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눈 오는 날,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풍경
지난 수요일
오랜만에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경춘선 숲길을 걸었습니다.
증기기관차가 맞아주는 화랑대역
눈길에 서니 문득 생각나는 음악이 있어
10년을 같이 한 세월이 이제는 버거운지 수명이 오늘 내일하는 아이팟을 켜고
CLAUDE CIARI가 연주하는 첫 발자욱을 찾아 듣습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날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옛 화랑대역
철길 한편,
시간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무궁화호 객차에서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계속 틀어주어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열차가 덜컹덜컹 소리 내며 앞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경춘선 숲길이 끝나는 담터마을에서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갑니다
숲길에서 태릉선수촌으로 빠져 나가는 길에 빨갛게 빛나는 잎들이 보여
다가갔더니 작고 단단해 보이는 열매까지 달려 있네요.
다시 화랑대역
가고 오고......
마석, 대성리, 청평, 경강, 가평, 강촌 그리고 춘천
경춘선이 지나는 역들 하나하나에 아련한 추억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역사들 조차 모두 개발의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책장 한구석에서 오랜 세월에 누렇게 바랜 앨범처럼
경춘선은 가슴 깊은 곳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앨범에 붙어 있는 사진들 한장 한장에
그 시절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웃음이 들리는 흐릿한 추억속으로 돌아가게 하는
세글자 '경.춘.선.'입니다.
철길 옆에 있는 카페 커다란 창에 누군가 하트를 그려 놓았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니 아이가 발그래 웃는 것처럼 보여 한 컷.
오늘은 쉬는 날
공릉동길에 그려진 벽화
벽화에 붙어 있는 작은 나무판에 써있습니다.
"너와 함께 한 그때가 너무 그립다..."
저도 많이 그립습니다.
터널 입구를 빠져 나오는 빨간 색 기관차에 내려 앉은 눈이 원래부터 그림이었던 것처럼
쏟아지는 눈자락이 겨울 풍경화로 다시 그려 냈습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길에 남아있는 철길 건널목 멈춤 표시판
이제는 쫓기듯 바쁜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잠시 멈춰 보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눈오는 날의 감성 탓인지 지난 시절 기차 여행의 여러 풍경들이
슬라이드처럼 한컷 한컷 스쳐갑니다.
KTX에 밀려 철길에서 저만치 밀려나고 있는 무궁화호
몇해 전 까지만 해도 객차들 중간에 있는 카페칸에 앉아 맥주 한 캔 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도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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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역에서 삼육대까지 걸으니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