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리뷰] UHD-BD 리뷰 - 쇼생크 탈출
나는 희망한다
1994년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개봉 당시에는 흥행도 별로 수상 실적도 별로였던 그냥 좀 긴 영화(러닝 타임 142분)였습니다. 오죽하면 95년 (언론 추정)서울 관객 60만에 전국 관객 200만을 끌어들이면서 한국 흥행에 성공하자, 주역 중 한 명인 모건 프리먼이 인터뷰에서 기쁨을 표했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 이 영화의 위상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좋은 것이고 그래서 사라지지 않는 희망처럼, 사라지지 않는 명작으로 남은 이 영화를 담은 4K UltraHD Blu-ray(이하 UBD)에 대해서만 논해 보십시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듀얼 레이어(66G), 전체용량 60.8G/본편용량 59.3G, HDR10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49.05Mbps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24/48) 5.1ch (영어)
* 2021년 9월 15일 한국 정식 발매
스펙은 의외로 평범보다 좀 낮은 편. 발매 전에 돌비 비전과 HDR10+ 동시 수록 정보가 돌았건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스트리밍이 가져가 버리고, UBD에는 비트레이트도 50 턱걸이에 HDR10만 수록되었습니다.
거기다 후술하듯이 구판 BD 대비 서플이 추가된 것도 아니고 있는 서플 스펙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에잇, 이런 워너에게 심판의 때는 과연 올 것인지!
- 서플 사항
스펙 항목에 언급했듯이 쇼생크 탈출 UBD+패키지 내 신판 BD에 담긴 서플은 08년 발매된 구판 BD와 똑같습니다. 거기에 UBD 및 신판 BD 둘 다 코멘터리 한국어 자막 미지원.
- 오디오 코멘터리 by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UBD 및 패키지 내 신판 BD 둘 다 수록)
(이하는 패키지 내 BD에만 수록, 한국어 자막 지원)
- Hope Springs Eternal: A Look Back at The Shawshank Redemption (SD, 31분 01초)
- Shawshank: The Redeeming Feature (SD, 48분 17초)
- The Sharktank Redemption (SD, 24분 46초)
- The Charlie Rose Show with Frank Darabont, Tim Robbins, and Morgan Freeman (SD, 42분 21초)
- Shawshank Stills (1080p, 17분 20초)
- Theatrical Re-release Trailer (1080p, 1분 59초)
추가된 거라도 있으면 뭔가 이야기해 볼 열의가 생겼겠는데... 솔직히 이 리뷰 보는 분들치고 서플 안 보신 분들 없지 않을까 하니, 시원하게 패스합니다. 그래도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시면 오래 전 김 정대 님이 작성하신 DVD 리뷰를 보셔도 충분하지 않을지.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dpreview&wr_id=34830
- 영상 퀄리티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한 결과물입니다.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은 Arri 플렉스 35 카메라로 찍은 전형적인 35mm 아날로그 필름 촬영작입니다. 이 네거에서 2021년에 새롭게 4K 리마스터하여 작성한 DI를 가지고, HDR 그레이딩을 추가하여 이번 UBD가 제작되었습니다. 아울러 UBD 패키지에 든 BD 역시, 이 4K 리마스터 소스를 다운 컨버트하여 수록한 신판.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일단 기본적인 디테일 재현력은 구판 BD << 신판 BD < UBD 이런 모양새입니다. 하기사 구판 BD가 발매 당시엔 DVD보다 좋네? 했지만, 13년 지난 지금 보자면 VC-1 코덱에 평균 비트레이트 16Mbps 정도였던 물건이라.
그에 비해 신판 BD와 UBD 간의 디테일 표현력 차이는 아무래도 구판 BD vs UBD보단 덜 나는 편인데, 대신 이쪽은 그레인의 농도 차이라든가 HDR 처리에 따른 암부의 깊이/ 명부의 광빨에서 주로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의 경우에도 탄환 표면의 금속 광택 등에 주목해 보시면 좋겠고.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이런 식으로 구판 BD는 상하 정보량도 좀 더 많지만 세로도 약간 잡아 늘리면서 만든 1.78:1 화면비 = 16:9 TV에 꽉 차는 화면이란 거 외엔, 어둡든 중간 밝기든 아주 밝든 신판 BD와 비교해도 명함도 못 내밉니다. 더하여 신판 BD와 UBD 간의 차이는, 전체적인 화면 투명성과 계조면에서 잘 드러나는 편이고요. 예를 들면 아래 장면처럼...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신판 BD와 UBD는 특히 이처럼 어두운 배경에서 인물쪽에 광원이 비칠 때 차이가 잘 드러나는 편. AB 비교해 가며 보지 않는 한 해상감/디테일은 신판 BD도 꽤 좋네? 싶지만, 신판 BD를 보고 있다보면 UBD 대비 화면에 강조점이 없고 시종일관 그림이 좀 들뜬 느낌입니다.
여기에 신판 BD는 NR 처리도 UBD 대비 세게 걸어 그레인을 많이 지워놔서, 90년대 필름 영화를 보는 감각과는 좀 거리가 있기도 합니다. 이때문에 같은 4K 리마스터를 써서 2K 다운 컨버트만 했음에도, 소장님 넥타이 무늬결 등 미세 디테일을 많이 까먹기도 했고.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편 구판 대비 신판 BD 및 UBD에서 공통으로 느낌이 다른 건 색감으로, 어떤 한 방향으로 색감이 확 달라졌다기보다 > 전체적으로 구판 BD가 마치 좀 빛바랜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신판 BD와 UBD의 색감은 더 싱싱한 필름 영화를 보는 느낌에 가깝게 변모했습니다.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예를 들면 이 장면 같은 경우, 구판 BD vs 신판 BD 및 UBD 간의 차이와 개선점을 모두 잘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연출 기법상 화면 광량과 색감까지 고려하여 촬영했고 그래서 레드(모건 프리먼 분)가 복역 중인 시점의 하늘은 (카메라에 ND 필터를 달고 촬영하여)칙칙하기 그지없는데, 신판 BD와 UBD에선 그 칙칙한 느낌이 구판 BD 대비 훨씬 선명합니다. 더하여 UBD는 신판 BD보다 그 감각이 좀 더 진하게 와닿는 편이고.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그리고 이게 레드가 출소한 뒤의 하늘인데, 위와 같이 화이트 피크가 날아가는 (신판)BD에 비해 UBD는 훨씬 푸르고 클리어한 느낌이 드는 하늘색이 나옵니다. 참고로 이 UBD는 최대 833니트/ 평균 108니트 휘도로 수록되었기 때문에, 150니트 기준 맵핑으로 취득한 스샷이 실제 화면보다 좀 어둡게 나오는 편이라 > 실제 휘도가 받쳐주는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UBD의 하늘색은 위 스샷보다 훨씬 밝고 푸르름을 간직한 하늘색으로 나오고요.
그 외에도 UBD에선 이처럼, 필터를 빼버리고 밝은 자연광 아래에서 찍어 담긴 미세 디테일들이 최대한 잘 드러납니다. 앞서 어둑어둑할 때는 신판 BD나 UBD나 엇비슷하다? 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수 있는데, 레드가 출소한 후반 대략 20분 가량은 별나게 AB 비교하지 않고 보더라도 UBD의 그림이 더 확 눈에 들어오는 걸 다들 알 수 있으실 듯.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아울러 이번 UBD용 4K DI에선 디졸브 같은 장면 전환 시점에 광학 합성이 아닌 디지털 합성법을 활용하면서, 구판 대비 전환 타이밍이 약간 달라지는 부분은 있되 전체적인 화질 열화를 최대한 막았습니다.
물론 골수 마니아라면 오히려 필름 겹쳐 광학 합성하는 게 투박하고 열화된 그림이라도 하나의 필름 영화 보는 맛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는 이미 우리가 보는 매체부터 디지털이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깔끔하게 보는 게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필름 영화 보는 맛은 음... 음... 다같이 LD플레이어를 마련하여 LD로 챙겨보시는 건 어떠실지.(필자 나름의 농담입니다.)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이렇게 전반적으로 구판 BD는 물론 신판 BD에 비해서도 화질 개선감이 잘 나타나는 UBD입니다만,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레인감이 정갈하다 못해 너무 억눌러진 감은 있습니다. HDR 그레이딩에 따른 전형적인 부작용인 노이지 그레인이 적은 건 좋은데, 기본적인 필름 그레인들까지 겸사겸사 분위기만 잡는 수준으로 남겨 둔 구석들이 많아서.
UBD 비트레이트가 상대적으로 낮게 수록되면서 hevc 코덱 특성상 디테일 생략량이 많을 것이란 점도 고려하면, 이런 부분이 이번 쇼생크 UBD의 옥에 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말하자면 지금보다 더 디테일이 충실하게 드러나는 화면 + 그레인과 필름 질감도 훨씬 잘 드러나는 화면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하기는 이정도로 억눌러놨기 때문에 필름 그레인을 싫어하는 분들도 이 UBD는 큰 거부감 없이 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한데.
2008년 발매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패키지 내 신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요약하면 쇼생크 탈출 구판 BD vs 신판 BD vs UBD는 이러합니다.
- 해상감과 디테일 표현력: 구판 BD << 신판 BD < UBD (후반 필터 없는 촬영 장면은 신판 BD << UBD)
- 화면 다이나믹스와 계조: 구판 BD < 신판 BD << UBD
- 색감의 경우 처리 방향성은 구판 BD vs 신판 BD 및 UBD 구도, 순수 표현력 우수성은 UBD가 최고
따라서 본문에 자세히 기술한 일부 호불호를 제외하면, 쇼생크 탈출을 가장 좋게 보는 방법 = 이 UBD인 건 확실합니다. 더불어 HDR 수록 휘도도 크게 과하지 않아서, (QLED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휘도 스펙이 떨어지는)OLED라도 LG 9 시리즈나 현 최신 G 시리즈(Evo 패널) 정도면 스트리밍의 껍데기뿐인 MEL 스펙 돌비 비전이 생각나지 않는 수준의 좋은 HDR10으로 즐길 수 있고요. 물론 필자도 앞으로 쇼생크 탈출은 UBD로만 볼 생각입니다.
- 음성 퀄리티
쇼생크 탈출은 08년 구판 BD에선 돌비 트루HD(16/48) 5.1ch이 메인 오디오 트랙이었는데, 이번 신판 BD와 UBD에선 DTS-HD MA(24/48) 5.1ch 트랙이 메인 오디오입니다. 개중 신판 BD와 UBD는 수록 비트레이트까지 동일(4207kbps)하며 실제 청감상으로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같은 트랙.
일단 신판 BD 및 UBD의 DTS-HD는 구판 BD에 비해 수록 볼륨이 약간 크기 때문에, 사운드 기기 볼륨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이미 이것만으로도 신판 BD 및 UBD의 사운드 인상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사실 볼륨을 비슷한 레벨로 맞추고 비교해봐도, 신판 BD 및 UBD의 사운드의 밀도감이나 무대감을 포함한 룸 장악력이 더 좋은 것도 사실이고요.
고역이 좀 더 열리면서 이런저런 대화 음성이라든가 실내 잔향이 과거보다 좀 더 깔끔하고 선명하게 들리는 것도 장점이지만, 서브우퍼 저음이 이전보다 좀 더 확실하게 나오는 것도 강점. 하다못해 감옥 문 닫는 소리마저도 구판의 트루HD 대비 신판 DTS-HD 쪽이 더 확실하고 선명하게 나옵니다. 애초에 서라운드가 활발한 영화가 아니라서 프런트 3채널에 소리가 집중되는 감각이야 예나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새로운 리마스터링과 믹싱을 가미하면서 보다 더 '와닿는' 사운드인 것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리어까지 신나게 활용하는 건 예나지금이나 똑같이 드물어도, 신판 BD 및 UBD의 소리가 프런트 분리감이 더 뚜렷하다는 것도 강점. 이런 마치 잽잽 연타하는 느낌의 소소한 개선점들이 더해지면서, 처음에는 볼륨 말곤 별 차이를 못 느껴도 계속 보다보면 신판 및 UBD 쪽의 소리가 더 끌리고 몰입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단지 굳이 아쉬운 점을 들자면 블닷컴 공식 리뷰어도 지적했듯이, 디폴트 볼륨이 올라가면서 대사 음성이 가끔 좀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 정도? 이건 말로 설명하기 애매하니, 그냥 초반 앤디의 법정 선고 장면에서 직접들 느껴 보시길 권합니다. 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냥 그 볼륨으로 보면 되고, 이상한 감이 감지된다면 볼륨을 줄이면 되니.
그러나 이정도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이고, 분명 신판 BD와 UBD의 사운드는 구판 대비 (폭이 아주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는 있어도)확실한 개선이 있으며 & 그래서 스코어/ SE/ 대사에 걸쳐 이 영화를 보다 깊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앳모스 같은 이머시브 사운드로 수록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요새 제작사들이 실질적인 퀄리티 업보다는 > 그냥 앳모스 트랙 간판 걸고 괜히 마케팅용으로 과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므로 이번 쇼생크 신판 BD/ UBD처럼, 기존 HD 포맷으로도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동원하여 충분히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개선된 소리를 들려주는 타이틀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작중 그 낡은 축음기에서 피가로의 결혼(속 '편지의 이중창')이 흐를 때, 필자는 이번 UBD의 사운드를 듣는 보람을 다시금 느꼈으니.
The Shawshank Redemption
영화를 즐기는 이유나 타이밍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이 영화의 경우 필자는 주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무언가 하던 일이 잘 안 풀릴 때 틀어서 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스티븐 킹이 쓴 원작 소설보다도 더 직선적이고 쉬우면서도, 한편으론 또 소설과 다른 세심함과 기승전결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점에서 > 이 영화는 오래도록 사랑하며 & 오래도록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본문에 논한대로, 이 영화를 담은 UBD도 충분히 좋고 그래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나왔습니다. 필자 나름 아쉽다 싶은 부분도 있고 보는 분들도 다 각자 나름대로 아쉬운 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글쎄... 보다보면 늘 빠져드는 이 영화를 보아 슬쩍 눈감고 싶기도 하네요.
필자 개인의 감상이야 어쨌거나, 혹시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 혹은 오랫동안 안 보셨던 분은 이번 UBD로 즐기시길 권합니다. 신판 BD만도 따로 발매되어 있지만, 본문에도 적었듯이 현재 이 영화의 영상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UB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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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정독해버렸네요,감사합니다
스틸북예구했는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