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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원작보다 나았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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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29 12:01:26

아래 스티븐 킹의 소설, 『그린마일』에 관한 비평문을 쓰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것입니다.

세상에는 픽션 원작이 있는 수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대체로 탁월한 원작인 경우, 영화가 원작을 뛰어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린마일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스티븐 킹의 영화들인 내 마음의 아틀란티스(Heart in Atlantis)도 그랬고, 쇼생크 탈출도 미세하게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이 나았던 것 같습니다. 

 

에스피오나지 장르 영화 중 수작으로 평가받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화도 꽤 좋았지만, 소설의 정밀함을 따라가기에는 족탈 불급입니다.

 

제가 미국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옥의 묵시록"(리덕스) 인데, 이 작품과 이 작품의 원작인 저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각각 다섯 번 이상식 읽고 봤지만, 영화가 원작을 따라가기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다만 영화가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시 베트남 상황에 대해서 독창적인 해석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말이죠. 

 

역시 러시아 영화 중 제 개인적인 선호에서 최고를 다투는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도 렘의 원작에 배하면 너무너 협소한 주제의식(좋게 말하면 집중된 주제의식)으로 원작의 빛을 상당부분 퇴색되게 했다는 생각입니다.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필립 카우프만의 동명 영화(한국 명: 프라하의 봄)도 정말 잘만든 수작이긴 하지만 원작과 비교하기는 어림도 없습니다. 사실 좋은 소설은 다른 장르로 변환하기 힘든 문장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영화화가 너무 형편없게 이루어진 작품들도 많아서 이 리스트를 계속 하자면 끝도 없겠고, 반대로 원작보다 나았던 영화는 뭐가 있었나 생각해봤습니다. 

 

역시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한 다라본드의 "미스트"는 준수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각색이 평범한 크리쳐 공포물을 너무나도 인상적인 비극적 아이러니로 바꾸어 놓았죠.

 

마리오 푸조의 원작을 영화화 한 코폴라의 "대부" 시리즈는 저는 미세하게 영화쪽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아마 그중 절 반 이상은 배우들의 공이겠죠. 

 

 스텐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도 아서 클라크의 원작보다 훨씬 나았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해 두고 큐브릭과 클라크가 공동으로 작업을 한 것인데, 큐브릭이 말했듯 클라크의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영화에 비해서 소설을 다소 가볍게 만든 점이 있습니다. 대체로 클라크는 "인도된 진화론"을 믿는 편인데, 이것이 사실 현대의 과학적인 세계관을 훼손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클라크의 원작은 현대 진화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론인 "자연선택론"을 거부한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이 점은 클라크의 거의 모든 소설이 가지는 문제점입니다.)

 

참, 제이슨 본 시리즈는 한 편을 읽어봤을 뿐이지만 원작보다 영화가 최소한 5배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청준 원작의 "벌레 이야기"를 영화화 한 "밀양"이나 임권택이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한 "서편제"도 영화가 나았던 것 같습니다. 두 편 다 짧은 단편이라 스케치 같은 느낌이 있는데 영화들은 거기에 충분히 설득력있는 디테일들을 더해서 더욱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 원작과 가장 큰 격차를 가지고 훌륭한 작품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원작으로 영화화된, 박동원 감독의 동명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원작 자체가 이야기의 힘은 있었지만 표절 시비를 얻은 작품인데다가 마지막 결말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지식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폄하의 시선이 있었거든요. 그러한 작품의 마지막을 비틀어 여전히 군사정권의 그늘에 있음을 암시한 결말은 정말 창조적인 각색이었다 생각합니다. 여러 분들이 생각하는 원작을 능가하는 최고의 작품은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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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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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9 11:53:48

올드보이요

WR
2022-05-29 11:54:33

그렇군요. 저는 만화는 못봤지만, 그럴 것 같습니다.

1
2022-05-29 11:55:19

포레스트 검프.. 소설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의 감동을 기대하고 봤다가 엄청 실망한 기억이 있네요..

WR
2022-05-29 11:56:04

아 그게 원작이 있는 영화였군요. 몰랐습니다. 

1
2022-05-29 12:11:07

그냥 동화같은 책이죠

1
Updated at 2022-05-29 11:59:11

제 경우는 람보1편이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나았어요. 2편부터는 그냥 액션물로 변했지만..

원작소설은 보안관 시선에서 람보를 바라보는 싯점이라 그냥 사이코패스 더라구요.ㄷㄷㄷ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도 가무가물하지만...아마 람보가 마지막에 사살당할겁니다. 
 

그리고 올드보이...솔까마 원작만화는 복수동기 자체가 이해도 안되고...

그다음이 쇼생크탈출,,,원작 소설은 너무 짧더군요, 영화의 내용이 더 길고 재미가 있었어요.

 

WR
1
2022-05-29 11:57:23

그렇군요. 저는 람보 1의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람보 2를 먼저 보고 나중에 커서 1을 봤는데 비교 불가의 영화더군요.  물론 람보 1이 훨씬 훌륭한 영화였고, 록키 시리즈도 1편은 정말 잘만든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비슷한 생각이겠죠.

4
2022-05-29 11:56:20

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은 <여명의 눈동자>입니다 

WR
1
2022-05-29 11:58:43

아 맞습니다. 제가 예전에 흘깃 드라마 붐을 타고 재출간된 여명의 눈동자를 서점에서 본 적 있는는데, 기본적으로 문장이 잘쓰는 고등학생만도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영상물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1
2022-05-29 12:17:58

대신 책은 고딩들에게 설렘을 선사해줬죠..

1
2022-05-29 12:00:46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보고 나서 학교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각색이 굉장히 잘 되었다는걸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WR
2022-05-29 12:02:23

원작은 못받지만 그럴 것 같습니다. 주로 칙릿을 쓰는 그 작가가 나중에 쓴 작품들은 재고가 엄청났다고 하지요. ㅎㅎ

2
2022-05-29 12:04:18

양들의 침묵도 원작에 못지않은 영화였습니다

WR
2022-05-29 12:05:25

양들의 침묵을 제가 못읽어봤는데 그렇군요. 영화 만큼이나 좋은 소설이라면 언젠가는 꼭 읽어봐야겠네요.

1
2022-05-29 12:11:54

워낙 잘 만들어졌지만 소설이 더 좋은 부분도 많았어요

3
2022-05-29 12:07:01

캐롤리드의 제3의 사나이,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WR
Updated at 2022-05-29 12:09:59

납득이 됩니다. 제 3의 사나이 원작은 못봤지만 영화의 라스트 씬 미장센이 워낙에 혁명적인 작품이니..

2022-05-29 22:11:36

류노스케의 원작들도 훌륭하지만 (두개의 단편을 하나로 만든)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가 더 세련되고 훌륭하죠!

1
2022-05-29 12:09:48

최근 개봉작 중엔 "드라이브 마이 카"가 그랬네요. ^^

WR
2022-05-29 12:10:44

이제부터 슬슬 제가 못 본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하루키의 원작도, 각색된 영화도 모두 못봤습니다.^^;

1
2022-05-29 12:10:18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그렇게 느끼셨군요.
저는 뭐가 낫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것이 영화는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

WR
1
2022-05-29 12:13:06

그러셨군요. 저라고 뭐 잘 이해했겠습니까만, 그래도 영화의 특수효과와 마지막의 신인류의 탄생에 대한 죽립적인 느김의 서술이 원작에 비해서 정서적으로 더 납득이 가게 느껴졌달가요? 아서 클라크의 고질적인 인도된 진화에 의한 신인류의 탄생은 과학보다는 아무래도 종교적 색체가 너무 진하게 느껴져서요.

2
Updated at 2022-05-29 12:14:50

글쓴 분께서 말씀하신 [짧은 단편이라 스케치 같은 느낌이 있는데 영화들은 거기에 충분히 설득력있는 디테일들을 더해서 더욱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거든요]에 가장 부합했던 영화가 제게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었습니다. 원작이라기보다 모티브에 가깝겠지만 '버닝(이창동)'도요.

WR
2022-05-29 12:14:05

아 그렇군요. 원작과 영화 모두 보지 못했는데, 항상 궁금했던 작품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누가 노트북으로 버스 안에서 감상하는 것을 훔쳐보면서 빠져들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2
2022-05-29 12:14:21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원작 소설에서 브로디 서장 아내와 후퍼가 바람을 피우는데 엄청 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WR
2022-05-29 12:15:42

그랬군요 죠스 정도면 누가 뭐래도 영화가 낫겠죠. 저는 그것이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1
2022-05-29 14:19:13

죠스 원작 소설 제목이 '아가리'인걸로 기억합니다.

2
2022-05-29 12:17:26

벌레 이야기는 원작의 주제 자체가 워낙 좋아서 각색이 더 좋다기보다 둘 다 좋다 정도고, 이런 방면에서 많이 언급되는 건 올드 보이였던 것 같습니다

WR
2022-05-29 12:21:13

그렇게 느끼실 수 있죠. 자만 저는 벌레 이야기가 이청준 특유의 깊이감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짧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드보이 원작을 영화 개봉 전에 한 두권 보다 말아서 모르겠지만 영화의 복합적이고 묵직한 주제 의식들은 아무래도 원작에서 보기는 힘들었을 것 같긴 합니다. 

1
2022-05-29 12:57:09

첨언하자면 초반 이후
올듭호이는 원작과는 다른 길을 가고
오랜 세월 감금한 이유와 결말까지 영화가 훨씬더 완성도가 좋습니다.
원작은...
이게 뭔 개소리야의 느낌이라...

1
2022-05-29 12:44:34

위에 언급 안 된 작품 중에 저는 하루키 원작 토니 타키타니가 떠오르네요.

WR
2022-05-29 12:47:37

아 그 작품은 저도 원작과 영화 모두 봤네요. 그 때 어딘가 감상평도 남겼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편에 일관적이었던 푸른 색조만 기억에 남아있네요. 

1
2022-05-29 13:12:23

 쇼생크 탈출이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언급하신 미스트도 좋았고요. 두 소설의 공통점은 중편 소설이라는 거죠. 대체적으로 단편, 장편 소설들보다 중편정도의 소설들이 영화화하기에 좋은거 같습니다. 

WR
1
2022-05-29 13:16:17

그렇게 보셨군요. 하긴 다라본드 감독의 킹 소설 영상화 솜씨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2022-05-29 13:18:44

블레이드 러너가 원작보다 훨씬 나았고요 영화는 아니지만 미래소년 코난도 생각나네요.

WR
2022-05-29 13:27:59

동의합니다. 

2
2022-05-29 14:31:18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 보다는 박종원감독의 영화가 결말이나 전체적으로 더 좋게 보았습니다

1
2022-05-29 14:44:25 (218.*.*.152)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원작을 읽어 보았는데요.

알란 파커의 '엔젤 하트'는 원작 '폴링 엔젤'과 비교해서 소설 속 건조한 묘사들을 영상으로 끔찍하도록 재현해 낸 점에서, 오히려 원작을 보고 나서 더 좋아진 작품입니다.

 

물론 원작의 결말부에서 드는 이런저런 느낌들을 틀에 가둬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럼에도 탁월한 묘사덕에 원작과 영화를 한번쯤은 꼭 볼만한 작품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오컬트에 면역이 있으신 분들에 한해서요.^^;

1
2022-05-29 15:48:01

본문의 반대 사례인데…
쥬라기 공원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를 봤습니다만 영화에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
2022-05-29 17:01:01

그나저나 록 아이디님의 영화나 심리학 글들은 정성도 많이 들어가 있고 많이 검색해서 쓰시는 거 같은데 아예 정리해서 책으로!??!?!?!

2
2022-05-29 17:49:06

노인의 나라는 없다도 소설도 유명한 작품인데… 영화가 훨씬 더 좋더군요

2
2022-05-29 19:56:20

제가 손에 꼽는 작품, 엘시크레토가 생각나네요 그냥 그런 스페인스러운 감성의 원작을 진짜로 굉장하게 바꿔버린 영화였습니다 헐리웃 리메이크는 절.대.로. 건너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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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9 22:08:31

전 이누도 잇신의 영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이 떠오르네요^^ 다나베 세이코의 원작소설을 완전히 바꿔놓았죠ㅎ 그런데 이 영화를 볼 때면 이창동감독의 '오아시스'하고 누가 먼저일까가 늘 궁금해지더군요, 그리고 과연 어느쪽이 '정치적 올바름'에 더 가까울까 하고요^^;;

1
2022-05-29 23:11:45

칼세이건의 소설 "Contact" 한글 판으로 다 읽어 봤지만, 저는 영화가 더 나았습니다.

1
2022-05-30 00:35:44

생각해 보았던 영화들이 꽤 나왔네요.

전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 '영국인 환자'에서 이 작품의

시적이고 조용한 듯 유려한 문장이 주는 힘이 심히

인상적이었는데.. 영화 버전은 전쟁과 로망을

풍성하게 배경으로 녹여내며 주인공들의 호연이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많았네요. 

다국적 배경의 인물들이 빚어내는 사연과

국경과 국적을 넘어선 관계성의 재현도

좋았고여.

레이 파인즈의 강렬한 시선과 말투에서, 문득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 몬트리올에서 온 간호사 한나의

모습도 여전히 선명하고... 사막의 동굴에서

알마시를 기다리며 캐서린이 글을 적어가던

그 장소 벽의 헤엄치는 이들의 자국도..

도저하게 낭만적인 영화라고 생각되서인지

소설과 영화가 묘하게 교차하고 분기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1
2022-05-30 14:20:30

영화음악이라는 강력한 무기의 역할도 한몫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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