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글] 어머니를 보내는 중입니다.
조금 전 8시 40분에 어머니의 화장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제 30분 정도면 끝나겠네요.
인생의 커다란 숙제가 끝난 느낌...
그동안 동생네 가족이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수 년 동안 지병이 점점 심해지면서 정신적으로도 퇴행을 보여 동생네 가족을 비롯한 온 가족들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가족을 비롯하여 어머니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우주가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만족하던, 그래서 가족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뼛속 깊이 새겨주었던 어머니였습니다.
오래 전 한때는 너무 힘들어서 어머니와 아예 모든 연을 끊으려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모든 게 이제 다 끝났네요.
어찌 생각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은 가족들에게 선물을 하나 남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의 평화"
그 "평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그리고 마지막 몇년은 더욱 극심하게 자식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게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
어머니는 화성에 있는 함백산 추모공원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처음 들어본 곳인데 장례식장에서 연결해준 곳입니다.
저희 집에서 3~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어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집안 묘들은 안동에 있었는데 거긴 매년 다니면서 벌초하고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고 거리도 멀어 수년 전 파묘를 했거든요.
주변의 자연 경관도 좋고 공기도 맑네요.
몇 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항상 숨쉬기 힘들어했던 어머니가 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날씨앱을 보니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되어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구름은 잔뜩 끼어 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군요.
2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아버지를 모셨던 안동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가 화장이 끝날 땐 새파란 하늘과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던 신비한 경험을 했었는데...
엄마. 고생 많았어.
이제 더이상 아프진 않겠지.
잘 가.
아버지 만나면 이젠 좀 잘 해드리고...
우리 나중에 만나.
그때까지 엄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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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