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세계 TV 시장을 대표하는 두 업체가 유독 한국에 고급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이 TV의 사양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가격 등을 주요 선택기준으로 삼는 데 비해 한국 소비자들은 이 두가지 요소에 더해 TV의 사양까지 꼼꼼히 살피고 비교 분석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밝은 곳에서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데이라이트' 기능을 구현하는 PDP TV를 지난달 미국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 선보인 제품으로 최근 국내에는 데이라이트 기능을 발전시킨 '데이라이트플러스' PDP TV를 지난달 말부터 판매하고 있다.

데이라이트플러스 PDP TV는 명실 명암비를 일반 PDP TV제품 대비 4배 이상, 기존 데이라이트 제품보다 1.8배 개선해 더욱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한 '보르도' LCD TV도 국내 판매 제품의 사양이 높다. 해외 출시 제품의 응답속도의 응답속도가 8㎳인 반면 국내 출시 제품은 6㎳이다. 또 미국향 제품에 비해 국내 출시 제품이 명암비와 색상에서 모두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의 경우 지역별 환경과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제품을 조금씩 다르게 개발해 출하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더 고사양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 타지역 보다 성능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G전자(대표 김쌍수)도 프리미엄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한국 출시 평판 TV의 경우 TV 스탠드에 스위블(회전) 기능을 포함시켰고 피아노 블랙 등 고급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또 '타임머신' TV에 탑재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경우 해외 모델이 80GB∼160GB를 사용하는 반면 국내용은 160GB∼250GB를 채택하고 있다. 메모리카드 슬롯 역시 한국 모델에는 대거 채용된 반면 해외 모델에는 일부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LCD TV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시장 제품에 비해 회로기술 개선을 통해 명암비와 휘도, 색상 등이 높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화질개선칩, 멀티미디어칩, 패널 등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국내 제품군에 먼저 적용된다"며 "국내 제품이 고급재질을 사용하고 사양도 높아 가격도 대체로 해외 보다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테스트베드'(체험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외국계 TV 업체 관계자는 "평판 TV의 경우 신기술이 계속 도입되는 추세라서 한국에서 먼저 출시해 제품이 검증받은 후 해외에 출시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선보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형기자@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