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마법과 일상이 공존한다고 믿고 싶은 세상
1. 마법
장르불문 작화, 스토리, 플롯, 캐릭터, 분량까지 나만의 원톱인 웹툰을 오늘 아침에 보다가 이 한 컷에 끌렸습니다. 이 작품 때문에 연재를 구독하던 웹툰 여럿을 그만 보게 됐답니다. 만화는 하류문화가 아니라 하류만화가 있을 뿐입니다.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76655&weekday=thu
2. 일상
제가 부리는 일상의 마법은 이런 것입니다.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커피와 함께 나오는 설명카드 몇장과 한국 포장반찬 띠지를 잘라낸 것을 책갈피로 둔갑시키는 것이죠.
자본주의 시대 마켓팅에서 상품디자인은 매출과 직결된 것이고 어떤 상품이든 시선을 끌 수단을 영끌해서 디자인하지요. 커피 설명카드건 반찬포장띠지건 너무너무 이쁘네요.
책갈피로 읽던 책에 끼웠다가 책을 펼 때 그윽한 커피향을 시각과 미각과 후각의 기억을 통해 소환하거나 담백한 나물반찬들의 저작감을 되새김질할 수도 있겠죠.
마법은 규명하지 않고 내버려둬도 해롭지 않고 일상과 공존할 때 그 효용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3. 영어와 한국어는 제게 마법과 일상 같은 것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영문으로 읽으면 뉴욕타임즈 기사같은 정형적인 문장처럼 느껴져서 중단하고 한글판을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책갈피를 늘어놓은 책상에서 펼쳤다가 이내 문장에서 영어의 흔적이 너무 느껴져서 덮었습니다. 이것을 텍스트로 읽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완결 후 드라마로 시청해야겠습니다.
작품성이나 감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직도 험난하고 먼 바이링구얼의 언저리에서 언어적 감수성을 갈고 닦고 싶은 어떤 애독자의 푸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기꺼이 푹 빠졌던 벽초의 임꺽정은 우리말의 대잔치 같았고 아직 못 읽었지만 아마도 김성동의 국수나 김주영의 객주, 황석영 장길산 같은 것은 정말 '애'껴서 읽으려고 합니다.
일전에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요. 울프의 에세이를 읽다가 문장이 현란해서 이런 느낌을 어떤 작가에게서 느꼈었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울프의 에세이 제목이 The Decay of Essay-Writing이었고 번역된 문장을 찾으려고 보니 국내 발간 선집에서는 누락되었네요.
울프의 원문장과 아래 캡처화면의 내용을 보면 영문의 능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영어 압박 죄송합니다)
Almost all essays begin with a capital I—‘I think’, ‘I feel’—and when you have said that, it is clear that you are not writing history or philosophy or biography or anything but an essay, which may be brilliant or profound, which may deal with the immortality of the soul, or the rheumatism in your left shoulder, but is primarily an expression of personal opinion.
아쉽게도 아래 인용에서 영혼의 불멸성이나 왼쪽 어깨의 신경통은 빼먹었네요.
순전히 제 생각인데요. think를 직역하면 '생각한다'가 됩니다.
'생각'은 한자조어죠. 한자조어는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느낌 안드시나요? 아마도 중국어에도 생각이라는 말 말고 다른 단어나 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동사니까 Think! 하면 생각해!로 번역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I think, I feel을 '스스로 머리 굴려서 스스로 느껴서'로 번역하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https://books.google.com/books?id=MXF0EAAAQBAJ&pg=PT239&lpg=PT239&dq=%EB%B2%84%EC%A7%80%EB%8B%88%EC%95%84+%EC%9A%B8%ED%94%84+decay+of+essay&source=bl&ots=y1Md-8-95d&sig=ACfU3U0ggWzRmK0HHaMu6tbwx6tDPH08jg&hl=en&sa=X&ved=2ahUKEwjV8bzN99L4AhVEK0QIHY7sB0YQ6AF6BAgDEAM#v=onepage&q=%EB%B2%84%EC%A7%80%EB%8B%88%EC%95%84%20%EC%9A%B8%ED%94%84%20decay%20of%20essay&f=false
아래 링크는 에세이 저널에서 이 달의 에세이로 선정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의 퇴락에 대한 기사입니다.(영문 압박 주의)
https://commonreader.wustl.edu/c/essay-month-modern-essay/
사실은 영문 '에세이의 퇴락'을 읽으면서 울프가 문장에서 쓴 은유를 온전히 이해 못해 헤매던 끝해 나온 글이니 그야말로 자기본위적인 글은 맞으나 물처럼 순수하고 포도주처럼 순수하지 못하니 즐거움을 드리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울프의 말에 따르면 이런 뻘글도 에세이에 속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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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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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다, 쥐어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