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리뷰 | 야마하 턴테이블 TT-N503,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함께 담아낸 야마하의 새로운 턴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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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3-30 02:34:23
야마하에서 27년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턴테이블
2000년대 중반 MP3 포맷이 대중화 된 이후로 음악 시장과 오디오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LP를 대체한 CD 마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의 편리함에 굴복하여 음악 감상에 있어 점차 그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MP3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높은 샘플링 레이트를 내세운 고음질 디지털 음원들이 쏟아지면서 물리적 매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덩치 크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오디오보다는 컴퓨터를 비롯한 미니 오디오와 헤드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감상 방식이 이제는 거의 대세가 된 듯 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80년대 이후 CD에 밀려 뒷방 노인 취급을 받으며 완전히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바이닐(Vinyl), 즉 LP라는 매체가 점점 부활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과거 명반으로 인기가 높았던 음반들이 속속 중량반 혹은 고음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리이슈 발매되고 있으며, 심지어 디지털 음원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아이돌 그룹들까지 새로 발표하는 음반을 LP로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각보다 LP라는 매체의 보존성은 훨씬 뛰어나며 실제로 오래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CD나 디지털 음원들보다 더 뛰어난 음질과 청감을 느낄 수 있는 LP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처럼 이리저리 채이며 헐값에 극소수 애호가들만 찾던 중고 LP들은 어느새 예전에 비해 가격이 몇 배씩 오르며 품귀 현상까지 보이는 일도 흔해졌다.
구닥다리의 산물처럼 여겨지던 LP와 턴테이블이 일부 젊은 층에서 "힙한" 아이템으로 취급 받기도 한다.
턴테이블 제품들은 몇 십 년 동안 최소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의 고가만 볼 수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몇 십만 원에서 1백만 원 내외의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입문자들과 중저가 수요층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러한 LP와 아날로그 시장의 변화를 증명하듯, 90년대 이후 턴테이블을 만들지 않던 야마하에서 27년 만에 새로운 턴테이블을 출시했다.
야마하의 턴테이블 역사
▲ 최초로 리니어 트래킹 톤암을 장착한 PX-1 (1978).
최근까지 야마하는 턴테이블을 만들지 않았지만, 한때는 상당히 쓸만한 턴테이블을 여러 모델 출시했던 메이커이다.
1975년 두툼하고 묵직한 베이스에 감각적인 유로피안 디자인을 채용하여 출시된 본격적인 턴테이블 YP-1000을 시작으로, 1978년에는 대칭형 리니어 트래킹 암을 탑재한 PX-1을 선보인 후 1979년과 1981년에 각각 PX-2, PX-3로 이어졌다.
▲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대형 턴테이블 GT-2000.
소니와 필립스에서 처음 CD플레이어를 출시하던 1982년에 야마하는 오히려 아날로그의 본질을 추구하는 대형 턴테이블 GT-2000을 세상에 내놓는다.
GT-2000은 모델명에서 내세우듯 “크고(Gigantic) 엄청나다(Tremendous)”는 이름 그대로 육중한 헤비급의 몸체에 강력한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와 S자 톤 암을 장착하였으며 별도 전원장치 및 진공펌프 방식의 스테빌라이저, 황동 플래터 등의 별매 액세서리로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는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현재까지도 중고 오디오 시장에서 올라오자 마자 바로 판매가 될 정도로 애호가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오히려 출시 때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화폐가치가 다르긴 하지만 액수로만 보면 출고 당시의 가격보다 높다)
▲ 3점 지지 플로터 방식으로 진동 문제 해결을 시도한 PF-1000.
이후 벨트 드라이브 방식과 3점 지지 플로터를 적용한 PF-1000을 거쳐 1985년에는 GT-2000의 하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의 GT-750이 출시되었다. 그 외에도 현재 새로 출시된 TT-S303과 TT-N503이 유전자를 이어 받은 TT-300, TT-400 등 실용적인 턴테이블도 선보였다.
1991년 이후 야마하 역사에서 턴테이블은 자취를 감추었으나 27년이 지난 2018년 야마하는 대중적인 라인업의 제품으로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일자형 톤 암, 날렵한 베이스의 TT-S303, TT-N503의 두 모델을 출시하며 아날로그 시장으로 돌아왔으며, GT-2000의 대를 잇는 대형 턴테이블 GT-5000의 출시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참고로 올해 출시 예정인 GT-5000은 GT-2000과 매우 닮은 외모이지만 구동 방식이 벨트 드라이브로 바뀌고 스트레이트 톤 암이 장착되며, 아웃풋 단자에 밸런스(XLR) 단자가 추가 되었는데 이는 플래그쉽으로 출시되는 분리형 프리, 파워 앰프(C-5000/M-5000)와의 밸런스 연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리뷰의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포용한 새로운 개념의 턴테이블 TT-N503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품은 턴테이블
그럼 오늘의 주인공 TT-N503을 살펴보자. 정식 명칭이 MusicCast VINYL 500인 TT-N503 의 모델명을 보면 TT는 "턴테이블"의 약자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N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할 법 한데, 제품을 들여다 보면 "과연..."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제품은 한마디로 턴테이블의 기능에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결합시켜 놓은 제품이다. 아날로그 출력은 기본이고 블루투스와 유무선 네트워크까지 연결이 가능하며, 뮤직캐스트를 이용하여 다른 장비들과 무선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즉, N은 네트워크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제품의 외관은 그다지 튀는 구석이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미니멀 디자인이다.
그리 두텁지 않은 플린스는 최근 야마하의 여러 제품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블랙 피아노 마감으로 되어 있고 일반적인 형태의 투명 아크릴 더스트 커버가 장착되어 있다.
구동 방식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알미늄 다이-캐스팅 플래터 아래에 모터가 있어 스핀들 위의 이너 플래터와 벨트로 연결하게 되어 있으며, 회전 속도는 일반적인 33-1/3 rpm과 45 rpm의 두 가지로 벨트 드라이브임에도 회전속도가 정확하여 0.1 rpm 이내의 오차범위를 보여준다.
톤 암은 알미늄 가공의 스태틱 밸런스 스트레이트 톤 암이 장착되어 있는데, 롱 암이나 S형 암에 비해 스타일러스에서 받아들인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가 짧기 때문에 신호 손실이라는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 야마하 측의 설명이다. 안티 스케이팅은 다이얼로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안티 스케이팅 : LP 재생 시 회전력에 의해서 바늘이 회전축의 중심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사이드 포스’가 발생하는 현상을 ‘스케이팅’이라 하며, 스케이팅이 발생하면 바늘이 LP의 소릿골의 양쪽 면에 균일하게 닿지 않고 안쪽 면에 치우치게 되어 스테레오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래서 이 힘을 상쇄 시키기 위해 바깥쪽으로 인위적인 힘을 주는 것이 안티 스케이팅이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MM 카트리지인 ATN3600L 이 기본 장착되어 있는데, 반가운 것은 일체형이 아닌 유니버설 헤드쉘 방식이어서 스타일러스를 교체하거나 스윙 헤드쉘 등을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다. (일체형 헤드쉘의 톤 암에서 스타일러스를 교체해 본 사람들은 유니버설 헤드쉘의 편리함에 공감할 것이다.)
플래터를 중심으로 플린스 윗면의 앞쪽 좌측에는 Standby / On 버튼과 33 / 45 rpm 선택 버튼이 자리하고 있는 점은 TT-S303 과 마찬가지이지만 우측에 Play / Stop 버튼과 Connect라는 이름의 Source 선택 버튼, 그리고 블루투스와 네트워크의 연결상태를 표시하는 LED 부분이 추가되어 있다.
제품 뒷면을 보면 오른쪽부터 DC12V 어댑터 단자, Phono Out 과 Line Out 을 위한 2조의 RCA 단자가 있으며 그 사이에는 선택 스위치가 있다. 내장된 포노 스테이지를 사용하여 출력할 경우에는 Line Out 단자를, 외부의 포노 앰프를 통하여 출력할 때는 Phono Out 단자를 선택하면 된다. (매뉴얼에는 Phono Out 을 사용할 경우에는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고 쓰여져 있다.)
왼쪽에는 서비스 단자와 RJ-45 이더넷 단자가 있고 그 옆에 Wireless 기능을 선택하는 스위치가 있는데, Auto로 선택해 두면 유선 인터넷이 연결할 때는 유선으로, 케이블 연결이 없을 때는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기능으로 보인다.
최근 시판되고 있는 중저가 형 턴테이블 중에는 자체적으로 포노 스테이지를 내장하고 있는 제품들이 많이 보인다. 야마하의 신제품 TT-S303과 TT-N503 역시 포노 스테이지가 장착되어 있어 별도의 포노 앰프가 없는 사용자도 Line 단자나 뮤직캐스트 연결을 하면 LP를 감상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Phono Out 단자를 사용하면 외부의 포노 앰프를 사용할 수도 있다.
기존 턴테이블 제품군과 차별화되어 가장 눈에 띄는 TT-N503의 특징은 네트워크 연결 기능과 “뮤직캐스트” 기능이다.
뮤직캐스트는 야마하가 내세우는 무선 플랫폼으로, 애플의 에어플레이나 구글의 크롬캐스트처럼 와이파이 연결 기반이지만, 1:1 연결이 기본인 에어플레이나 크롬캐스트와는 달리 “뮤직캐스트 컨트롤러”라는 앱을 사용하며 여러 개의 뮤직캐스트 지원 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앱 하나로 다양한 기기들의 전원, 볼륨, 재생소스 선택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야마하의 뮤직캐스트 지원 기기들은 기본적으로 와이파이, 이더넷, 블루투스를 지원하며, MP3, WMA, MPEG-4, ALAC, FLAC, WAV, AIFF, DSD 등 다양한 고음질 포맷에 대응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야마하에서 나오는 오디오 제품들의 상당수가 이 뮤직캐스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야마하는 향후 뮤직캐스트를 통하여 모든 오디오와 비주얼을 무선으로 연결하고 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역시 뮤직캐스트를 지원하는 데스크탑 오디오인 MusicCast20(WX-021)은 독립형 스피커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2개의 WX-021을 뮤직캐스트 앱을 통하여 스테레오 혹은 서라운드 스피커로 연결하거나 2개 이상의 멀티 룸으로 설정하여 사용할 수도 있고, 이런 연결을 TT-N503과 뮤직캐스트로 연결하면 별도의 앰프, 스피커와의 선 연결 없이 LP 재생, 인터넷라디오, Air Play 는 물론 NAS등의 뮤직서버나 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 해외 뮤직 서비스가 많아 뮤직캐스트 앱에 등록되어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Deezer 뿐이지만, 곧 국내에서도 Spotify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하니 차후에 업데이트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TT-S303이번에 함께 출시된 TT-N503과 TT-S303은 형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두 모델 모두 똑같은 디자인과 기구적 사양을 가지고 있지만 TT-S303에는 네트워크, 블루투스, 뮤직캐스트 등의 무선 연결 기능과 그에 따른 버튼, 단자 등이 빠져있고 포노 EQ만 내장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Output 단자가 Phono RCA 1조만 있는 대신 별도의 외부 포노 스테이지를 사용할 때는 Phono EQ Thru / On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음악 들어 보기
이번 리뷰를 진행하면서 별도의 포노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TT-N503의 내장 포노 기능을 사용하여 필자의 청음실에 있는 올닉의 EL34 진공관 앰프인 T-1800 에 Line Out으로 연결했으며 스피커는 쿠르베오디오의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인 Eclipse 를 사용한 환경을 위주로 하고, 야마하의 데스크탑 오디오/스피커인 WX-021을 뮤직캐스트로 연결하여 다른 앰프나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뮤직캐스트 기기들로만 구성된 세팅으로도 비교청음 해 보았다.
오디오 파일들에게는 필청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를 45rpm LP로 들어 본다.
최근 LP 시장이 다시 살아 나면서 과거의 명반들을 이렇게 45 rpm 음반으로 리마스터링 출시하는 음반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가벼운 터치로 반복되는 피아노 위로 찰랑이는 심벌 소리와 진득한 색소폰, 그리고 묵직한 베이스가 어우러지는 변박 리듬이 청음실을 가득 메운다. 중반부터 두드러지는 스네어와 탐탐, 베이스 드럼이 마치 현장에서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박력을 쏟아 낸다. 중저가 턴테이블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로 듣는다면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사운드라 평할 것이다.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에바 캐시디의 음반을 올려 보았다. 들을 때마다 “노래 정말 잘한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가수이다.
선곡은 수많은 사람들이 불렀던 Autumn Leaves.
쓸쓸한 가을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하는 에바의 목소리가 애잔하다. 사실 이렇게 단출한 구성의 곡들은 작은 스피커로 들어도 크게 부족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소형 데스크탑 스피커인 WX-021로 스피커를 바꾸자 어쩔 수 없이 진득한 느낌이 약간 감소하고 다소 밝은 소리로 바뀐다.
이번에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걸었다.
곡 자체도 워낙 유명하지만, 한창 냉전시대였던 195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 1회 차이코프스키 콩쿨에 서방에서는 처음으로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피아노 연주로도 유명한 음반이다. 물론 이 음반은 그 콩쿨의 실황은 아니고 우승 직후 미국에서 키릴 콘드라신을 초청하여 RCA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다시 연주한 녹음인데, 필자에게는 개인적인 추억이 있어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역시 오케스트라 곡에서는 내장 포노 스테이지의 한계가 느껴진다. 스테이지가 약간 좁아지고 사운드가 평면적인 느낌이다. 스피커를 WX-021로 전환하면 이런 느낌이 더 강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어차피 체급의 차이로 인한 것이니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한계라 할 수 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1970년 출시 음반 슈베르트의 “Arpeggione’ Sonata” 같은 곡에서는 이런 한계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피아노와 첼로의 단출한 구성이어서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WX-021로 들을 때는 유닛과 인클로저 사이즈의 한계 때문에 깊은 저음까지 바라는 건 무리지만 이클립스 3웨이에서는 충분히 깊고 울림이 있는 첼로의 음색이 표현된다.
이제 TT-N503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내장 DAC의 성능을 살펴볼 차례.
따로 운용하는 뮤직 서버가 없는 관계로 PC를 서버로 사용하기로 했다. 청음실과는 약간 떨어져 있는 사무실에 앉아 PC의 윈도우미디어 플레이어에서 스트리밍 기능을 활성화 시킨 다음 스마트폰의 뮤직캐스트 앱을 열고 서버를 클릭하니 PC의 이름이 딱 보인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오디오가 있는 방이 아닌 다른 방에 앉아 전화기로 음악을 켰다 껐다 하는 편리함이라니……
우선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며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올레타 아담스의 “Everything Must change” 를 선곡한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울림 깊은 소울 가수가 영국 뉴웨이브 밴드인 티어스 포 피어스에 의해 유명해 졌다는 이야기는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다.
디지털 음원 파일을 재생할 때 이 제품의 진가가 더 잘 드러난다. 몇 배 더 비싼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전혀 부럽지 않을 만큼 순도 높고 맑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조지 벤슨이 불렀던 버전과는 전혀 다른 애절하고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와 느릿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베이스의 선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이번에는 닐스 로프그렌의 인생 라이브 연주라 해도 과언이 아닌 “Keith, Don’t go”의 라이브 버전을 선택한다. 같은 곡의 다른 라이브 버전들도 들어 봤지만, Acoustic Live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정말 명 연주로 손 꼽을 만 하다.
손으로 기타의 바디를 때리는 경쾌한 타격감, 긴장감 넘치는 6번 현의 선 굵은 울림, 날카롭게 뻗어 나오는 하모닉스… 묵직하면서도 명징한 기타 핑거링이 현장감 넘치게 3웨이 스피커를 울려 준다.
헤비메탈 녹음의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드림 시어터의 “Pull me under”로 분위기를 바꿔 보았다.
드림 시어터는 녹음 퀄리티가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밴드라서 많은 Rock 음반 프로듀싱에서 이들의 앨범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P보다 CD 등의 디지털 음원의 사운드가 더 좋은 대표적인 음반이기도 하다.
역시 TT-N503의 DAC가 무리 없이 재생해 낸다. 댐핑감도 좋고 청음실의 다른 시스템에서 CD로 듣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디지털 음원 소스 기기로 굳이 비싼 제품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리뷰를 진행하다 보니 모든 것이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전체적으로 출력 게인이 낮아서 앰프에 Line Out으로 연결할 경우에도 볼륨을 평소보다 조금 더 올려야 한다는 점. 이 부분은 턴테이블을 사용할 때 게인이 높은 카트리지로 바꾸어 사용하거나 취향에 맞는 외부 포노 앰프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가지는 음반의 재생이 끝나면 암을 들어올려주는 리프팅 기능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필자의 청음실에는 위에서도 언급한 GT-2000L 이 있는데, 리프팅 기능이 있으면 생각보다 편하다.
재생이 다 끝나고 스타일러스가 음반의 라벨 종이를 긁으며 내는 잡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경험은 별로 반갑지가 않아서 가져보는 바람이다.
리뷰를 마치며
그 동안 야마하는 컨슈머 시장과 매니아 시장을 넘나 들며 다양한 오디오 라인업들을 선보여 왔는데, 초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완성도 높은 제품들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메이커이다.
이러한 야마하가 27년 만에 새로운 턴테이블 제품 군을 출시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며, 지난 몇 년 동안 막연하게 느껴왔던 LP라는 아날로그 매체의 부활이 그저 느낌만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TT-S303, TT-N503 뿐 아니라 야마하의 본격적인 대형 턴테이블 GT 시리즈의 맥을 잇는 GT-5000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중에서도 MusicCast VINYL 500(TT-N503)은 아날로그의 부활에 대응하면서 디지털의 편리함도 함께 아우르는 여러 가지 기술들을 과감하게 융합시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제품이다. 물론 최소 수백만 원대 이상의 하이엔드 턴테이블과 포노 앰프를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약간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흠잡기 어려운 놀라운 성능과 음질을 보여준다.
특히 야마하의 뮤직캐스트를 지원하는 다른 기기들과 함께 사용할 경우 그 장점은 훨씬 더 커진다. 하드코어하게 오디오에 집착하는 성향이 아니라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LP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과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편리함까지 광범위하게 누릴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음악 애호가들이나 하이엔드까지 필요로 하지 않는 실속파에게는 매우 반가운 녀석이 아닐 수 없다.
TT-N503은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아이템인 턴테이블이라는 제품에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결합한 아이디어도 참신하지만, 뮤직캐스트라는 무선 연결을 만나 그 효용성이 극대화 되었다.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 중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충분한 만족감을 드릴 솔루션으로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Yamaha 댓글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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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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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구석에서 점점 색 바래가고있는
LP 들을 어서 구해 주고싶은 마음이
두근두근 조급해지네요, 몇년째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ㅎㅎ
TTN, 네트워크 기능이 더해진 부분도
매우 매력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