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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Berkeley park/Mt. Skyscraper 하이킹, 나는 누구 지금 무엇을 그리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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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9-16 13:42:16

달력을 보니 올해는 줄기차게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스노슈잉을 처음으로 맛봤고 엄두도 못냈었던 겨울산행의 만만한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디론가 향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겨울에는 스노캠핑을 시도할 것입니다.

 

이른바 그랜드 써클이라 불리는 자이언, 브라이스, 그랜드캐년 미국 국립공원의 유명한 트레일을 하고 미 서북부(퍼시픽노스웨스트 : PNW) 워싱턴주의 홈타운으로 돌아왔는데 이곳이 더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하이킹으로 시작해서 1박2일, 2박3일 백패킹으로 발전하더니 차박까지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차박용 아이템들을 배달받아 차에 설치하는 중입니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 차에서 자거나 인근에서 예약이 필요없는 캠핑을 한다면 더 멀고 외진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운동을 해도 방해가 됐던 고질적인 허리 문제가 해결되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몸매(?)도 나아졌습니다. 몸이 이겨내니 자신감이 더 붙습니다. 막연한 곰에 대한 두려움도 현저하게 달라지더군요. 물론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란 것 아시죠? 이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써봐야겠습니다.

 

안락한 집을 두고 주말이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장거리 운전과 비지땀과 모기떼가 부록으로 붙는 산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산에 가면 단순해집니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과정이 있습니다. 어느 시점, 어느 위치, 지금 무엇을이 확실합니다. 무엇인가를 그때 바로 하지 않으면 과장 보태서 '죽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그때 그때 해야 하는 활동에는 등산 도중 물 마시며 10분간 휴식, 불멍, 막연히 해먹에 누워 한 시간 푹 쉬기 등 패시브한 액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라고 추가합니다^^)

 

산수 감상하며 산책하는 수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각입니다. 쓰러질 것 같은 피로감,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무게, 깊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봐야 알 수 있는 목적지의 절실함, 등을 산행에서 겪어보니 매 산행은 인간의 몸으로 하루살이의 일생을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단순화된 하루의 삶에 필요한 것은 튼튼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과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입니다.

 

최소한의 것들을 소유한 상태에서 바로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확실히 정해져 있습니다.

 

일상이라는 것이 사실 저런 산행에서의 함축된 모습이 이어진 것이라 한다면, 허무하고 우울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필요 이상의 것들이 내 몸과 마음과 주변의 관계 속에 쌓여있고 '지금 내가' 뒤에 붙을 어떤 단어를 가리고 있으며 무심한 일상을 지나며 어느새 부풀은 아랫배(임신 아닙니다^^)처럼 불필요한 것이 불필요한 것을 확장시키는 것 아닐까요.

 

산행에서 돌아오면 일상의 복잡함 속에서도 지금 당장 무엇을이 전에 비해 뚜렷해집니다. 일상이 늘어지지 않고 주말이 빨리 옵니다. 이는 취미에 경도되어 주말을 요원하던 느낌과는 다릅니다. 산행에서 배운 생활의 태도가 일상에서도 적용된다는 말입니다. 

 

짐을 꾸리다 잠시 한숨 돌리며 썼습니다.

 

레이니어 산 둘레길 '원더랜드' 트레일입니다. 매년 추첨에 도전하는데 이제 정말 당첨되고 싶습니다. 

 

 

최근에 올라갔던 스카이스크래퍼 산 모습

 

스카이스크래퍼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 오른쪽 위에 레이니어산 자락의 에먼스 글래시어(빙하)가 보이네요. 앵글 위의 레이니어산 정상은 구름이 짙어 안보입니다. 

 

버클리파크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 야생화 군락지, 절정기는 지났어도 여전히 장관입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짤입니다. 

 

캠핑장에 있는 야외화장실, 벽이 없어 사방천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지나다 보면

 

이런 곳도 있지만

 

나를 쳐다보는 익숙하지 않은 눈길을 느끼기도 합니다. 

 

꼬리 때문인지 실버팍스라는데 제 사진이 아닙니다. 저는 앞모습만 찍어서 블랙팍스라고 불렀거든요. 지금 보니 제 사진에도 꼬리가 보였네요. 해상도가 너무 낮아 다른 사진을 찾아왔습니다. 같은 날 같은 곳 같은 여우는 분명합니다.  

 

대신 직찍 동영상입니다. 여우짓 좀 보세요.

GIF 최적화 ON 
9.5M    1.3M

 

사진 출처의 트레일 리뷰에 나오는 

"One excited couple told me they'd spotted the bear that's been hanging around... unfortunately I never saw it myself." 내용은 저희 일행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출처: 

https://www.wta.org/go-hiking/trip-reports/trip_report.2022-08-13.3667528715 

 

오늘은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신밧드의 두근거림을 생각합니다.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 또 떠나갑니다.

 

https://youtu.be/LmWacYs-cPA?t=10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

신밧드야 오늘은

어디로 가나

우리 모두 듣고 싶다

얘기 보따리

펼쳐라 펼쳐라

너의 모험담

불끈 불끈 용기가

용솟음친다

어딘지 모르는

신비의 나라

우리 우리 가고 싶다

모험의 나라로

펼쳐라 펼쳐라

너의 모험담

불끈 불끈 용기가

용솟음친다

어딘지 모르는

신비의 나라

우리 우리 가고 싶다

모험의 나라로

님의 서명
https://easyread.tistory.com/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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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2-08-20 02:47:00

 ㅎㅎㅎㅎㅎ 

추첨의 싸이즈가 너무 다른 세상이라 잘 와닿지를 않아요.^^  

빛 좋은 달나라 같습니다.  

 

여긴 추첨하면 끽해야 휴양림 인데요..    마니 댕겼던 데지만요.

제가 지금 거처하는 아파트 거실에서 보는 정경이 휴양림하고 비슷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있는데요.  

님의 글을 읽으면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거든요.^^   

 

Wild Life..    우..   진정한 의미로 그거 하나는 알지요.  

 

전에 알켜 주셨던 미라클 벨리에 미국판 버전을 결국 이제야 4K로 봤네요.  

그거 보며 님 생각을...   ㅎㅎㅎ  

 

WR
2022-08-20 03:05:59

당첨되면 캠핑스케쥴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무작정 당일취소분을 줏는 경우도 있는데 장기 스케쥴이 체력에 맞게 얻어걸리는 경우는 정말 희귀하거든요.

저는 뒤늦게 베터콜사울 정주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킹배드는 멈추지 않고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면 베터콜사울은 끊어봐도 포인트가 뚜렷하더군요. 그게 못마땅해서 간과했었는데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네요.

2022-08-20 03:09:44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1
2022-08-20 03:03:52

신밧드의 모험 주제가 오랜마니네요

저도 캠핑에 한참 빠져있을때 나는 왜 캠핑이 좋을까? 하고 자문해본 적이 있었지만 명쾌하게 정리는 안되더군요 다만 새벽녁 가는 빗줄기가 텐트 벽을 때리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어 한창을 듣고 있다가도 배수는 잘 되고있는지 불안하여 주섬주섬 일어나 둘러보러 나왔는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져있어 머릿속이 아득해져버렸던 그러나 그 순간 그 일을 해결해야만 하는 그런 순간들도 있었지요 캠핑 괜히왔나 하는 낙담은 잠시.. 새벽 야전삽질 후 다시 들어오면 나를 믿고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가족들의 평안한 얼굴에 잠시 전의 낙담은 이미 배수되어 버린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매 산행은 인간의 몸으로 하루살이의 일생을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그랬군요님의 한줄요약은 명징 합니다

WR
2022-08-20 03:08:16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챙기고 있습니다. 자연의 소리는 힐링에 좋지만 수면에는 최악입니다.

1
2022-08-20 03:13:12

그러시군요 저는 자연의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서 잘때도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WR
Updated at 2022-08-20 03:20:25

괴상한 짐승들의 단말마 통신소리, 코요테, 곰 등이 부시럭, 저벅저벅, 사냥하는 물새가 첨벙, 푸드득, 폭포가 쾅 쾅 쾅, 눈사태가 꽈르릉...잠들 수가 없어요.

1
2022-08-20 03:20:01


이런 종류의 소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WR
2022-08-20 03:21:31

저도 이런 힐링 좋거든요.
https://youtu.be/ZzOJmBsDLIg

1
2022-08-20 03:25:21

역시 이 맛이죠

하긴 저도 빗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제외하고 가까이에서 부시럭 같은 소리가 나면 신경이 곤두서기는 했었지요

WR
2022-08-20 03:29:57

깊은 산일수록 자연은 밤에 깨어있어서 잠자려는 인간 말고 생물, 무생물 모두 더 활발해요(그렇게 들려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은 필수입니다.

1
2022-08-20 03:07:39

제목과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https://youtu.be/3H3vMliy4wE

WR
2022-08-20 03:12:55

좋네요.
뚜렷하게 모호한 것, 젊음.
무거운 한숨 이후 닻을 올리는 것.
희망과 젊음의 노래네요.

잘 들었습니다.

1
2022-08-20 03:51:11

멀리 곰 아쟤가 지켜보는 곳이라니 ㄷㄷㄷ~
덕분에 멋진 산 잘 보았습니다.

WR
2022-08-20 04:19:00
 감사합니다.
1
2022-08-20 04:17:49

무엇보다 허리가 좋아지셨다니 축하드리고 부럽습니다.
앞으로 더 멋진 산행 후기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WR
2022-08-20 04:19:20

반노환동까지는 아니어도 신세경입니다.

1
2022-08-20 06:15:01

사진 멋있습니다. 인스타에서 사진 먼저
봤을 때 들개 같은건 줄 알았는데 여우군요.
최근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를 감상
했는데, 중간에 금을 찾아나선 노인이
다니던 풍광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트레일
횐경이네요.

WR
1
2022-08-20 06:21:56

그 영화보면서 요세미티나 콜로라도 어디 쯤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여우는 정말 홀리게 이쁘고 행동도 유혹적이더라구요. 오렌지색 여우도 봤었어요.

3
2022-08-20 07:41:17

 저는 일년내내 집에만 쳐박혀 있는 처지인지라 저와는 너무나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계신 그랬군요님이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낮은 샐러리에 두 아이의 학비를 지원하다보니 나이가 제법 되었음에도 아직도 빠듯하게 살고 있고 덕분에 어디를 움직이지를 못하게 되네요. 휴가라도 생기면 이제는 많이 연로한 부모님들 뵈러 한국에 가는데 써야 하기에 그것도 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생각의 폭이나 사고가 그냥 방구석에 머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그랬군요님을 통해서 간접경험이라도 하는 것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WR
2022-08-22 07:38:56

백패킹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1
2022-08-20 09:15:10

사진 잘 봤습니다.

저는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을 직접 보셨네요.

집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집돌이라 이렇게 대리 만족합니다. ㅎㅎ

1
Updated at 2022-08-20 09:18:34

장관이네요. 근데 진짜 곰이라도 한마리 나오면 우리나라 산은 끽해야 ? 멧돼지나 뱀인데 말이죠.

WR
2022-08-22 07:40:18

한국에도 반달곰이 지리산과 몇몇 곳에 있죠. 여기나 거기나 곰 볼 기회는 나선다고 주어지진 않습니다. 두려움에 떨다가 홀가분하게 돌아온 적이 훨씬 많습니다.

1
2022-08-20 09:45:04

레이니에 산은 아주 예전 영어 문법 책 예문 속에 

접한 적이 있는데, 올려주시는 글과 사진 보고

구글링하며 조금은 더 구체적인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네요.

그리고 한마디로 멀어서 가고 싶네요. 어느날 훌쩍.

저의 wanderlust를 달래줄 겸.

 

그리고 자유로이 그러실 수 있는 그랬군요

님이 부럽군요. 

보여주신 장대한 산과 주변 사위가 주는 압도적인 

풍경도 매우 인상적인데... 전 저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장소가 더 좋습니다. 저런

깜찍한 인상의 여우도 만날 수 있다면야

그날은 오래 추억될 특별한 날이 되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Od5JgUOZYEc

WR
2022-08-22 07:44:41

10년 가까이 지척의 자연을 모르고 살았는데요. 마음 먹으면 먼 것도 가깝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곳도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죠. wanderlust는 역마살 같은 수동적 감은 들지 않네요. 저는 역마살이 사주에 있답니다^^

1
2022-08-20 21:44:19

 저도 요즘 산행의 매력에 빠졌는데... 와 정말 특이해서 인상적인 풍경입니다^^. 

WR
2022-08-22 07:47:24

동네 뒷산을 어릴 적에 뻔질나게 들락거린 덕에 여기서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청계산 밑에서 먹던 산채나물밥과 막걸리를 생각하면....

1
2022-08-22 07:56:03

최근 청계산에 갔는데... 하산해보니 산채나물밥 하는 집이 너무 많더군요.

그래서 나름 사람많은 가게 갔는데 그리 맛이 없어서 실패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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