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Cascade pass / Pelton basin 백패킹, 파멸의 지름길 맹신, 과신... 죽을
고비를 이번 등산여행 중에 모면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든 살면서 크든 작든 실수를 합니다.
무엇이든 닥치기 전에 예방하고 직면해서는 슬기롭게 대처하고 살아남아 무용담을 풀 수 있다는 줄거리는 대개 죽기 전의 생각이겠죠.
저는 그래도 다행히 살아남아 기록을 남깁니다.
이번 여행은 워싱턴주의 국립공원 중의 하나인 노스캐스캐이드내셔널파크입니다. 공원이름에 들어있는 노스캐스캐이드를 올라갔다가 반대편으로 내려가서 펠톤베이신이라는 곳에서 캠프를 하기로 했었습니다.
거의 예약하기가 불가능한 곳인데 누군가 취소한 자리를 다시 매진되기 직전에 간발의 차이로 하루 캠핑을 잡았다고 너무 좋아했었습니다.
작년에 폭우로 길이 유실되는 바람에 트레일 시작지점보다 3마일 떨어진 다른 트레일 주차장부터 걸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는데도 풍광의 아름다움이 그 모든 불편함을 압도한다고 경험자들이 입을 모아 찬탄합니다.
아직 눈이 많이 있어서 약간 부담은 되지만 눈이 있으면 모기, 등에 같은 벌레가 덜하니 적당하기만을 기대해야 했습니다.
또 하나 부담은 곰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마운틴 고트(산양)들도 다른 곳의 산양보다 공격적이라는 경험담들이 보여서 한편 많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어 리뷰들을 뒤져 읽고 곰이나 산양들을 맞닥드렸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곰 방울(걸어갈 때 소리나는 것)과 곰 스프레이(캡사이신과 마취제성분이 들어있는 제품)를 챙기면서 꺽어진 등산로 지나 갑자기 곰을 대면하는 일 없이 먼 발치에서 발견해 볼 수 있길 바래 봅니다.
-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3시간 운전, colonial creek campground 1박
- 토요일 아침에 North Cascades National Park Wilderness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미리 예약해 놓은 윌더니스 퍼밋(캠핑 예약증)을 수령 - 인터넷 예약 후 인편 수령만 가능
- Eldorado Peake Trailhead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Cascade river rd 3마일을 걸어서(백팩 메고!) Cascade Pass Trailhead까지 이동, 이어서 Cascade Pass Trail을 따라 Pass까지 올라갔다가 Pelton Basin Campground까지 가서 1박 후 다음 날 차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다는 계획입니다.
다시 3시간 운전해서 집에 와야겠죠? 이걸 왜 하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이번에 힘든 일을 겪고도 또 다음 주(금주는 백신 맞고 쉬려고요) 예약을 점검하며 준비 중이랍니다.
https://www.google.com/search?q=North+Cascades+National+Park&sxsrf=ALiCzsZDx5C37INyCFjHBH-QviDD7fRdrg:1658858982397&source=lnms&tbm=isch&sa=X&ved=2ahUKEwiW9oKjk5f5AhV1IUQIHYmaBhYQ_AUoAnoECAEQBA&biw=1166&bih=1229&dpr=1.5#imgrc=LPvvQ-QYZBFCsM
경치 끝내줍니다. 기분 정말 좋습니다. 날씨 좀 덥고 벌레 덤비기도 하지만 이것은 선계이지 인간계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곰도 산양도 못봤지만 여전히 으슥해 보이는 분지와 주변 숲에서 언제든지 마운틴라이온이나 곰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일정 대로라면 이제 도착해서 텐트치고 쉴 때가 됐습니다. 그런데 길이 없습니다. 아직 눈이 덜 녹아 길이 눈에 묻혀있는 바람에 목적지를 가는 방향을 가늠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정표를 찾았고 근방에 도착했다고 여겼으나 GPS는 아직 더 이동하라 하고 길은 없습니다.
이 때부터 3시간을 넘게 길도 없는 눈밭, 잡목과 바위, 자갈, 넝쿨이 엉겨붙어 있는 절벽 주변 비탈길을 오르락 내리락 뱅뱅 돌았습니다.
비상 호각을 불고 헬프를 고래고래 외쳤지만 메아리 조차 없습니다. 환청 비슷한 것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인기있는 곳이었고 예약이 꽉 찼었지만, 현장에 와보니 도로조건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도와주러 오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이성적이었습니다. 아무도 없고 우리 부부 둘 뿐인 깊은 산속입니다.
반 바지를 입은 덕에 노출된 종아리와 허벅지 무릎에는 긁히고 찍힌 상처가 영화 속 분장 같이 보입니다.
힘이 빠져 의지와 상관없이 자주 주저앉기 시작합니다. 자칫 구르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휴식과 저녁식사가 있다는 생각만 했지 멈춰서서 물 마시며 휴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자각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도중에 곰 스프레이는 넘어지면서 떨어졌는지 분실했습니다.
이젠 곰이 다니는 길로 다니면서 곰을 만나지 않기를 바래야 하는 아이러니에 처했습니다. 곰이나 사슴이 다닌 길이 그 나마 걸을 수 있거든요.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나 도망가지도 않고 빤히 쳐다봅니다. 우리를 비웃는 것 같습니다.
목이 타는 것 같고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합니다. 뒤처져있는 아내를 기다리며 이러다간 둘 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엄습합니다. 저 보다 체력이 약하고 비탈길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내가 지금 믿기 힘든 모습으로 같이 다니고(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쉬자, 먹을 것도 있고 텐트도 있고 걱정할 게 없으니 우리 평평한 곳으로 나가서 텐트치자, 그 전에 좀 쉬자"
체력이 방전된 지 오래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처음에 아니라고 생각한 그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3시간 전에 도착했던 곳으로 돌아가 텐트를 쳤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목적지와는 꽤 떨어진 곳입니다. 텐트치고 좀 쉬고 있으니 그제서야 한 팀이 도착합니다. 우리가 흥분에 들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사람들은 이 사람들 왜 이리 호들갑일까 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저리 평화롭고 즐거워야 했는데 말입니다.
와중에 풍경은 거짓말처럼 아릅답습니다.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도 몸의 긴장이 가라앉지 않아 충분히 즐겨지질 않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맛있게 저녁식사와 와인까지 걸쳤는데도 텐트에 누우니 잠이 오질 않습니다. 어깨가 돌덩이처럼 단단합니다. 한참을 주무르고서야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죽지 않았습니다. 답(정보, 눈으로 확인, GPS기기)을 가지고도 몸을 엉뚱하게 움직이게 한 어떤 판단을 야기한 것(그것도 두 명이서)은 무엇이었는지 복기했지만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엇에 홀렸다'는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산 내려가서 만난 같은 캠핑장이 목적지인 켄터키주에서 온 가족을 만났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래도 너네는 서로 죽이진 않았구나" 말해서 크게 웃었습니다.
나름 흑역사인지라 흑백으로 하나 올립니다. 위 구글이미지검색링크에 아름다운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우측 아래 캠핑장 위치 초록 아이콘, 실제 위치는 좌측 중상부 0.1 표시 아래 쪽. 길이 끊긴 것은 눈 때문이 아니라 길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다른 사이트에서 본 내용입니다.
"네비게이션에 의심스러운 주소 넣고 따라가다가 산 속에서 목적지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듣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항상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목적지에 거의 다 가서는 "내 눈에 보이는 것"을 믿으셔야 합니다. 정확한 주차장 위치와 그 당시 최적의 주차장소까지 구글맵이 알려주지는 않으니까요. 구글맵 별표를 따라가면 네비게이션기계보다는 오차의 확률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 순간은 내 눈을 믿고 판단해야합니다."
출처:
https://usacartrip.com/xe/index.php?mid=usa_board&search_keyword=google+maps&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1909777
http://azkoreapost.com/index.php?mid=AZ_News&l=ko&listStyle=viewer&sort_index=title&order_type=desc&document_srl=2317&page=11
https://usacartrip.com/xe/usa_board/1917577
이 글을 등산 글타래에 포함시키려다 말았어요. 이전 등산 글들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3071992&series_page=1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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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 힘든 경험을 하셨군요 그래도 그걸 다 보상해주고 남을 만큼의 추억만 남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