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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눈 오는 날,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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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1 21:16:03

지난 수요일

오랜만에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경춘선 숲길을 걸었습니다. 

 

증기기관차가 맞아주는 화랑대역

 

  

눈길에 서니 문득 생각나는 음악이 있어

10년을 같이 한 세월이 이제는 버거운지 수명이 오늘 내일하는 아이팟을 켜고

 CLAUDE CIARI가 연주하는 첫 발자욱을 찾아 듣습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날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옛 화랑대역

  

 

 

 

 

철길 한편, 

시간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무궁화호 객차에서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계속 틀어주어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열차가 덜컹덜컹 소리 내며 앞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경춘선 숲길이 끝나는 담터마을에서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갑니다

 

 

숲길에서 태릉선수촌으로 빠져 나가는 길에 빨갛게 빛나는 잎들이 보여

다가갔더니 작고 단단해 보이는 열매까지 달려 있네요. 

 

 

 

다시 화랑대역

 

가고 오고...... 

 

마석, 대성리, 청평, 경강, 가평, 강촌 그리고 춘천

경춘선이 지나는 역들 하나하나에 아련한 추억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역사들 조차 모두 개발의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책장 한구석에서 오랜 세월에 누렇게 바랜 앨범처럼 

경춘선은 가슴 깊은 곳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앨범에 붙어 있는 사진들 한장 한장에 

그 시절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웃음이 들리는 흐릿한 추억속으로 돌아가게 하는

세글자 '경.춘.선.'입니다.

 

철길 옆에 있는 카페 커다란 창에 누군가  하트를 그려 놓았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니 아이가 발그래 웃는 것처럼 보여 한 컷.

 

 

오늘은 쉬는 날

 

공릉동길에 그려진 벽화

벽화에 붙어 있는 작은 나무판에 써있습니다.

"너와 함께 한 그때가 너무 그립다..." 

저도 많이 그립습니다.

터널 입구를 빠져 나오는 빨간 색 기관차에 내려 앉은 눈이 원래부터 그림이었던 것처럼 

쏟아지는 눈자락이 겨울 풍경화로 다시 그려 냈습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길에 남아있는 철길 건널목 멈춤 표시판

이제는 쫓기듯 바쁜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잠시 멈춰 보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눈오는 날의 감성 탓인지 지난 시절 기차 여행의 여러 풍경들이 

슬라이드처럼 한컷 한컷 스쳐갑니다.

KTX에 밀려 철길에서 저만치 밀려나고 있는 무궁화호

몇해 전 까지만 해도 객차들 중간에 있는 카페칸에 앉아 맥주 한 캔 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도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님의 서명
가슴이 떨릴때 떠나라 곧 다리가 떨릴 날이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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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1-21 21:18:56

월계역에서 삼육대까지 걸으니 좋더군요.

WR
2022-01-21 21:29:06

저도 이따금 경춘선숲길을 걷고 담터마을에서 삼육대로 들어가 호수를 돌아 

공릉 백세길로 내려오는 길을 걸었습니다.

참 좋은 코스입니다.

2022-01-21 22:07:35

한 편의 시집을 읽은 듯도 하고 사진집을 본 듯도 합니다

WR
2022-01-22 21:23:26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1-21 22:30:12

신혼생활을 시작한 곳이 저 근처 신내동이어서...

괜히 반갑네요...

WR
2022-01-22 21:30:10

신내역 근처를 보면 지금 그동네도 예전 모습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1-21 22:35:19

근처 살아서 종종 같은 길 걷곤 했습니다. 요즘은 좀 멀리다니느라 못가긴 했는데 동네 사진이라 반갑네요.

WR
2022-01-22 21:35:22

저는 B급좌파님처럼 많이 걷고 싶은데 몸이 따라 주지 않네요.

날 풀리면 경기 옛길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1-21 22:47:19 (182.*.*.135)

14년전쯤인가?김유정역에 갔었는데 정말 옛날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간이역이라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현대식으로 바뀌었겠죠?
예전의 경춘선은 정말 낭만열차입니다.

WR
2022-01-22 21:39:04

청춘 시절 많은 추억이 경춘선에서 만들어졌죠.

청량리역 광장에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감사합니다.


2022-01-22 00:12:42 (1.*.*.5)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대성리, 남이섬으로 놀러가던 젊은 시절이 생각나네요. 

WR
2022-01-22 22:06:54

저도 이번 길 경춘선 안내표식에서 많이 생각났습니다.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2-01-22 03:06:17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니는
눈 없는 곳에서 산지 몇 십 년인데...
저도 잊고 살았던 눈 오는 날의 정서를
이렇게나 불러 일으키는 사진이라니요!
당장이라도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적당히 어두운 하늘에 눈이 날리는...
내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는
그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정말 좋네요...
감사합니다!

WR
1
2022-01-22 22:15:12

proj님이 댓글에 제가 오히려 깊은 반향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오히려 선물 받은 느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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