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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블루레이 리뷰 | 어스 (U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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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7-22 12:10:49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조던 필의 21세기 호러형 [환상특급] 

우선 [어스]의 리뷰에 앞서 조던 필 감독과 그의 출세작 [겟 아웃]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몇몇 영화 팬 들에게 있어 조던 필은 공포영화를 만드는 신예 감독 정도로 인식되겠지만 원래 그의 본 무대는 공포물이 아닌 코미디였다. 코미디 센트럴 채널에서 방영된 [키 앤 필 (Key & Peele)]로 먼저 대중에게 다가선 그는 잘 나가는 스케치 코미디 배우로서의 명성을 얻는 데 성공한다. (키 앤 필 콤비는 근래 개봉한 [토이 스토리 4]애서도 더키와 버니 콤비로 등장했다)

 

 

그렇게 ‘웃기는 배우’로 알려진 그가 [겟 아웃]의 감독이라는 사실을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백인 여친을 둔 젊은 흑인 남자가 여친의 부모를 찾아 뵙기 위해 백인들의 마을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인종’이라는 테마를 서스펜스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평단을 극찬을 받았고, 흥행에서는 물론이고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공포물이라는 장르영화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이렇듯 역대급 공포영화로 성공리에 감독 데뷔를 마친 필 조던의 차기작이 바로 지금 소개할 [어스]다. [겟 아웃]의 ‘그 감독’이 또 다시 공포물로 돌아왔을 때 평단의 반응은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가 100%를 찍으며 초반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어스]의 내용은 이렇다. 미국 영토를 이어가는 인간 띠를 만들어 참여자들의 기부금으로 가난을 퇴치하자는 ‘Hands Across the America’ 캠페인이 벌어지던 1986년, 한 흑인 소녀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해변가의 유원지에 놀러 갔다가 거울의 방에서 어떤 무시무시한 일을 경험한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는 가정 주부로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온 여인은 자신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겼던 그 동네에서 이번엔 자신과 남편, 자식들을 꼭 빼 닮은 도플갱어 가족과 조우하며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 조금 기괴하다.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들의 습격을 받는다는 [어스]의 기본적인 플롯은 다분히 전통적인 슬래셔 무비의 스타일을 차용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조금 더 넓게 보자면 M. 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 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전국적인 재앙이라는, 재난물의 형태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어스]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포감을 선사했던 [겟 아웃]과는 달리 소재의 신선한 측면만 빼면 전통적인 호러 스타일로 승부한 장르물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텐데, 공포영화의 관습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나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도플갱어의 습격과 대면까지의 과정은 정석대로의 스릴을 잘 전달하는 편이지만 영화가 주는 공포의 근원은 고어적인 폭력과 살인마의 무자비한 성향이 아니라 끈적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주는 의문투성이의 찝찝함이다. 때론 뜬금없이 터져 나오는 유머코드는 –설령 감독이 [키 앤 필]의 그 조던 필이라 해도-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러나 조던 필 감독은 이 모든 재앙의 원인과 도플갱어의 정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영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드러내려 한다. 본디 [어스 Us]라는 제목부터가 ‘우리’라는 의미로도, 혹은 ‘미국’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 표현임을 감안한다면 영화가 지닌 함의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는 국내의 모 평론가가 [어스]를 ‘장르영화이자 작가영화’라고 해석한 부분과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조던 필 감독은 인종 차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의식을 드러낸 [겟 아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하층민과 사회적 계급의 부조리에 대한 은유를 담아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형식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지는데다, 관객이 느끼는 장르적인 쾌감 또한 조금 어정쩡하다는 데 있다. 즉, 미국인의 입장에서 [어스]를 보는 것과 타국인의 입장에서 [어스]를 보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 여기에 ‘공포영화’에 한정해서 장르적인 재미를 찾으려는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 영화에 내포된 상징성을 음미하면서 마치 퍼즐을 풀어나가듯 영화 곳곳에 숨겨진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는 남다르다. 겉으로는 난해함으로 표현되는 수많은 상징들이 실은 감독이 의도한 장치였음을 알아채는 순간, 조던 필 감독이 생각 이상으로 치밀한 작가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블루레이 퀄리티

[어스] 블루레이는 아리알렉사 시리즈로 촬영한 3.4K 디지털 소스로 2K D.I시킨 마스터 소스를 사용했다. 화면비는 2.39:1. 본 작품의 비주얼적인 특징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밤을 배경으로 흑인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대부분의 장면이 무척 어두운 상태로 진행된다는 얘긴데, 그런 화면상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색상의 표현력은 밝고 정확하다. 평균 비트레이트는 29.4Mbps로 준수한 수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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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텍스처의 질감과 더불어 높은 선예도를 자랑하는 화질을 선사하며 배우의 피부 위로 드러나는 흉터, 눈물, 모공 등의 표현 또한 우수하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세트에 나타나는 디테일한 오브젝트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만족스럽다. 희번득하게 눈을 치켜 뜬 루피타 뇽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에서의 강렬한 대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영화에 걸맞는 비주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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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에서 사운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돌비 애트모스로 제공되는 모종의 효과음들은 디테일하게 배치된 사운드의 생동감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센터는 다른 채널과의 우선 순위에 있어 언제나 명료하고 또렷하다. 또한 공간감과 방향성이 확실한 사운드의 설계로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중간 중간 관객을 놀래키는 서프라이즈 효과음의 임팩트와 스멀스멀 기분 나쁜 기운을 배출시키는 스코어의 저음도 뛰어난 편이다.

 

스페셜 피쳐

 

삭제장면을 포함해 다양한 메이킹 영상과 코멘터리가 포함된 부가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먼저 ‘The Monsters Within Us’는 기본적으로 1인 2역을 해야 했던 배우들의 후일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아들레이드와 레드 역을 맡은 루피타 뇽은 정말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두 역할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으면서도 확실한 차이가 보이기 연기할 수 있도록 남을 사칭하는 사람(전범같은)을 연구했다고 한다. 조던 필 감독이 가장 처음 한 말이 “지금부터 아주 피곤하질 거요”였는데, 정말로 그 말을 지켰다고… -_-;;;

 

 

‘The Duality of Us’는 영화 속에 녹아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생각과 주제가 잘 설명되어 있는 일종의 독해서와 같은 영상이다. 감독이 직접 나와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들을 상세히 짚어 주는데, 가령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국인들이 누리는 특권 이면에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이 따른다는, 즉 고통과 번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내용과 잘 부합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꼭 한번 감상하면 좋을 부가영상이다. 

 

 

‘Redefining a Genre: Jordan Peel's Brand of Horror’ 에서는 조던 필이 아주 ‘확실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어떤 공포영화’에 대해 언급하는데, 바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다!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정말 아름다운 한국영화’라고 소개하면서 [새]와 [나이트메어] 시리즈. [에이리언]과 더불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포영화 콜렉션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어스]에 담아내고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아마 1인 2역이 사용된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겠지만 ‘상대역’이 없는 작품을 촬영하는 일은 상당히 고역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Tethered Together:Making Us Twice’가 바로 그런 고충을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두 역할 중 누구를 먼저 촬영할 것인지 계획과 일정 관리가 매우 복잡하게 작용한 영화로서 도플갱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영화적인 기법과 촬영 기술에 대해 알려준다.  

 

 
스페셜 피처 목록

- The Monsters Within Us(4:44)  
- Tethered Together:Making Us Twice(7:27)  
- Redefining a Genre: Jordan Peel's Brand of Horror(5:29)  
- The Duality of Us (9:54)  
- Becoming Red(4:07)  
- Scene Explorations (7:45)  
- Deleted Scenes (6:53)  
- We're All Dying (6:20)  
- As Above, So Below: Grand Pas de Deux(5:00)

 

총 평

전작인 [겟 아웃]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덕분인지, 이번에는 좀 더 과감하게 작가적 취향에 집중했다고나 할까. 상징성이 강하고 난해하다 못해 괴상하게 느껴지는 스토리 텔링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스]는 분명 공포영화라는 한정적인 메뉴 안에서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혹자는 영화 상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설정의 구멍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환상특급]이나 [어베이징 스토리]와 같은 SF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괴담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이 같은 부분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조던 필이 만든 21세기 호러형 [환상특급] 이라고 하겠다. 

 

  • 작품 - ★★★☆
  • 화질 - ★★★★☆

  • 사운드 - ★★★★☆
  • 부가영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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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7-27 09:58:00

다소 난해해 보이는 스토리 구조를 잘 음미하면서 보았더니 꽤 깊은 은유와 상징이 보여 괜찮게 보았습니다.

4K로 감상했는데 화질은 아주 좋았습니다. 밝은 장면에서의 검은 피부톤이나 어두운 장면의 선예도 모두 좋았네요. 또 4K 디스크에도 서플이 모두 담겨 있어요.

깔끔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2019-08-19 10:33:51

미국에 있을때 겟아웃 개봉하는날 우연히 극장에서 관람.

한국 와서 극장에서 다시 관람.

나중에 다운 받아서 프로젝터로 다시...

합 3회를 보며 느낌이 각각 달랐습니다.

마치 '일곱번째내가죽던날(Before I Fall)을 보는것 처럼.

그래서 US도 엄청난 기대를 했었던것 같습니다.

개봉일에 맞춰 봤는데 제가 평가 하기에는 약간 범위초과.

US... 제목이 말하는건 아마로 USA에 US(United States)를 말하려는건가보다 느끼게 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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