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삼시세끼]  맛집과 동네이야기(52) 서울 통인동 퀴진 라끌레와 수성동 계곡

 
6
  1568
Updated at 2022-06-16 13:17:38


가게앞은 어제 지나갔지만 음식 사진은 작년에 먹고 찍은것임을 먼저 밝힙니다.

서촌길에서 인왕산 수성동 계곡으로 들어가는 초반에 있는 퀴진 라끌레는 서울 최초의 캐나다 식당이었습니다. 지금은 합정동과 암사동에도 캐나다 식당들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셰프분은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공부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이집은 캐나다 음식 가운데서도 퀘벡주의 프렌치 캐나디안 푸드를 내놓는 집입니다. 퀘벡주는 일찍부터 프랑스인들이 많이 정착한 지역으로 프랑스어 사용자가 많고 프랑스의 정체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죠. 오래전인 1998년 퀘벡에 갔었는데 진짜 파리 뒷골목을 옮겨놓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게 입구에도 사진처럼 캐나다 국기와 퀘벡주 깃발을 같이 걸어놓았네요. 퀘벡주 깃발의 백합문양은 프랑스 왕가의 상징이었죠.

이집은 점심 메뉴는 간단한 종류들이고 저녁이 스테이크 등 무거운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낮에 가봤네요. 혼자 맥주 한잔하며 간단하게 수제버거와 푸틴을 먹었습니다.

푸틴은 캐나다 퀘벡의 대표적이면서도 간단한 음식입니다. 대략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캐나다라는 나라의 역사가 짧다보니 고유 음식의 역사도 짧네요. 캐나다는 1867년에야 영국의 자치령이 되었고 1949년에 지금의 영토를 완성했죠.

푸틴은 감자 프라이에 치즈 덩어리들을 얹고 그 위에 뜨거운 그레이비 소스를 부으면 완성되는 간편한 음식입니다. 퀘벡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 음식이라네요. 그레이비 소스를 붓는 장면이 멋져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성으로 볼때 칼로리가 매우 높겠죠? 캐나다의 추운 기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네요. 실제 캐나다에서는 추수감사절 이후 남는 음식들을 전부 푸틴에 넣어 활용한다는 말도 있군요.

푸틴은 음식이름이 러시아 대통령 이름과 같이 발음되서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도 합니다.

퀴진 라끌레 앞길은 서촌길인데 인왕산에서 발원한 청계천 물길을 복개한 것입니다. 그래서 길이 구불구불합니다. 오히려 서촌의 많은 카페와 식당 등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는 낭만과 재미를 만들어줍니다.

서촌길을 계속 걷다보면 정면에 인뫙산의 화강암 봉우리가 앞을 막아서며 수성동계곡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소리가 나는 동네라는 운치있는 이름인데 조선의 산수화 대가였던 정선의 그림에도 묘사되어 있습니다.

서울의 인구가 늘면서 1971년, 수성동계곡을 콘크리트로 덮고 시범아파트 9개동을 조성합니다. 세월이 흘러 노후화된 이 아파트는 2011년에 한개동의 기초부만 기념으로 남긴채 철거되었습니다. 콘크리트를 뜯어내자 수성동 계곡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200여년전 정선의 그림에도, 1950년대의 사진첩에도 있던 돌다리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수성동 계곡을 멋지게 복원했고 지금은 도심 속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풍류와 예술을 사랑했지만 권력과 정치에 휘말려 형(세조)에게 비극적 죽임을 당한 안평대군의 별장이 있었던 장소이기도 하죠.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15회와 최종회 일부도 여기서 촬영했다군요. 극중 주인공 3남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서울로 와서 사는 집이 바로 수성동계곡 앞의 연립주택입니다.

서촌의 맛집을 들르시고 여기도 둘러보시면 참 좋을듯 하네요.


13
Comments
Updated at 2022-06-16 09:47:26

음식이름 참 ㅎㅎ. 그래도 가서 먹어보고 싶내요. 햄버거 빠인 저에게는 꼭이요. 쾌백이 분리 독립주의가 있을 정도로 케나다 전체와는 또 다른 주 죠.

2022-06-16 10:04:02

햄버거에 칼을 꽂아놓은 게 위협적이군요. ㄷㄷㄷ

저렇게 높이 쌓은 햄버거는 어떻게 먹는 거예요?

WR
2022-06-16 10:09:43

저 칼로 썰어먹는데...저같이 손이 거친 사람은 쉽지 않더군요^^

1
2022-06-16 10:43:21

최근의 수제버거들이 무슨 타워마냥 높아져서 좀 애매한 느낌입니다.

버거라는게 애초에 빵사이에 재료넣고 한입에 왕~하고 먹어야 맛인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WR
2022-06-16 15:31:11

먹기는 좀 귀찮은데 맛있으니 다 용서가 됩니다^^

1
2022-06-16 10:53:12 (125.*.*.141)

수성동 계곡 근처에 이제는 거의 사라진 70, 80년대 풍 오래전 동네가 남아있습니다.

저처럼 구닥다리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려요ㅎㅎ

WR
2022-06-16 15:31:32

저도 좋아하는 동네입니다

2022-06-16 14:56:57 (211.*.*.251)

늘 잘보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라 기록했다가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WR
1
2022-06-16 15:31:45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2-06-17 07:25:43

철거된 옥인아파트는 이름은 시범아파트였지만, 사실상 그 이전 세대의 시민아파트였지요.

60년대 말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서울인구를 감당하고 한국전쟁 이후 난립했던 달동네를 정비하기

위해서 서울시장 불도저 김현옥이 후뚜루 마뚜루 지어 올린 날림 아파트 시민아파트.


70년 와우아파트의 어이없는 붕괴사고로 김현옥은 잘리고 후임 양택식 시장은 이미 짓고 있던

시민아파트의 상당수를 철거하거나,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일부 아파트 들은 보강공사를 하거나

해서 그 다음세대 시범아파트로 이름을 바꿔서 입주시킨....

 

옥인아파트 이전에 인근 청운아파트가 먼저 철거되고 그 자리는 윤동주 문학관등 공원이 들어서고...

옥인아파트는 용강동 시민아파트와 함께 법령이 바뀌기 전에 철거민에게 주는 이른바 딱지를 받은

마지막 사례이지요. 두 아파트 다 철거 후 재개발하지 않고 공원으로....

이후 시민아파트 중 가장 큰 단지였던 서대문 금화아파트도 거의 공원으로 조성되었구요.

 

옥인아파트, 금화아파트, 회현아파트 등 시민아파트 다수가 산위에 지어진 이유도 웃긴데...

달동네를 정비하고 지은 이유도 있지만, 농반진반으로 김현옥 시장이 높은데 지어야 잘 보일 것이라

생각해서 그랬다는 말도 있지요. 전시행정의 표본 ㅎㅎ

 

워낙 노후되었고 날림으로 지은 것이라 90년대 후반부터 철거사업이 추진되었지만, 오세훈이

서울시장 할 때 한강 르네상스와 더불어 서울시내 내사산(內四山) 르네상스도 함께 추진하면서

인왕산 주변 정비사업하면서 철거 사업이 빨리 진행되었구요.

WR
2022-06-17 07:10:06

서울시 도시개발의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진짜 김현옥, 양택식 두 시장의 업적과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더군요.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사실상 지금 서울의 기본 구조와 인프라가 두 시장 시절에 짜여진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키느냐가 앞으로의 과제일것 같네요.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1권부터 5권까지 있더군요.

2022-06-17 01:35:44

윗 사진 중 정선의 장동팔경첩 안내에도 나오지만, 조선시대 서촌일대는 장동으로 많이 불렸고,

원래 조선초기에는 왕족들이 많이 거주했지만, 16세기 중반 이후 장동 김씨의 세거지가 되었던...

 

장동 김씨는 조선후기 60년 세도정치를 비롯해서 조선후기 내내 서인 노론의 핵심을 이루었던

(신)안동 김씨를 이르는 말이지요. 안동의 (구)안동 김씨와 구별하기 위해 서울에 상경한 신안동 김씨는

그들이 대거 집터를 잡고 살던 장동을 붙혀서 장동 김씨라고도 많이 부른....

장동 김씨는 한양 상경 이후 세도정치 등을 통해서 조선후기에만 정승을 15명을 내는 기엄을.... 

 

서촌은 장동 김씨외에도 중인도 많이 살았는데, 세도가들 사는 곳에 웬 중인 ? 하겠지만,

중인들 중 부유한 경우도 많았는데, 특히 역관들은 웬만한 양반 부럽지 않게 많은 부를 축적했다고

하지요. 청과 공무역으로 교역하면서 홍삼 등의 교역을 통해서 막대한 부를....

WR
2022-06-17 07:15:13

19세기 세도정치가 한창일때 장동 김씨를 장김이라고도 불렀다죠? 이러니 임금도 꼼짝못했겠죠.
중인인 천수경이 서촌에 송석원이라는 정원을 만들고 문학모임도 연것 보면 말씀하신 부분과 부합됩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