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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싱가폴의 아파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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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8-19 19:24:35

한국에서는 물난리가 났는데, 이런 거 올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혹시 관심있는 분들도 있을까봐서요.

 

싱가폴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이 존재하는데, 단독주택도 있지만 이곳은 땅이 부족한 나라에 사는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곳이라 일반인들은 들어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다들 아파트에 삽니다. 그 아파트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주택공사에 해당하는 Housing Development Board (HDB)에서 만든 flat들이 있고 일반 사기업이 시공한 condo가 있습니다. 

 

전자는 주로 매매 위주로 시장에 나오고, 렌트도 약간 나오는데, 외국인들이 들어가 살기 쉽지 않습니다. 렌트가 많지 않기도 하고, 외국인의 구매시에는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며, 나중에 팔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야지 팔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트의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싱가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노후가 빠르게 되고, 대부분 베란다(발코니)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벌레가 많이 살고 있어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처음에 큰 바퀴벌레를 보고 기겁하는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당연하게 가격은 최근 많이 올랐음에도 저렴한 편입니다. 절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아니라 서울 등 세계 대도시 중심부의 집값에 비하면 그렇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은 주로 콘도에 살고 있는데, 이게 참 골때리는 주거 공간입니다. 일단 가격 자체가 엄청납니다. 매매, 렌트 둘 다 너무너무 비쌉니다. 뭐 이런 아파트에 그렇게 돈을 많이 쳐받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싼 가격에 걸맞게 이름도 참 섹시하게 지어놓습니다. 예컨데, The Marq on Paterson Hill, The King Grove, Thomson Impressions, Parc Vera, Parc Rosewood, Woodhaven, The Nautical, Casa Fidello, Orchid Park, Rivershire, Watertown, Haig Residences, La Vida, Rangoon 88, The Terrace, Austville Residences....구글 맵에서 검색해보면 다 나옵니다. 

 

무엇보다 싱가폴 콘도가 대부분 다 공유하는 특징이라면,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런데 헬스장은 몰라도 수영장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이게 공간을 엄청나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은 아파트 부지의 2/3가 수영장인 경우도 있습니다. 가보면 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각 동마다 하나씩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 수영장 때문에 관리비도 상당합니다. 

 

만약 수영장을 없애버리고 가격을 좀 낮추고 관리비도 다운 시킨 콘도가 있다면 좋겠는데, 그런 곳이 거의 없습니다. HDB flat에 사는 싱가폴인들 중에는 돈 벌어서 혹은 성공해서 콘도를 구매하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 많다더군요. 아마 그런 분들이 여유롭게 수영하며 럭셔리하게 사는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큰 수영장이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 더 마르크 언 패터슨 힐에 사는 사람이야"...랄까요.

 

 

 

 

 

 

 

 

 


 

그런데 이 수영장 딸린 비싼 콘도들도 그렇게 관리비를 많이 받지만, 싱가폴의 열대우림성 기후로 인해 노화가 꽤 빨리됩니다. 같은 시기에 지어진 한국 아파트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2016년에 지어졌다는 콘도에 사시는 어떤 분을 만나고 왔는데, 완공된지 6년밖에 안되었는데, 빗물이 흘러내린 자국과 곰팡이의 증식으로 건물들 모양이 그닥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지어진 콘도일수록 공간이 작게 나옵니다. 방들도 작고 주방은 더더욱 작습니다. 가보면 이런 작은 집에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받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새 콘도가 비싼데 면적은 코딱지만해요. 게다가 수영장은 넓은데 동간 간격은 좁아서 앞동의 일상이 다 보이는 곳도 많습니다. 아니 수영장 없애버리고 동간 간격 조정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최근 완공 콘도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보다 "럭셔리 라이프"에 대한 욕망이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더 오래 있게 될 것 같은데, 집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적당한 정도의 돈을 주거비로 지불하고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은데 뭐 다들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엔 그냥 다 업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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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2-08-11 11:10:32

어차피 동간간격, 건물간 간격 때문에 건물 사이에 빈 공간은 있을수 밖에 없고 싱가폴이 워낙 더운 나라라 수영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지 않나 싶네요. 

WR
Updated at 2022-08-11 11:13:18

동간격 10미터도 안되는 콘도들 많습니다. 그래서 더운데 다들 커튼치고 삽니다. 물론 안에는 에어컨 틀어놔야죠. 전기세등 비용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런 콘도도 수영장은 최대한 크게 짓습니다.

3
2022-08-11 11:13:57

 싱가폴 호텔에서 한 번 묵었는데, 

층간소음은 기본에 벽체가 얇아서 옆 방 물내려가는 소리 엄청나더군요.

1
2022-08-11 12:22:23

미국은 목조주택이라 더 심하죠 ...

일본도 마찬가지....

미국서 잠깐 공부 시  일본문화가 나오는 수업 중  일본은 옆방에서 나는 소리를 아예 무시한다고...

 

한번은 미국 여자 대학생이 아침에 만나는데  귀를 막으며  ㅎㅎ 

하숙하고 있던 집 주인부부가 밤새 소리를 내서 고통스러웠다고^^

2022-08-11 13:04:18

그렇군요. 그래서 미국인들이 단독주택을 더 선호하는가요? ^^

2022-08-11 13:18:59

미국 일본은 목조주택이 대다수라 층간소음에 대하여 우리만큼 민감하지 않은거죠

2022-08-11 11:19:25

싱텔 아이들과 프로젝트하면서 꽤 오랜기간 머물었는데 옥상에 테니스장 있는게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1
2022-08-11 11:28:31

싱가폴에도 괜찮고 주거 공간도 넓은 집들은 많은데 가격이 문제인거죠.

제 사촌 동생이 싱가폴 사는데 가정부 둘에 유모 둘까지 고용하고 꽤 넓직한 집에서 삽니다.

싱가폴도 돈만 있으면 살기 괜찮은 곳인데 항상 돈이 문제인거죠.

WR
2022-08-11 11:33:44

다운타운에 있는 넓직한 콘도라면 문자 그대로 무시무시한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개인돈으로 구한다면 말이죠.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온 분들 중에는 회사에서 콘도를 제공해 주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더군요. 그런 분들은 꽤 편하게 생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회사에서 지불하는 돈 만큼의 일을 해야겠죠.

2022-08-11 11:38:17

제 사촌 동생은 한국계 영국인이고 세계 3대 투자 은행중 한곳의 경영진이라 연봉이 좀 많이 높습니다.

한국 주제원들이 다니는 회사 사장들 월급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정도 수입이라 뭐...

WR
2022-08-11 11:40:53

서양권에서 온 경영진들 대부분 회사에서 콘도와 차량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메이드는 한달에 1000불 정도라서 어렵지 않게 구합니다. 

Updated at 2022-08-11 11:46:37

제 사촌 동생의 경우에는 자신 소유의 집이 싱가폴에 있습니다.

회사에서 의복등의 구입에 사용하라고 지급되는 품위 유지비가 년 5억정도 되니 보통 월급쟁이들 급여랑은 차원이 많이 다르죠.

2022-08-11 11:40:30

Flat 이라는 개념이 아마도 영국에서 나온 듯 합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Flat은 서민층 빈민층이 많이 사는 형태의 주거라 우리나라 아파트도 그럴거라는 오해들을 많이 하더군요. 마치 동유럽의 아파트들 처럼요.

그런데 막상 와서 보면 놀랍니다. 

WR
2022-08-11 12:32:07

서울에 있는 구축 아파트들은 가격은 놀랄정도지만 시설은 그냥 그렇더군요. 영국 flat들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런던에는 다 flat이건 뭐건 다 비싸죠.

2022-08-11 12:37:06

구축들이야 그렇죠. 특히 재건축을 바라보는 곳들이라면.

2022-08-11 11:45:54

흥미로운 글 잘 봤습니다.

저는 싱가폴 가 본 적 없는데, 수영장 문화 정말 독특하네요. ㅎㅎㅎ

WR
2022-08-11 12:33:54

감사합니다. 수영장에 진심인 나라랄까나. 근데 참 쓸데없죠.

1
Updated at 2022-08-11 12:03:14

제 친구가 부모님과 함께 3층 단독주택 사는데 집 좋았어요. 부자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부자인줄은 ㅎㅎ
그 집도 좋았는데 센토사섬 럭져리 단독주택 지나가면서 저런건 99년 임대에 300억이라고 하더군요. 땅에 따라서 소유할 수 있는곳과 99년까지 임대할 수 있는곳이 있다던데 좀 신기했어요.

1
Updated at 2022-08-11 12:02:17

HDB 가격이 많이 비싼데 대신 정부 지원을 받으면 큰돈 안들이고 입주는 가능하다고 하는 거 같아요 게다가 개인 연금을 주택에 당겨 쓰는 제도도 있다고 하구요 결국 대출에서 연금 당겨 쓰는거라는 말이긴 하죠 그리고 보여주신 깨끗한 HDB 말고 진짜 서민들 HDB는 정말 좁고 낡았어요 홍콩보다는 좀 나은 거 같지만 정말 좁고 낡았더라구요 아파트 노화가 빨리 되는 건 맞는거같아요

WR
2022-08-11 12:30:54

위 사진 HDB가 아니라 콘도 사진들입니다. 서민들 사는 작은 HDB는 시설이 후지고 가격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더군요. 그런데 여기도 코로나 기간동안에 많이 올랐다네요.

2
2022-08-11 12:03:05

2012년에 여행 다녀왔는데 히포투어인가 덕투어인가 둘 다 해서 어떤 건지 기억나지 않는데 

수륙양용차를 타고 싱가포르 시내 투어를 하는 중 

기사님이 안내 방송을 해주시는데 손으로 어떤 건물을 가르키면서 

저 아파트 한채가 원 헌드레드 밀리언 달러라고 하길래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환율로 싱달러가 우리돈 9백 몇십원으로 천원이 좀 안되는 정도였으니까  

대충 백억 가까이 된다니...

1
2022-08-11 12:27:17

제가 2008년에 싱가폴 콘도에 사는 친구집에 몇일 있을 기회가 있었는데(주신정이라는 한국고기집근처였어요) 주말아침에 정말 수십명의 가정부들이 고용주들의 차를 세차하러 아침일찍부터 나오더군요. 그러고 월급 30만원.

WR
2022-08-11 12:33:08

메이드 월급 최소 1000불 정도는 되요. 요즘 환율로 한국돈 90만원정도.

2
2022-08-11 12:49:05

제가 갔을 때는 주말에 많은 여자분들이 도로 주변 인도나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나무 그늘에 있길래 당시 묵었던 한인민박 주인한테 물어보니까 

그들이 메이드들인데 주말엔 집주인 가족들만의 시간을 갖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같은 주변국에서 돈 벌러 온 분들이 집에 못 가고 

주인집에서 나와 거리에서 햇빛을 피해 쉰다더라고요.

2022-08-12 23:56:21

비인간적이네요

2022-08-11 12:28:12

싱가포르 콘도 에어비엔비 한 적 있는데 땡 여름에도 수영장에 사람 하나 없더군요. 잘 놀다왔는데 그런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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