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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지난 주말에 우리나라 밴드 ABTB의 공연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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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6-29 09:00:17

얼마 전에 핀란드에서 락페 보고 난 후에, 슬슬 우리나라 밴드 공연도 다시 볼 생각을 하는 중에 제가 좋아하는 ABTB의 공연이 있어 지난 주말에 보고 왔습니다. TOP밴드에서 화제가 되었던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  쿠바, 선스트록의 드럼 강대희, 한음파의 베이스 장혁조, 슈퍼밴드2에서 화제가 되었던 기타 황린의 밴드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텍스트 가득한 후기입니다. 블로그에 쓴 거라 반말로 쓰여진 점 양해바랍니다. 원본은 아래 링크입니다. 원본에는 사진 몇 장 더 있습니다. 꾸벅

https://crazydoc.tistory.com/977 


ABTB는 정말 라이브를 봐야하는 팀이다. 결성 때부터 자타 홍대 어벤저스라고 불리며 관심이 집중 되다가 앨범 낼 즈음에 당시 홍대 신에서 가장 화끈한 젊은 (어리다 해도 될 정도의) 기타리스트 황린이 합류하면서 최강 라인업의 밴드로 출발했다.

데뷰 앨범 내기 전 (황린이 정식으로 합류하기도 전) "클럽 타"에서 했던 단독 공연도 봤고, 첫 앨범 내고 나서 EBS 스페이스 공감도 봤고. "클럽FF"에서 아시안체어샷이랑 함께했던 공연도 봤었다.


2016.05.06. ABTB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 클럽 打

2016.11.10. ABTB -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 @ EBS 스페이스 공감

2018.09.28. ABTB & 아시아체어샷 @ 클럽FF


그리고는 2020년 5월에 발매된 2집 이후엔 공연을 못 봤다. 코로나 기간엔 기타리스트 황린이 슈퍼밴드2에 나와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초 쯤이던가... 박근홍이 새로운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어 앨범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원체 요새는 여러 밴드를 하기도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면서 앨범 발매 후원도 했다. 다행히 앨범 발매도 되어 후원자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간 또하나의 앨범이 생겼다. 슬슬 코로나가 약해지면서 공연도 하나둘씩 시작하는데 박근홍의 새 밴드는 가끔 공연을 하는데, ABTB 공연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5월 말이던가. 박근홍과이 ABTB를 떠난다는 글이 올아오고, 며칠 후에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ABTB 공연이라면서 공연 안내가 떴다. 아, 이런...!


안 그래도 기다렸던 ABTB의 공연인데, 박근홍과의 마지막 공연이라니! 고민할 것도 없이 예매.


핀란드 갔다 오고 나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공연 날이 되었다. 아침에 차 수리하고, 집 정리도 좀 하다가 공연장으로 향했다. 오늘 공연을 하는 클럽 벤더는 처음 가보는 곳인데, 6호선 상수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도 집에서 전철로 가려면 1시간 20분쯤 걸린다. 마지막으로 홍대 앞에서 공연 본 게 2019년 8월 우리네 미디안(Midian)과 일본의 10대 센세이션 아스테리즘(Asterism)이었네. 어휴. 아직 마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많이 나아진 때라 공연을 즐기기에도 제약이 훨씬 덜할 거란 기대에 가는 길도 기분이 좋았다.

공연을 하는 클럽에 입장하니 예약을 확인하고 손목에 도장을 찍어준다.


공연 전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마시고 기다린다. 단독 공연이라는 것이 관객이 많기 쉽지 않은데, 생각보다 관객이 있었다. 여성 팬들도 꽤 있었다. 일단 공연 시작 전까지는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관객은 없었는데, 공연 시작 5분 쯤 남겨놨을까? 나보다 연장자인 듯한 분들 여럿이 들어오셨다. 금발의 여성 관객도 좀 눈에 띄는 관객 중 하나였다.


무대는 살짝 플로어보다 높았지만 많이 높지는 않아 자칫 관객들에게 가려서 잘 안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너무 앞쪽에 서면 전체를 보기에 아쉬울 것 같아 살짝 뒤 (관객석 가운데 기둥 바로 왼쪽)에 자리 잡고 보기 시작. 공연 시작할 즈음 관객은 50-60명 정도 될 것 같았다.


악기를 연주하는 4인의 멤버가 먼저 등장해서 좀 생소한 연주곡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멤버들의 연주가 작게 이어지면서 박근홍이 나와서 인사한다. 자신이 함께하는 마지막 단독 공연이라 소개했고, 정말로 음악적 견해차로 밴드를 떠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ABTB가 곧 선보일 거라 했고, 오늘의 공연은 하늘의 뜻에 따라 셋리스트는 정하지 않고 곡을 적은 종이 쪽지를 뽑아서 그 순서대로 진행하고자 한단다. 그 중에 경품 쪽지도 세 장 있단다. 평소 무대에서 쌍 기타 소리에 자기 목소리가 안 들려서 오버를 해왔는데, 오늘은 자기가 노래에 집중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늘 노래 잘 했는데, 본인은 그닥 맘에 안 들었었나 보다. 흠. 무대 앞 쪽 세 명이 쪽지를 뽑았다.


곡 세 곡... 이거 처음부터 하이라이트에 나올 법한 곡들(할렐루야 - ESC - nightmare)이 뽑혀 버렸다. 할렐루야가 뽑힌 걸 보고 시작하자마자 끝내야 하나라 했다. 늘 마지막 곡으로 광란의 분위기를 만들던 할렐루야가 첫 곡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시작했는데, 헐! 이건 늘 듣던 그 할렐루야가 아닌 완전 다른 편곡이다. 좀 더 느리고, 좀 더 어두운, 그러면서 좀 더 그루브가 느껴지는 시작이다. 중간의 황린의 신들린 기타 솔로, 그리고 강대희의 드럼, 단단하고 그루브 넘치는 장혁조의 베이스, 절규하는 박근홍의 보컬. 으하. 시작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바로 이어지는 ESC!! 업템포에 박근홍의 씨부렁거리는 멘트와 "제기랄! 빌어먹을!"에 이어지는 노래에 멤버들과 관객들은 "워~어어 워어어어~~~어어어~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다!" 중간에 살짝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 테마가 살짝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얌전히 공연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관객들과 박근홍 서로 삿대질하면서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다!"를 외치는데 신이 절로 난다. 황린도 대단하지만, 세션으로 함께 하는 곽상규란 친구도 상당하다. 키가 크고 젊고, 깁슨 SG인지 그런 형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모양 기타를 치는데 예사롭지 않다. 쉼없이 2집의 첫 곡인 nightmare가 이어졌다. 2집 발매 직후에는 그닥 끌리지 않았었는데, 공연 예습한다고 2집을 자주 들었더니 이게 라이브가 엄청 기대되고,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엄청 좋더라. 2집 곡으로는 처음 라이브로 듣는 곡인데,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아이 아이 아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아이 아이 아이! 베테랑 연주인들인 강대희와 장혁조의 무지막지한 리듬 위에 두 명의 젊은 기타리스트 쌓아가는 긴장감이 정말 넋을 쏙 빼게 한다.


두 명의 젊은 기타리스트들이 다음 두 곡을 선곡 했다. 황린은 2집의 '가이없다', 곽상규는 1집의 '별헤는 밤'을 뽑았다. 뽑고 나서 박근홍이 곽상규 신발 갖고 루이비통 짝퉁이라고 놀렸다. '가이 없다'는 2집의 마지막 곡인데, "울어도 울어도 오지 않는 그대 / 애써 불러도 답이 없는 그대 / 물어도 물어도 말이 없는 그대"라는 가사가 괜히 박근홍의 마지막 무대라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더 슬프게 들리네. 우이씨. 하, 늘 황린의 기타에 감탄했는데, 오늘은 강대희의 드럼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정말 감탄하게 되네. 이렇게나 찰지고, 드럼 소리에 감정이 이입이 되는 것 같다. 절규하는 박근홍의 보컬은 국내에 어느 락 보컬리스트가 저런 소리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싶다. 이 곡 진짜 좋네. 익숙한 '별헤는 밤'. 황린의 끈적하지만 화려한 기타 솔로, 거기에 장혁조의 무덤덤한 듯 묘하게 멜로딕한 베이스 소리가 어우러져 기가 막히다. 가사가 많지 않은데, 그 "이 밤 지새네"와 "오지 않아"가 반복되는 부분에 절절한 처절함이 느껴진다. 아, 무작위로 뽑은 셋리스트라지만, 이리 기가 막힐 수가!


이번엔 무대 오른쪽 뒤쪽으로 가서, 선곡을 하는 동안 황린이 멘트를 했다. 곽상규의 신발이 짝퉁이 아니라 커스텀 메이드라고 설명해준다. 다음 선곡은 tainted, Matador, Infusion, 시대 정신 이란다. 빡센 관계로 두 곡씩 하겠다 한다. 9곡을 선곡하는 동안 경품 쪽지는 아직 하나도 안 나왔다. tainted는 2집 수록곡인데, 어찌 보면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었나 보다. 바로 업템포의 Matador! 시작부터 분위기 장난아니다. 어이! 어이! 어이! 어이!로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며 방방 뛰었던 곡이었던 것 같다. 이게 언젠가부터 공연 보면서 뛰고 그런 것 잘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곡은 그냥 절로 뛰게 된다. 나이 50이 되어도 이렇게 목터져라 노래하고 신나게 놀 수 있는 좋아하는 밴드가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다. 신난다! 신나!

https://www.instagram.com/reel/CfWkafQlZM8/?utm_source=ig_web_copy_link

 

박근홍이 ABTB 팬들이 이렇게 열심히 노는 분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상하다 한다. 하하. 아직 두 곡이 더 남았지만, 경품 하나 나올 때까지 뽑는 걸로 해보자 한다. 두 번인가 곡이 나오고 (이건 선곡 무효) 경품이 드디어 나왔다. ㅎㅎ 다음 곡 설명을 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고, 혁조 형이 밴드 만들고 처음 들고 왔던 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나갔을 때 철수 형님이 '단순한 하드락 밴드가 아닌데?'라고 칭찬했던 곡"이라고 Infusion을 소개했다. 제목만 들어서는 노래가 생각 안 났지만, 곡이 시작하자마자 아하~하게 된다. 21세기 시작하고도 16년이나 지난 후에 나온 곡인데, 연주는 옛날 하드락 감성이 넘치는데 세련된 곡 구성과 탄탄한 연주가 이들의 진짜 매력과 실력인 것 같다. 진짜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시대 정신' 목이 터져라 "어쩔 수 없어 외면하고 바꿀 수 없어 포기하려 해"를 같이 부른다. 그들의 대표곡이라 할 만한 곡이 많지만, 공연에서 관객들을 확~ 맛이 가게 하기에 최고의 곡이라 생각한다. 아이쒸. 이러다가 공연 끝나고 목이 쉴 수도 있겠는데? 헤드 뱅잉을 하게 만드는 엔딩까지 끝장이다!

https://www.instagram.com/reel/CfOjAGTlrNP/?utm_source=ig_web_copy_link

 

잠깐 쉬는 동안, 계속 곽상규를 구박한다. 곽상규도 지지 않고 대드네. ㅎㅎ 'Matador'에 대한 이야기 잠깐 하고, 다시 선곡 뽑기. 선물은 안 뽑히고 Artificial, Love of My Life, My People이 선곡 되었다. 다들 똥손이냐면서 액운을 몰고다니는 자기 때문인 것 같다고 자조를 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잘 안 알려졌던 ABTB란 밴드의 데뷰 앨범을 틀면 처음부터 크게 한 방 먹였던 Artificial이다. 음악에 맞춰 헤드 뱅잉에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어후 죽인다. Queen의 Love of My Life와는 전혀 상관 없는 동명이곡이 이어졌다. 어느 곡 하나 멋지지 않은 게 없구나. ABTB는 노래, 연주 모두 훌륭하기도 하지만, 무대가 정말 볼거리가 많다. 모든 멤버들의 적절한 쇼맨십이 우리가 락밴드 라이브에서 기대하는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탄탄하고 화려한 연주와 액션, 관객들도 함께 참여하는 적절한 떼창 등등이 정말 공연을 보면서 락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밴드 중에서도 손 꼽을 만하다. 2집 수록곡인 My People은 중간에 황린의 기타 솔로에서 곽상규가 원곡에서는 들을 수 없던 약간의 양념 연주가 있었던 것 같다. 황린도 연주하다 눈을 번쩍 뜨고 쳐다 봤다.

다음 선곡을 해야 하는데, 곡 3개, 선물 2개가 남았댄다. 이렇게나 선물이 안 뽑힐 수가. 나오라는 경품은 안 나오고 Zeppelin과 무리수, a-void가 뽑혔다. 마지막 남은 경품이 2개 뽑히고 나고 뽑기는 끝났다. 강대희가 daydream이 안 나왔다고 해서, 다시 찾아 보니 종이 가방 바닥에 가려졌었댄다.


이제 진짜 막판을 향해 달려간다. 순서는 무리수, a-void, Zeppelin 순서로 하겠단다. 2집에도 수록되었지만, 전에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무리수. 엔딩을 향해 하이라이트로 끌고 가기에 충분히 드라마틱한 곡이라 하겠다. 2집 수록곡 a-void. 이 곡은 코러스 녹음이 진짜 힘들었다 소개했다. 멤버들이 짧게 짧게 끊어 부르는 코러스 부분이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지만, 중간 이후에 쫄깃쫄깃하게 나오는 기타 솔로와 그를 받치는 리듬 섹션은 정말 감탄하며 보게 된다. 마지막 곡인 'Zeppelin'의 전주를 곽상규가 연주하면서 박근홍이 멘트를 하는데, 곽상규가 박근홍이 멘트를 하려는 순간에 연주를 끊으면서 장난을 친다. 이제 간다고 막 개긴다면서 티격태격. 마지막 선곡에 Zeppelin이 뽑힌 것도 기가 막히네. 원곡이 8분에 육박하는 긴 대곡이라면 대곡인데, 정말 이런 곡을 우리나라 일부 음악 팬들만 즐긴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운 훌륭한 곡이다. 앞 부분은 미드 템포, 중반부의 업템포 + 절규하는 박근홍의 보컬, 그리고 몽환적이고 살짝 느려지는 연주 부분에서 찰진 드럼과 흔들흔들 베이스 연주 위에 쫄깃쫄깃한 황린의 기타 솔로에 곽상규의 틈새를 꽉 채우는 기타 배킹. 정말 눈과 귀가 황홀해진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관객들과 다 함께 '아이! 아이! 아이! 아이!'를 외치고 나면 강대희의 신들린 듯한 드럼 연주. 그리고 이어지는 드럼 박자에 맞춰 반복되는 '짝짝짝!' 박수. 다시 메인 테마로 돌아와서 곡이 계속된다. 정말 최고다! 눈물이 살짝 나려 했다. 이 조합의 이 최고의 연주를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daydream'을 하겠다고 한다. ABTB는 3집 녹음을 마쳤고, 자기가 함께 했던 때와는 다르게 새로운 ABTB를 기대해달라고 했다. 박근홍은 ABTB의 열렬한 팬으로 돌아가 밴드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아~ 여기저기서 나오는 아쉬움의 탄식.

오늘의 마지막 곡 daydream. 마치 연주곡인 마냥 4인의 연주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하~ 진짜 잘 한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정말 그 말만큼 이들의 연주력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이 곡은 유난히 장혁조의 넘실대는 베이스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네. 그런데, 가사도 박근홍이 떠나간다 하니까 더 뭔가 가사도 묘하게 슬프고 허망하게 들린다.


끝없이 드넓은 적막한 공간 속에 / 갑자기 나홀로 내던져진듯이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 건지 /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

짙푸른 창백한 희박한 공기 속에 / 의식을 잃은채 흐름을 따라서

멀어지네 / 하나 둘 사라지네

지금껏 나의 곁을 / 지키던 모든 것이

다 멀어지네

내가 믿던 모든 것들이

멀어지네 / 사라지네

지금까지 나에게만 있던 것들이

멀어지네 / 사라지네

이제까지 나를 이룬 모든 것들이

멀어지네 / 사라지네

이제까지 나를 이룬 모든 것들이

 

꽤나 긴 노래인데 어찌 지나갔는지... 하~

마지막 곡이라고 선언을 한 지라,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바로 앙코르를 외친다.

공연에서 안 한 곡들이 몇 곡이 있는데, 자기네도 그 곡들은 기억도 잘 안 난댄다. 2시간이 지났는데, 시간이 어찌 지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나도 그래!


2시간 내내 앉아서 드럼을 열심히 쳐댄 강대희는 허리가 아픈지 서서 벽을 짚고 허리를 잡고 서 있다. 40대 중반이 되어간다는 둥 이런 시덥잖은 소리를 하더니, 마지막 곡을 장혁조의 힘찬 베이스 소리고 시작했다.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며 시작한 곡은 오리지널 편곡의 할렐루야! 다같이 죽자! I am the Savior x4, 할렐루야 x2 를 목터져라 외친다. 어휴, 황린의 기타는 끝까지 불타오르는구나. You are the Savior로 바꿔 부르면서 절규하는 할렐루야 x2는 정말 짜릿함의 극한을 느끼게 한다. 하. 관객들도 크게 박수로 그들의 여정의 위대했던 1부의 마지막을 축하하고 감사를 전했다.


멤버들은 무대 뒤로 사라졌는데, 관객들은 모두 흥분을 식히며 공연장에서 두리번거렸다. 머천을 파는 매대에 강대희가 바로 나타나더니, 앨범 소개도 하고 판매를 하고 있다. 수고했고 즐거웠다는 인사와 함께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지상에 먼저 나와 있던 박근홍은 나를 바라보더니 "형님 오셨습니까?"라며 꾸벅 인사하면서 아는 체 해줬고, 나는 그 동안 정말 즐거웠고 새로운 밴드 활동도 응원한다고 얘기를 전했다. 사인 해주면서 이름 묻던 장혁조도 내 닉네임(미친도사)를 듣더니 아~ 하면서 알아봐 주고 반겨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이고 두시간이 넘도록 온전히 그들의 음악만으로 즐거웠던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박근홍이 없는 ABTB는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 홍대 앞 락신의 베테랑인 강대희와 장혁조가 젊은 두 명의 기타리스트 황린과 곽상규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ABTB도 기대가 많이 된다. 박근홍의 새로운 밴드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도 조만간에 공연을 봐야겠다. 오늘은 ABTB 공연 후기니까,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얘기는 여기까지만 한다.


이번 공연을 보러 가는 전철 안에서, 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타르야(Tarja)의 마지막 투어를 녹음한 라이브 앨범의 이름  'End of an Era'이었다. 오늘 공연은 밴드 ABTB에겐 분명히 훌륭했던 한 시대의 끝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또다른 훌륭한 새 시대를 만들어 낼 거라 기대한다.


SETLIST - 2022.06.25.

클럽 Bender


1. 할렐루야 (new arrangement)

2. ESC

3. nightmare

4. 가이없다

5. 별헤는 밤

6. tainted

7. Matador

8. Infusion

9. 시대 정신

10. Artificial

11. Love of My Life

12. My people

13. 무리수

14. a-void

15. Zeppelin

16. daydream


[앙코르]

17. 할렐루야

 

애플뮤직에 오늘의 공연 셋리스트로 플레이리스트 만들었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abtb-last-show-with-%EB%B0%95%EA%B7%BC%ED%99%8D-%ED%81%B4%EB%9F%BD-bender-2022-06-25/pl.u-a3d6iPgLK6aW

 


잡담...

코로나가 끝나가서 처음로 핀란드에서 락페도 보고, 우리네 밴드 공연 관람도 이제 시작했다. 하반기엔 좀 여러 공연 보러 다니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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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6-29 09:16:21

뭔가 황린이 탈퇴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보컬 근홍님이 또 나가는군요 ㅎㅎ

후기 잘 봤습니다!!

WR
2022-06-29 09:29:08

슈퍼밴드2 이후에 황린의 거취가 바뀔 수 있지 않나 싶었는데 아직 변화는 없네요. 박근홍의 새 밴드는 도리어 게이트플라워즈 같은 느낌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블루지하고 즉흥적인 날 것의 느낌?

2022-06-29 09:28:14

슈퍼밴드보다 황린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은 ABTB인 것 같고요,
박근홍이 떠난다니 아쉽네요.

WR
2022-06-29 09:30:32

황린은 하드락이 딱이에요. 너무 잘하고 잘어울리고요. 박근홍 없는 abtb는 상상하기 힘들긴 한데 잘 되겠죠?

2022-06-29 12:04:05

게플때 부터 박근홍씨를 알게되어 앨범으로만 접하고있었습니다. 지방민에 삶이 바뻐 직접 공연은 한번도 못갔는데 아쉽네요. abtb 1집앨범은 몇년간 정말 즐겁게 들었습니다. 후기 즐겁게 읽었습니다 생생한 현장분위기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R
2022-06-29 13:27:03

1집은 저도 틈만 나면 듣는 앨범입니다. 이렇게 ABTB 관심있는 분들이 몇 분이라도 계시니 반갑네요.

Updated at 2022-06-29 15:14:25

언제나 열정 가득하시네요.^^ 저도 가끔 아내가 이젠 그만 다닐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지만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ABTB 2집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1집은 게이트 플라워의 박근홍이 있는 밴드라 하기에 관심가지고 들었었는데. 슈퍼밴드에서 황린의 밴드 KARDI 정말 좋아했는데 계속 활동하며 음반도 만들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WR
2022-06-29 15:23:51

공연 다니는 것만큼 건전하고 통쾌한 취미가 없는 것 같아요. 한번 가서 놀고 오면 한두달은 또 버티니까요. ㅎㅎ ABTB에서 박근홍이 제일 유명했었는데, 슈퍼밴드 때문에 황린이 제일 유명해진 것 같아요. 그 날도 슈퍼밴드 참가했던 것 같은 사람 몇 보이더라고요. 황린도 다양한 활동할 것 같아요. 정말 기대되는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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