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자줏빛 갯벌을 만나는 석모도 바람길
따스한 가을 볕이 참 좋은 시월이 벌써 중순을 넘어갑니다.
하루하루가 손에 든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지는게 그저 아쉬운 나날입니다.
지난 목요일 강화 나들길 11코스인 석모도 바람길을 걸었습니다.
강화나들길은 모두 20개의 코스로 310.5Km를 걷는 길입니다.
강화도 본섬을 비롯해서 대교로 이어져 있는 교동도, 석모도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주문도, 볼음도까지 다양한 길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신촌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만에 도착한 강화터미널
평일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합니다.
터미널에서 보문사행 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려 코스의 시작점인 석포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지금은 나룻부리항으로 더 알려진 곳입니다.
이곳이 석모도에서 제일 오래된 선착장이라고 하네요
바람길 시작하는 곳
바람길에 들어서자마자 자줏빛 갯벌이 펼쳐집니다.
칠면초가 갯벌을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였습니다.
한해에 일곱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9월이 제일 예쁜 색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가을 볕에 바다는 파랗게 빛나고 갯벌은 검게 물들어갑니다.
바람길 휴게소 옆에 있는 조형물
지난 9월 교동도길을 조금 걸었습니다.
그때 벌써 황금빛으로 물든 논에 콤바인이 부지런히 다니고
농협마트 매대에 가을 햅쌀이 올라와 있었기에
지금은 그저 텅빈 벌판만 보려니 했는데
석모도는 추수가 조금 늦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회색이 아닌 노란 빛으로 진하게 물든 가을 들판을 즐겼습니다.
석모도 제방길은 재미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먼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다에 질려
잠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황금빛 벌판이 눈에 가득 찹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제방길, 2시간 정도 걸어온 길을 잠시 되돌아 봅니다
8Km 정도 이어져 있는 제방길은 어류정항 입구에서 끝나고
안쪽에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 숲길로 들어섭니다.
민머루 해변, 갯벌 앞지락에 동네 앞마당처럼 아담하게 만들어진 모래사장이
아늑한 휴식을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가을에 밀려 차례로 쓰러져가듯 보이는 논
일몰 풍경이 아름답다는 바람길 포토 포인트
하염없이 바다에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버스 생각에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고 길을 걷습니다.
바람길 도장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표식
제방길에서 빠져나와 차들이 다니는 큰길을 건너
보문사 입구 주차장에서 바람길이 끝납니다.
석모도 바람길은
16Km에서 2/3 정도는 갯벌을 따라 나있는 제방을 걷는 길이고
나머지 길에 작은 숲길도 있고 가을걷이를 앞둔 논과 수로 사이로 길게 뻗은 길도 걷습니다.
어류정항에서 민머루 해변, 장구너머항을 지나 끝없이 펼쳐진 논길을 걷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다시 제방길로 올라섭니다.
가을이라 걷는 분이 제법 있을 것 같았는데
걷는 동안 수로에서 민물 낚시 하는 분들은 많이 봤지만 걷는 분은 딱 한 분 만났습니다.
그 분도 저처럼 똑같은 장소에서 길을 놓쳤다고 하시면서 길안내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하시더군요
저 역시 어류정항과 장구너머항에서 조금 헤멨습니만
그냥 작은 항포구 구경을 덤으로 했다고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모두 항내로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있었는데 안내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나 찾아봐라 하며 숨어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칠면초 군락지를 벗어나면서 자줏빛을 지우고 짙은 회색빛으로 펼쳐진 갯벌과
황금빛 가을 논이 같이 하는 길
화가의 빨레트처럼 다양한 색을 품고 있는
석모도 바람길의 가을 풍경은 한없이 여유로운 길입니다.
글쓰기 |
등산 인구에 비하면 한줌? 서울 유명산들과 겹치는 서울둘레길 아닌 이상 길에서 사람 마주치는 경우 드물더라구요. 인스타 올라오는 사진 수 부터ㅎ 선선해지니 서울둘레길 사진은 부쩍 늘긴했네요.
저야 부러 고독을...즐기느라 문제되는건 아니지만 암튼 최근에 경기옛길 삼남길 걷기 시작했는데 남태령 넘어가며 관악산 부근에서 본 사람들도 모두 등산객들이고 뭐 그렇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