핵심이죠.

1
2021-10-16 13:36:45

재미있는글, 잘봤습니다~ 공감가네요~

WR
2021-10-16 17:57:02

ㅋㅋㅋ내용이고 주제고 일단 재밌게 써야지하고 쓴 글이에요.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1
2021-10-16 13:47:55

그러고보니 맞네요. 기묘한이야기나 브리저튼 뤼팽 모두 챌린지에는 부적합...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섹스 에듀케이션)로 챌린지할 순 없으니까요(?)

WR
2021-10-16 17:58:21

뤼팽이나 오티스는 할 수는 있어도 SNS로 공유하는건...(으응?)

1
2021-10-16 13:48:48

좋은글 감사합니다.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WR
2021-10-16 17:59:03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21-10-16 14:02:52

sns 공유에 관련된 부분이 공감이 가네요.

 

오징어 게임보다 훨씬 재밌고 완성도 높 발칙하면서 신선한 작품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작품 추천 부탁드립니다.

감상하고 싶네요.

WR
2021-10-16 18:01:08

좋은 작품이야 많죠.
다만 훨씬이란 표현은 내용의 강조를 위한 과장이 좀 들어갔음을 자백합니다

1
2021-10-16 14:20:08

...

WR
2021-10-16 18:01:40

...

1
2021-10-16 16:37:40

유튜브에서 본 외국 다큐 중에 

인류 역대 최고 비디오게임 순위를 다룬게 있었는데

대망의 1위 게임은

페이스북이였어요

WR
2021-10-16 18:03:12

저도 그거 본 거 같아요.
우리에겐 싸이월드가 있었죠.

2021-10-16 18:09:54

흥행해서 그렇게 된건지 그렇게 되어서 흥행한건지..

닭에먼저냐 게란이먼저냐 같더라구요. 물론 시너지는 있는거구요.

Updated at 2021-10-16 21:02:58

처음 오징어게임 트레일러를 봤을땐, 오래전에 박해일등, 나름 이름있는 배우가 나왔던 서바이벌 영화(상금도 고작 10억?)를 다듬어서 액수도 좀 올리고 색감도 컬러풀하게 만든건가?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어릴때 하던 놀이, 먹거리로 게임할 줄은... 근데, 또 이게 대박이 될 줄은... 

1
2021-10-16 22:21:06

따라 할 수 있는 컨텐츠인가 아닌가..
이게 대박흥행의 키워드라는 말씀이시군요.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WR
2021-10-18 15:18:03

따라할 수도 있어야 하고
따라하고도 싶어야 하죠

2021-10-17 08:55:03

넷플릭스가입을 안해 오징어게임을 못보다가 케이블에서 내용요약 한 걸 보니, 설정이 억지스럽더군요. 뭐 빚 많다고 지원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것도 모르게 잡아갈 수가 있나요? 일본 만화 데스노트도 그렇고 정말 만화책으로나 보면 적당할 것 같은데 그런게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조금 제작비가 아깝단 생각이 드는 건 자만 그럴까요? 볼 사람은 보지만 (심지어는 1위) 저는 개연성이 없는 허구는 그닥 안 보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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