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봉준호 감독 인터뷰 - 새로운 홈시어터룸 엿보기
DP에서 오랜만에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7년에 오디오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DP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옥자 개봉 후 최근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셨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인터뷰라기 보다는 친근한 디피 아재들 간의 대화에 가까웠는데 ^^ 세계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홈시어터 룸도 여러 사진을 통해 보여드릴 예정이니 팬들은 물론 홈시어터에 전반에 관심 있는 분들께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일시 : 8월의 어느 비오는 날
- 장소 : 서래마을 어느 까페 + 봉감독님 홈시어터 룸
- 인터뷰어 / 내용 정리 : DP 운영자
- 사진 : 봉준호 (몇몇 개인 사정으로 인해 직접 촬영하셨습니다. 고화질이 아닌 점 여러분들께 미리 양해구합니다.)
DP 박진홍 :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감독으로 인정받고 계신 봉준호 감독님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오랜만에 디피인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봉준호 감독 :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디피 눈팅 회원 봉준호입니다.
DP : 요즘도 디피는 가끔 방문하시는지요? ^^
봉준호 : 영화 제작 중일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나면 자주 방문하는 편입니다. 블루레이 포럼에서 프리오더와 출시 정보를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디피에 넷플릭스 포럼도 생겨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볼지 또 어떤 작품이 인기있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DP : 오늘은 블루레이나 영화보다는 봉감독님이 새로 장만하신 새로운 홈시어터 시스템에 관해 얘기를 나눌 예정이지만 엄청난 블루레이 컬렉션에 관해 먼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
※ 이하 문장 축약과 대화 내용 집중을 위해 위해 반말체로 편집했으니 이점 여러분들께 양해 구합니다.
DP :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홈시어터룸에 있는 DVD/블루레이 컬렉션은 어마어마하다. 언제부터 모았나.
봉준호 : 콜렉팅을 시작한 시기는 학창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VHS 테이프만 이미 1000여장을 모았다. DVD가 처음 출시될 때 - 당시 기준으로 - 화질과 음질에 만족했고 게다가 스페셜 피쳐라는 기능을 통해 각종 부가영상을 볼 수 있어 열광했다. 그 후 블루레이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다.
DP : 얼굴이 알려져 있는 관계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구매를 선호할 것 같다.
봉준호 :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블루레이 초창기에는 매장에서 구매하는 걸 선호했다. 코엑스 에반 레코드나 테크노마트 등에서 구경도 하고 직접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구입했다. 그런데 설국열차, 옥자 영화 작업하며 몇 년간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왔더니 그 동안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지기도 하고 규모도 축소된 상태더라. 그래서 많이 아쉽다.
DP : 현재는 주로 어떻게 구입하고 있나?
봉준호 : 국내에서 인기작도 구매하지만 블루레이 콜렉션 중 상당 부분이 HD로 리마스터된 클래식 영화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입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주로 아마존 구입한다. 하도 많이 구입하니 아마존에서 특별 대우 해주더라.
DP : 봉감독님 하면 홈시어터와 관련하여 매니아 수준으로 관심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단하게 지금까지 홈시어터 업그레이드 과정을 소개 부탁드린다.
봉준호 : 처음 홈시어터 관련하여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대략 2001년 즈음이다. 당시 ‘프란다스의 개'가 뮌헨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면서 3천만원이란 거금을 상금으로 받았는데 이 돈으로 첫번째 시스템을 마련했다.
DP : 어떤 기기들인지 기억나는가
봉준호 : 정확한 모델명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파이오니어 플레이어에, 야마하 리시버, 이름 모를 5.1채널 스피커 세트 그리고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소니 브라운관 TV 등이었다. 용산에 가서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DP : 얼핏 들어도 2000년 초반에 분야별로 인기있었던 브랜드라 기억이 새롭다. 당시 제품들은 용산 오디오 샵의 추천을 받아 구입했던 것인지.
봉준호 : 아니다. 당시 AV 분야에서 선구자였던 김지운 감독님의 조언을 받아 구입했다.
DP : 김지운 감독께서도 이쪽에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영화감독 중 AV 좋아하는 분들은 가끔 모이기도 했다고 들었다.
봉준호 : DVD가 한창인 2000년대 초반에는 박찬욱 감독, 김지운 감독, 류승완 감독 등이 자주 모여 신제품도 들어보고 유명한 DVD 감상하면서 유쾌하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이거 들어봤어 저거 들어봤어? 리어 사운드가 끝네주네! 이러면서 말이다. 그때 만해도 DVD가 영원할 줄 알았는데…
DP : 2000년대 초반이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DVD를 주축으로 한 홈시어터의 황금기였고 디피의 많은 분들이 그리워하는 시기이도 하다. 그후 몇 차례 시스템 업그레이드 후 오디오 환경을 HDMI 1.3으로 변경할 때 디피에서 인터뷰를 했었다.
▲ 지난 2007년 봉준호 감독의 홈시어터
봉준호 : 맞다. 기억난다. 그 즈음부터 블루레이가 서서히 출시되던 시기라 시스템을 풀HD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업그레이드했다. 당시 조 케인이 튜닝했다는 삼성 프로젝터는 이미 구입해서 사용 중이어서 디스플레이 기기는 그대로 두고 오디오 기기에 집중했다. 이름 모를 스피커에서 야마하 소아보 시리즈로 교체했고, AV앰프 역시 야마하 상위 모델인 3800인가로 업글했다.
DP : 이번에는 부분이 아닌 전체 시스템을 교체했다고 들었다.
▲ 이미지 GLV 제공 (클릭 TO 확대)
▲ 홈시어터룸 전경
봉준호 : 어떻게 보면 '옥자'를 집에서 감상하기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4K를 위해 소니 프로젝터와 오포 205를, 돌비 애트모스를 위해 야마하 5100, 5000 분리형으로 갔다. 예산 문제도 있었지만 음질에 특별한 불만이 없어 스피커는 소아보 세트를 그대로 유지했다. 소아보에 오버헤드 스피커가 없어 천장에는 B&W로 4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영화를 제대로 즐긴다는 측면도 있지만 영화 감독으로서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보이고 들리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돌비 애트모스 구현을 위해 천장에 설치된 4개의 스피커
DP : 그런데 기기 교체 히스토리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AV앰프 등 오디오 쪽은 계속해서 야마하 제품을 사용하신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봉준호 : 우연치 않게 야마하 앰프로 입문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야마하 앰프의 음장 모드를 활용하게 되었다. 타브랜드에도 좋은 앰프들이 많이 있다고 들어 알고 있지만 야마하 음장 모드에 익숙해지다보니 굳이 여기서 벗어날 필요성을 못느꼈다.
오래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야마하 브랜드의 신뢰도가 높아졌고 그래서 스피커도 야마하 소아보 5.1채널 세트를 선택했던 것 같다. 스피커는 지금도 별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어 이번에 교체하지는 않았는데 문득 앰프와 프로세서를 플래그십 모델로 교체했으니 무리해서라도 스피커까지 교체했어야 하나 살짝 아쉽기도 하다.
▲ 소아보 프론트 / 소아보 리어
DP : 소아보는 2006년 처음 생산된 이후 최근까지도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생산되고 있을 정도로 처음부터 만듦새가 좋은 스피커이니 음질에 큰 불만이 없다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에서 감상해보신 소감은?
봉준호 : 한 마디로 좋다. ^^ 4K로 해상도가 높아져 최상의 화질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돌비 애트모스를 통해 천장에서 나는 효과음도 실감난다. 상방향의 효과음뿐만 아니라 특히 룸 전체를 꽉 채우는 느낌이 기존 오디오 환경과 특히 차이나는 점이다.
그런데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디피 회원님들과 마찬가지로 아래위집 눈치를 보며 감상한다. 바로 아래층에 노부부께서 살고 계시는데 소리에 약간 민감하신 편이어서 늘 조심스럽다. 가끔 경비실에 전화해서 출타 중이신지 확인하고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웃음)
그래서 보통 토요일 등 주말 오후에는 볼륨을 마음껏 올려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위주로 보고, 야밤에는 트뤼포나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와 같이 대사 위주의 조용한 영화를 본다. 최근 야밤에 보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멀티 채널을 지원하는 무선 헤드셋도 구매하려고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디피 회원님들 중 봉준호 감독께 좋은 무선 헤드폰 솔루션이 있으면 좀 추천해 주세요 ^^
DP : 기존 시스템은 중고로 정리하셨는지?
봉준호 : 지금은 대학생 아들방에 있다. 결과적으로 2개의 방에서 홈시어터를 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보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많은데, 와이프가 클래식 매니아이고 음악 감상을 즐겨서 비싸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축해서 사용 중이다.
DP : 4K 디스플레이와 풀HD 간에 화질차이 많이 느껴지나
봉준호 : 아직 4K 컨텐츠가 많지 않아 충분히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UHD 블루레이는 현재 ‘퍼시퍽림’ 한 개만 가지고 있는데 아마존에서 주문한 UHD 타이틀이 어제야 도착해서 아직 감상 전이다.
업그레이드 후 지금까지 UXN이라는 UHD 전문 채널을 이용하거나 넷플릭스에서 4K 컨텐츠를 접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지원하는 4K 컨텐츠 화질이 정말 좋더라. 깜짝 놀랬다. UXN 채널에서는 특히 광해가 기억이 난다. 곤룡포의 문양이 정말 섬세하고 화려하게 표현되어 인상적이었다.
UXN에서 4K로 리마스터된 살인의 추억이나 설국열차도 가끔 방송해 주던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나중에 기회되면 4K 타이틀로 제작해서 출시해보고 싶다.
DP :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봉감독님 작품이 출시되어 국내 UHD 블루레이 제작에 물꼬를 터주셨으면 좋겠다. 훌륭한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는 4K 컨텐츠가 아직 많지 않아 아쉽겠다. 많은 분들이 4K 시스템에서 즐길만한 컨텐츠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 불만이다.
봉준호 : 4K 환경이 좋은 것이 클래식을 포함한 기존 영화도 좀 더 좋은 화질로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업스케일링 효과가 생각보다 좋은 것 같다.
여담이지만 4K 컨텐츠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헐리우드에서는 '여배우들의 음모'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배우들은 보여지는 것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화질이 좋아질수록 있는 그대로 드러나므로 여배우들이 메이크업이나 조명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한다"는 얘기였다. 실제 헐리우드에는 뷰티 VFX라는 여배우 CG 전문보정 비즈니스가 있다. 4K 컨텐츠 활성화가 잘 안되니 이런 황당한 농담도 나오는 것 같다.
※ 바로 위 문단은 대화를 옮기는 과정에서 인터뷰 본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최대한 원래 취지에 가깝게 다시 적습니다. - 편집자
DP : 넷플릭스를 통해 '옥자'를 4K/돌비 애트모스로 감상해 보셨는지
봉준호 : 4K로는 봤는데 돌비 애트모스로는 아직 감상 못해봤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돌비 애트모스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Xbox One 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조만간 설치해서 들어볼 예정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몇 장 감상했다. 상방향에서 느껴지는 사운드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들에서 돈들인 보람을 특히 느낀다. 그 유명한 매드맥스 퓨리 로드 같은 작품은 정말 끝내주더라.
나중에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을 위주로 한 잠수함 영화를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DP : ‘옥자’는 넷플릭스 컨텐츠 중에서도 최신 기술이 망라된 작품이다. 넷플릭스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되고 - ※ 현재는 블레임!, 데쓰 노트에서도 지원 - 4K, HDR 10, 돌비 비전 역시 모두 적용되었다. 이런 최신 기술을 반영한 데에는 감독의 의지가 먼저였는지 또 직접 마스터링에 참여하는지가 궁금하다.
봉준호 : 넷플릭스에서 제안하고 수용했다. 아마 적지 않은 감독들이 자신의 작품에 가장 앞선 기술을 적용하고 싶어할 것인데 넷플릭스는 이런 부분에 있어 적극적이다. 국내 영화사는 감독이 먼저 제안하더라도 ‘감독님 이번엔 시간이 없으니 다음 기회에 하시죠’와 같은 식이다. 이런 부분은 국내 영화사들이 좀 긴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감독이 직접 돌비 애트모스 믹싱과 HDR 검수 과정에도 참여한다. 돌비 애트모스 믹싱은 LA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는데 극장용 돌비 애트모스와 홈시어터용 돌비 애트모스 믹싱에 모두 참여했다. 초반 옥자와 미자가 산 속에서 지내는 자연 속의 장면이나, 미자가 지하철 상가에서 도망치는 장면, 레드가 바주카포를 쏘는 장면 등은 특별히 공을 많이 들였다.
▲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 알렉사 65 카메라
HDR도 촬영 단계부터 신경썼다.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콘지가 알렉사 65 카메라를 선택했는데 HDR에 대비한다는 측면 역시 고려한 결과다. 헌데 감독 입장에서 HDR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최상의 조건에서 재생하면 HDR의 우수성을 실감할 수 있지만 아직 HDR을 지원하지 않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 기기에서도 잘 보여야 한다.
옥자 후반부에 슈퍼 돼지 농장에 있는 수많은 돼지들을 보여주는 어두운 장면이 있는데, 레퍼런스 모니터와 일반 모니터를 비교해 가며 일반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도 암부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DP : 옥자의 블루레이 출시 계획은 있는 상태인가?
봉준호 : 사실 넷플릭스 소관인데 ‘하우스 오브 카드’가 블루레이로 출시된 것을 보면 대충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충분히 감상하고 난 후라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니 당장은 아니고 앞으로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DP : KT 셋탑박스 외에도 애플 TV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ROKU가 설치되어 있다. 넷플릭스는 주로 어떤 기기로 감상하나
봉준호 : 넷플릭스는 주로 애플 TV를 이용해서 보고 있다. 애플 TV로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Vimeo, 아이튠즈를 보는데 활용하고 있다. DVD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 HD로 리마스터되어 블루레이 출시되지 않은 작품도 많은데, 아이튠즈에서는 주로 HD로 리마스터된 작품들을 구매해서 본다. ROKU는 4K 전용으로 넷플릭스에서 한번 사용해 보라고 제공했는데 아직 계정은 만들기 전이다.
넷플릭스 4K 화질은 만족하는 편인데 인터넷망 속도 때문에 사람들이 붐비는 저녁 시간에는 제대로 된 화질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오전에는 속도가 괜찮아서 4K 컨텐츠는 주로 이 시간 대에 이용한다.
DP : 넷플릭스에서 특별히 챙겨 보는 미드 시리즈가 있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 솔직히 미드는 거의 보지 않는다.
DP :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영화 감상 방법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봉준호 : 위에서 잠깐 말했지만 블루레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본다. 현재 세어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3천~4천 장의 블루레이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좋아하는 50~70년대 클래식 영화들은 리마스터링되어 출시되면 무조건 블루레이로 구입한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을 뿐만 아니라 꼭 소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넷플릭스는 비유하자면 라디오다. 저는 이를 ‘영화의 라디오화’라고 부른다. 무슨 말이냐하면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들은 라디오처럼 배경으로 틀어놓고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주부들이 가정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일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가 정좌해서 보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 녹아든다는 개념이다. 물론 옥자도 그런 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창작자로서 여러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극장은 음악에 비유하면 라이브 콘서트홀이다. 음악 감상의 질을 굳이 따지자면 라이브가 최고이고 그 다음으로 CD나 LP, 그 다음으로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 등등이 있을 터인데, 영화 자체가 가진 힘이나 영화를 접하는 감상자의 취향에 따라, 어떤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접할지가 결정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에서 무료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옥자를 보기위해 극장까지 찾아주신 국내 32만명의 관객은 감독 입장에서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는 다양한 방법 모두가 각자의 가치와 위치가 있다고 본다. 하나의 방법이 다른 방법을 급속도로 없애거나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DP : 넷플릭스에서 또 다시 영화 제작 제안이 온다면 응할 생각인가
봉준호 : 감독으로서 매력적인 창작 환경을 제시해 주고는 있지만 무조건은 아니다.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장점이 많은 플랫폼이다. 반영구적으로 자신의 영화가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는 데다가 중간 광고도 없고, 영화 영상이 광고 자막으로 덮혀 지저분해지는 일도 없다.
하지만 이번 옥자 극장 상영과 관련한 멀티플렉스와의 갈등에서 보다시피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 전에 극장에서 2~3주 정도 상영 기간을 보장하지 않는 점은 감독으로서 대단히 아쉬운 정책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관객들이 최고의 여건에서 몰입하여 감상할 기회가 원천봉쇄되니 말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입장도 존중한다. 회원들이 낸 회비로 영화 제작을 하는데 극상 상영 때문에 2~3주를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서비스 전에 극장 상영을 허용하는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넷플릭스도 어떤 정책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넷플릭스에 어떤 제안이 다시 올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향후에는 이런 점까지 모두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다.
은퇴하면 아파트에서 나와 사운드를 마음껏 크게 틀어놓고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는 일반적인 디피저씨와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봉준호 감독님에게 블루레이와 홈시어터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특별한 호감을 갖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근황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DP : 오늘 스케쥴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많이 바쁘시지요? ^^
봉준호 : 특별히 바쁜 시기는 아닌데 최근에는 영화제 참석으로 좀 정신이 없었고 미뤄 왔던 개인적인 용무도 틈틈이 보느라 생각해보니 아주 여유 있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집에서 영화도 많이 보고 있지만 주로 차기작인 '기생충’의 시나리오 작업 중입니다.
DP : 기생충과 관련하여 혹시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봉준호 : 그냥 열심히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습니다. ^^
기생충 관련 정보 캐내기 작전은 실패. 봉준호 감독님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꾸준히 만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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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감독님도 디피를 하시는 군요. 글은 남긴적이 없는지 궁금하네요. 기생충은 어떤 내용일까 또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