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삼시세끼]  맛집과 동네이야기(56) 서울 회현동 만만과 남산골 딸깍발이

 
14
  1445
Updated at 2022-06-27 23:34:25


지하철 4호선 회현역 1번출구로 나가면 남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이 펼쳐집니다. 그 골목 안에 만두와 딤섬 전문점 만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데 벌써부터 이쪽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타는 모양입니다. 화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시고 아들인듯한 분이 서빙을 보네요. 메뉴판에도 있지만 홍콩식 새우만두와 딤섬을 주된 메뉴로 합니다.

가게는 작고 소박합니다. 아주 화려하고 깔끔하지는 않아 잘 모르면 상당히 오래된 노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만두와 딤섬을 포장해와 토요일 저녁 와인한잔 하려했더니 딤섬은 육즙이 식어 맛이 없기에 포장을 안해준다는군요. 그래서 새우물만두와 부추파이(만두)를 포장해왔습니다.

새우물만두는 이름이 그러할뿐 사실상 새우찐만두인데 고기맛이 느껴지지않는 아주 담백한 맛입니다. 가족들도 아주 만족이었습니다. 부추파이는 부추를 비롯해 새우, 계란, 두부 등을 넣은 군만두인데 독특한 맛입니다.

오늘 마침 시내에 나갈일이 있어 다시 가서 이집의 유니짜장에 도전했습니다. 토요일에 포장할때 제가 물으니 옛날식 짜장이라 하시기에 궁금했죠. 살짝 기대도 되구요.

맛있습니다. 고기를 잘게 다진건 물론이고 못하는 집에서 나는 고기냄새가 전혀 없더군요. 짜장맛도 짜거나 달지 않으면서 적절히 조화를 이룹니다. 만두 못지않게 아니 만두보다 더 나은 짜장맛입니다.

7월부터 값을 올린다는 문구가 붙어있기는 했지만 곱배기를 먹었는데 이 유니짜장면이 고작 7천원이라니..가성비 좋습니다.

다른 요리들도 있고하니 나중에 지인들 데려와 고량주 한잔 해야겠습니다.

회현역 주변의 남산 언덕길은 중구청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진행중인가 봅니다. 지도가 벽화형식으로 그려져 있네요. 원래 이일대는 남산골 딸깍발이의 고장이죠. 딸깍발이는 남산의 가난한 선비이자 샌님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비가 오면 남산의 흙이 쓸려내려와 진고개 일대에 쌓여서 나막신이 필수품이었다고 합니다. 진고개는 대략 지금의 세종호텔에서 퇴계로를 지나 중앙우체국 쪽으로 가는 길입니다. 진흙이 많아 진고개라고 했다는 설도 있죠.

남산의 가난한 선비들은 짚신도 따로 없어서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신고 따깍거리는 소리를 내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죠. 이희승 선생의 단편 소설 <딸깍발이>가 유명하죠. 가난하고 등용되지 못했지만 대쪽같은 지조와 자존심만은 대단했다는 남산 샌님들이 살던 이 동네는 일제강점기에는 진고개와 명동일대가 개발되며 일본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습니다. 지금도 일본식 가옥들이 가끔 보이는군요.


7
Comments
2022-06-27 21:59:14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서울 나가면 꼭 가볼께요.

2022-06-27 23:21:23

이것은 거의 수필인데 너무 좋습니다 ^^

WR
2022-06-27 23:35:13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3
Updated at 2022-06-28 01:10:32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 가난한 선비 허생도 남산골에 살았지요.

돈 많은 권세가들은 주로 북촌과 서촌 일대에 살았고, 남산을 비롯한 남촌은 급제는 했지만,

등수가 낮아서 발령을 받지못한 선비들(물론 세도가의 줄이 없어 발령이 안난 것일 수도 있고...),

대과가 아닌 소과만 합격한 가난한 진사, 생원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지요.

게다가 조선후기 붕당과정에서 서인에 밀린 남인들이 많이 살기도 했구요.

 

그런데 남산자락을 비롯한 남촌 일대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산 것은 일제시대보다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임오군란 때까지 일본공사관은 서대문밖 지금의 적십자병원 자리에 있었으나, 군란으로 불타버렸고,

나중에 군대를 이끌고 돌아온 일본공사관이 남산 녹천정 자리에 자리를 잡게됩니다.

(그 과정에서 남산 예장동 일대의 장악원 등을 허물고 군대 주둔지로 사용하게 되구요)

 

이즈음 일본인 상인들을 비롯한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자연히 자신들의

공사관이 있는 남촌으로 모여살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후 국운이 기울어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공사관이 있던 자리는 통감부로 바뀌고, 그 주변에 일본군 헌병대가 주둔하게 됩니다.

 

통감부는 이후 경술국치 이후 조선총독부로 바뀌고, 1926년 경복궁내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남산이 조선총독부.... 해방이후 KBS 사옥을 거쳐서 안기부도 쓰다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쓰기도..

 

헌병대 자리는 해방 이후 수경사/수방사가 이어받아 주둔하다가 수방사가 남태령으로 이전하고,

지금의 남산한옥마을이 되었지요.

 

무엇보다도 남산에는 일제의 상징 조선신궁이 있던 곳이었기도 하구요. 고층건물이 없던 시절의

남산중턱에 자리잡은 거대한 조선신궁은 (원래 일본 본토의 신사 신궁은 거의 평지에 짓는데 반해)

일부러 조선을 내려다보듯이 위압적으로 지었지요. 그 거대한 계단을 비롯해서...

 

 사진과 같이 조선신궁은 경성역에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위압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지요.

(조선신궁 자리에 다른 건물도 아니고 안중근 기념관을 지은 것은 정말 잘한 일 중 하나이죠) 

 

그런데 남산자락에 신사가 들어선 것은 저 조선신궁(1926년 완공)보다 더 오래되었습니다.

한일병합 이전에 아니 을사조약도 체결되기 전인 1898년에 이미 남산에 남산대신궁이라는 신사를

일본인들이 스스로 지어서 자신들의 신을 모시기 시작합니다. 남산대신궁은 처음에 리라공고 자리에

있었다가 나중에 (위 조선신궁이 완공된 이후) 경성신사로 이름을 바꾸고 숭의여전 자리로 옮겨갑니다.

 

이후 을사조약 이후에는 러일전쟁의 영웅을 기리는 노기신사도 생기고, 남촌은 야금야금 일본인들이

장악하기 시작해서 일제시대에는 명동일대 명치정을 비롯해서 남산자락 충무로 퇴계로 일대는

이른바 혼쵸도리(본정통)이 되었고요. 미츠코시 백화점을 비롯한 신식 건물과 관공서들도 모두

남대문, 회현동 일대에 모이게 되는.... 그 벨트는 쭈욱 이어져 남산 동쪽 자락의 장충단도 허물고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도 짓고요...  

 

지금 벚꽃철이면 상춘객이 몰리는 남산이지만, 그 벚꽃이 심어진 유래가 남산대신궁을 비롯한

그 일대 이른바 왜성대라고 불리던 지역을 성역화하기 위해서, 을사조약 이후 일제가 30만평을

조선으로부터 무상임대 (실상 삥뜯어내서) 해서 벚나무 600여 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입니다.

이후 경술국치 이후 그 영역내에 조선신궁까지 들어서서 그 계획을 완수하지요.

 

서울 시내 남산자락이나 퇴계로 일대 등의 넓은 대지들은 위 리라공고, 숭의여전, 안기부청사,

예장동 일대 소방본부 등.... 거의 일제시대 일본의 관청, 관사, 군대 주둔지 등이 해방이후 적산

불하 과정에서 넘어가서 이후로도 계속 내려온 곳이 많다는... 주택으로 채워진 곳을 제외하고

좀 땅 덩어리가 크게 조성된 자리들은 대개 일제시대부터 뭔가 있었던 자리라는 것이죠.

WR
1
2022-06-28 06:54:40

2015년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이 전시회가 참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조선초 국가의 안녕을 관장하는 목멱신을 모신 국사당부터 일제강점기의 식민통치관련 기관들의 흔적, 이후 군사정권때의 독재관련기관, 민주화 이후 남산제모습찾기..서울에서 권력관계의 극적인 변화가 한 장소에서 이처럼 뚜렷이 나타나는 사례도 보기 드문것 같습니다.

1
Updated at 2022-07-04 21:41:36

남촌 일대는 넓게봐서 남대문권까지 포함한다면, 참 역사적으로 일본과 악연이 깊은 게

임진왜란 때 한양에 주둔한 왜군들의 근거지도 바로 지금 조선호텔 자리의 남별궁 자리였습니다.

 

남별궁 일대가 한양 왜군의 본영이었는데, 또 300여년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일본은 그 자리에

있던 환구단을 허물고 호텔을 짓고, 인근 일대를 모두 일본인의 근거지로 삼았다는게 참....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 특화거리가 된 이유도 요우커들이 명동을 점령하기 전 2000년대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왔을 때, 그들 중 특히 나이 든 노년층들은 이른바 다이쇼, 쇼와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명동과 남대문 일대를 꼭 들렸다고 하지요. 일본인 패키지의 필수...

여기가 예전의 메이지초 입니다. 저기가 미츠코시백화점이고, 저기는 동양척식회사 자리이고...

조금 더 가면 옛날의 혼쵸도리가 있고 등등요.....

2022-06-28 10:22:35

아 세세하게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했던 동네였는데 말이죠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