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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삼겹살 사려고 줄섰다가 드라마 한씬이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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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22:32:32

 

 

지난주, 집 근처에 정육점이 새로 오픈했습니다

 

오픈 기념으로 지난주 금토일. 이번주 금토일 동안 국내산 삼겹살 한근 6900원, 

국내산 목살 한근 6900 원 판매 이벤트를 했죠

(소고기류도 엄청 싸게 파는듯 했지만. 제가 소고기엔 관심이 없어서 돼지쪽 가격만 기억납니다)

 

 지난주 주말쯤부터 정육점 앞을 지날때마다 거의 하루종일 40~50 여명씩 꾸준히 줄서서 고기 구입을 하시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유명한 맛집이건 이벤트건 오래도록 줄을 서야 하는건 무조건 안하는 주의였지만 

 

오늘 이벤트 마지막날... 어머니가 거기 고기 싸니까 목살 세근만 사서 집에 가져오라고 깨톡을...ㅠㅠ

(제가 사는곳과 부모님 집이 도보로 10분거리라서)

 

 불가피하게 50여명이 서있는 줄의 맨 뒤에 서서 줄을 서게 되었습니다

제 차례까지 오는데 대략 50분 정도 걸렸네요.

 

50분동안 기다리면서 마치 드라마의 한씬을 연상시키는듯한 일을 몇개 경험하게 됩니다.

 

 

1.

 

줄을 서있는 제 뒷쪽으로 주민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너네들은 엄마 심부름 온거야?" (돌아보니 초등~중등정도로 보이는 아이 세명이 제 뒷쪽에 줄서있었고)

그러자 아이들 엄마가 대답합니다

"아~ 저희 애들이에요~ 한사람당 세근만 판다고 해서... 한사람당 세근씩 따로따로 사려고 애들 같이 왔어요~~"

 

고기를 싸게 파니까.. 한방에 12근을 사려는 아주머님이 가장 먼저 기억에 남았습니다.

 

 

2.

 

가게앞에 그전에는 안보이던 전단지 돌리는 알바생이 두명이나 있더군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얼핏 봐도 중학생? 많이 봐줘도 고1 정도 되는 여자 알바생 두명이었습니다

잠시후 정육점 사장님이 나오시더니 알바생들에게 힘내라고 음료수를 건네 주십니다

그때 알바생이 사장님께 질문을 합니다

 

"사장님 여기 삼겹살 한사람당 삼근까지만 판매 한다고 얘기 하면 되요?"

 

전단지에는 "한사람당 삼겹살 3근까지만"  이라고 써있는데... 알바생은 그걸 "삼근" 으로 말하더군요..

 

 

3.

 

지난 금토일. 이번 금토일 6일씩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보니... 정육점 옆에 김밥가게 출입문 앞쪽을 사람들이 줄로 막아서고 있었는데.... 

오늘 줄서서 보니까.. 김밥집앞 출입문쪽 2미터 정도를 공백(?)으로 건너 띄고 줄을 서 있더군요

창문너머로 보이는 텅빈 가게의 김밥집 사장님은 인상을 쓰시며 계속 밖을 내다보고 계시고

 

김밥 사장님의 항의였는지... 정육점 쪽의 자발적인 죄송함때문에 달라진 풍경인지는 모르겠네요

역시나 이와중에 줄서있던 사람들 몇몇은 김밥집 앞 벌어진 간격을 보며

 

"아 쫌 앞으로좀 가요~!! 거기 자리 많이 벌어졌잖아요~!!"

(그러자 다른 주민이)

"저기 김밥집 입구잖아요~! 남의 가게 앞 막으면 안되죠~"

 

 

 4. 

 

제가 20여분 정도 줄을 선끝에 그 김밥집 출입문쪽즘에 다다랐을때....

2미터쯤 벌어진 그 김밥집 출입문쪽 제 앞으로.... 어떤 아주머니께서 스윽~ 새치기를 하셨.......

저 아줌마가 양심없는 새치기꾼인지.... 아니면 언뜻 봐서는 줄이 저 앞에서 끝나 있으니까.. 저기가 맨 끝인줄 알고 서신건지 상황이 좀 애매~해서 아무말도 못했.....ㅠㅠ

 

 

5.

 

50 여분의 기다림끝에 드디어 정육점 계산대앞에 거의 도착했고, 제 앞에 한명 남았습니다

제 앞에 있던 아주머니께서...(아까 그 새치기(?)한 아줌마... 손에 전단지 들고 있음)

"삼겹 네근하고 목살 네근 주세요~"

그러자 정육 사장님께서

"죄송한데 한사람당 세근까지만 구매하실수 있으세요~ 거기 전단지에 써있잖아요" 

그러자 아주머니..

"안되요~! 여덟근 필요하단 말이에요~"  

정육 사장님은 난처한 표정+ 답답한 표정으로

"죄송해요~ 한분당 세근까지만 구매하셔야 해요~"

"안된다니까요~ 삼겹 네근! 목살 네근! 살려고 지금 한참 줄서서 기다렸는데..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는 법이 어딨어요!! 그럴줄 알았으면 이렇게 오래 줄 안섰지~~!!"

 

그 아줌마... 대략 30여분 정도 줄서있으면서 30분내내 전단지 계속 보고 계셨는데...[한사람당 세근까지] 이걸 못봤을리가 없는데.... 

아주머니의 그 답답한 행동에 속터지고... 하필이면 50분동안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제 앞까지 다왔는데... 바로 제앞에서 그렇게 시간을 지연시키니까.. 더 열불나고...ㅠㅠ

 

 

 

 

 

돼지고기 사려고 50여분동안 줄서본게 생애 처음인데...

생애 첫경험을 하다보니... 나름 드라마틱한 여러 상황들까지 경험해 보게 됬네요..^^

 

 


님의 서명
40살이 넘도록 여자손목을 못잡아봤지만...
조금 불편할뿐 부끄럽진 않지가 않다면 않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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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Updated at 2022-08-14 22:40:58

사흘 나흘 글피를 모르는 대학생도 있습니다.

제법 공부한다는 고3이 주상/재상/주군도 모르고...

의대를 목표로 하는 고3이 정미소가 사람이름이냐고 되묻더군요.

한자를 안배웠다고는 하지만 요즘 학생들 어휘력은 영어가 국어보다 나을거에요.

WR
1
2022-08-14 22:48:43

각종 예능등에서는 기초.기본 상식을 모르거나 맞춤법등을 너무 심하게 모르면.. 

그것이 웃음 포인트가 되고....그런 연예인들이 나름 인기(?) 예능인이 되는 경우를 항상 볼수 있는데..

볼때마다.. 너무 기본적인걸 모르는게 돈이 되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하더군요..

너무 기본적인걸 모르면 모를수록 (그런걸로 웃음을 터트릴수록) 예능판에서 불러주는 횟수가 많아지니까.. 본인들 스스로도 챙피하거나, 배워야겠거나.. 하는 생각을 안하게 되는듯도 싶구요  

2
2022-08-14 22:47:52

내세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염라대왕 앞에서도 그렇게 소리 빽빽 지르며 우길수 있는 스킬이 있어야 할 텐데요. ㅎㅎ ;;;

WR
1
2022-08-14 22:50:39

정육 사장님께서 나름 친절하게 재차 "한사람당 세근" 말씀을 해주셨는데도

"안된다니까요!!" 이렇게 말하는걸 보면서 없는 혈압이 저도 생길뻔..... 정말 자영업자분들 고생이 많으시구나도 느끼게 되구요...

 

2
2022-08-14 23:11:15

저런 진상만나면 정말 진빠질듯 해요.......

진짜 몰상식합니다..;

WR
1
2022-08-14 23:18:41

처음에 새치기 할때만 해도 알고 그런건지 모르고 그런건지 긴가민가 했는데..

막상 저렇게 속터지는 우기기를 시전하는거 보니까... 역시나 새치기 한게 맞았구나~ 싶더군요...^^;

2022-08-15 00:26:55

결국 네근 사갔나요?
그런데 이런게 먹히니 문제예요.
한근도 안팔아야 하는데..

WR
1
2022-08-15 00:38:03

아주머니 목소리도 크고.. 잠시 소란은 있었지만

정육 사장님도 끝까지 안된다고 원칙을 지키셔서.. 결국 목살 세근만 사가는걸로 끝났습니다..ㅎㅎ

1
2022-08-15 01:23:04

이름은 석자, 빠진 내 코 길이도 석자, 혀 길이는 세치, 심장 뛰는 건 두근반 세근반이죠.

이름 3자, 내 코가 3자, 3치 혀를 조심하고, 내 심장이 2근반 3근반.

도량형으로서의 척관법이 실생활에서 사라진 지 수십년이 지났으니 청소년들은 당연히 읽는 방법을 잘 모를 것이고

예전에도 길이나 무게 단위로 척관법 쓸 때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으니

지금 애들이 3근이라 씌여있으면 삼근이라 발음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석자 두치, 한근 넉냥

2022-08-15 07:22:13

사탕님 엄청 오랜만에 뵙는것 같아요.

WR
2022-08-18 23:05:00

개인적으로 작년부터 지금까지 좀 많이 힘든 일이 있어서.....멘붕 상태에 빠져있답니다.ㅠㅠ

어떻게든 멘탈부터 회복해보려고 디피에 평범(?)하게 글쓰는 것부터 해보려 합니다..^^:

어쨌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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