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책]  알릴레오북스(feat. 페미니즘과 드라마-약스포)

 
5
  900
Updated at 2021-11-27 21:09:14

화이자 부스터샷 만만치 않습니다. 시체놀이하면서 소파에서 뒹굴다 드라마 몇편 보니 어느새 통증이 조금 덜해졌습니다.

지난 주에 드라마 지옥을 재미있게 봤습니다.이런 드라마를 전후관계의 개연성과 초자연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즐기기 어렵습니다.

일상의 부조리에 대한 불만족을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대리 해소하거나 오해했던 문제의 힌트를 드라마 속의 암시를 통해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세상의 선악구조는 상대적이며 인간이 신의 대리를 표방할 때 인간의 자율성은 심각히 훼손됨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서 신이란 다른 권위의 얼굴로 얼마든지 대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어떤 권위에 굴복하거나 수긍하면서 살아갑니다.

멜랑꼴리아(이도현, 임수정)
수학천재와 수학선생님의 교류와 함께 주변 군상들과 얽히는 욕망과 순수의 대결이라고 할까요?

이미 성숙하지만 순수한 선생님과 미숙한 천재소년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고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이 비록 환타지 같이 펼쳐지지만(지옥보다 더 환타지, 말이 됩니까? 임수정 나이가 몇인가요?) 전혀 거북하지 않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로맨스드라마는 내 사랑이 아닌데 응원하게 될때 이미 승부가 나는 셈이죠. 지옥에서 설정이 메세지를 운반하는 매개로 쓰였다면 멜랑꼴리아에서는 수학과 보기 좋은 것에 메시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는 그래 그렇다 치자라고 포기할 때 설정에 숨겨진 작가의 메시지의 뼉다구를 핥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조국 전 장관 딸이나 숙명여고 답안지 유출 사건이 연상되는 전개가 있지만 장치로만 쓰였지 비판의 불길에 땔감을 던지지 않고 드라마적 처리가 되는 것도 작가의 안배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찾아보니 작가 피디 모두 남자네요, 역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범주에서는 이 정도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같이 분노하고 기뻐하면 이미 당신은 자유주의 페미니스트입니다.

술꾼도시여자들(한선화, 정은지, 이선빈)
여자들도 술 잘 먹을 수 있습니다. 남자로 바꿔도 술 먹는 장면만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만 여성 출연진이 펼치는 장면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개집에 들어가 자도 예뻐요.
아마도 여성과 남성 시청자를 연령대가 넓게 확보했으리라는 짐작을 합니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그들이 청춘을 바친 사회생활의 면면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무리하지 않고 잘 보여줍니다. 술 먹는 그녀들을 보며 저절로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왜 동이 틀때까지 미지근한 소주를 부어넣어야 할까요?

저는 꼰대 아재 세대이기 때문에 박노해의 시 노동의 새벽이 생각났습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민주화운동사 페이지마다 여성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그 세대의 남녀가 결혼해서 낳은 자식 세대의 여성들이 '미지근한 소주'를 웃으며 들이키는 장면과 고백장면 등은 [미러링]이 분명해 보이지만 '반면교사'의 합당한 예라고 느꼈습니다.

알릴레오북스의 주제가 너무 딱딱하다면 그냥 맥주 한잔 들이키며 하고 싶었던, 팍팍한 스스로의 삶이 엿보이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느낌으로 이런 드라마의 메시지에 귀기울여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주 알리레오북스 보다 졸았습니다.(예습의 부작용?) 이번 주는 오히려 배울 점이 많아 정자세로 봤습니다. 특히 마지막 30분 정도는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와 흐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정치적으로 악용당하는 프레임을 깨는 이중 투쟁의 기로에 있다고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빵 터지는 포인트.
프로이트 "여성은 검은 대륙이다"
헤겔 "여성은 공동체의 아이러니이다"
궁금하면 시청!

https://youtu.be/DcBGQgKbIVI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8
Comments
2021-11-27 21:05:13

나~중에 몰아서 볼건데.. 스포와 유혹이 만만챦네요

WR
2021-11-27 21:06:11

약스포로 쓰느라 진국이 다 빠졌어요, 입이 근질^^

2021-11-27 21:10:13

다른 분들은 스포 원하지않을테니 저에게 메세지로 임금님귀는당나귀귀~ 하셔두되요

WR
2021-11-27 21:13:15

술꾼은 종료됐으니 달리세요. 미드를 보며 다른 인종에 공감하듯 여성에 공감하게 됩니다.

1
2021-11-27 21:18:44

술꾼의 스펙트럼으로 꼽으신 청춘시대 보면서 이미 많은 것 느꼈습니다 나와는 다른 세계어서 살아가는 인류가 있었다는 것을요..
제 딸내미도 그런 세상 살아가겠죠 그래서 공감해주기 위해 저도 공부중입니다

1
2021-11-27 21:23:49

유시민은 저번 논란 이후에도 아직도 저런애들하고나 놀고 있으니 참 문제심각하다고 보네요. 

2021-11-27 22:33:49

멜랑꼴리아 초반 몇회 보다가 말았습니다. 수학을 소재로 해서 어떻게든 보려고 했지만 뻔한 전개와 개연성 없는 환타지가 강제로 채널을 돌리게 만들더군요.
거기 몇번 화면에 나온 수학자를 위한 변명이 드라마 뜨면 잘 팔리겠구나 했는데시청률도 그닥이라 참 안타깝습니다. 그랬군요님 안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WR
2021-11-27 22:41:13

'무한대를 본 남자' 영화로 라마누잔을 먼저 접했어요.
같은 컨셉(인도인이 영국 가서 출세^^)으로 '빅토리아와 압둘' 추천드립니다. ㅎㅎ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