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어떻게 이런 일이...
어제 어머니를 잘 보내 드리고 왔습니다.
너무 많은 분이 댓글로 조의를 표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일히 답글을 달기에 너무 많아서, 이 글을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어머니의 고통이 너무 커서, 아마 지금은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숨도 마음껏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올라가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머니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로 한번 정리해 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성품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말이죠.
장례식이 끝나고 모두 기력 좀 되찾자며 고기 좀 굽고 점심을 거하게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안계신 집에 남동생네 가족들만 들어가면 남동생의 허전함이 더 클 것 같아 같이 가서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물품들을 모두 정리해서 버렸습니다.
남동생이 정리하자면 분명 이것도 못버리고 저것도 못버리고 그랬을 겁니다.
남동생이 조금이라도 빨리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면 어머니의 흔적을 다 지우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치우고 버려도 어머니가 누워있던 방은 버릴 수 없지만요...
좀 자고 일어났더니 오늘은 컨디션이 평소와 비슷해서 사무실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낮에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조금 전 연락을 받았는데, 장인어른이 주무시던 방에서 돌아가셨다네."
어머니 장례식을 어제 끝냈는데, 오늘 제수씨의 친정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니... 정말 거짓말같은 얘기라 마치 장난인가 싶더군요.
동생의 장인은 몇년 전 부인을 먼저 보내고 혼자 계셨는데, 다리가 편치 않아 바깥 출입도 못하시는 상태여서 하루 3시간 요양보호사가 케어를 하고, 주말에 제수씨가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드리던 중이었습니다.
오늘 요양보호사가 출근해서 동생 장인이 돌아가신 걸 발견하고 연락을 해 온 모양입니다.
망연자실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더군요.
동생의 아들놈, 제 조카는 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3일 간격으로 여의는, 정말 희귀한 일을 겪게 된 것이죠.
제수씨는 힘들게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아버님이 돌아가셨으니 참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 지 감도 안잡힙니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공교로울 수 있는 건지...
아무튼 이제 장례식장도 정했다 하니 거기에 가봐야겠습니다.
더 공교로운 건 거기가 어제까지 제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렀던 곳이랍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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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