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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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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8 10:52:34

아래 골프시작하려는 분 그을 읽고 그냥 골프게시판이라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건 딱 10년 됐네요. 회사에서 과장때 제가 모시던 부장님을 대신해 미국 출장을 가게 되면서부터였는데요. 보통 제가 가던 출장은 매번 문제가 생기면 급하게 잡혀서 바로 날라가야 되었는데 이 출장은 미국 저희 관계사와 업무협의차 가는거라 거의 3개월전에 잡혔습니다. 문제는 그 출장에 저희 본부장님과 관련 타부서 부장님이 같이 가게 되어 있었는데 업무외 골프 라운딩이 잡혔던 겁니다. 급하게 레슨을 시작하고 속성으로 2개월 정도를 배운 후 출장가서 드라이버(거의 못 맞춘), 7번 아이언과 샌드웨지, 퍼터만 갖고 말도안되는 라운드를 했었어요. 그러고는 다시 접었어요. 왜냐면 제가 그 때 회사내에서 제일 바쁘고, 문제가 많던 부서를 맡고 있었거든요.

그 뒤 저도 부장이 되고 그 바쁘고 문제많던 부서의 부장을 맡고 있다가 약간 시간을 낼 수 있는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됐는데 그 때가 40대 후반이 된 때였었고 그제서야 골프에 대한 생각이 다시 나서 제대로 한 지 이제 4년차가 되었네요.

골프를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사교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운동효과나 가성비(골프가 비용이 이리저리 많이 들어가긴 하지요)로 보면 저한테는 그리 매력적인 운동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걸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됐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사교목적이라는 건 회사에서는 당연히 골프를 나가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많고, 심지어는 골프를 안치는 사람이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게다가 매우 가끔씩이긴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부장급들을 데리고 라운드를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빠지면 사실 이상한 모양이 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런 모양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회사를 떠나 친구들도 이젠 골프이야기를 하는 비율이 점점 커집니다. 그 외 사촌들, 다른 경로로 사귀게 된 사회 친구들 모두 골프로 집결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런듯 합니다. 

어쨋건 과장때 한 번 경험해 본 골프를 계속 했으면 어땟을까 생각해 보면 장단점이 있겠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좋은 위치에 있을수는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3년반정도 된 것 같은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손목이 아팠다가 손가락이 아팠다가 어깨가 아팠다가 허리가 아팠다가, 아마 온 몸 구석구석 돌아가면서 아팠던 것 같네요. 신기한 건 동시에 여러군데 아파서 골프를 쉬게 하지는 않더군요. 제가 상사로 모시고 있던 분과 주변 동료들이 저를 많이 불러 같이 라운드를 하면서 많이 배웠고(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고마운 사람들이죠. 80대 치는 주말골퍼들이 입문자를 같이 데리고 다녔으니) 스코어도 다닌 만큼은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지금도 조금씩 나아지는것 같고. 지금은 제 평균핸디는 90대 중반인듯 합니다. 

근본적으로 '골프는 재미있나?' 란 생각을 해 보면 '재밌다'라고 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왜냐면 정복이 안되고 만족이 안되기 때문에 특히 남자들이 기를쓰고 하기엔 아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이죠. 지금 '골프는 이제 어느정도 레벨이라 생각하냐?'를 짚어본다면, 아직도 연습장에 가서 '백스윙 궤도는 이게 맞나? 다운스윙 궤도는? 힘 풀고 또 쓰는건 이러면 되나? 드라이버는 왜 이리 지지리도 안 맞지?' 란 생각을 하는거 보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라운드 나가서도 마찬가지로, '오!! 스탠스가 훅라이네.. 그럼 약간 오른쪽 보고 쭉 밀어서.... 어!! 왜 오른쪽으로 가지?' 이러고있으니...

하지만 또 지금도 다음 라운드는 누구와? 어디서? 요즘 부킹은 왜 이리 안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티스캐너와 카카오골프를 기웃거리는걸 보면 계속 안되는거 기를 쓰면서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많은 가난한 골퍼들, 운동신경 부족한 골퍼들, 하지만 마음맞는 사람들이랑 라운딩 가는거 너무 기다리는 골퍼들, 장비가 문제인가 싶어서 장비 기웃거리다 샀는데 역시 몸이 문제였다는걸 느끼고 좌절하고 있을 많은 골퍼들 응원합니다. 잘 안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겁니다.

님의 서명
닉은 Italy(사실 Leader만 Italian) Art Rock Group Devil Doll의 Leader이자 Vocal인 'Mr Doctor'의 닉을 빌려 쓰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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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28 13:08:49

골프는 1대 1 대결이 아닌 저와 골프코스와의 대결이라 동반자가 초보라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참 좋은 운동 같습니다.

골프 아니면 주말에 아파트 콘크리트 안에서 쳐 박혀서 쾡하게 앉아 있을 사람이 골프 덕분에 야외에서 바람도 잔디도 밟고 친구와 우정도 나누고~

나이들수록 좋은 운동 같네요~ 

WR
2020-10-28 13:38:59

맞습니다. 나이들수록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 일부러라도 애써야 된다는 생각을 저도 갖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골프는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운동인듯 합니다.

2020-10-28 23:04:27

'골프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 찬찬히 잘 읽었습니다.

별다른 사진이나 화려한 미사어구 없이도 

충분히 그간의 시간들이 화면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이런 골프 그 자체, 

혹은 골프라는 운동과 골퍼의 관계를 조망하는 글  기대하겠습니다.

WR
2020-10-29 08:19:39

골프가 참 요상한 운동인듯 해요.
뭔가 될 듯 했는데 또 절망하기도 하고. 다들 많은 사연이 있고 또 다른 골퍼들에게 해 줄 말도 많고 그런 운동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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