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캐나다 우버이츠 이야기
배달 이야기가 나오길래 캐나다에서 우버이츠 배달부 일을 하면서, 배달부와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경험담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우버이츠 한 때 한국에 있다가 철수했죠. 재미있게도 저는 한국에서 우버이츠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오픈 테스트 기간부터 우버이츠 배달을 한 나름 창립멤버(?) 입니다.
1. 배달료 및 수수료
일반적으로 우버이츠 배달료는 $1.99 (캐나다 달러) 에서 시작합니다. (작년 중반정도까진 0.99달러 시작이었는데 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너무 멀지 않은’ 식당에서 배달할 경우 $3.99 정도까지가 일반적인 듯하고, 고속도로를 20분 정도 달려야 하는 먼 거리일 경우 $10.99 까지도 본 적이 있습니다… 만 당연히 웬만하면 그 정도 거리에선 배달을 안 시키겠죠.
수수료는 음식값의 10% (최소 2달러, 최대 4달러) 음식값 수수료 배달료에 붙는 소비세 13%가 책정 됩니다(온타리오 기준). 만약 배달음식값이 $12 이하일 경우 small order fee 라는 수수료가 추가로 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15 어치 음식을 $1.99 달러 배달료가 붙는 식당에서 시킬 경우 $15 $2(수수료) $1.99(배달료) $2.47 (세금) = $21.46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에 배달원에게 주는 팁 (자율) 이 추가됩니다.
얼마 전부터는 우버이츠 패스라는 구독형 상품을 출시했는데, 월 9.99 달러 ( 세금) 을 내면 $15 이상이 되는 배달 건에 대해 배달료 면제 수수료 5%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다만 배달료 면제 혜택은 일부 적용이 안 되는 식당이 있어 거리제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체적으로 $3.99 이하 거리의 식당들은 면제가 됩니다.
한 달에 배달 3번 이상 시켜먹는다 하면 이득입니다 (대체로)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배달료가 책정이 될때 식당이 가깝다고 해서 무조건 더 싼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에 따라 배차할 드라이버가 근방에 많은 경우 거리에 비해 적은 배달료가 책정되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리고, 만약 행선지가 근처인 드라이버가 배차된 식당의 경우 배달료 무료 프로모션이 뜨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 배달료 무료 프로모션으로 주문 하게되면 더블 오더, 즉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주문을 픽업하는 배달부가 내 음식을 들고 올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레딧 보니까 미국 같은 경우는 막 한 번에 네개씩 픽업 시키고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캐나다에서 이용하면서 그런 경우는 못 봤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인 북미 답게 최근에는 추가요금( 1.79 달러)를 내면 직통으로 오는 서비스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팁은 주문을 할 때 설정을 할 수 있고, 주문이 완료된 이후에도 언제든지 팁을 추가할 수 있는데요, 주문 시 팁을 추가한 경우 배달 완료 후 1시간 까지 팁 변경이 가능하나 주문 완료 후 팁을 추가한 경우 낙장불입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주문 시 설정한 팁을 포함한 배달 금액이 드라이버한테 보이기 때문에 적정수준의 팁을 설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의 오더를 한 시간 넘게 픽업히지 않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팁을 제외한 기본 배달요금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 팁을 많이 ($5+) 설정했다가 후에 적은 팁으로 바꾸거나 혹은 아예 없애버리는 낚시도 성행한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이런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미국에서 배워와 저런 장난을 치는 사례가 없지 않다고는 들었습니다.
2. 트러블슈팅
배달을 시키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 우버 서비스 센터는 쓸모없기로 악명이 자자합니다만, 자주 발생하여 매뉴얼이 정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클레임의 경우 처리가 빨리 되는 편입니다.
음식이 잘못 오거나 빠진 품목이 있는 경우, 배달품목 손상된 경우 앱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됩니다. Honor system으로 사진을 추가할 수는 있으나 사진을 추가하지 않아도 검증 절차같은 건 없습니다. 의외로 어뷰징 사례가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배달이 늦어지는 경우에도 보상이 있는데, 2시간 반 정도 배달이 걸린 건에 대해서 컴플레인을 했더니 음식값의 1/3을 환불해 주더군요. 저는 사실 기대 안 했는데요 의외로 정확한 보상 기준이 있더군요.
3. 배달부
저는 걸어서 배달을 하며 보통 시간당 1-3개의 배달을 수행합니다.
원래는 캐나다에선 자전거로 배달을 시작하였는데 이사오면서 누가 자전거를 훔쳐가서 어쩌다보니 걸어서 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에 비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계속 걸어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걸어서 이동하는 게 규격 외 배달품 (피자 등), 손상 위험이 높은 배달품 (포 등 국물음식이나 컵음료수, 커피 등)에 대처하는 게 보다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균을 내면 바쁜 시즌 (가을-겨울)은 시간당 2.5개, 안 바쁜 시즌 (봄-여름)은 시간당 2개 정도를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배달 최저수입은 $3 부터 시작하여 거리와 시간에 따라 늘어납니다. 다만 취약시간대에 배달 수요에 대응하거나 배달이 많은 지역으로 많은 배달부를 유인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부스트와 서지라는 보너스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러한 보너스를 더하면 보통 주말 핫스팟에서의 피크타임 배달건의 경우 팁이 없다고 할 때 건당 배달 수입은 $5-$8 정도 사이입니다.
그러면 시간당 수입이 $6-$20 등 편차가 큰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래서 특히 안 바쁜 시즌의 경우엔 팁이 없으면 최저임금 (2022년부터 온타리오에서는 15달러) 도 안 되어 사실상 팁에 생계를 의존하는 형태가 되어버립니다.
자전거나 차량을 이용할 경우 보다 커버리지가 넓기 때문에 배달을 많이 받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전거와 차량은 유지비가 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타면서의 경험으로는 오더 수는 15-20% 정도 더 많이 받긴 했습니다. 다만 제 킹리적 갓심으로는 알고리즘이 스케줄링을 할 때 평균적인 수입 수준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팁이 많이 들어간 배달을 하나 받으면 한창 바쁜 저녁 시간인데도 한시간동안 배달이 없기도 하고, 배달을 리드타임 없이 여러개 이어 받으면 팁이 없거나 적은 배달들 이라던가.. 하는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차를 이용해 배달을 해 본 경험은 없으므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네요. 확실히 수입이 좋기는 한 것 같은데, 보험료 떼고 기름값 떼고 좋다고 할 수 있을지. 특히 배달 픽업한다고 시내에서 차 대고 있으면 주차 딱지 받을 수도 있으니 그런 것도 생각해야하죠.
걸어서 배달을 할 경우 한 건당 소요시간은 10-25분 정도인데, 보통 픽업거리+배달거리를 합쳐 1.5km 이내 배달건에서 배정이 됩니다.
생각보다 이런 거리에서 배달을 시킨다고? 하는 정도의 짧은 배달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걸어서 배달해도 어느정도 돈이 벌리죠.
제가 2년 넘게 배달부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의외로 귀차니즘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 왜 귀차니즘의 힘은 대단한가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공통적으로 식당주인 분들에게 제가 들은 바로는, 우버이츠에서는 식당에서 우버이츠를 통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갑니다.
즉 10달러 짜리 음식을 우버이츠로 팔면 3달러가 수수료로 나가는 겁니다.
배민이 수수료 9.8% 로 올린다해서 갑질이다 뭐다 해서 난리난 적이 있었죠? 사실 이해가 안 갔습니다 너무 혜자 아닙니까?
그래서 우버에서는 고객에겐 $4 장수하면서 서지, 부스트로 200-300미터 거리 배달에 $6, $8 주면서 버틸 수가 있는 거죠. 우버 앱 유지보수 팀원 한 명 유지하는 데 $100k 솔찬히 안 들겠습니까? 하다못해 그 쓸모없는 고객센터 직원도 1명 1년 유지비가 $40k 는 될텐데 말이죠.
그래서 식당 주인들 입장에서는, 배달 시 가격을 안 올릴 수가 없습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배달을 통한 매출 비율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상황에선 더욱 더 그러하죠.
그래서 팬데믹 전에는 그래도 배달 가격랑 테이크아웃 가격을 같게 유지하는 식당이 반 정도는 되었다면, 이제는 일반적으로 테이크아웃 가격보다 최소 $2-$4 정도 배달 가격이 비싼 게 국룰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얘기는, 배달을 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이 단순히 수수료와 배달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집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 가서 테이크아웃으로 사 오는 데까지 총 15-20분 정도 걸리는 맥도날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빅맥 세트나 쿼터파운더 세트 가격은 $9 정도인데 (세전) 우버이츠에서 시키려면 하나에 $12.5-13.5 를 줘야 합니다. 여기에 수수료 2달러, 배달료 2달러가 추가가 되니 세전으로만 17-18달러, 거기에 세금, 팁까지 나가면 24-25달러가 나가게 됩니다.
거의 세 배에 가까운 돈이 나가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의외로 우리 동네에서 맥도날드 배달 많이 시킵니다. 배달부 입장에서도 (컵음료수나 커피같은 지뢰가 있어서 주의해야하지만) 맛집입니다.
심지어 저도 맥도날드 가기 싫어서 맥도날드 배달을 시키곤 합니다.
왜 그럴까 고민을 해 봤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추위?) 시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0분이면 1시간치 최저임금을 아낄 수 있지만, 25달러 줄 걸 11달러 주고 살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향유하고 있는 시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일을 하고 있던, 공부를 하고 있던… 그 시간을 방해받지 않을 댓가로 그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항상 그 마음을 깊이 새기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5도의 추위 속에서 떨더라도, 의외로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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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은 위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