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리뷰] UHD-BD 리뷰 - 괴물(The Thing, 1982)
시대를 앞선 호러
The Thing이 개봉한 1982년은, 지금도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작 '블레이드 러너'나 'E.T.'가 개봉된 해입니다.
비록 셋 중에 흥행 대성공작은 E.T. 뿐이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았고 앞으로도 그럴 SF 소재 영화 세 편이 한 해에 나온 건 분명 이례적인 일입니다. 단지 개중 The Thing의 명성은 어째 셋 중 가장 밀리는(?) 인상이긴 한데, 필자가 보기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왜냐? 마니아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총량을 재면, 다른 두 영화에 못지 않을테니까요.
그런 이 영화가 개봉 40주년을 목전에 둔 2021년에 어떤 모양새의 4K UltraHD Blu-ray(이하 UBD)로 나왔는지, 이번 리뷰에서 알아보는 것은 그 부분입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전체용량 92.3G/본편용량 78G, HDR10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2.35:1/ 비트레이트 85.5Mbps
최고 품질 사운드: DTS:X (영어)
The Thing UBD의 평균 수록 비트레이트는 유니버설에서 나온 UBD 중 최상위권입니다. 사운드 비트레이트와 합치면 평균이 90Mbps가 넘고 순간 비트레이트는 140Mbps까지도 육박하기 때문에, 기기 상태에 따라 재생 시에 이상 현상(예를 들어 디스크 회전음이 아주 크게 들린다든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UBD에 수록된 것은 (지난 모든 디스크 판본들과 마찬가지로)109분 공개판입니다. 삭제 장면이 편집되지 않고 수록된 127분판은 BD에 이어 UBD에서도 볼 수 없는 셈인데, 이 영화는 삭제 장면이 붙으면 오히려 내용 전개에 모순이 생기거나 하는 문제가 있으니 필자 개인적으론 그 옛날 VHS로 본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 서플 사항
The Thing UBD는 UBD와 BD에 모두 서플이 수록되었는데, 구성과 지원 사항이 약간 다릅니다.
[ 4K UltraHD Blu-ray 수록 ] * 코멘터리 포함 모든 서플에 한국어 자막 지원
- 오디오 코멘터리 (존 카펜터 감독 & 커트 러셀)
- John Carpenter's The Thing: Terror Takes Shape (83분 53초)
: 메이킹 서플. BD 당시와 달리 주제별 챕터 지원.
- Outtakes (4분 8초)
- Theatrical Trailer
[ Blu-ray 수록 ] * 2012년 발매된 구판과 동일한 디스크, 코멘터리 포함 모든 서플에 한국어 자막 없음
- 오디오 코멘터리 (UBD 수록 코멘터리와 동일)
- John Carpenter's The Thing: Terror Takes Shape (83분 53초)
- Production Background Archive (4분 50초, 텍스트 및 정지화상 자동 넘김식)
- Cast Production Photographs (2분 30초, 상동)
- Production Art and Storyboards (8분 40초, 상동)
- Location Design (11분 20초, 상동)
- Production Archives (10분 10초, 상동)
- The Saucer (22분 6초, 상동/ Full Motion - 2분 20초)
- The Blairmonster (7분 20초, 상동/ Full Motion - 58초)
- Post Production (4분 40초, 상동)
- Theatrical Trailer
BD에 뭔가뭔가 볼 건 많은데, 핵심 서플들은 UBD에도 동시 수록되었고 & UBD엔 한국어 자막도 모두 지원하는 게 특장점. 이 영화의 서플이 고픈 분들은 모두 UBD로.
- 영상 퀄리티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한 결과물입니다.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The Thing는 당시 대중적이던 파나플렉스 골드 카메라로 찍은 35mm 필름 영화입니다. 이 필름을 토대로 08년에 유니버설이 BD 초판을 내놨고, 이후 2016년에 샤우트 팩토리에서 > 2017년에 영국 애로우 필름에서 새로 리마스터한 BD를 내놓은 전적이 있습니다.
개중 본 리뷰에서 스크린 샷을 통해 직접 비교하는 건 08년 초판 BD와 이번 UBD입니다. 다른 판본에 대한 것은 설명으로 언급.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이 UBD는 일단 첫 설원 시퀀스 나올 때부터 이미 경탄스런 그림을 보여줍니다. 80년대 영화(의 필름을 가지고 만든 디스크) 같지 않은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디테일 표현, 알싸하게 잘 살아난 필름 그레인, 넉넉한 스펙 덕에 압축 아티팩트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좋은 화면이 어우러지는 그 맛은, 82년에 싱싱한 필름으로 관람하지 못한 필자의 마음도 달래줬을 정도입니다.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구판 BD가 VC-1 코덱에다 BD 초창기의 성숙하지 못한 HD 리마스터 기술까지 겹쳐진 물건이라 좋은 소리 못 들었던 것에 비해, 16년 샤우트와 17년 애로우 발매 리마스터 BD는 꽤 괜찮은 그림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둘 중 어느 게 더 좋다로 옥신각신하기도 했는데... 21년에 나온 이 UBD가 그동안 있었던 이 영화의 디스크 화질 논란을 확실히 잠재웁니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스샷으로 이미 완성감이 보일 듯.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명백한 디테일 개선감 외에도, 이 UBD는 HDR 처리에 따른 다이나믹스 표현력과 + 그에 뒤따르는 광색역 표현력도 장족의 발전감 역시 보여줍니다. 최대 1000니트/ 평균 323니트로 수록된 HDR10은, 이런 설원 배경에선 디스플레이 휘도 스펙에 따라 눈밭의 화이트 피크가 다소 죽기도 합니다만 vs 그래도 전체적인 화면 밝기는 엥간한 요즘 HDR 디스플레이면 BD보다 더 밝게 나오며 > 그래서 상대적으로 강화된 투명감과 디테일 표현 역시 눈치채기 쉽습니다.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색감면에선 전반적으로 BD가 누르스름하게 따뜻한 인상이었다면 UBD는 누런 기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보다 차가운 인상 기조인데, 이게 작중 배경인 남극과도 잘 맞습니다. 덩달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어야 할 붉은 색의 표현도 보다 진하면서 + 계조 및 디테일 역시 한층 더 살아나서 영화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한층 더 잘 살아납니다. 그야말로 '화질 덕에 영화가 달라보인다'는 표현의 산 증인인 UBD.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굳이 단점을 들자면... 일단 인위적인 DNR이나 샤프니스를 걸지 않고 정공법으로 빚어낸 그림이라 그런지, 원경 특히 어두운 원경 등에서는 일부 4K 답지 않게 멍해 보이는 데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간/ 근접 샷에선 어느 정도 조명이 있으면 충분히 선방하는 그림이며, 특히 샤우트 - 애로우제 BD들을 요즘 컨슈머 기기들로 4K 업 컨버트 출력해도 자연스러운 디테일 표현감 면에선 이번 UBD가 더 좋아 보입니다. 여러모로 유니버설이 총력을 기울인 한 장.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또한 색감 차이가 꽤 큰 편이라 기존 BD까지의 그림에 익숙한 분들에겐 좀 호불호가 있을 수도? 다만 UBD의 변경된 색감이 애초에 본래 찍힌 색감에 더 가깝기 때문에, 호불호가 아닌 현실 매칭 영역에서 보면 UBD의 손을 들 수밖에 없긴 합니다. 예를 들어 앞선 설원 배경에선 UBD가 더 차가운 인상이지만 이런 실내에선 UBD가 더 따뜻한 인상인데, 이건 실내 형광등 불빛 아래의 조도+색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지저분하던 BD에 비해 UBD가 더 현실적인 것입니다.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마지막으로 HDR 휘도 스펙이 많이 낮은 디스플레이에서 볼 땐, 일부 암부 표현이 파묻히거나 UBD 그림 퀄리티의 감흥이 좀 덜해지거나 하는 것도 있긴 합니다. 디스크 자체는 욕심내지 않고 HDR 표준 수준의 확장 다이나믹스와 섬세한 계조 표현 등이 잘 드러나게 수록한 디스크인데 vs 절대 휘도 대응식인 HDR10의 특성상 이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게 아쉬운 점. 물론 이건 디스크가 책임을 질 일은 아니겠고, 필자로서 참 말씀드리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아끼시는 분들이라면 UBD 재생 시스템, 특히 디스플레이도 업그레이드 하십시오.
UBD 패키지 내 BD (08년 초판 BD와 동일한 디스크,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총평하면 대충 40년 전 필름의 열화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며 유니버설도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좀 신중하게 내실을 기한 인상이라 보는 분에 따라 아쉬운 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vs 그렇긴 해도 '80년대'란 소릴 떼고 봐도 수긍할만한 데가 많은,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좋은 UBD 영상 퀄리티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UBD의 영상 퀄은 90점은 주고 싶습니다.
- 음성 퀄리티
The Thing은 초판 당시 DTS-HD MA(24/48) 5.1ch 트랙을 수록했고 이후 BD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번 UBD에 와서 DTS:X 포맷의 메인 오디오 트랙이 새로 수록되었습니다. 음성 비트레이트도 6.7Mbps 가량으로 상당히 높은 편.
UBD는 단순히 스펙뿐 아니라 실제 체감에서도, 초반 설원을 날아가는 헬리콥터 사운드부터가 BD와는 다른 수준입니다. 헬기 = 오버헤드 스피커란 공식답게 오버헤드 스피커를 통한 이동감이 잘 느껴지며, 덕분에 감상 공간의 음장감도 BD 당시보다 훨씬 잘 살아나서 소위 '현장감'이 강화된 것이 특징.
물론 최신 영화들의 헬리콥터 사운드에 비하면야 탁한 것도 사실이고, 애초에 오버헤드 같은 높이 사운드 할당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 믹싱 단계에서 분리하면서 지상 서라운드에 할당된 소리(BG, SE 모두) 두께가 얇아진 감이 있고, 서라운드 믹싱이 러닝 타임 내내 BD 대비 명확하게 체감이 좋을 만큼 배려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핀포인트로 여러 SE 효과들을 리어와 오버헤드에 배분한 노력은 높이 사고 싶고, 그런 배치가 이 영화를 보다 집중해서 보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은 사실.
여기에 더해 사운드 다이나믹스나 선명감이 모두 BD 당시보다 좋아지면서, 예를 들면 빈번하게 나오는 개들의 출연 장면에서조차 미세한 소리들이 BD보다 더 잘 살아나고 + 덩달아 긴장감도 더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덩달아 소위 '그것'들이 나오는 장면의 괴성들은 공간 전체에 타격감을 전달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80년대 영화라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의)괜찮은 체감이 들기도 하는 것으로 미루어, 이 UBD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이 영화를 깊이 보고 공감한 사람들이 확실해 보이네요.
더불어 대사 전달력도 과거에 비해 좀 더 좋아졌고, 서브우퍼 저음도 간혹 섬뜩함을 더해주는 양념을 쳐주는 등등... 하여간 확 이거다! 싶은 어필력은 좀 부족한데 vs 러닝 타임 내내 크건 작건 개선감을 느끼게 해주고 + 특히 영화 특유의 섬뜩한 분위기를 효율적으로 강화시켜 준 좋은 리마스터+믹싱의 표본이라 들립니다. 오랫동안 이 영화를 좋아했던 필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단지 팬심을 빼고 본다면 좀 오래된 그레인감이 느껴지는 음성인 것도 맞고 다이나믹스가 좀 좁게 들리는 것도 맞고 서라운드가 요란뻑적지근한 것도 아니니까... 종합해서 순수 평점을 매기면 이쪽은 한 88점 정도? 이런저런 미사여구 써놓고 평점은 애매한 이유는, 점수 매길 때는 최대한 '이 영화를 UBD로 처음 본 분들의 감각'에 맞추기 때문입니다.
No CG, Yes Horror
코멘터리에도 언급되듯이 The Thing은 존 카펜터 감독이 구상한 '종말론 3부작'의 첫 작품이지만, 딱히 요즘식 트릴로지 개념이라고 하기엔 연결 고리가 약해서 이 영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종말적인 분위기 듬뿍 + 호러 좋아하는 분들은 만족감 듬뿍인 영화입니다. 특히 CG 하나 없이 당시의 특수 분장이나 효과만으로 만들어낸 날것 같은 '무서움'이 일품으로, 모든 장르 중에 호러에 대한 내성이 제일 약한 필자도 이 영화는 단순한 호러 이상의 강렬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2011년에 개봉한 The Thing이 원래 이 영화의 리메이크로 만들려다 포기하고 프리퀄 스토리로 만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이 1982년 원조에 대한 존경심을 진하게 드러낸다는 것, 하지만 필자 개인적인 소견으론 '모든 면에서 2011년판은 1982년판의 열화 복제판'이란 감상이 든다는 것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존경심을 잘 드러낸다 봅니다. 흥행만 보면 그럭저럭이었던 1982년 The Thing의 후속편을 기획했던 유니버설도 아마 그랬던 것 같고.
그리고 그런 이 영화가 개봉한지 대략 40년 만엔 나온 UBD는, 그런 이 영화를 최대한 잘 즐기게 해 준다고 봅니다. 영상도, 음성도, (한국어 자막까지 생긴)오디오 코멘터리 모두가 그렇고요. 꼭 원작을 기억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한때 인터넷 개그 샷으로 유명했던 위 그림을 기억하는 분들도 기왕이면 이번 UBD로 본편을 한번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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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모니터를 확대 안하고 걍 봐도 차이가 많이 나네요..
UBD 화질이랑은 비교 불가인 듯..
정성스러운 리뷰는 언제나 추천&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