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난생 처음 백메고 걸어서 한 라운딩...
안녕하세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잠시 체류 중인 믹마스입니다.
지난번에 COVID-19 아웃브레이크 때문에 캘리포니아가 lock down에 들어가면서 대다수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운동은 허용하기때문에 일부 문을 연 곳이 있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다녀왔습니다. 게다가 특가로 15달러에 18홀 핫딜이 있어서 낼름... (물론 파72의 정규 골프장은 아니고 파3 위주의 간이 골프장입니다. 파5 없이 파4, 파3만 있는...)
그런데 COVID-19때문에 Social Distance를 강조하고 있어서 독특한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카트를 빌려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이 끄는 트롤리(유모차처럼 올려놓고 밀거나 끄는 것)도 있길래 전동 카트 말고 그거라도 대여되냐니까 전염 우려가 있어서 본인이 갖고 온 것만 된다고 하네요.
결국 백 메고 라운딩할 상황이 되었는데...
문제는 제 백이 한국에서 십 수년전에 산 무거운 캐디백 이란 점입니다.. 같이 함께 한 지인은 그래도 스탠딩 할 수 있는 가벼운 천 가방이었는데 제 것은 두껍고 무거운 인조비닐가죽 가방...
어깨에 가뿐히 메고 가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서 부랴부랴 클럽의 절반은 줄이기로 하고 최대한 가볍게 하고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고민이 많이 되더군요. 뭐를 버리고 뭐를 가져 갈지...
일단 4-9번 아이언중 짝수 번호 다 빼고 홀수번호, 웨지 50도와 58도, 드라이버 퍼터, 하이브리드, 드라이버만 챙겨서 나갔습니다. (중간에 무거워 주차장 보이길래 백 커버떼고, 5번이랑 58도도 차에 가져다 두고 옴)
다행히 날씨는 흐렸지만 뭐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기온이 낮아서 백메고 걷는 입장에는 좀 더 편했습니다. 땡볕이면 정말 힘들었을 듯...
라운딩 중에 사람들 여러 명 손이 가는 곳은 죄다 막아놨더군요. 공 닦는 기구가 대표적인데 그것도 치워뒀구요.
또 특이했던 것은 홀컵이었습니다. 홀컵에 왠 플라스틱 컵 같은걸 넣어서 공이 홀컵 위에 떠 있게 만들어서 사람들 손이 홀에 못 들어가게 해뒀습니다.
미국와서 가끔 느지막한 시간에 조인하면 백메고 골프치는 대학생 선수들과 라운딩할 때가 있는데 참 건강하고 멋져 보였는데 의도치 않게 저도 걸어서 라운딩 하게 되었네요.
한국과는 달리 공원식 구장이고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에 홀간 거리가 좁아서 크게 불편없이 18홀을 마칠수 있었는데 너무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한 번 더 도전해 볼까 싶기도 한 매력이 있더군요. 백메고 잔디 밟을때 다리에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이 아직 선합니다.
또 하나 느낀 점은 내 실력에 클럽 수를 절반으로 줄여도 큰 차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어차피 거리가 정확히 나는게 아니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웨지도 너무 집착하지 말고 대충 굴리면 어느 정도는 다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더 고수님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닌 딱 보기 플레이 하는 제 입장에서요.)
원래 이번 주 가보려고 했던 샌디에고에서 열릴 기아 클래식 LPGA 대회도 무기한 연기가 되었네요.
암튼 빨리 이 사태가 안정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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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정한 운동으로써 골프아니겠습니까!!!!
어우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골프장이였음 9홀돌고 쓰러졌을듯...
그래도 어려운상황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재밋는 라운딩 즐기셔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