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Berkeley park/Mt. Skyscraper 하이킹, 나는 누구 지금 무엇을 그리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
달력을 보니 올해는 줄기차게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스노슈잉을 처음으로 맛봤고 엄두도 못냈었던 겨울산행의 만만한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디론가 향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겨울에는 스노캠핑을 시도할 것입니다.
이른바 그랜드 써클이라 불리는 자이언, 브라이스, 그랜드캐년 미국 국립공원의 유명한 트레일을 하고 미 서북부(퍼시픽노스웨스트 : PNW) 워싱턴주의 홈타운으로 돌아왔는데 이곳이 더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하이킹으로 시작해서 1박2일, 2박3일 백패킹으로 발전하더니 차박까지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차박용 아이템들을 배달받아 차에 설치하는 중입니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 차에서 자거나 인근에서 예약이 필요없는 캠핑을 한다면 더 멀고 외진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운동을 해도 방해가 됐던 고질적인 허리 문제가 해결되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몸매(?)도 나아졌습니다. 몸이 이겨내니 자신감이 더 붙습니다. 막연한 곰에 대한 두려움도 현저하게 달라지더군요. 물론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란 것 아시죠? 이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써봐야겠습니다.
안락한 집을 두고 주말이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장거리 운전과 비지땀과 모기떼가 부록으로 붙는 산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산에 가면 단순해집니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과정이 있습니다. 어느 시점, 어느 위치, 지금 무엇을이 확실합니다. 무엇인가를 그때 바로 하지 않으면 과장 보태서 '죽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그때 그때 해야 하는 활동에는 등산 도중 물 마시며 10분간 휴식, 불멍, 막연히 해먹에 누워 한 시간 푹 쉬기 등 패시브한 액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라고 추가합니다^^)
산수 감상하며 산책하는 수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각입니다. 쓰러질 것 같은 피로감,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무게, 깊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봐야 알 수 있는 목적지의 절실함, 등을 산행에서 겪어보니 매 산행은 인간의 몸으로 하루살이의 일생을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단순화된 하루의 삶에 필요한 것은 튼튼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과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입니다.
최소한의 것들을 소유한 상태에서 바로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확실히 정해져 있습니다.
일상이라는 것이 사실 저런 산행에서의 함축된 모습이 이어진 것이라 한다면, 허무하고 우울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필요 이상의 것들이 내 몸과 마음과 주변의 관계 속에 쌓여있고 '지금 내가' 뒤에 붙을 어떤 단어를 가리고 있으며 무심한 일상을 지나며 어느새 부풀은 아랫배(임신 아닙니다^^)처럼 불필요한 것이 불필요한 것을 확장시키는 것 아닐까요.
산행에서 돌아오면 일상의 복잡함 속에서도 지금 당장 무엇을이 전에 비해 뚜렷해집니다. 일상이 늘어지지 않고 주말이 빨리 옵니다. 이는 취미에 경도되어 주말을 요원하던 느낌과는 다릅니다. 산행에서 배운 생활의 태도가 일상에서도 적용된다는 말입니다.
짐을 꾸리다 잠시 한숨 돌리며 썼습니다.
레이니어 산 둘레길 '원더랜드' 트레일입니다. 매년 추첨에 도전하는데 이제 정말 당첨되고 싶습니다.
최근에 올라갔던 스카이스크래퍼 산 모습
스카이스크래퍼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 오른쪽 위에 레이니어산 자락의 에먼스 글래시어(빙하)가 보이네요. 앵글 위의 레이니어산 정상은 구름이 짙어 안보입니다.
버클리파크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 야생화 군락지, 절정기는 지났어도 여전히 장관입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짤입니다.
캠핑장에 있는 야외화장실, 벽이 없어 사방천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지나다 보면
이런 곳도 있지만
나를 쳐다보는 익숙하지 않은 눈길을 느끼기도 합니다.
꼬리 때문인지 실버팍스라는데 제 사진이 아닙니다. 저는 앞모습만 찍어서 블랙팍스라고 불렀거든요. 지금 보니 제 사진에도 꼬리가 보였네요. 해상도가 너무 낮아 다른 사진을 찾아왔습니다. 같은 날 같은 곳 같은 여우는 분명합니다.
대신 직찍 동영상입니다. 여우짓 좀 보세요.
사진 출처의 트레일 리뷰에 나오는
"One excited couple told me they'd spotted the bear that's been hanging around... unfortunately I never saw it myself." 내용은 저희 일행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출처:
https://www.wta.org/go-hiking/trip-reports/trip_report.2022-08-13.3667528715
오늘은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신밧드의 두근거림을 생각합니다.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 또 떠나갑니다.
https://youtu.be/LmWacYs-cPA?t=10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
신밧드야 오늘은
어디로 가나
우리 모두 듣고 싶다
얘기 보따리
펼쳐라 펼쳐라
너의 모험담
불끈 불끈 용기가
용솟음친다
어딘지 모르는
신비의 나라
우리 우리 가고 싶다
모험의 나라로
펼쳐라 펼쳐라
너의 모험담
불끈 불끈 용기가
용솟음친다
어딘지 모르는
신비의 나라
우리 우리 가고 싶다
모험의 나라로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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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
추첨의 싸이즈가 너무 다른 세상이라 잘 와닿지를 않아요.^^
빛 좋은 달나라 같습니다.
여긴 추첨하면 끽해야 휴양림 인데요.. 마니 댕겼던 데지만요.
제가 지금 거처하는 아파트 거실에서 보는 정경이 휴양림하고 비슷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있는데요.
님의 글을 읽으면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거든요.^^
Wild Life.. 우.. 진정한 의미로 그거 하나는 알지요.
전에 알켜 주셨던 미라클 벨리에 미국판 버전을 결국 이제야 4K로 봤네요.
그거 보며 님 생각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