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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옛친구 신정원 감독의 부고 소식과 로또 3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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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5 12:29:56

좋은 주말 되고 계신지요.

 

이번엔.. 이번엔 정말 정말 짧게 쓰려고 했습니다. 허나 원래도 그게 잘 안되는 인간인데다

이제 바로 읽으시게 되면 아시겠지만 상황이 그걸 허락하질 않네요. 양해를 구합니다. 

 

 

'시실리 2Km' '차우' 의 신정원 감독이 4일 급성 패혈증으로 그만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제 고인이 된 그와 저는 동갑이며 서로 엄마 손을 잡고 목욕탕에 다니던 그때부터 친구였습니다. 

신정원 감독의 어머니와 제 어머니는 50년지기 절친입니다. 

신감독과 저보다는 각자의 어머니 두 분이 더 막역하다는게 맞겠네요.

 

신감독과 저는 사실 각자 머리가 크고 나서는 서로 바쁘기도 하고, 

어머님 통해 간혹 소식이나 전해 듣는 정도로 관계가 많이 소원해 졌습니다.

신감독이 다닌 계원예고 진학을 저 역시 미술 전공으로 한때 고려하기도 했으나 

제가 장남이다 보니까 아버지가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셔서 합의하에

미술에 대한 꿈은 접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학교 공부로 얻게 되는 틀에 박힌 전달 방식속 그 지식들이 왜 그리도 우스워 보였는지요.

에고이즘과 반항 심리만 충만해서는 오로지 음악, 예술밖에 안보였었고 거기에만 미쳐서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뭣이 중헌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쳐들어도 당연하고 그래도 싸다고 생각해요.

 

공부로는 공교롭게도 학력고사 세대에서 수능으로 전환되는 그 시기에 딱 걸리면서 

마침 재수하기로 확정이 난 후엔 경기도 광명에 있는 모 스파르타! 입시 학원을 제가 발견했어요.

"아버지! 이제야 공부에 큰 뜻은 품었으나 사념이 많은 저를 부디 저 곳에 쳐넣어 주십시요~" 

이러면서 아주 무릎까지 꿇고는 자진해서 제발로 거길 찾아 들어가는 그런 딱한 신세가 됩니다.

 

큰 맘 먹고 들어간 그해의 그 스파르타 입시 학원도 저처럼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네들도 첫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다 보니 지도하는데 있어서 말도 못하게 갈팡질팡 하더라고요.

그곳에서의 강제 감금 생활이 6개월.. 탈주를 시도하다가 가스총을 맞고 누운 입소생을 비롯해서

재미나는 에피소드가 참 많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고.. 결국 또 실패를 겪고 급기야 삼수까지 갑니다. 

 

지금와 생각하자니 진작에 계원예고를 갔었더라면 인생이 또 어떤 식으로 풀려 나갔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신정원 감독처럼 계원예고를 거쳐 계원예대 코스를 밟았을래나 하는 상념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아쉽기도 하고 현재에 충분히 만족하지만 지난밤 밤잠을 못이룬건 사실이예요.

신정원 감독 부고 소식에 그 전날도 잠을 많이 못잤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잠이 오질 않았네요. 

 

신정원 감독은 촬영중에 다쳤다가 회복된 허벅지나 (이때 자칫 잘못? 됐으면 고환쪽이 다칠뻔 했다죠.) 

척추 손상 외에는 간견병증(간경화) 지병으로 오래 고생을 해 왔었는데 영화 '물괴' 준비중에 받은

스트레스가 지나고 보니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건강 악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봅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영화 '물괴' 를 정우성, 곽도원 배우 캐스팅으로 준비중이었는데요.

하루 아침에 일방 해고 통보를 받고 감독이 교체되며 '물괴' 프로젝트는 새로 판이 짜이게 됩니다.

정우성, 곽도원 배우도 신정원 감독과 함께 '물괴' 프로젝트에서 우여곡절끝에 하차하게 되었고요.

이 역시도 새삼 가정이란걸 하게 되버려요. 그때 정우성, 곽도원 배우와 함께 신정원 감독 비전대로

'물괴' 를 완성해 공개했었더라면 이후 필모그래피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거겠지요.

신정원 감독의 어머니와 작년 통화에서 '물괴' 얘기를 또 제가 꺼내니 그때도 화를 내실 정도였습니다.

 

허종호 감독의 '물괴' 평가가 썩 좋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해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거 같습니다.

 

신정원 감독 작품중에는 사실대로 고하자면 첫 연출작인 '시실리 2 Km' 한 작품만 좋아합니다.

TTL 소녀 임은경을 좋아했어서 이미 십대도 아닐때에 무리해서 TTL 카드도 신청하고 막 그랬었는데요. 

'성소재림' 이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임은경을 캐스팅해줘서 당시 정말 고맙다고 칭찬한 기억이 납니다.

 

신정원 감독만의 영화 연출 세계가 좀 독특하죠. B급 영화 좋아하는 저도 감당이 안될만큼 이른바

쌈마이한 감성이 있습니다. 제가 그만 미쳤는지 자진해서 광명의 스파르타 입시학원에 입소했듯이, 

신정원 감독은 본인의 의지로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습니다. 거기서도 매사에 불만이 많아 보인다고 

찍혀서 많이도 맞고 고생도 심했다고 합니다. 계원예대 졸업하고도 한동안 일이 없어 배달일도 하고

그랬다 하는데요. 넉넉한 집안 배경이 있는데 저처럼 괜한 고생 사서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무려 S.F 영화 역사를 새로 쓴 '터미네이터 2' 를 극장에서 보고는 유치해서 헐리우드 영화를

한동안 끊었다는 사람입니다. 영화 연출이든 배우 연기든 간에 젠체 하는걸 싫어하는 스타일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 나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웃음을 터트리며

봤다고 하죠. 씨네21 인터뷰 기사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기억이 맞나 한번 확인해보고 옮겨 봤습니다.

이처럼 웃음 포인트가 남다른 괴짜고 그 독특한 취향은 그의 영화에 온전하게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신정원 감독과 학창 시절 같이 본 영화중에는 '프레데터' 1편이 기억에 매우 오래 남아 있습니다.

영화 자체도 압도적이었고요. 그 영화를 볼때 신정원 감독의 어머니와 제 어머니가 따로 볼 일이

있어서 당시 신감독과 저를 극장에 밀어 넣고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 후에야 데리러 오셨습니다.

엄청난 영화를 본 후 벅찬 감흥으로 나온 극장 앞에서의 밤공기가 지금도 막 느껴지는것만 같습니다.

 

그 '프레데터' 영화가 차후 감독의 길을 걷게 만들고 '차우' 나 '물괴' 준비하는데도 영향을 미쳤겠죠.

 

허종호 감독의 '물괴' 는 2018년 09월 개봉작이라서 불과 몇년전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삼 신정원 

감독이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떴다는게 실감이 나네요. '물괴' 준비로 시간을 다 보내고 나서 무려 8년

만에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으로 복귀한 건데요. 마침 개봉한 달도 '물괴' 와 같은 09월 이었습니다.

극장에서 보고 좀 당황한 작품인데요.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게 유작이 될줄 어찌 알았을까요.

너무 아쉽고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패혈증이 고통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급성 패혈증으로 변고가 난만큼 그 고통은 짧았었기만을 바라고

처음엔 코로나 백신의 여파인건가 의심했는데 코로나 백신 영향은 아니라고 밝힌 상태로 들었습니다. 

 

바야흐로 백세 시대가 된지 오래지만 사실 저는 나이 50이 되면 언제 갑작스럽게 죽어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그리 생각합니다. 네 물론 이상한 생각이죠. 워낙 예술인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오래 봐 왔고요.

사람의 신체 기능도 30대 중반 이후로는 계속 퇴화만 거듭하니까요. 관리의 중요성도 깨닫기는 합니다.

제 어머님은 충격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경황이 없으실 신정원 감독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제가 전화로

먼저 알려 드리게 됐는데 도무지 믿지를 못하셔서 기사까지 링크해 드렸는데 저게 맞는거냐 하십니다.

 

현재 일상회복이 오미크론 변이로 중단되서 소규모 가족장이 되다보니 저는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날이 이미 밝았으니 어머님은 급히 빈소로 향하셨을듯 합니다. 저는 어머님과 상의해 발인때 가야죠.

 

인간사 새옹지마란 말도 있지만, 코비드 팬데믹 이후로는 특히나 앞날 예측도 안되고 모든게 덧없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아등바등 애쓰지 말고 소확행으로 뜻깊게 즐겨야만 하겠습니다.

 

밤새 생각도 많이 하고 음악도 많이 듣고 신감독 영화도 보고 하다가.. 그 와중에도 저는 로또가 맞았나

하고 확인을 해 보네요. ;;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배는 고프다더니.. 그냥 무심코 습관이 나와 버렸습니다.

근데 구매한 여러장을 관성적으로 QR 코드 찍어 보다가 갑자기 어~ 이거 좀 길다 싶은 금액이 딱...

 

0.5도 안될 찰나의 그 순간에 아아~ 드디어 내게도 그 날이 온건가! 바로 이 표정이 되고 말았었는데요. 

(전날 새벽의 '종이의 집' 2회차 간단 모니터 감상중에 재밌어 캡춰해둔 사진을 이렇게 활용해 봅니다.)

 

 

헌데 숫자 단위가 좀 많이 비는거 같아 눈 비비고 유심히 보니 결과는...

 

 

아.. 당첨번호 다 나왔잖아요. 이번에도 번호는 다 나왔는데 왜 20번이 거기에.. 아아 이로써 3등만 세 번!

 

 

바로 이 표정으로 돌변.. 이게 영상으로 보시면 타마요 경감 왼쪽 볼살이 계속 미세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로또 3등 되자고 로또 사는건 아닌지라 원래는 그냥 기억할만한 정도의 행운으로 끝인 건데요.

로또는 매주 기계처럼 사니까 그러는 와중에 또 아 그 때 아깝게 로또 3등이 됐었지 하고 떠올리게 되면

이제는 덩달아 이세상 사람이 아닌 신정원 감독도 생각이 나버리겠죠. 그게 바로 더해진 의미입니다.

음악을 들으면 처음 음악 듣던 그때 그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듯이요.

 

부고 소식을 듣기 전날밤만 해도 넷플릭스에 공개된 '종이의 집' 완결편을 너무도 재미나게 봤는데요.

'오징어 게임' 이라는 K-드라마 괴물이 나오기 전까지 비영어권 넷플릭스 괴물 드라마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었고요. 그 명성답게 시즌 5 완결로 공개된 이번 에피소드 5 편도 매우 훌륭합니다.

신정원 감독이 '종이의 집' 을 좋아 했었는지도 잘은 모르지만 마침 완결을 본 시점이다보니 이거 만약

기다렸던 거라면 그리 못보고 허망하게 가서 이거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뭐 복잡한 심경입니다.

 

'종이의 집' 완결편 추천 감상기를 쓰려고 계획하다가 한 치 앞도 못 내다보고 이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군대를 편하게 다녀온 글을 가볍게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이후 몇달후에 드라마 'D.P.' 가 나왔죠.

'D.P.' 를 먼저 봤다면 절대 쓸 엄두도 내지 않았을 글 입니다. 그 글에서도 말미에 로또 얘기를 했었어요.

벼락 세번을 연달아 맞을 확률로 언젠가는 제가 로또 1등에 당첨이 될 수도 있겠죠. 가망없단 얘긴데요.

그래도 만에 하나 1등에 당첨된다면 그 때는 DP 에 제대로 그 사실을 밝히고 아주 통 크게 쏘겠습니다.

2등도 아닌 3등 당첨금으론 턱없이 부족하네요. 신정원 감독 보내는 길이라 3등 뽀찌는 생략해 볼께요.

 

건강이 우선입니다. 날도 추워지고 일상회복 위드코로나가 한달만에 중단 기로에 설 정도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거 같습니다. 주변 따뜻하게 챙기시면서 행복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술을 좀 마시거나 음악을 장시간 듣다보면 마지막에는 꼭 국내 가요를 듣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니 절절한 가사를 바로 듣고 느끼고 싶어서 그런거 같아요. 가사는 중요합니다.

아침이 밝아올때쯤 들은 국내 지나간 곡들 중에서 김현철, 유정연 작곡가의 좋은 가사곡을 띄웁니다.

https://youtu.be/7QTonnj1Ebs 

https://youtu.be/QIjuhKVvz5E 

 

 


 

님의 서명
Live Like There's No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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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12-05 12:44:44

 신정원 감독과의 인연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몰랐던 사실도 알고 가네요.

물괴가 신정원 감독님의 손을 거쳤던 것이군요... 신정원 감독님의 원안대로 연출까지 갔더라면 지금 보단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WR
1
2021-12-05 12:55:30

네 감사합니다. 많이 알려진 사실인데 신정원 감독도 감독이지만 어쩌면

'강철비' 이전의 '정우성 + 곽도원' 조합이 되는지라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영화 제작의 고충이야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신정원 감독의 '물괴' 가 무산되면서

다시 재정비하고 제작하느라 2018년에야 공개하게 된거니까 제법 기나긴 역경작입니다.

2021-12-05 13:28:52

 신정원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1-12-05 13:32:48

신정원 감독님 명복을 빕니다

2021-12-05 13:55:28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을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신정원 감독의 명복을 빕니다.

2021-12-05 14:06:53

3등은 밤에 자다가도 화가 치밀어 벌떡벌떡 깬다든데 그걸 세번씩이나...-,,-;;

2021-12-05 16:55:28

저도 3등했는데 그냥 좋던데요.. ㅎㅎ 200만원도 안되긴 했지만 아직도 신기해요.

2021-12-05 17:36:26

마음의 크기가 보살이십니다^^
저는 3등은 싫어요

2021-12-05 14:31:30

이런 글 참 좋습니다. 고인에 대한 따뜻한 추억과 배려가 느껴지네요.

Updated at 2021-12-05 14:33:54

먼저 친구분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상심이 크신지 마음에 담아놓은 많은
생각들이 엿보이는 듯 합니다.

2021-12-05 15:12:47

긴 글인데 후딱 읽어지네요. 그래서 말미의 여자이니까를 틀어놓고 좀 들었습니다. 

2021-12-05 15:25:19 (203.*.*.232)

신정원 감독의 명복을 빕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추억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R
1
2021-12-05 16:40:08

좋은 말씀 모두 감사드립니다. (__)

친동생이 어머니 모시고 빈소에 먼저 가 있는데 우리 곽도원 배우님이

진작에 오셔서 땅을 치고 통곡을 하셨답니다. 친동생이 곽배우님 정말

정이 많으신 사람이신가봐 하네요. 발인까지 계속 계실거 같다고... 아..

빈소도 급히 구해 자리가 좁고 코로나 영향으로 조문객도 적다 합니다.

서둘러 빈소로 가봐야 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2021-12-05 17:14:39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오늘도 많은것을 생각 하게 됩니다

애도를 표합니다 

2021-12-05 17:44:10

 저와 똑같은 세대(마지막 학고세대^^;)분이셔서 그런지 더 정감이 가고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글이네요.

 

신정원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1-12-05 19:59:58

시실리 2km란 명작으로 오래 기억되시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12-06 02:41:03

시실리 2Km. 재밌게 봤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12-06 08:59: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실리 2km 와 같은 영화를 기대했었는 데, 이젠 하늘에서 만드시겠네요 

2021-12-06 11:58:41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12-06 13:32:22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두분 다 반골기질이 있으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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