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아빠, 우리 집에 7백만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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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09:16:54
어제 저녁 식사시간에 10살 둘째 딸이 제목처럼 묻더군요.
"아빠 우리 집에 7백만원 있어?"
순간 당황했습니다.
얘가 왜 이런 걸 묻지? 흠 지금 내 통장잔고는 마이너스인데... 아빠 돈 없는 걸 눈치 챘나?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왜? 7백만원을 왜 물어봐?"
그랬더니 의외의 답을 합니다.
"7백만원 있으면 부자니까. 7백만원은 나한테 엄청 많은 돈이니까. 그래서 혹시 우리 집에 7백만원이 있나 궁금해서."
순간 제 머리 속이 복잡해집니다. 뭐라고 말해줘야하나? 고민하다 결국은 답을 못 했습니다.
"글쎄... 아빠도 잘 모르겠어. 우리 집에 7백만원이 있나..."
대충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올 해 3학년이 되는데도 둘째가 아직 돈 개념이 없습니다.
작년에 일주일에 2천원씩 용돈을 주다가 올해부터 3천원으로 올렸더니 자기 용돈 엄청 많이 받는다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런 얼마 안 되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엄마 선물, 아빠 선물, 선생님 선물을 사주면서 즐거워하는 아이입니다.
순진무구한 둘째 모습 보면 저 어릴 때 생각이 납니다.
가난이 아이를 빨리 성숙시킨다고 했던가요? 그 나이 때 저는 훨씬 더 철이 들었었고(나쁜 말로는 때 묻고), 인간의 나쁜 면과 사회의 어두운 면에 눈을 떴었는데...
둘째가 7백만원이 그리 큰 돈이 아닌 걸 알게 되는 나이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순수하고 따듯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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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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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이제 7살이 되는데.. 돈 개념은 없는데.. 엄마 아빠랑 맨날 놀고 싶은데.. 우리가 맛있는 거 먹고, 여행 다니려면 돈이 필요해서 열심히 엄빠가 일한다.. 이건 이해를 하더군요..
근데 그 와중에도 돈 버는 건 힘든 일이라 생각하는지.. 농담 삼아 아빠 대신에 일하러 가도 되겠다 하면 그건 싫다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