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맨유가 카세미루 영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
태클 마스터
이적료 최소 6,000만-최대 7,000만 파운드(약 949억-약 1,107억 원). 주급 최소 35만 파운드(약 5억 5,372만 원 이상). 계약기간 4+1년(연장 옵션).
30세가 된 카세미루의 영입 건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는 중입니다. 당장 제 머릿속엔 머니볼과 세이버메트릭스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아르센 벵거의 선수단 운영 지론이 떠오릅니다. “수장이라면 선수의 나이가 30을 가리킬 시점에 판단을 해야만 한다. 아무개가 슈퍼스타라고 한들 출전시간을 줄여나가야만 한다. 신체적 노쇠화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며, 이에 따라 그라운드 위에서의 출력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선수단 불화를 일으킬 만큼 해당 선수가 출전시간 감소에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팀에 반드시 남겨야만 하는 자원까진 아니다‘란 판단이 든다면 다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고점에서 다른 팀에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상기한다. 다른 클럽으로부터 적절한 오퍼가 있을시 과감하게 팔아치워라.” 여기에 따르자면 레알 마드리드는 당장의 성적과는 상관이 없이 장사를 잘한 것입니다. 맨유는 모험을 걸었다고 봐야만하겠죠.
이제 맨유가 노리고 있는 효과에 대해 간략히 언급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ᛰ1.
-----X--------맥토미니-----
--------프레드-------------
이 환장의 라인업에서
-----X---------프레드-----
--------카세미루-----------
로 바뀌는 거다.
‧ 나사 두 개는 빠진 프레드가 살아날 확률이 높아진다. 프레드의 장점은 빠른 속도, 심장 두 개쯤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활동량이다. 프레드의 경기는 직관을 할 때 잘 드러난다. 그라운드 전체에 걸쳐 미친개처럼 뛰어다닌다. 장점은 상대 공격의 진행을 패스의 시작점부터 슈팅하는 그 순간까지 어느 타이밍에서든 지연시킬 수 있단 것이고 단점은 정말 개처럼 움직여서 불안정성이 높단 사실이다.
프레드의 장점은 대표팀에서 뛸 때 잘 드러난다. 카세미루는 프레드가 싼 똥을 부지런히 치우면서 포백라인을 보호한다. 카세미루는 그러한 능력을 지닌 사내고, 이러한 스타일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9시즌 이상 활약하며 리그 3회, 챔스 5회 우승을 거두는 동안 원 볼란치로서 세계 최고의 선수란 찬사도 받았다. 프레드. 사냥개는 자신들 뒤에 든든한 주인이 있을 때 심장이 웅장해지기 마련이다. 그것들은 설사 상대가 호랑이라도 주인이 지켜줄 거란 믿음이 있기에, 더 맹렬하게 짖고,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 수 있다. 카나리아 군단에서 카세미루와 함께하는 박투박으로서 프레드의 장점이 빛이 날 수 있는 이유다.
단점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미 맨유에서 한 시즌 이상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중원의 허리라인 자원들 면면을 보자면,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커버해주고 장점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능력자가 없단 사실을 알 수 있다.
ᛰ2.
---L. 마르티네스-----맥과이어---
이 약점 확실한 센터백 라인업을 보호하기 위해
---카세미루--------맥과이어---
---------L. 마르티네스-------
의 그림이 그려진단 소리다.
‧ 카세미루 영입을 통한 대표 수혜주는 프레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카세미루의 포백 보호, 프레드의 전방위 압박은 최종 수비진영에 숨을 고르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준다. 시작부터 고가의 실패한 영입이란 비난을 듣고 있는 단신+프레임 얇은 센터백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카세미루 영입을 통한 또 다른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EPL에서 리산드로는 포백 시스템 안에서 생존할 수 없는 선수일 수 있다. 실제로 시즌 초반부터 그리 대단한 능력을 지니지 못한 떡대들에게도 엄청나게 휘둘리는 모습을 노출(상대는 리산드로를 향해 노골적으로 높은 크로스를 올렸고, 공중볼 경합에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완벽하게 압도를 당함)했는데, 케인이나 홀란드 같은 힘과 높이 그리고 기술까지 갖춘 S급 센터포워드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스토퍼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수미---스토퍼---
---------------스위퍼-------------------
리산드로의 장점은 좋은 시야와 정교한 발이다. 빌드업의 시발점이자 최후방 지휘자로서의 능력은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쓰리백의 일원이라면 EPL에서 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두 명의 떡대가 리산드로의 약점을 보호해주고, 리산드로는 스위퍼가 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빌드업+패스길 차단+태클 등)에 집중하란 주문이 가능해진다.
ᛰ3.
---브페/에릭센 중 하나---------프레드---
--------------카세미루--------------
예컨대 세 명의 미드필더를 쓰는 경우
--브루노 페르난데스-----크리스티안 에릭센--
----------카세미루---프레드------------
네 명의 미드필더를 쓰는 경우. 만들어낼 수 있는 작전이 많아진다. 안정감 배가는 물론이다.
‧ 카세미루와 프레드 라인이 대표팀에서의 위력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면, 나사 한 개씩 부족한 브루노 페르난데스나 크리스티안 에릭센 레벨의 선수들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게 가능해진다. 1+1+1<3이던 시절이여, 안녕.
ᛰ4.
레알의 카세미루와 바르샤의 부스케츠, 상이한 스타일의 두 세계적 수미(물론 34세의 부스케츠는 탈장 등의 이유가 결합이 돼 노쇠화가 아주 많이 진행된 상태다)는 오래 전부터 서로가 서로를 리스펙하고 있다
‧ 많이들 오해하는 말이 있다. ‘카세미루는 기술적으로 투박하다.’ 맞다. 투박하다. 단, 카세미루가 투박하단 소리는 대표팀이 브라질이고 소속 클럽이 레알 마드리드였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맨유 수준의 클럽에서 뛰는 데 있어서 카세미루의 기술적 완성도는 전혀 투박하지 않을 것이다. EPL에서 카세미루의 단점으로 그런 소리가 나올만한 팀은 맨시티 한 팀뿐(펩빡이는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의 이상이 확실한 관계로 카세미루 유형보다 과거 페르난지뉴나 현 로드리 타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수비력도 수비력이지만, 빌드업 능력을 중시한단 뜻)이다.
ᛰ5.
빡빡이의 순애보인가 스토커의 미저리인가
‧ 지금 시점에서 카세미루 영입에 따른 가장 큰 리스크는 S급 수비형 미드필더의 나이가 아니라 텐 하흐가 아닐까 싶다. 더용에 대한 변태적인 집착,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이뤄내고야 만 리산드로의 영입, 이제 안토니 영입 목소리까지. 그는 아약스에서의 영광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약스의 모든 걸 맨유로 이식하고 싶단 욕망이 얼핏 보이는데, 말을 바꾸면 플랜 A만 갖고 있단 소리가 된다. 더용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카세미루를 잘 써먹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인 이유다.
솔직히 말해서 난 카세미루의 영입을 헛소리로 봤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활약하는 이제 나이 30세가 된 S급 선수가 유로파 리그에서 뛰어야만 하는 클럽에 왜 오겠는가'란 생각 때문이었다. 이 루머가 현실화가 돼가고 있는 이유가 뭔진 모르겠다. 도전정신 때문일 수도 있겠고, 6억 원 수준의 주급을 무시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으며, 클럽에선 정말이지 모든 걸 차고 넘치게 이뤄낸 선수이기에 선수로서 남은 단 하나-월드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대표팀의 짝인 프레드와 장기 합숙훈련을 하기 위함인지도, 아니 확실한 거 하나는 '내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란 사실이다.
이제 30세의 선수임에도 클럽에서의 커리어는 이미 차고 넘치게 다 쌓은 선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엄청난 주급을 보장하든 초상권 양보와 같은 혜택을 주든, 그러니까 커다란 옵션을 준비하지 않는 한 카세미루 레벨의 선수-월클 중에서도 월클인 선수가 맨유 수준의 팀에 올 일은 없다. 때문에 난 여전하다. 클럽과 선수 간 계약서에 사인이 이뤄졌다란 공식 브리핑이 있기 전까지는 ‘카세미루가 맨유로 갈 일은 없을 것이다’라 생각할 것이다.
-나가며
카세미루가 맨유로 이적하게 되면 뒷덜미가 서늘해질 팀들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참가 티켓을 두고 다투고 있던 첼시-아스널-토트넘 이상 세 팀(어차피 맨시티와 리버풀은 뺀, 남은 두 자리 경쟁 아니겠는가)입니다. 맨유의 현 스쿼드에 카세미루 한 명을 놓고 그림을 그려보니 향후 팀을 어떻게 보완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가닥이 명확하게 보이는 느낌 아닌가요?
글쓰기 |
근데 레알이 팔 의사가 있긴 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