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못웃기면맞는다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댓글에 상처 받았다면, "타인의 말이 객관을 보장하지 않는다."

 
16
  2262
Updated at 2022-05-25 00:49:13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독선을 권하는 말이 아닙니다.

https://blog.daum.net/kjs4311/8518809

 

오늘 아침에 황현산님의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중에서 [갇혀 있는 생명과 소모되는 생명]의 도입부를 읽는데, 80, 90년대에 한국에 프티 부르주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계급이 형성됐고 그들의 생활 감정, 자의식, 세계관이 사회적 표준으로 여겨진다는 점을 중요하게 지적하더군요. 또한,

 

"그들은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어떤 다른 방식의 삶이 자신의 안에서건 밖에서건 따로 존재하기를 원치 않는다. 표준의 가치를 행사하는 것은 오히려 모든 의미와 기호를 무효화하고 모든 논의를 기이한 상대주의로 중화해버리는 그 태도에 있다." 부분을 읽으니 기성 문학과 예술이 당혹해 하는 부분이 수긍이 가더군요.

 

이들은 "결코 주눅이 드는 법도 없어서 어떤 '공갈'도 쉽게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확보된 생계의 여유로 몸짓을 가볍게 늘릴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청춘들이 매우 싼값에 유서 깊은 상표 하나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통찰력도 인내심도 없는 재능들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변명할 거리를 만들어주기 십상이다."

 

황현산님의 말은 돌려까기인 것인가 직설인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네요. ㅎㅎ

 

 

제가 주목한 부분은 황현산님이 결론을 내려 제시한 일반 논거였습니다.

"객관성의 말은 수시로 변하는 한 자아의 형편 속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타인의 말들, 모든 주관적인 말들의 집합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떤 객관적이고 순결한 말, 곧 타자의 말을 바란다면, 이 주관성의 숲을 헤쳐나가며, 나의 주관성과 다른 주관성들과의 관계를 늘 다시 조절하며, 자신의 언어를 모험에 바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모든 주관적인 말들의 집합, 이거 디피 글들을 보며 평소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 숲을 헤쳐나가며 ~ 조절하며 ~ 자신의 언어를 모험에 바치는 수밖에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7465007

19
Comments
1
2022-05-25 01:37:31

제가 시원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아마도 직설이겠죠? 쁘띠 브루주아 계급의 특징에 대해서 정말 너무나 속 시원히, 그러나 날카롭게 비판을 하시네요. 저도 누군가에게는 그리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지금 저와 다른 삶의 가능성과 유익성에 대해 부정해 본 적은 없다는 것을 위안 삼아야겠습니다. 오히려 다른 삶을 꿈꿨다는 것을요. 정말 일찍 가신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분입니다. 

WR
1
Updated at 2022-05-25 02:04:12

원래 해당 시나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평론을 보지 않는 게 정석인데, 황현산님의 글은 주 재료가 되는 어떤 소설이나 시에 대한 분석을 위해 그의 시선을 일반화(일반인은 하지 못하는 예리한 시선)한 다음 해당 작가의 입장이 되어 시선에 비친 모습을 설명합니다. 그 부분을 읽는 게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 범위가 정말 넓고 공정합니다. 


분명 직설 비판인데 "결코 주눅이 드는 법도 없어서 어떤 '공갈'도 쉽게 먹혀들어가지 않는다."에서처럼

절묘한 단어선택에 의해 가해와 피해가 전도되므로 어리둥절하게 만들죠. 이런 지적 해학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힘이 있어요.

1
2022-05-25 07:19:11

"아무런 통찰력도 인내심도 없는 재능들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변명할 거리를 만들어주기 십상이다."

멋진 말씀 잘 읽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도 'you are 독존'으로 오역(?)하는 분들도 꽤 많으시죠 ㅎㅎ

WR
1
2022-05-25 08:24:55

감사합니다. 황현산님의 저 부분을 사실 여러 번 읽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책갈피를 이곳 저곳에 해두는 바람에, 자주 읽지 않는 바람에, 대충 읽은 바람에. 오늘 제대로 읽고 정말 '인자무적'의 글이란 이런 것이구나, 진의를 되물으면 말리는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의 글이라 아무도 시비걸 수 없는 글이구나 했습니다.

2022-05-25 07:53:51

아 뭔가 오랜만에 어려운 글을 읽은 듯 합니다.

"객관성의 말은 수시로 변하는, 한, 자아의 형편 속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타인의 말들, 모든 주관적인 말들의 집합에 있는 것도 아니다."

첫 문장에서 쉼표는 어디다 찍어야 하는걸까요? 두개 찍어놨는데..

객관성이란 참 모호한거 같아요.
저도 가끔 글을 쓸때 "객관적 입장에서도 주관적 입장에서도.." 라는 걸 쓸 때가 있는데,

예를들면 " 아이유는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짱짱이다!!" 같이?(ㅈㅅ....)

개인이 객관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남더라구요.

아 오랜만에 정독하고 몇번을 읽었는데 어려워서 머리에 김이 나기 시작해서 잠시 쉬러...

WR
2022-05-25 08:18:10

옮기는 타자의 희열에 오타가 난 줄 알았는데 폴유님이 쉼표를 찍으신 거군요. 쉼표 없는 게 맞습니다. 객관성을 노력해도 여전히 주관적이라는 뜻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말을 한다는, 그래서 '입장'을 내세워서 상대의 가드를 내리려는 노력도 하는 것이고요. 잠시 깜놀한 그랬군요였습니다^^

2022-05-25 08:23:55

넵 제가 의미가 햇갈려서 찍어본거에요.

저 한 을 변하는 한. 으로 읽어야 할지, 한 자아의(하나의 자아의) 라고 읽어야 할지가 햇갈려서요.

그래도 말씀하신거 보니 대강 비슷하게 이해한거 같습니다! 아직 언어영역 실력 죽지 않았군!

WR
2022-05-25 08:28:44

변하는 다음에 가상의 쉼표를 넣어 읽는 것이 본의에 맞는 읽음이 되겠네요.

1
2022-05-25 08:23:58

제가 황현산이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된 건, 경향신문에서 이 칼럼을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508192044345

radiation의 번역이 어떻게 輻射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는 그의 책 밤이 선생이다도 사 보았습니다. 고향 목포에 대한 애정이 책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소개해 주신 책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WR
Updated at 2022-05-25 08:27:19

밤이 선생이다가 신문 칼럼을 모은 글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가가기 쉬웠습니다. 문학 평론서로 들어가면 문학평론을 핑계로 ㅎㅎ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책 제목을 연상시킵니다.

2022-05-25 08:48:17

제가 과문하여, 갈 길이 멀군요.

WR
1
Updated at 2022-05-25 09:01:52

밤이 선생이다의 매력에 맛을 들였다면, 어려움에 불구하고 황현산님 글을 읽는 즐거움을 이미 알아버리신거죠. 저도 꾸역꾸역이지만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2022-05-25 10:46:43

링크해주신 황선생님의 기고문에서 통찰이 번득이네요.

번역의 고민 없이 한글화된 영어를 문제 없이 쓰는 이들의

관행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2022-05-25 10:10:58

세상은 넓고.. 읽어보고싶은 책은 더 많고..
차라리 몰랐다면 이런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 채 지금의 순간들도 그저 그렇게 지나쳐버리고 있었겠지요?

DP의 여러 게시판 돌아다니며(특히 시정게) 여러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읽으며 때로는 저의 격한 감정을 부족한 글솜씨로 얼기설기 써 올리면서도 과연 내 주장은 얼마나 '객관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을까 하며 자조적으로 돌아보게 되던데 그런 제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가 됩니다

WR
Updated at 2022-05-25 10:17:51

맨 위에 무소의~ 를 언급한 이유가 주관적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객관성에 도달했다 해도 인정받을 방법은 없지만 완성된 객관성에 대한 자기확신이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과 상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론집인데 황현산님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2022-05-25 10:41:57

공지영작가가 본격 '네임드'로 각인되게 된 작품의 제목이기도 했죠 페미니즘@대한민국 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라고 봐도 되지않을까 싶던데 당시에는 읽는 저도 불편한 부분이 있었고 작가 역시 그런 불편함을 품고 살아왔다는 것이 느껴지는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까지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무소처럼 꿎꿎이 걸어온 공작가의 행보로 인해 페미니즘 운동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을거 같습니다
그의 행보가 옳았는가? 적절했는가? 의 질문은 이 댓글뿐 아니라 질문 자체가 의미없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또 그렇게 대해져야 한다'는 명제를 거부할 필요를 못느끼는 사람들이라면요..

꼭 종교 때문에 그런건 아니지만 불경 혹은 그와 관련된 내용들에 거의 무관심 하다시피 살아왔는데 가끔씩 우연챦게 만나게 되는 진주알 같은 글귀들에 점점 관심이 갑니다

WR
2022-05-25 10:44:51

꿋꿋하게!

2022-05-25 11:47:15

처음에는 꾿꾿하게? 라고 생각했다가..
꿉꿉하게도 생각했다가..
그냥 무소의 뿔처럼 꿏꿏하게~

WR
2022-05-25 12:19:17

그 분도 본문 문장의 "매우 싼값에 유서 깊은 상표 하나를 획득한" 일족에 해당될 수도 있어요.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