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리뷰]  UHD-BD 리뷰 - 배트맨

성인용 액션 히어로 영화의 시작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1989년 당시 팀 버튼 감독 x 마이클 키튼 콤비라 하면, 아마 대부분이 1988년 개봉된 호러 코미디 영화 '비틀쥬스'를 먼저 떠올렸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 사람 다 비틀쥬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니.

 

덕분에 이 두 사람이 '배트맨'의 감독과 브루스 웨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배트맨이 호러 코미디 영화가 되는 거 아닌가 < 싶었던 분들도 많았을 것이고요. 그나마 잭 니콜슨이 조커라는 말을 들었을 땐 수긍이 가... 다가도, 그 양반까지 광기의 호러 코미디 쇼에 합류하는 거 아닌가?! 할 수도 있었겠지요. 지금 보면 다 기우였다 싶지만 당시엔 자못 심각했습니다. 저도 이 영화 개봉 당시 유행했던 배트맨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세월은 흘러흘러 2019년, 이 명작 히어로 영화의 개봉 30주년을 기념하여 4K UltraHD Blu-ray(이하 UBD)가 나옵니다. 아니, 호러 코미디 영화 아니었나요? 아니아니, 어떤 의미에선 맞습니다. 맞는데 히어로 영화로서도 명작입니다. 좀 과장 보태면 이 영화부터, 히어로 무비가 비로소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른들도 보고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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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전체용량 76G/본편용량 73.8G, HDR10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69.99Mbps

최고 품질 사운드: 돌비 앳모스 (영어)

* 북미판 UBD는 본편 한국어 자막 지원, 코멘터리는 미지원

* 리뷰에 사용된 북미 발매판은 UBD에 한국어 자막 지원/ 패키지 동봉 BD는 비지원

* 북미판 패키지 동봉 BD는 08년 발매된 구판 BD가 아닌, UBD용 마스터로 제작된 리마스터 신판 BD

* 한국판 UBD 패키지 동봉 BD는 08년 발매된 구판 BD

 

평균 비트레이트는 상당한 편. 2020년대 이후 워너제 UBD는 대개 50M대 평균 비디오 비트레이트 수록이지만, 2019년까진 워너도 꿈(?)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북미판(및 동일한 마스터의 국내 정식 발매판) UBD와 BD는 둘 다 일본어 음성 및 일본어 자막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디스크 기본 언어를 일본어로 하면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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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플 사항

북미판 배트맨 UBD는 UBD에는 오디오 코멘터리(팀 버튼 감독)만 들어 있고, 패키지 동봉 신판 BD에 UBD와 동일한 코멘터리 포함 모든 영상 특전이 수록되었습니다. 아래는 신판 BD 수록 서플이며, 모든 영상 특전의 스펙은 480p/ DD 2.0ch.

• Audio Commentary: Director Tim Burton
• On the Set with Bob Kane (3분)
• Legends of the Dark Knight: The History of Batman (18분)
• Shadows of the Bat: The Cinematic Saga of the Dark Knight (72분)
• Beyond Batman (51분)
• Batman: The Heroes (13분)
• Batman: The Villains (7분)
• Batman: The Complete Robin Storyboard Sequence (4분)
• Music Videos (총 15분 18초)
• Trailer (1분 44초)

 

서플 내용은 보는 재미도 있고 괜찮습니다만, 이 신판 BD는 본편은 일껏 새로 리마스터해 넣었으면서 서플은 모두 옛날 그대로 SD 해상도인 게 아쉬운 점.

 

참고로 구판 BD는 오디오 코멘터리에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이에 비해 a. 신판 BD는 한국어 자막이 든 판본이 확인되지 않고 b. UBD는 본편 한국어 자막이 있는 판본들도 코멘터리엔 한국어 자막이 없으므로 c. 코멘터리 자막을 보고 싶다면 구판 BD를 구해야 합니다.(한국판 UBD 패키지 동봉 BD도 구판 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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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퀄리티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한 결과물입니다.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트맨은 Blu-ray 초창기인 2008년에 VC-1 코덱으로 수록한 BD가 발매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여기 소개하는 북미판 UBD에 동봉된 BD는, UBD 제작용 마스터를 (2K/SDR 스펙에 맞춰)AVC4 코덱으로 수록된 신판 BD입니다.(한국판 UBD 패키지에 동봉된 BD는 구판 BD)

 

구판 BD (caps-a-holic 제공)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배트맨 BD는 08년 당시 기준으로 보면 평균 수준은 뽑은 디스크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 UBD 제작을 위해 새로 4K 리마스터하면서, 당시와는 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위 장면의 경우 구판 BD는 부옇고 어두운 오래된 영화 감각라면 > 신판 BD와 UBD는 이보다 더 밝으면서도 화면 투명도와 색감 등이 모두 잘 살아났습니다. 특히 구판 BD는 발매 당시에도 색 표현력 면에선 크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신판 BD와 UBD는 크게 개선된 모양새.

 

구판 BD (caps-a-holic 제공)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신판 BD와 UBD는 구판 BD 대비 전체적인 색감이 모두 더 화사해졌고, 특히 이런 장면은 상당히 차이가 큰 편. 동시에 주목할 부분은 암부의 재현력으로, 브루스(마이클 키튼 분)의 정장 상/하의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구판은 전체적으로 부옇게 뜨는 편 > 신판은 블랙은 가라앉지만 디테일과 계조가 좀 묻히는 편 > UBD는 블랙이 가라앉으면서도 디테일 등 전반적인 표현력이 살아있는 상태. 이외에도 갑옷의 명암 대비와 질감 표현력에 주목해 보면, 구판 BD <<< 신판 BD < UBD 식으로 순 화질이 개선되는 정도를 역시 잘 캐치할 수 있겠습니다.

 

구판 BD (caps-a-holic 제공)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이 장면 역시 앞서 언급한 차이점들을 종합적으로 잘 뜯어볼 수 있는 부분. 이처럼 구판 BD는 디테일, S/N, 계조, 다이나믹스, 색감 모든 면에서 신판 BD에도 미칠 수 없는 수준이니 고이 치워줘도 됩니다. 

 

같은 35mm 네거에서 스캔/ 디지털 리마스터로 취득해도 이만한 차이가 나는 건, 달리 말하면 10년 간 디지털 리마스터 노하우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이정도면 2019년산 마스터 판본의 필요성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생각하니, 이후엔 신판 BD vs UBD 비교를 통해 UBD의 특성에 대해서 짚습니다.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배트맨은 80-90년대 유행했던 파나플렉스 카메라로 찍은 35mm 아날로그 필름 영화라서, 전반적인 경향이나 톤은 직전에 리뷰했던 [ 라스트 액션 히어로 ] UBD와 닮은 데가 있습니다. 하지만 워너의 HDR 그레이딩 스펙과 방향성이 소니와 달라서, 실제 재생 시엔 BD와 UBD 간의 편차 양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이 장면의 경우 UBD가 살짝 어둡게 보이지만, 실은 HDR 그레이딩 평균 휘도가 113니트(최대 휘도는 1284니트)라서 스크린 샷 취득 시엔 150니트 맵핑 때문에 오히려 밝기 손해를 본 케이스. 실제 화면 출력 시에는 UBD의 그림이 보다 생생한 느낌이 살고 + 암부의 디테일 포함 전체적인 화면 계조가 더 우수하며 + 덩달아 그레인과 필름 질감이 좀 더 살아납니다.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같은 2019년산 4K 리마스터를 쓴 덕에, BD+업스케일과 비교하면 선예감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 그레인을 포함한 화면의 디테일과 필름 질감은 (실제 출력물보다 좀 어둡게 나온)스샷에서도 UBD의 우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배트맨은 영화 자체에 어두운 장면이 많고 HDR 최대 휘도는 일부 광원 표현에 집중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UBD의 화질상 장점은 휘도 스펙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OLED 등에서 볼 때 오히려 더 잘 체감됩니다. [ 라스트 액션 히어로 ] UBD는 중상위급 고휘도 스펙 QLED 출력 혹은 톤 맵핑을 강하게 걸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칙칙한 그림이 나오면서, 동봉 BD(2010년 구판과 같은 BD) 대비 장점을 체감하기 쉽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장점.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편 색감면에서 신판 BD와 UBD 간의 차이는, 색역 넓이에 따른 직접적인 차이보단 주로 (HDR 그레이딩 이념과 겹치는)보다 생생한 필름 톤 재현력에서 나옵니다. 거기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라 한 눈에 확 UBD/ HDR의 강점이 체감되진 않더라도, 계속 보다보면 UBD에서 풍겨오는 그윽한 80년대 감각이 잘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4K/ HDR 출력 시스템을 갖춘 분이라면, 이 영화는 UBD로 보는 게 실질로나 체감으로나 '가장 좋은 화질의 배트맨'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최신 디지털이나 35mm 대비로 보면 좀 흐릿하고... 좀 색이 바랜 느낌도 있고... 하더라도, 이 영화는 89년 영화입니다.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 UBD의 화질 평점은 (89년 작품임을 감안하며, 재현력 면에서 채점할 때)89점 정도? 이걸 기준으로 한다면 알기 쉽게 신판 BD는 86점, 구판 BD는 79점 정도... 이런 식으로 줄세울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대개의 UBD/ HDR 시스템에서 그럴 것이오니 모두 UBD 보세요, U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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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퀄리티

배트맨의 사운드 포맷은 구판 BD의 경우 돌비 트루HD(16/48) 5.1ch 였고, 신판 BD와 UBD는 동일하게 돌비 앳모스를 수록했습니다. 신판 BD와 UBD의 앳모스는 비트레이트 면에선 동일하고, 단지 코어 볼륨이 달라서 시스템에 따라 볼륨 조정을 비슷하게 해야 체감이 동일하게 나오는 특성은 있습니다.

일단 구판 트루HD 5.1ch 대비 앳모스의 장점은... 일단 좀 더 힘이 있고, 더 살아 있고, 더 풍부한 소리. 물론 이건 앳모스 시스템이 아닌 트루HD 7.1ch로 들어도 느껴지므로 반드시 앳모스만의 장점은 아니지만, 요는 같은 트루HD 라도 역시 현대적인 리마스터의 힘은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냥 커진 것만이 아니라 디테일 면에서도 전보다 진보가 느껴지는 수준. 대사든 음악이든 S/N이 개선되어 보다 '명확하게' 들리는 감이 있고, 비록 오래된 소재라 완전히 투명하다느니 다이나믹 레인지가 끝내준다드니 이런 말을 할 순 없어도 이만하면 역시 89년 영화의 소리치곤 상당히 괜찮게 나옵니다. BG/ SE/ 대사 모두 그렇다는 게 장점.

 

다만 이 차이의 정도가 모든 사람을 확실하게 휘어잡을 정도로 확 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마스터 소스의 한계도 있겠지만, 앳모스 리마스터 자체도 뭐랄까... 재미면에 집중한 것도 아니고 퀄을 재고하는데 집중한 것도 아니고 약간 리마스터의 방향성을 잃은 느낌.

 

물론 오래 되었어도 엄연히 히어로 무비고, 그에 걸맞게 한바탕 놀아주는 장면도 있으니까 앳모스 자체가 아주 효용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배트모빌의 질주감이라든지, 배트윙의 활강감이라든지, 그 외에 총성의 잔향이나 헬리콥터 소리 등등이 모두 오버헤드 스피커 리믹싱이 더해지면서 보다 공간감과 분위기가 살아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거다!' 싶은 한 방은... 글쎄, 2시간 동안 별나게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다시 말해 이 UBD 및 신판 BD의 앳모스 트랙은 '오버 헤드다!'로 대표되는 높이감이나 천장 이동감보다는, 전체적인 '공간감' 면에서 '더 넓은 배트맨의 무대'를 만든다... 라는 측면으로 긍정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순음질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감각은 있어도, 순수하게 앳모스만의 재미면에서 특출나단 감각은 아니라는 말도 됩니다. 순수 드라마 장르 영화라면 그래도 되지만, 액션도 가미된 히어로 무비에선 이게 늘 긍정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서 이 UBD(및 신판 BD)의 앳모스 트랙에 점수를 매긴다면 한 85점 정도. 재미와 품질, 어느 한 쪽이라도 꽉 잡았으면 옛날 물건 프리미엄(?)도 붙여서 망설임없이 90점대를 주는 저치곤 좀 짠 점수라는 생각도 드는데, 하여간 이건 제 리뷰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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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지

서두에 언급했듯이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은 성인용 히어로 무비입니다. 지금은 이런 등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이고, 특히나 배트맨과 DC 무비는 어둡게, 더 어둡게 나오는 게 무슨 상식(?)처럼 된 시대입니다만... 89년에는 이렇게 어둡고 한편으론 기괴한 느낌이 드는, 그러나 분명 히어로가 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맞는 이런 식의 영화는 굉장히 생소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 이 영화를 안 보신 분께 이 영화를 설명한다면, '대충 다크나이트에 배트맨 비긴즈 양념 뿌린 다음 쫌 블랙 코메디성을 늘린 느낌'이라고 하면 아주 정밀한 설명은 아니라도 말이 통할 정도는 될 겁니다. 하지만 89년에는 '그냥 극장 가서 봐.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 라고 밖엔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여기는 DP니까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는 이미 몇십 년 전에 클리어한 분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리고 팀 버튼 감독의 풋풋한 테이스트가 녹아 완성된 이 '당시로선 특이한' 히어로 무비를, 30년이 지난 지금 최신 영상/음성 기술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품질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판 BD로 가지고 계신 분들, 모두모두 UBD로 달리십시오. 그래서 다시 '요즘 보기엔 익숙할 수도 있는' 배트맨 무비를,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