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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어느 한 연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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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8 15:33:58

하버드대 졸업, MIT에서 박사 받고 현재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븐 레빗이라는 사람이 쓴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사람 책은 이미 상당수가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되어 있고요. 저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최근 낙태죄 관련 미국 판결과 관련되어 떠오른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해봅니다.

 

The Impact of Legalized Abortion on Crime (2001) 논문에서 이 교수는 아주 적나라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본인 저서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되었던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된 내용만 짧게 말씀드리자면 7~80년대 높았던 범죄율이 90년대 들어서 많이 줄어든 까닭은 치안정책이 아닌 피임약 보급과 낙태의 합법화에 따른 "원하지 않는 아이들"이 덜 태어난 결과라고 말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자라서 범죄자가 될 확률이 큰데 피임약 보급+낙태 합법화가 이런 집단이 형성되는 자체를 어느 정도 막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죠.

 

당연히 당시 미국 사회가 이 논문 때문에 얼마간은 발칵 뒤집어졌었다고 하구요. 반론에 재반론도 있고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에서도 낙태가 범죄율 감소에 상당히 많은 기여했다고 언급했고 이 연구 결과도 스티븐 레빗이 제시한 수치와 거의 비슷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혀 무의미한, 어그로에 불과한 논문이었다면 어디 저 양반이 지잡대도 아닌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수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게 가능할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보수성향으로 똘똘 뭉친 연방대법관이 선임되고 그 비중이 늘어나면서 Roe.v 판례가 뒤집히며 이제 낙태 합법, 불법에 대한 권한은 주 의회로 넘어간 상태죠.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좋아 죽을지 몰라도 곧 있을 중간 선거에서도 공화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고 이미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7%였나 8%나 앞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100% 제 음모론입니다. 무시하셔도 됩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절대적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는게 있다면 무엇보다 '총'이 아닐까 싶습니다. 총기 사고가 아무리 많이 나고, 범죄가 끊이질 않아도 총 건드는 것은 못참죠. 낙태 합법과 그에 따른 범죄율 감소(두 논문에서 낙태합법이 범죄율 감소에 기여한 정도로 제시한 수치가 아마 20% 초반대였을겁니다) 은 총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총의 수요를 떨어뜨리는 범죄율 감소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요인인 것이죠.

 

아니 이 양반아. 낙태 합법이 범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렇다고해도 총 장사꾼들이 지들 총 팔아먹자고 범죄율 증가시키는 법을 폐기하자는게 말이 됩니까?라고 물으실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인해 수십명씩 죽어나가는데도 미국 총기 관련 법안은 그대로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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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6-28 15:39:42

진짜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특히 서방쪽이 씨그럽더군요. 

미국은 완전히 둘로 갈라지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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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8 15:46:22

장난 아니죠.

 

그런데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보면(트럼프를 아예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보기에 불편한 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도 전진하는 민주주의가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든 앞으로 갈 수 있게 막아주는 가드레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연방대법원 같은 법제 시스템도 중요한 한가지입니다.

 

그러나 자기 입맛에 맞는 연방대법관 꽂아넣고, 그 와중에 어느 법관은 청문회에서 구라까지 쳤다죠? 이러한 과정들이 민주주의가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드레일을 박살낸 행위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Updated at 2022-06-28 16:05:08 (125.*.*.141)

흥미로운 연구결과군요.

보수주의자들이 머리를 굴려서 낙태반대를 한다기보다 그냥 감성적으로 낙태에 반대한다고 봅니다.

보수라는 것이 '내것을 뺏기지 않겠다는' 단순한 감성에 기반한 것인데

어느 정도 자란 태아까지 낙태를 한다는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죠. 

2022-06-28 16:22:48

일반인의 범주에선 감성적인 면이 많이 작용할 수 있겠지만, 정치인들은 계산기부터 두드려 봐야지 절대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죠.

WR
2022-06-28 17:18:11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에 혁혁한 공을 세운 판사들을 임명한 것이 트럼프입니다.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는 이 판결로서 미국 내 강성보수주의자들의 -언제는 아니었냐마는 - 총아가 된 것이고 소위 그들에게 있어서 아 이 양반 진짜 그걸 해내네? 가 된 것입니다.

제가 쓰긴 했지만 실제로 총 팔아먹자고 범죄율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진 내지는 주장하는 저 낙태 합법 박살내자까진 저도 너무 나갔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 강성보수주의자들이 꿈꾸는 미국이 가지는 가치, 그걸 진짜로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이 한 발 크게 내딛었다고 봅니다.

2022-06-28 16:50:12

 공공장소 총기휴대 금지를 위헌 판결한 것과 연관지어 보면 흥미로운 해석입니다

2
2022-06-28 17:21:22

낙태와 피임 금지로 인위적인 인구부양에 성공한 차우체스크가 바로 그 아이들에 의해 처형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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