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김영하 작가는 유목민 같습니다.
몇 년 전, 아내가 김영하 작가를 좋아해서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사왔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출연한 알쓸신잡이 한참 인기 끌었을 시기였을 겁니다.
저는 그냥 책이 있길래 읽었고, 술술 읽혀서 사나흘 만에 다 봤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여행에 대한 김영하 작가의 사유와 관련된 경험을 쓴 책입니다.
TV로 볼 때는 유시민 작가의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워낙 커서 김영하 작가에게 관심이 안 갔는데, 책을 읽으니 참으로 좋은 친구 같고 인생선배 같고 그러더군요.
작가임에도 미사여구나 현학적 표현은 자제하였고 솔직담백하게 적은 책입니다.
안 읽으신 분 계시다면 추천합니다.
그 책을 읽고 김영하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저와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임은 분명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김영하 작가는 유목민 습성을 가졌고, 나는 정착 농민의 습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군인인 아버지의 직업적 특성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고, 어린 시절 항상 떠날 마음 가짐을 가졌대요. 친구와 친해져도 곧 헤어질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정을 일부러 안 주며 성장하였다네요.
그 영향 때문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여행지에서의 새로움과 익명성에 대한 매력 때문에, 글을 쓰거나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서는 여행을 가곤 한다고 합니다.
참 공감되는 사유라 느꼈고,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이토록 여행의 매력을 잘 표현한 글이 있을까.... 하면서요.
오늘 우연히 김영하 작가가 생각하는 술에 대한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술자리에서 보낸 시간이 낭비라 생각한다고 하는....
아, 김영하 작가라면 그렇겠다.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 입장에서의 얘기이지 진리는 아니지요.
특히 저같은 정착 농민의 습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입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사람과 사람의 나눔과 도움과 협동과 희생과 봉사를 통해서 삶의 기쁨을 얻습니다. 혼자서 무언가 하는 거 매력이 없어요. 내가 배풀고 상대방이 기뻐하는 걸 보고 보람을 느끼고, 누군가가 저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믿고 따르는 것도 아주 즐겁습니다.
그렇다고 고독한 사유의 시간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고독한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저에 대한 성찰과 반성, 인생에 대한 통찰, 주변인들과 공동체에 대한 생각들을 그런 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로 다른 점이 술이네요.
저는 우리나라 술문화가 아주 제 적성에 맞습니다.
술을 먹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술을 먹기도 합니다.
그 시간이 낭비라 생각하지 않아요.
행복한 시간들이고, 고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에너지를 얻는 시간들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일을 하고, 서로 고생을 위로하고, 함께 기뻐하고, 힘들 때 도움을 주는..... 그런 주변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합니다.
정착 농민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없으면 농사 짓기 힘드니까요.
물론, 김영하 작가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거......
그거 얘기하고 싶어서 길게 썼네요.
인생에 정답은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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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뭐라건 자기 꼴리는대로 사는게 최고죠.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