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일드 `신문기자`를 보며 느낀 일본의 `정체`
일본에 거주하고 계시는 회원분들도 계셔서 잠깐 살다온 사람이 느끼는데 한계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바를 가볍게 적어볼까합니다.
처음 일본에 여행을 갔을때는 일본 특유의 단정함..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하는 분위기에 심취된 적이 있었습니다. 고풍스러움의 끝판왕은 교토의 기온거리였고 네코노마치라는 조그만 골목길을 밤에 거닐며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경험까지 했었더랬습니다. 도쿄로 돌아와서 시부야나 신주쿠의 밤거리는 그 휘향찬란함에 흥이 절로 나왔고 마루노우치, 시오도메는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단정함에 마음을 뺏기곤했습니다. 다이칸야마나 나카메구로는 또 다른 럭셔리의 경험을 느끼게해주었죠.
그런데..여행과는 다르게 직접 살아보고나서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는 더이상 그러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게 되더라구요. 일본 전역을 여행하면서 시골의 허름한 주택가와 상점가들마저 멋져보였던 것들이 언젠가부터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 일본의 전형으로 인식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아..일본은 이제 더이상 변화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구나..
이걸 느끼는데까지 여러가지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도쿄나 오사카같은 대도심과는 다르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거나 특히 지방같은 경우는 건물들이 몇십년전 그대로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전혀 개발되지 않거나 개발할 여지조차 없는것이죠.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주 시골이나 소도시가 아니라면 왠만한 중소도시 이상은 몇십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가도 변화하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스포티파이 일본 top 100을 들어보면 락 음악이 엄청나게 많이 포진되어있습니다.
락의 종주국인 영국은 물론 미국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현상이죠.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은 아직도 락 베이스의 예전 방식의 노래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드라마 주제가들도 락을 바탕으로한 테마곡이 아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에는 이런 음악들이 좋았던적도 있었어요.
락을 폄하하는게 아닌건 당연히 아실테고 일본의 문화에도 변하지 않은 영역이 있다는거죠.
미국에서 재즈음반이 팔리지 않으면 일본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그만큼 일본은 좋게 말하면 뚝심있게 음악을 사랑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새로운 스타일로의 변화는 매우 더디다는걸 느낍니다.
우리가 BTS나 블핑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습은 일본으로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일겁니다.
j-rock은 일부 매니아들이나 인정해주지요..아라시의 멤버나 쟈니스의 차세대 아이돌들이 자기들도 글로벌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빌보드나 그래미를 목표로 한다는 찌질한 발언들은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킬뿐이었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제외하곤 일본 영화는 거의 전멸 수준이라고 봐도 되지않을까싶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훌륭한 신인감독들이 튀어나오곤합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와 `아사코` 의 하마구치 류스케는 걸출한 감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고 기발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반해 일본은 대부분 아직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실사화나 추구하고 있지요.
현기차가 전기차 시장에 일찍 들어서고 엔진개발부서까지 폐지할 정도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토요타는 이제서야 전기차 계획을 발표하고 뒤늦게 합류하려는 모양새입니다.
테슬라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도망가버렸는데말이죠.
디지털화가 안되어 있어 보여진 코미디같은 모습들은 다들 잘 알고 계실겁니다.
디지털담당장관이 usb가 뭔지도 모르는 모습부터 코로나 상황에서 보여진 한심한 모습들..최근의 기상청의 에피소드까지..
한국의 line이 스마트폰 채팅앱을 석권하고 웹툰까지도 접수한 상황이죠.
아직도 현금이 결제의 주요수단이고..도장은 말할것도 없고..
제목인 일드로 돌아와서..
다른 분들도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일드만의 특징들이 있지요..안좋은쪽으로..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샤우팅하면서 질질 짜기..설명하고 싶어하고 교훈주고 싶어하고..구시대적인 카메라워킹과 연출스타일..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이후 무려 6년만에 완주한 드라마 `신문기자` .
넷플릭스에 신작으로 떳길래 볼게 없던차에 무심코 보다가 완주까지 하게되었네요.
재밌어서 완주한게 아니라서 시즌2가 나올것 같지만 안볼것 같습니다.
넷플이라서 그런지몰라도 위에서 말했던 일드의 특징들이 많이 절제되어있긴 하지만 하나도 빠지지않고 다 들어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참 대단하다싶습니다. 분명히 K-드라마의 엄청난 성장을 알고 있을텐데도 이러는거라면..어쩌면 우리는 일부러 안변하는거야..우리식으로 할거야라고 외치고 싶은건지..아라시의 얼빵한 멘트가 생각납니다. k-pop과 j-pop은 다를 뿐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라고 했던가요. 모 일본 배우가 k-드라마가 너무너무 부럽지만 우리는 못만들것같다고 고백한 것이 짠하기까지합니다. 한때 일드를 참 좋아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마저 드네요.
일본은 사회 경제 문화 전반적으로 `정체` 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갈라파고스라고 놀림받았던 적이 언제적 이야기인데 이놈의 정체가 너무나 뿌리깊은 나머지 종래에는 아마 경제적으로도 한국에 역전당하고 선진국의 자리까지 내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마저 듭니다.
중간중간 잘못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 소회이니 감안하고 이해해주셨으면합니다.
쇠락해가는 일본을 보고 있으면 몰라보게 강력해진 대한민국의 국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랍게도 아직 일본에게 배워야 할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이야기한 주제와 벗어난 내용이니 자세한 언급은 안하려고합니다.
신문기자에 인상깊은 대사와 생각할 만한 장면들이 몇몇 나옵니다.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것은 앞으로도 일본에 희망이 없다는 안타까운 반증이고 그걸 신문기자를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되네요.
일본은 정체될 수 밖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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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부분이 정말 많은 귀한 말씀이네요. 정독하며 읽었습니다. 정말 쿠르즈 미사일처럼 정밀 타격 하듯이 일본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서 표현을 기가 막히게 하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더 많은 경험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