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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잡담] 제가 경험한 장르소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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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0-20 03:03:28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짧은 소견이므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기를 바라며 적어보겠습니다.

 

어릴때 아부지가 자주 읽던 장르소설은

일본의 대하소설 이었습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요시카와 에이지의 토요토미 히데요시

시바 료타로의 신선조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서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뭉뚱그려서 나온

엄청난 권수의 전집이었죠.

 

꼬꼬마 초딩시절이라 이 책들은

제가 읽기엔 무리가 있었는지라 

 어릴때 아버지가 읽고나서 이야기 해주는걸

들으면서 단편적으로 알던게 전부였습니다.

(나중에 대학교 가서 읽어보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시바 료타로 소설들만 재밌더군요.)

 

아부지 바로 밑에 세대 그러니까

삼촌세대의 장르 소설은 무협지더군요.

딱 그무렵 그 나이대가 우리나라에서

대본소를 통해 들어온 중국 무협지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을 비롯해서 고룡, 와룡생

그리고 기타 므흣한 세로글의

대본소 무협지들 말이죠.

(역시나 이 소설들은 고삐리때)

(학교에서 몰래몰래 돌려서 많이 읽었더랬죠.)

 

제 위의 형님 세대들의 장르 소설은

특이하게도 삼국지였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알고 지낸

제 위의 형님세대들은 하나같이 전부다 

삼국지 예찬론자더군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코에이 삼국지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제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80년대시절 초딩에게 최고의 장르소설은

좀 특이하게도 추리소설이었습니다.

그시절을 되돌아보면 서점에 이상하게

추리소설이 많았던거 같습니다.

어린애들이 읽기 살벌한 내용들의 소설도

버젓히 애들에게 잘도 팔았단 말이죠.

  

제가 중학생이 될 무렵 

나름 어른스러운 글도 제법 읽을만 해졌다

어깨가 우쭐해질 나이가 되었을때

갑자기 우리나라에 외국 SF소설

해적판이 잔뜩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최근 핫한 듄 을 비롯해서

은하영웅전설 그리고 배틀필드 어스 까지

이무렵에 국내에 들어옵니다.

신문지에 아주 커다랗게 광고를 해댄덕에

너무 궁금해서 안읽어볼수가 없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딱 이시기에

본격적으로 장르소설에 첫발을 담근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

국내에선 퇴마록이 나왔구요.

 기쿠치 히데유키의 (므흣한) 퇴마소설이 쏟아져 들어오고

미즈노 료의 로도스섬 전기가 정발이 됩니다.

 

그 이전엔 한권짜리 축약본만 나돌던

반지의 제왕도 중간에 날림번역이 있지만

비교적 제대로된 3권짜리 판본이 나왔구요.

 

심지어 TSR사의 마이너한 D&D 소설도

이무렵에 들어옵니다.

 

생각해보니 스타트랙과 

스타워즈의 소설판도 이무렵 나왔었네요.

 

돌이켜보면 이때가 우리나라 장르소설판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생이 될 무렵

PC통신이라는 플랫폼을 등에 업고

그동안 출판사의 고루한 문턱을 넘지 못해

출간되지 못한 우리나라 장르소설이

대폭발을 하게 되지요.

 

드래곤라자를 비롯해서 국내 유수의

1세대 판타지 소설들이 쏟아집니다.

 

뒤늦게 우리나라 메이저 출판사들이

장르소설의 시장성을 깨닳고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획득해

정발 번역본도 쏟아져 들어오지요.

 

다나카 요시키의 정발본도 이무렵에 다시 출간되구요.

기쿠치 히데유키의 뱀파이어 헌터 D도 이무렵 발매가 됩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한세기가 넘어갈 무렵

그러니까 제가 군대에 가 있을 무렵에

그리폰 북스라는 라벨로

매니악한 하드 SF 소설들도 잔뜩 출간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 중력의 임무

영원한 전쟁 등등 말이지요.

 

지금도 제 손위 세대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이죠

자신의 청소년기에 처음 접한

장르소설이 뭐였는가로 

세대차이를 은연중에 느끼게 됩니다.

 

제 위에 그러니까 70년대 초중반 세대는

은영전을 사도로 여기며 삼국지 짝퉁으로 치부합니다.

 

아부지 세대는 삼촌 세대가 열광을 했던

김용의 무협지를 허구와 뻥으로 가득찬

진지하지 못한 이야기로 생각하구요.

 

제 밑에 세대 그러니까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동생 녀석들은 대부분

반지의 제왕은 제대로 못읽고 

중간에 다 때려치더군요.

그녀석들에게 최고의 서양 판타지는

해리포터였습니다.

 

요즘들어 이 장르소설 판도 

한시대가 흘러갔구나를 실감하는게 

일본 장르소설 그러니까 라이트 노벨쪽이

예전만큼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더군요.

 

반면에 우리나라 장르소설

요즘식으로 말하면 웹소설이 과거 라노베가

선점하고 있던 가벼운 독서층을 

거진 다 흡수해버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출간이 되다

중간에 접는 라노베가 많더군요.

간간히 챙겨보는 소설이 아직 몇개 있었는데

최근 5-6년 전후로 발매가 끊긴 녀석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씁쓸합니다.

 

 

 

 

 

님의 서명
스트레스 받으면 진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한화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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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1-10-20 05:42:24

.

WR
2021-10-20 03:21:23

일본의 서브컬쳐 특히 시대극 서브컬쳐가

이양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 

새삼 깨닳게 되더군요. 

거의 사무라이 물의 김용이 따로 없더만요.

2021-10-20 11:35:48

원댓글은 안 보이지만 세피롱님 댓으로 대강 유추해보자면 대망 얘기 같네염.ㅋ
다른 건 몰라도 전국시대 인기무장들의 캐릭터성 하나는 확실하게 정립시켰죠.
심지어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에서도 도쿠가와나 오다 등 유명 무장들의 묘사에 이런 캐릭터를 차용했을 정도니...

2021-10-20 07:02:42

 사도가 무슨 뜻인가요?

2021-10-20 09:50:36

邪道입니다 정도가 아닌 사악한것 ㅋㅋ

2021-10-20 11:31:58

90년대가 아마도 척박한 장르소설의 토양이 길러진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나 영웅문 정도였던 장르소설판에서 추리소설, SF, 판타지가 싹을 틔웠죠.

오역과 저작권 등등으로 욕을 먹는 동서출판사가 동서추리문고로 추리소설의 토양을 마련해줬고(정말 아이러니!) 일본산 장르소설들이 유통되면서 이른바 개안을 하는 경우도 많았죠.

아직도 인상적인 건 퇴마록의 머릿말이었던가 작가후기였던가입니다.
작자 스스로도 퇴마록을 어떤 소설인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게 요지였죠.
지금이야 당연하게 판타지로 분류되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정착되기도 전이었음에도 이런 작품이 등장한 건 지금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2021-10-21 10:52:42

세로글의 무협지... 대각선으로 읽었던 속독능력이
인생의 중요한 시험공부할때 엄청난 도움이 되었죠.
다른 사람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절반쯤 풀고있을때마킹까지 끝내고 나가는
나를 보고 리듬깬다고 타박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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