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블루레이 리뷰 | 테넷 (Tenet, 2020)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거장의 실험은 계속된다
그러나 늘 영화적 실험을 시도하는 놀란의 성향대로 [테넷] 역시 평범한 첩보영화는 아니다. 여기엔 불변의 물리현상인 엔트로피의 법칙을 역행하는 ‘인버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캐릭터의 구축이나 임무 수행의 과정과 같은 영화의 서사 대신 시간을 흐름을 바꾸는 인버전 개념과 이를 활용한 ‘시간의 싸움’을 표현하기 위해 현란하고 복잡한 비주얼로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는 대단히 기이하고도 진귀한 경험이다. 지금까지 시간의 순행과 역행의 흐름을 동시에 한 화면에 담아냈던 영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놀란 특유의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극대화 된 [테넷]은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불친절하며 전개가 빠르다. 시간의 순행과 역행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소싯적 물리학 좀 배웠다 하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아차하는 순간 놓치기 십상이다. 한 번 놓친 흐름은 다시 따라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 불친절한 영화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테넷]에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가 꽤 많이 숨겨져(?) 있다. 이를테면 영화가 시작하면,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는 빨간색으로, 신카피의 로고는 파란색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영화 상에서 시간의 순행 시점은 빨간색, 역행 시점은 파란색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탈린에서 주도자와 사토르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장면이나 스탈스크12의 협공에서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누는 것이 그 예이다.
아마 추측컨데 시간협공이 펼쳐지는 후반부의 스탈스크12 전투에 이르렀을 때 관객의 절반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좌석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두뇌를 가까스로 진정시켜야 하는 고충과 함께 말이다. 이쯤 되면 관객에게 대놓고 재관람을 위한 티켓을 결제하라고 강요하는 셈이라 놀란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테넷]은 그런 의미에서 대중적인 영화는 될 수 없다. 극단적으로 취향을 타는 작품이며, 순방향의 깔끔한 스토리 텔링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보고 있기가 괴로운 영화인 반면 지적 유희와 인버전의 시각적 묘미에 매료된 관객에게는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다. 이거 하나 만큼은 확실해 졌다. 흥행성을 담보하는 블록버스터에서 이 정도로 실험적인 전개를 선보이는 건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패키지 구성
블루레이 퀄리티
디지털의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답게 아리플렉스765와 파나비전 슈퍼 70 및 아이맥스 카메라를 조합해 온전히 필름으로 촬영되었다. 각 필름 소스를 DI 시킨 블루레이 영상 퀄리티는 일단 긴 말이 필요 없이 레퍼런스급이다. 물론 현 시점에 4K UHD가 공존하기 때문에 4K 영상의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살짝 후달리는 감이 없진 않으나 블루레이의 절대적 기준점을 놓고 본다면 [테넷] 블루레이의 경이로운 화질을 능가할 작품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오 스펙은 DTS-HD MA 5.1로 어쩐지 좀 평범한 스펙처럼 느껴진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들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논란거리 중 하나가 바로 사운드믹싱과 관련된 부분인데, 특히나 [테넷]은 영국의 ‘더 가디언’지에서도 지적했듯이 인물들간의 대사가 주변음이나 스코어에 묻혀 웅얼거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페셜 피처
별도의 디스크로 제공되는 스페셜 피처는 예고편을 제외하면 약 1시간 15분 가량의 ‘Looking At The World In A New Way’가 전부다. 이 비하인드 영상은 총 1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을 비롯해 촬영감독인 호이트 반 호이테마, 그리고 주연 배우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 케네스 브래너 등이 나와 [테넷]의 스토리와 초기 제작단계, 캐스팅 및 로케이션, 특수효과, 편집,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스페셜 피처 목록
2. Mobilizing the Troupe (06:35)
3. The Approach (04:40)
4. The Proving Window (04:46)
5. The Roadmap (05:06)
6. Entropy in Action (10:48)
7. Traversing the Globe (12:28)
8. How Big a Plane? (04:48)
9. The Dress Code (03:52)
10. Constructing the Twilight World (05:27)
11. The Final Battle (04:11)
12. Cohesion (05:37)
13. Doesn't Us Being Here Now Mean It Never Happened? (03:49)
총평
잘난 듯 리뷰를 쓰긴 했어도 필자 역시 영화를 보고 나서는 뭔가 끝내주게 멋진 영화를 본 거 같은데, 내가 뭘 봤는지 이해가 안 되는 느낌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n차 관람이 필수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테넷] 블루레이는 확실하게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블루레이 포맷의 한계를 가늠하는 AV적인 요소는 현 시점에서 최고의 퀄리티로 나와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넷]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금 관객으로서 영화에 ‘인버전’ 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한다.
- 작품 - ★★★★☆
- 화질 - ★★★★★
- 사운드 - ★★★★★
- 부가영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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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빼고 모두 만족스러운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