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기생충 4K UltraHD Blu-ray 리뷰 | 여기가 영화 기생충의 나라입니까?
글 : johjima (knoukyh@korea.com)
여기가 영화 기생충의 나라입니까?
아마도 이 리뷰를 열람하신 독자분들 중에선, ‘똑같은 필자의 똑같은 타이틀 리뷰를 벌써 세 번째 보는 거 아니던가?’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사실이다. 필자는 영화 [ 기생충 ]의 4K UltraHD Blu-ray (이하 UBD)를 다룬 리뷰를 세 번째 작성하고 있다. 시작은 작년 2월에 발매된 프랑스판, 그다음은 작년 6월에 발매된 북미판, 그리고 여기 올해 1월에 발매되는 한국 정식 발매판. 한국 제작사에겐 미안하지만 눈치 없게 계속 열거해 보자면, (필자가 다루지는 않았지만)독일, 영국, 호주, 이탈리아에서도 모두 작년에 Parasite의 UBD가 발매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물리 매체 애호가들이 ‘여기가 영화 기생충의 나라입니까?’라고 물으면, 아무리 눈치 없는 필자라도 답변이 궁색해진다.
물론 필자도 알고 있다. 한국의 물리 매체 시장 현실은, 이 영화 속 기택 씨네 가족의 환경이랑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굳이 한국 정식 발매판 [ 기생충 ] UBD의 제작사에게 무슨 계획은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Y대 재학증명서, 가 아니라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 전 세계 모든 UBD 판본 중 독보적으로 최고 수준의 화질, 음질!
⚫ UBD 못지않게 BD 또한 BD로서 한계까지 밀어붙인 수준의 퀄리티 확보!
⚫ 그야말로 <기생충>의 A to Z를 보여주는 방대한 부가 영상의 볼륨!
이제야 밝히는 것이지만, 필자는 눈치 없음 못지않게 의심병 환자다. 그러니 이 리뷰를 보는 독자분들은 안심해도 좋다. S대 디스크 위조학과를 나와도, 필자를 속일 수는 없으니까.
패키지 구성
국내 정식 발매되는 기생충 4K UltraHD Blu-ray 패키지는 (타입에 관계없이)아래의 3 Disc로 구성된다. 아울러 동시 발매되는 Blu-ray(이하 BD) 디지팩 한정판은 여기서 UBD만 빠진 2 Disc 구성이다.
1. 4K UHD Blu-ray : 극장판 본편 + 부가 영상 수록
- 영상 : 2160p(HEVC)/ HDR10, HDR10+, 돌비 비전/ 화면비 2.39:1
- 음성 : 돌비 애트모스(한국어), 오디오 코멘터리(DD) 2종
- 자막 : 한국어, 영어
- 러닝타임 : 본편 132분 + 부가 영상 약 10분
2. 본편 BD : 극장판 본편 + 부가 영상 수록 (* 부가 영상 및 코멘터리는 UBD와 동일)
- 영상 : 1080p(AVC)/ 화면비 2.39:1
- 음성 : 돌비 애트모스(한국어), 오디오 코멘터리(DD) 2종
- 자막 : 한국어, 영어
- 러닝타임 : 본편 132분 + 부가 영상 약 10분
3. 특전 BD : 서플 전용 디스크
- 영상 및 음성 : 하단의 ‘수록 서플 2’ 항목 참조
- 러닝타임 : 234분
디스크 스펙 및 서플리먼트
한국 정식 발매판 기생충 UBD의 스펙은, 현재까지 등장한 전 세계 모든 판본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영상은 평균 76.8Mbps에 달하는 HDR10(+) 레이어 & 추가로 6.3Mbps에 달하는 돌비 비전 레이어로 구성되었으며, 음성은 현 최신 오디오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를 역시 5.1Mbps에 달하는 높은 비트레이트로 담았다.
이는 정식 발매판 본편 BD도 마찬가지로, 한국판 기생충 BD의 평균 영상 비트레이트 33.68Mbps는 (해외 고품질 디스크 메이커로 유명한)크라이테리온이 발매한 기생충 BD의 그것보다도 높다. 또한 BD 돌비 애트모스 트랙 스펙 역시 한국판 UBD와 동등한 수준을 확보하여, 수록 상태에 만전을 기한 인상.
⚫ 수록 서플 1 (UBD & 본편 BD 동시 수록)
아래는 오디오 코멘터리를 포함하여 UBD/ 본편 BD에 동일하게 수록된 서플 목록이며, 모든 영상 특전의 스펙은 (UBD/ 본편 BD 모두 동일한)1080p/ LPCM 2.0ch 이다.
1. 오디오 코멘터리1 (봉 준호 감독/ 송 강호/ 조 여정/ 최 우식/ 장 혜진/ 박 명훈)
: 봉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진행하는 감독x배우 코멘터리. 편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기타 외적 언급도 요소요소 곁들인다. 오디오가 잘 비지 않는 것도 장점.
2. 오디오 코멘터리2 (이 선균/ 박 소담/ 이 정은/ 박 명훈)
: 이쪽은 앞서와 다른 면면의 배우들이 모여 감상과 경험을 공유하는 코멘터리. 작품 관련 이야기와 흥미로운 신변잡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역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트리비아: 배우 코멘터리가 2종이 된 이유?
필자의 경험상 한국 영화임에도 배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코멘터리를 2종 수록한 것이 좀 특이해서, 제작사에게 그 이유를 문의해 보았다. 아래는 이에 대한 제작사의 답변.
「배우들이 모두 모여 코멘터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봉 직후부터 수개월 간 관련사들이 모두 노력했지만, <기생충>이 멀티 캐스팅 영화인 관계로 봉 준호 감독 포함 9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동시에 모일 수 있는 날이 도저히 잡히지 않았다. <기생충>의 해외 개봉과 프로모션, 수상 레이스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또한 배우들 모두가 저마다의 타 작품 촬영 스케줄, 지속되는 <기생충> 홍보 활동, 개인 일정 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선균, 박 소담, 이 정은 배우를 제외한 상태로 첫 번째 코멘터리 녹음을 진행했는데, 모든 배우분들이 <기생충>만큼은 코멘터리에 꼭 참여하기를 원했기에 두 번째 코멘터리의 추가 녹음도 성사되었다.」
3. 티저 (1분 12초)
4. 예고편 (1분 29초)
5. 제작기 영상 (4분 55초)
6. 프로덕션 디자인 비하인드 (2분 29초)
3-6은 CJ ENM이 제작한 영화 홍보풍의 특전 영상으로, 유튜브 공식 채널 등을 통해서도 공개되어 있다. 디스크 수록을 통해 얻는 장점은, (영상 제작 품질은 조정할 수 없지만)수록 품질이 좀 더 좋다는 것과 아카이브의 의미 정도.
⚫ 수록 서플 2 (특전 BD 수록)
다음은 서플 전용 디스크인 특전 BD에 수록된 서플 목록이다. 여기 수록된 서플의 스펙은 영상의 경우 마지막에 소개하는 대담 영상(1080i)을 제외하고 모두 1080p, 음성의 경우 Deep Dive Into PARASITE 중 리스빽트! 서플(24/48 LPCM 2.0ch)을 제외하면 모두 16비트/48kHz LPCM 2.0ch이다.
1. Deep Dive Into PARASITE
: 계획이 다 있구나 (17분 47초) - 각본에 대하여
: 한 지붕 세 가족 (35분 27초) - 주역 캐릭터들에 대하여
: 같이 내려가 보시겠어요? (19분 48초) - 공간에 대하여
: 숏컷 (12분 59초) -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 띵동 (12분 2초) - 연출/소리/편집에 대하여
: 되게 상징적이다! (22분 2초) - 소품/의상/CG/촬영에 대하여
: 잘 어울리냐고, 여기에 (25분 5초) - 대사/음악/분장/시나리오에 대하여
: 믿음의 벨트와 짜파구리 (17분 44초) - 중간 클라이막스와 전환점에 대하여
: 리스빽트! (20분 11초) - 감독과 촬영 현장에 대하여
: 기생충 신드롬 (9분 42초) - 칸 영화제 등 해외에서의 이야기들
각 특전 영상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주제를 설명하는데 적합한 영화의 해당 장면이나 관련 영상을 곁들여 가면서 관련 스태프나 배우가 이에 대해 말하는 형식이다. 총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이 넘지만 주제별로 나뉘어 있는 데다가 구성 및 편집이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필자 개인적으로는 제목만 보면 이게 무슨 내용의 서플이지? 싶다가도 보고 나면 왜 그런 제목인지 알게 되는 센스도 좋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한국판의 메이킹 서플에 해당하는 이 Deep Dive Into PARASITE에는, 프랑스판의 메이킹 서플 및 크라이테리온판의 스태프 인터뷰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다만 필자가 보기에 한국판은 아래와 같은 차별점이 있다.
- 프랑스판에 수록된 1시간 남짓이면서도 다소 산만한 구성의 메이킹 서플에 비해 vs 한국판은 그 3배에 달하는 러닝타임으로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더 전달력 좋은 구성
- 크라이테리온판에 수록된 총 100분 가량의 스태프별 인터뷰 영상은 주로 개별 스태프의 담당 파트(만)에 대한 발언으로 정보가 전해지지만 vs 한국판은 각 주제별로 크라이테리온판에 없는 여타 스태프와 배우들의 발언까지 포함 & 주제별 각 파트의 유기적인 연계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으며 시각적 전달력도 더 좋음
때문에 필자가 생각하기에 ‘기생충’ 메이킹 영상의 완결편은 단연 한국판의 그것이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끝.
2. 삭제 장면(+ NG 장면) (14분 37초)
: 여기에는 일부 해외 발매 판본에서도 볼 수 있는 ‘Deleted Scene’ 서플(프랑스판 기준 12분 7초)에 포함된 시퀀스가 모두 들어 있으며, 더하여 2분 30초 가량의 추가분이 있다.
3. 대담 영상(with 라이언 존슨) (1080i, 27분 17초)
: 2020년 1월에 진행된 봉 준호 감독과 라이언 존슨 감독과의 기생충 Q&A 대담 영상. 봉 감독의 발언에 대한 통역 이외의 모든 영어 발언에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 이 영상은 The MovieReport 공식 계정을 통해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유튜브 영상에선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구성에서도 나타나듯 한국판 기생충의 서플은 코멘터리와 메이킹 영상이 그 핵심이다. 특히 메이킹 영상은 전체 인터뷰 촬영 기간만도 반 년이 넘게 소요되었고 구성 및 편집에도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이 투입되었다 하며, 추가로 메이킹 제작 중에도 계속 수상이 이어지면서 이미 마쳤다고 생각한 인터뷰도 하나둘씩 추가되었다고.
확실히 필자가 세어 봐도 인터뷰 참가 인원만 전부 30명을 넘기는 수준이니, 이 정도면 한국 영화 서플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올드보이’ 블루레이(플레인 발매)의 서플 규모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여기에 필자 개인적으로는 (크라이테리온 등 타국 발매판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소위 ‘엑스트라’로 불리는 단역 배우들에게도 조명을 비추고 있다는 점과, VFX 감독의 노고를 처음 보는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따라서 다른 외적 요소보다 기생충이란 작품 그 자체에 최대한 세밀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애호가라면, 한국판 기생충의 서플에도 주목해 보자. 특히 한국 정식 발매판이었기에, 그리고 (제작사에 따르면)영화의 큰 성공 뒤에서 묵묵히 저마다의 역할을 완벽하게 다해 준 분들에게 가능한 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어 한 봉 준호 감독의 바람이 어우러져 가능했던 방대한 메이킹 영상을.
영상 퀄리티 (4K UltraHD Blu-ray)
기생충은 Arri의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인 Alexa65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한 6.5K 촬영 소스를 4K DI로 피니쉬했다. 이 마스터를 기반으로 4K UltraHD Blu-ray(이하 UBD)가 제작되었기에 기생충은 UBD의 수록 영상이 Blu-ray(이하 BD)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며, 이는 이미 해외에 발매된 다수의 UBD가 공통적으로 증명했다.
마찬가지로 한국판 UBD의 영상 퀄리티 역시 정발판 BD를 능가한다. 때문에 좀 싱겁게 결론이 나 있는 BD와 UBD만의 비교가 아닌, 한국판 이전에 발매된 해외 UBD와도 비교하여 한국판 UBD의 퀄리티 포지션을 가늠해 보겠다.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 처리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음
- 비교용 해외판은 한국판 대비 차이점이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 북미판 UBD의 그것
⚫ 4K UltraHD Blu-ray 영상 퀄리티
한국판 Blu-ray/ 3840x2160 리사이징
북미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국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일단 한국판 UBD는 영상 비트레이트를 북미판 UBD보다 (HDR10 레이어 기준 약 20Mbps) 더 높게 수록한 결과, hevc 코덱 특성대로 디테일면에서 조금 더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장면에서 기우의 얼굴 피부와 옷을 잘 비교해 보면 그 우열을 가늠할 수 있으며, 이런 열성 덕에 이 영화의 촬영에서 추구했던 ‘마치 장면 속 냄새까지 전해지는 듯한’ 선명감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한국판 Blu-ray/ 3840x2160 리사이징
북미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국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편 HDR 그레이딩면에서는, 한국판이 북미판에 비해 밝은 부분이 좀 더 밝게 표현된다. 이 점에서 한국판과 유사한 양상을 보여주는 건 프랑스판 UBD인데, 마침 한국판과 프랑스판은 상하 정보량도 동일하다.(둘 다 북미판에 비해 약간 적다) 이 HDR 휘도의 서포트 덕분에 특히 밝은 부분에서 한국판 UBD의 디테일이 우수하게 보이는 부가 효과도 있으나, 그 대신 사용하는 디스플레이의 휘도 스펙이 떨어지는 경우엔 밝기와 디테일면에서 둘 다 다소 아쉽게 출력될 수는 있다.
한국판 Blu-ray/ 3840x2160 리사이징
북미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국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아울러 기생충의 UBD가 가진 색감을 비롯한 전체적인 ‘영상의 맛’은 특히 이런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CG처리 된 건물 2층이든 실사 촬영된 1층 및 정원과 인물들이든 BD 대비 UBD의 우위는 확실하며, 거기에 더해 한국판 UBD가 잔디의 디테일 등에서 북미판 UBD보다 좀 더 우수한 것도 엿볼 수 있다.
비록 장면에 따라 한국판이 북미판 대비 약간 물러서는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주로 일부 영역의 노이즈가 다소 부자연스럽게 씻겨 나가면서, 덩달아 해당 부분의 디테일이 약간 밋밋해지는 경우), 전체적인 비율로 따지면 이처럼 한국판 UBD의 우수함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때문에 필자는 모든 디스크 중 한국판 UBD의 화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국판 Blu-ray/ 3840x2160 리사이징
한국판 UBD/ HDR10을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단지 앞서도 잠시 언급한 대로, 사용 디스플레이의 휘도 스펙이 떨어진다면 특히 밝은 장면에서 UBD 화면이 BD 대비 좀 어둡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실은 HDR 덕분에 BD에 비해 훨씬 밝은 그림인데도 디스플레이가 이걸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다행히 한국판 UBD에는 HDR10 외에도 HDR10+ 가 동시 수록되어 있어서 (HDR10+ 대응 시스템에서) 이를 커버한다.
(* 해외판 중에서는 북미판 기생충 UBD가, 한국판 UBD처럼 HDR10+를 동시 수록)
예를 들어 HDR10+ 대응 프로젝터인 프리미어 9 등에선, 동적 맵핑이 가능한 HDR10+ 의 장점을 십분 살려 (TV 대비 화면 휘도가 떨어지는 프로젝터이면서도) 짱짱한 느낌의 하이 다이나믹 영상과 함께 제작진이 의도한 기생충의 영상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시스템이 HDR10+를 지원한다면 꼭 시험해 보자.
마지막으로 이처럼 다방면에서 특출난 영상을 보여 준 한국판 기생충 UBD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현재까지 발매된 어떤 해외 판본에도 없었던 돌비 비전 수록과 그 화질이다.
기생충의 돌비 비전 수록이 반가운 것은, 우선 봉 준호 감독이 (‘옥자’의 넷플릭스 공개용 돌비 비전을 통해 그 강점을 경험한) 이 포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생충의 돌비 비전 그레이딩은 봉 준호 감독과 홍 경표 촬영 감독 감수 하에 기생충의 DI 작업을 담당하기도 한 덱스터에서 이뤄졌고, 그 수록 스펙 역시 오로지 UBD에만 완전하게 수록이 가능한 하이 스펙으로 다듬어졌다. 향후 이 정도 노력/ 시간/ 비용을 들인 돌비 비전 수록 한국 영화 UBD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로.
LG OLED C9 + 파나소닉 UB9000/ HDR10 출력 직접 촬영 후 크롭
LG OLED C9 + 파나소닉 UB9000/ 돌비 비전 출력 직접 촬영 후 크롭
(상기 비교 사진은 TV 화면을 직접 촬영했으며 개개인의 시스템에 따라 그 편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만 예시로만 참조 바란다.) 한국판 기생충의 돌비 비전(이하 DV)은 풀 스펙인 12비트 FEL이며, DV 레이어 비트레이트 역시 돌비의 제작 기준을 준수한 UBD 중 상위급인 6Mbps 대에 달한다. 사실 시중의 많은 DV 수록 UBD가 약식이라 할 수 있는 MEL 스펙으로 수록되어 HDR10 대비 더 섬세한 계조와 다양한 다이나믹스 표현의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기생충의 FEL 스펙 DV는 이 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모습.
수록 스펙도 그렇거니와 실제 출력 결과도, HDR10 출력 대비 더 깊고 디테일과 계조를 살린 블랙 표현 & 요소요소에서 더 진하고 사실적으로 전달되는 색감을 통해 한층 고급스런 영상을 보여준다. 필자는 기생충을 여러 해외판 디스크로 이미 몇 번이나 다시 봤지만, 이번 한국판 기생충 UBD가 보여 준 DV 영상에는 그야말로 매료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사실 이번 [ 기생충 ] UBD의 수록 퀄리티가 이 레벨까지 도달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디스크 실 제작을 맡은 플레인이 그동안 국내 정식 발매한 UBD(‘제로 다크 서티’, ‘독전’ 및 현재 작업 중인 미발표작들)를 통해 쌓은 마스터링 노하우를 주축으로, 덱스터(돌비 비전 제작)/ 캔딧(4K 인코딩 및 HDR10 세팅 & 돌비 애트모스 홈 시네마 옵티마이징)/ 삼성(HDR10+ 기술 지원)까지 포스트 업체로 참여했으니까.
더불어 플레인은 제작 기간 중 앞서 출시된 해외판 UBD들도 모두 분석하여, 한국판 UBD의 퀄리티 향상에 참고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비단 영화사(史)적인 의미뿐 아니라, 현 디스크 시장에서 이번 한국판 [ 기생충 ] UBD가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실제 퀄리티에 대해서는 앞서 모두 언급했으니, 이제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이 이 UBD의 영상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하루빨리 되도록 많은 AV 유저들과 함께하고 싶다.
(참고로 플레인은 이번 기생충 제작 과정에서 돌비 비전과 HDR10+ 적용 디스크 제작을 위한 인증 툴과 장비도 도입했다 하니, 향후 지속적인 고품질 로컬 UBD 제작과 발매 역시 국내의 많은 AV 유저들과 함께 기대하고 싶다.)
⚫ 참고: Blu-ray 영상 퀄리티 고찰
비록 UBD에 비해선 두어 발짝 물러서지만, 한국판 기생충의 Blu-ray (이하 BD) 퀄리티 클래스는 대략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발매된 기생충의 BD 판본 중 퀄리티가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난 크라이테리온 발매 BD와 비교하여 간단하게 가늠해 보았다.
크라이테리온판 Blu-ray
한국판 Blu-ray
일단 두 판본에는 구분하기 쉬운 색감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한국판의 상하 (장면에 따라 우측도 포함) 정보량이 크라이테리온판에 비해 약간 더 많고, 디지털 촬영 노이즈를 포함하여 보다 촬영 결과물에 가까운 그림을 보여준다.(참고로 한국판 BD의 상하 정보량은 한국판 UBD보다도 조금 더 많다.)
크라이테리온판 Blu-ray
한국판 Blu-ray
수록 스펙을 상당히 많이 타는, 예를 들어 어둑함과 어스름함이 공존하는 장면에서는 그 우열이 보다 잘 드러난다. 위 장면의 경우 한국판 BD 쪽이 화면 우측에 있는 기정의 상의 디테일이나 피부의 질감이 더 도드라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살짝 끓는 맛으로 곱게 깔리는 촬영 노이즈를 더 잘 살리면서 영상의 입체감도 좀 더 살아나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크라이테리온판 Blu-ray
한국판 Blu-ray
물론 극히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이 정도로는 기생충 BD와 UBD 사이의 우열이나 각국 UBD 판본 간의 하이 다이나믹 처리 차이보다는 그 체감이 덜할 듯하다. 하지만 상술했듯이 한국판 기생충 BD가 해외의 같은 매체 대비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므로, BD로만 접한다 해도 한국판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음성 퀄리티 (UBD & BD 공통)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판 기생충은 UBD와 본편 BD에 모두 돌비 애트모스 메인 오디오를 수록했으며 수록 스펙도 양 매체가 대등하다. 때문에 본 항목에선 매체 구분 없이 기생충의 돌비 애트모스가 가진 주안점과 수록 퀄리티를 살피고, 추가로 해외의 애트모스 판본들에서 느꼈던 감각과 비교해 볼 생각이다.
우선 기생충이란 영화는 그 장르로 미루어 돌비 애트모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비 애트모스 포맷의 장점이 반드시 머리 위에 헬기가 날아가고 총알이 어지러이 날아다녀야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기생충에서 돌비 애트모스 포맷의 강점은 ‘생활 사운드의 사실감 있는 재현’과 ‘영화에 걸맞은 분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서 드러난다.
예를 들면 이 영화의 주 무대 중 하나인 (남궁현자 선생의 예술혼이 살아 있는)박 사장네 집에서 울리는 대사들의 잔향은, 천장에 반사된 울림까지 모두 계산되어 믹싱에 반영되어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반드시 이런 집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넓은 공간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이 집에 있는 것 같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데, 기생충의 애트모스 사운드는 천장 스피커를 사용하여 이런 효과를 강조하는 것에 주력하였다.(반대로 기택 가족의 집은 좁은 반지하이기 때문에 천장 잔향감은 거의 없고, 그저 여기저기 시끄럽게 울리는 소음이 서라운드로 울리는 것에 집중한다.)
더불어 후반의 세찬 비와 함께 영화가 달라진 다음에는, 천장 스피커를 보다 쏠쏠하게 활용한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실제감은 물론, 영화상에서 계산된 사운드 효과- 예를 들면 누워 있는 문광이 말하는 ‘충숙’이 천장 스피커까지 타고 올라가 이후 장면과 연결감을 주는 부분- 들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믹싱에 기울인 이러한 배려가 고조되는 스코어와 함께 작중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하며, 이래서 이 영화에 돌비 애트모스가 필요했음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판 UBD/ BD에 수록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는, 이러한 영화 제작상의 주안점을 모두 충실하게 재현해 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명확한 분리감, 재미있는 이동감, 전체적인 공간감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좋은 퀄리티. 이외에 대역 밸런스나 다이나믹스 면에서도 별달리 흠잡을 데가 없어서 작중 스코어들의 체감 퀄리티가 우수하며, 덕분에 특히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믿음의 벨트’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
아울러 후시 녹음한 부분들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대사 음성 역시 또렷하게 살려져 있는 것도 강점. 한국 영화는 대체로 대사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한국 사람도 한국어 자막을 보게 만든다는 악평을 종종 듣는데, 기생충의 UBD/ BD를 볼 때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다.
기생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돌비 애트모스 트랙을 수록한 판본들에서, 앞서 언급한 장점들이 대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다만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를 선보인 프랑스판 기생충에 비해 북미 유니버설판(UBD)에서는 스코어와 효과음의 수록 볼륨 및 선명도가 약간 증가한 인상이었고, 이후 등장한 크라이테리온판(BD)에선 대사 포함 전반적인 볼륨이 유니버설판보다 약간 더 크며 사운드의 질감이 가장 괜찮게 들리는 식으로 미세한 차이점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판 UBD/ BD의 애트모스 트랙은, 전반적인 믹싱 볼륨 등은 북미 유니버설판의 그것과 비슷하게 들리되 공간을 채우는 소리의 맛은 크라이테리온의 그것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순 퀄리티도 듣는 재미도 해외 판본 애트모스 트랙들의 그것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 별달리 없고, 역시나 ‘기생충’이란 영화를 확실하게 감상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물론 애트모스가 아닌 시스템이라도 그 퀄리티는 만족스럽게 울리지만, 애트모스 시스템에서 즐길 때 재미와 함께 제작측의 모든 의도를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영화 기생충의 나라입니다
필자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아무리 그래도 난 이 영화를 두 번 세 번 계속 볼 만큼 신경이 굵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그 내용에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심리적 저항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였는데, 하지만 또 한편으론 꽤나 재미있는 영화였기에 다시 보고 싶다는 모순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후 해외에서 차례차례 등장하는 기생충 디스크들의 리뷰를 위해서라도 계속 다시 보게 되면서, 필자는 필자가 왜 이 영화를 계속 다시 볼 수 있었는지를 문득 깨달았다. 그건 이 영화에 희노애락이 모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희와 노는 주로 극중 인물들이, 애와 락은 주로 필자가 나눠 가지면서. 말하자면 필자가 이 영화를 다시 볼 만큼 좋아하게 된 것은,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말장난을 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이제 한국에 정식으로 발매되는 기생충의 디스크들은, 필자가 이 영화를 완전히 좋아하게 된 뒤에 다시 보는 기생충이다. 물론 좋아하게 된 이상, 그만큼 멋지게 잘 보여주는 디스크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컸다.
그리고 이 디스크들은 본문에서 논한 대로,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를 멋들어진 형태로 다시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송 강호 배우의 말을 살짝 다르게 빌리자면) 우리도 이런 디스크를 만들 수 있다, 우리도 이런 영화를 이토록 멋지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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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독일판으로 이미 4k를 두번이나 감상한 상태이지만 DV가 적용된 정발 4k도 정말 기대됩니다~
부가영상까지 부족함 없는 레퍼런스 타이틀이 될 것 같네요~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