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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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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 리뷰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국내 정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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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18:48:54

글 | johjima (knoukyh@korea.com)


노인이 기댈 곳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원제: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나라’라는 말은 어떤 특정한 국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0년 시점의 미국이지만, 이 영화에서 ‘노인’을 대변하는 보안관 에드 톰 벨 씨의 처지는 지금도, 또한 미국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영화가 ‘노인의 처지에 대한 한탄’만을 다루었다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작가 코맥 매카시는 아마 실망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아카데미가 주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코엔 형제는 매카시 작가가 쓴 아주 담담하지만 여러 의미로 오싹한 원작 소설을, 그 시각과 분위기를 유지한 채 매우 훌륭하게 영상화했다. 그들이 2019년 현재까지 감독한 모든 작품들 중 어쩌면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를 처음 접한 이후 족히 십여 차례 이상 다시 보았던 필자는 그렇게 믿는다. 


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최초 개봉한 지 10년이 좀 더 지나 드디어 국내에 Blu-ray로 정식 발매된다. 오래 전 발매된 북미판 Blu-ray를 통해 몇 번이고 보았지만, 정식 발매되는 디스크로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가슴이 설렌다. 필자에게 이 영화는 그런 영화이다.


디스크 스펙


  •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35:1/ 비트레이트 31.86Mbps
  • 음성스펙 DTS-HD MA(24/48) 5.1ch
  • 자막: 한국어, 영어



▲ 상: 정발판/ 하: 북미판


한국 정식 발매판의 평균 비트레이트는 2008년에 발매된 북미판(같은 해 9월에 영국 등에서 발매한 파라마운트 최초 판본도 동일한 마스터)에 비해 약 30% 가량 더 높다. 또한 LPCM(16/48) 5.1ch 스펙이던 북미판과 달리 DTS-HD MA(24/48) 5.1ch로 사운드 포맷이 변경된 것도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부가 영상

서플은 총 3종이며 모두 SD 해상도로 수록되었다. 모든 서플에는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작 과정 (24분 49초)

• 코엔 형제와의 작업 (8분 7초)

• 시골 보안관의 일기 (6분 44초)


분량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내용 자체는 성실한 편이다. SD 해상도치고 그런대로 봐줄만한 화질인 것도 아슬아슬하게 서플의 평점을 나락으로 떨구지 않는 요소. 


하지만 개봉 후 4개월 남짓만에 발매된 북미 초판이야 서플 만들 시간이 부족하니 정상 참작할 여지라도 있었지, 이번 정식 발매판마저 당시 북미판과 똑같은 서플을 담았다는 건 역시 아무래도 아쉽다. 애초에 만들지 않은 것을 국내 발매사가 어떻게 조달하겠나 싶긴 하지만.


영상 퀄리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Arri의 35mm 필름 카메라인 Arricam과 535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되었다. 북미 초판 발매 당시에는 해당 시점 최신 코덱인 AVC4를 사용한 디지털 트랜스퍼 퀄리티 역시 양질이라 칭송받았으며, 지금 봐도 슈퍼 35mm 필름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괜찮은 영상이다.


▲ 북미판

 

 정발판


이에 비해 이번 정식 발매판의 마스터는 어떤 경로로 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또한 그 나름의 특성을 보여준다. 일례로 상기 비교 스크린 샷은 작품 초반의 밝고 황량한 배경이 잘 드러나는데, 북미판과 정발판은 약간 과장 보태면 시간대가 달라 보일 정도. 

 

▲ 북미판

 

 정발판

 

다음은 밤 장면인데, 여기서도 양 판본의 차이는 선명하다. 정발판은 암부가 좀 더 잘 드러나도록 조정되어 있지만, 북미판에 비해 계조나 노이즈가 상대적으로 더 정돈되었기에 실제 영상에서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레인 감이 좀 더 드러나는 것은 호불호를 부를 여지가 있겠으나, 호불호를 떠나 이는 이 영화가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했음을 충실히 보여주는 요소이다.


▲ 북미판

 

 

 정발판

 

이런 식으로 해상감이나 디테일 면에서는 정발판도 과거 북미판과 거의 같은 양상을 보여주지만, 정발판이 보다 재현 및 시청하기 편한 영상이라는 점과 더 높은 비트레이트를 부어 전반적으로 보다 품위 있는 영상감을 보여 주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 필자가 소지한 여러 종류의 디스플레이(DLP/ D-ILA 프로젝터, LCD/ PDP/ OLED TV)로 테스트해도, (디스플레이 각각의 특성에 따른 표현의 차이는 있어도)이 품위감은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물론 양 판본 간 10년의 시간차를 생각하면 이번에 등장한 정발판이 더 확실하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건조한 분위기를 잘 담아낸 필름 라이크한 영상이라는 점은 딱히 이의를 달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자연 재해’와도 비슷하게 여겨지는 주역 안톤 시거의 무정함조차 넘어선 행동들을 음미하기에 문제없는 영상이다.


사실 코엔 형제는 필름 촬영작이라도 디지털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왔고 & 이렇게 작성된 SDR 디지털 마스터를 ‘보존 및 디스크화의 기준’으로 제시해 왔다. 때문에 이번 정발판에서 비트레이트나 디지털 보정 값 조정에 따른 결과 외에 다른 차별점이 별달리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이 작품의 어떤 판본- 예를 들면 4K UltraHD Blu-ray가 혹시나 나온다 해도 기준은 어디까지나 이번 정식 발매 Blu-ray에 두는 것도 무방하다 생각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작품의 무미건조함을 제작 의도에 맞게 되도록 정확하게 보는 방법은 BD에 담기는 SDR/ BT.709 영상이라는 감회도 있을 정도.


음성 퀄리티

 

스펙 항목에서 언급한 대로, 정식 발매된 Blu-ray의 사운드 포맷은 DTS-HD MA로 변경되었다. 채널은 5.1ch로 같지만, 비트샘플링 스펙도 변경된 것도 특이 사항.


이 영화의 사운드 포맷은 북미 초판부터 가장 최근에 발매된 일본판(2019년 4월 발매)까지 일관되게 LPCM 포맷을 유지해 왔기에, 정발판의 포맷 변경은 상당한 흥미와 호기심을 부른 게 사실이다. 문제는...


 

문제는 이 영화가 본편 중 배경 음악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 인지하기 어렵게 쓴다는 점이다. 짧게, 낮은 볼륨으로, 긴장감이 고조될 때 슬쩍. 때문에 팔짱 끼고 시시콜콜 따지는 편집증적인 인간 - 예를 들면 필자 같은 리뷰어 - 이 아닌 한, 이 포맷인들 어떠하리 저 포맷인들 어떠하리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대신 이 영화가 아카데미 음향효과와 음향편집 부문에 후보로 오르게 할 만큼,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각종 효과음과 생활 소음은 정발판 BD에서도 매우 충실하고 생동감 있게 잘 재현된다. 다만 날카로운 분들이라면 필자가 앞선 문장에 ‘에서도’라고 쓴 것을 알아채실 것이고, 사실 무슨 일편단심 정발판을 고집할 만큼 과거 북미판과 음질 격차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평가 관점에서, 정발판 ‘역시’ 영화를 충실하게 견인하는 소리를 내준다는 말이다.



더불어 5.1ch이라고 해서 서라운드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잘 다듬어진 하이파이 스테레오 시스템에서 이 디스크를 재생하는 것도 또 다른 맛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무서운 영화지만 그 무서움에 축축함 같은 것은 사실상 전혀 없다. 하도 건조하다보니 종종 나오는 유머러스한 대사마저 건조하다는 인상을 풍길 정도이며, 정발판에서 재현되는 대사 음성 역시 그러한 느낌을 잘 전달한다. 잘 다듬어 온 하이파이 스테레오 시스템이라면, 이 영화의 건조감을 2채널에서도 오롯이 재현해 낼 수 있다. 또한 그러고 나면 스태프 롤에서 흐르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인지하기 쉬울 만큼 울리는)음악의 의미도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서문에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존재하지만, 본문에서 그에 대해 굳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 영화가 ‘코엔 형제의 영화’이고 그들만의 결을 가미하여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원작을 읽어야 이해되는 영상물은 실패작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유례없는 성공작이다. 당연하게도 원작 소설에 비해 대사도 훨씬 적고 심리 묘사도 언행으로 모두 유추해야 하는 영상물임에도, 이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함께 찾아 본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는 원작이 담아낸 것들을 잘 보여 주었다. 말하자면 접시에 담은 모습은 다소 다를지언정 씹었을 때의 맛은 똑같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영화가 더 뒷맛이 오래 남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는 매우 담담하고 건조하게 이것저것 보여준다. 필자 입장에서 이 영화는 늘 같은 것을 보여주지만, 거기에서 무엇을 느끼는지는 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 접했던 대략 10년 전과 지금도 다르고, 아마 10년 후에 다시 봤을 때 느끼는 점도 좀 다를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이 영화는 분명 디스크로 소장하고 꺼내 볼 가치가 있다. 또한 그렇기에 이번 국내 정식 발매 Blu-ray가 필자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정식 발매된 Blu-ray는 그러한 이 영화를 유감없이 잘 전달하는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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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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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20:22:07

화질 색톤 암부는 북미가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리내요. 뭐 그래도 출시해주면 감사히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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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22:18:46

예전에 북미에서 출시됐던 컬렉터즈 에디션도 DTS-HD.MA 사운드 포맷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정판을 놓쳐서 일반판으로 구매했는데 어서 받아서 감상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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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02:01:02

노나없 애정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정식발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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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06:51:15

 오랜만의 블루레이 리뷰 잘 읽어습니다.

저는 북미 베바 스틸북으로 소장하고 있는데 DTS-MA 포함이네요  영화 보면서 대사가 발란스도 잘 맞고 너무 명료하게 잘 들려서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주말에 '더 로드'랑 다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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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09:34:07

해외판과 영상 밝기가 다르군요.

발매 연기된게 아쉽지만 정식 출시판 가지게 된게 감지덕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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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0:30:26

제가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건지..

화질에 있어서 '품위감'이라는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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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22 10:51:07

간단히 말하면 감상에 거슬리는 각종 노이즈(ex: 비트레이트가 낮은 영상에서 쉽게 보이는 소위 깍두기 현상이라든가)가 없고, 명암의 계조와 디테일 표현이 전부 평균 이상으로 잘 나오면서 촬영 기재의 특성(아날로그 필름이라면 그레인 감도)이 드러나오는 그림을 말합니다.

특히 아날로그 필름 촬영작은 쨍하고 선명한 디지털 촬영작과 다른 의미에서 영상의 맛이 있는데, 이것을 무조건 '좋은 화질'이라고 설명하면 디지털 촬영작을 떠올리고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문에서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품위있는 영상'이라는 쪽이 추상적이라도 한 마디로 쉽게 전달하기 편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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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0:52:51
간단히 말하면 감상에 거슬리는 각종 노이즈(ex: 비트레이트가 낮은 영상에서 쉽게 보이는 소위 깍두기 현상이라든가)가 없고, 명암의 계조와 디테일 표현이 전부 평균 이상으로 잘 나오면서 촬영 기재의 특성(아날로그 필름이라면 그레인 감도)이 드러나오는 그림을 말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셔야 알아들을수 있을거 같아요. 품위있는 영상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 다르죠. 누가 '품위감'이라는 추상적 용어를 위에 디테일한 설명처럼 받아드릴까요?

 

제가 옛날 하이비 리뷰에서 정말 싫어하던게 일본인 특유의 구체적이지 않은 말장난이었습니다. 화질과 음질을 표현하는데, 그게 당췌 왜 그런건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들은 그렇게 얘기하는게 더 있어보이고 권위적이라고 느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넵, 추가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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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22 11:11:44

그 내용은 품위감 문단 앞뒤로 모두 언급했습니다.('계조나 노이즈가 더 정돈되었고...' /'필름라이크한...') 때문에 딱 저 문단에선 또 위 댓글처럼 자세히 풀어써서 중언부언하지 않고 '품위감'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디지털 촬영작을 떠올리기 쉬운 '좋은 화질'보다야 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이는 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리뷰에선 제가 필요하다 여기는 설명은 모두 하고 있습니다. 하이비 타입의 어조는 저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데, 다만 분량 조절에 따른 배분은 있으니 그 점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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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4:35:45

몇년전 북미판으로 봤던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정발로 만나보겠군요.

자막의 퀄리티나 폰트 얘기는 없네요.
가장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아무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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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11:10:12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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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7 02:17:07

주중에 받아볼텐데 리뷰보니 기대감이 더 커집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영화인지...

거칠면서 잘 정돈된 품위있는 영상을 10년간의 기다림으로 보상받아여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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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3 08:07:54

 인상적인 영화였는데 BD 감상은 또 다른 매력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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