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클럽모우에서의 타구 사고... 이후의 아쉬운 대처에 대해
지난 주 금요일, 지인들과 '클럽모우'를
방문했다가 타구 사고를 당했습니다. -.-
6번 홀 그린에 올라와서 퍼팅 어드레스 중
갑자기 눈 앞으로 왼쪽에서 뭐가 휙! 날아들더니
오른팔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파 뒹굴었네요.
정신 차리고 보니 어디선가 볼이 날아와
제 오른팔 하완을 정통으로 가격한 것.
캐디도 저희 일행도 모두 황당했습니다.
공이 날아올 데가 없는데...
알고보니 저희 10시 방향으로 100미터쯤 떨어진
2번 홀 티박스에서 친 드라이버 샷이 개훅이 나면서
시속 200km의 속도로 날아와 제가 맞은 거였어요.
중간에 그물망이나 막아주는 나무들도 없는 상황...
치신 분이나 그쪽 팀 캐디의 "뽈(Fore)~" 소리도 없었기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사고였습니다.
물론 소리 들었어도 피할 도리가 없는 공이었지만. -.-
약간만 높아서 머리에 맞았으면 최소 반불구 될 뻔한
소름 끼치는 타구 사고였어요. 이때가 아침 7시쯤.
볼에 맞은 부위(동그란 게 볼 자국)입니다.
팔꿈치 관절을 피해간 것도 천운이었어요.
그리고 뼈 대신 근육이 가장 많은 곳에 맞은 것도 행운.
잠시 후 그쪽 팀 일행과 캐디가 와서 치신 분이 사과하고...
마침 저희 홀 세컨샷 지점에 마샬 분이 포어캐디로 있었어요.
그 분 카트에 제 골프백 싣고 일행 분과 인사하고 저만 아웃.
10분쯤 지나니 맞은 부위 주변이 부풀어 오릅니다.
졸지에 뽀빠이로 변신. 시금치로 냉찜질해야 하나...
자... 여기서부터 제가 할 말이 많아요.
1.
짐 챙겨서 나오는데 그린피 중간 정산해서 내랍니다.
순간 '응? 사고 당했는데 계산을 하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하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이거 계산하나요?" 물었더니
경기과 직원이라는 분이 "보험회사에서 다 보상해준다"고 하라네요.
약간 어이없었지만 결제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 다시.
2.
오른팔은 들지도 못하는 상황.
빨리 병원 가서 치료 받으라네요.
제가 "공 친 분 사과도 받았고 다 됐으니
보험 접수만 해달라"니 알았답니다.
왼팔로만 운전해서 홍천 '클럽모우'에서
서울 강동 저희집 근처 병원까지 왔어요.
오는 동안 한 팔로 운전하는 게 불편하니
'이러다 사고 나면 내 책임인가?' 걱정이 됐습니다.
나중에 주변 분들 이야기 들어보니
그 상황에선 당연히 골프장에서 구급차를 부르든
대리 기사를 부르든 책임지고 조치해줘야 하고
정 안되면 구장 직원이 대신 운전해준다네요.
3.
병원 도착했는데 준다던 보험 접수 번호가 안 옵니다.
9시 29분, 경기과 직원 분 명함의 핸폰으로 전화하니
"경위 조사하고 한다고 시간이 좀 걸리니
걱정 말고 제 카드로 결제하고 치료 받으"랍니다.
진료 받고 치료 받고 1시쯤 집에 왔어요.
4.
1시 42분, 경기과 직원 분이 전화 옵니다.
잘 치료 받았느냐 이런 이야기하다
가해자 분과 서로 핸폰 번호 드리고 할 테니
연락해서 그 분 보험사로 처리하라는 식으로 말하네요?
황당해서 지금 무슨 소리하냐...
골프장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는 거지
왜 내가 그 분이랑 통화를 하냐고 따졌더니
"아... 그런 뜻이 아니고 혹시라도 그 분도
일정 부분 과실이 있을 수 있으니 어쩌구" 말 돌립니다.
엄한 소리 하지 말고 골프장에서 책임지고 진행하라 하고 끊었어요.
5.
밥 먹고 나니 갑자기 급 피곤해서 잠 들었습니다.
눈 뜨니 6시가 넘었네요. 접수 번호도 안 왔고
골프장 측에서 다른 연락도 안 왔습니다.
이때도 살짝 어이 상실... -.-
다음 날 자고 일어나니 붓기는 조금 가라앉았는데
대신 멍과 울혈(?)이 온 팔로 번지기 시작하네요.
토요일 아침에도 병원 가서 치료 받았습니다.
맞은 부위 반대쪽 근육도 멍이 생겼어요.
6.
월요일 아침까지 아무 연락 없습니다.
병원 갔다 출근합니다.
오후가 되어도 보험 접수도 연락도 없습니다. -.-
경기과 직원 분에게 카톡 보냈더니
"주말이 끼어서 어쩌구 저쩌구 저희들이 오늘
보험사에 이야기하면 내일 화요일엔 접수될 거"라네요.
아무리 주말이 끼었다지만 대체 왜 보험 접수에
4일이나 걸리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여튼 알았다고 대답.
보험사 이야기하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그린피 계산한 건 보험사에 이야기하면 되죠?"
물었더니 어라? 말이 달라집니다.
"자기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네요. -.-
'오해'랍니다. 병원비나 보상에 대한 이야기였지
그린피 말한 게 아닌데 제가 잘못 알아들었답니다. 허허...
7.
금요일부터 쌓여온 불만이 폭발. 번호 차단합니다.
클럽모우 대표번호로 전화해서
금요일 타구 사고당한 사람인데
대표실 연결해달라고 했어요.
지금 연결 안되니 자기들이 연락주겠답니다.
20분쯤 있다 오후 3시 27분,
고객(?) 팀장이란 분이 전화오네요.
"식당에서 밥 먹다 돌에 이빨이 부러지든
식중독에 걸리든 손님이 사고를 당했는데
1/3 먹은 건 계산하고 가라는 것 아니냐"고
제가 생각하는 상식에서 한참 이야기했지만
그린피는 자기들이 보상 못해준답니다.
자기네들 방침이 그렇답니다.
제가 '오해'했다고 여튼 죄송하답니다.
돈 6만 9천 원에 마음이 너무나 상했어요.
골프장 관계자 분들이나 지인들께 물어보니
대부분 그 상황에선 그린피 안 받는답니다.
당연하죠. -.-
8.
그렇게 한참을 고객팀장 분과 통화하고서야
1시간 지난 4시 40분, 보험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금요일 아침 7시에 사고가 나고
만 4일이 거의 지나 늦은 오후에
드디어 보험사랑 통화가 됐어요.
참으로... 이해가 안됩니다.
오늘 알게 된 새로운 멍이에요.
바깥쪽이라 제 눈에 안 보였는데
밥 먹다 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찍어줬습니다.
공 맞은 부분은 동그라미 쪽인데
팔꿈치, 팔 아래, 손목 부근까지
온통 멍과 울혈이 번져 나가네요.
어깨 아래부터 손목까지 전체가
20% 정도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저립니다.
최소 한 달은 불편하고 치료받아야 할 듯...
모우 측에서 그러시더군요.
"요즘 타구 사고가 많다"고.
그런데 이렇게 대처가 미숙한지요.
사고는 얼마든지 날 수 있습니다.
골퍼로서 충분히 이해해요.
제가 실망스럽고 짜증이 나는 것은
클럽모우 측의 느리고 비상식적인 대응입니다.
경기과 직원 분의 잘못도 아니에요.
시스템이 잘못된 겁니다. 없는 겁니다.
포어캐디 마샬 분은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그 분은 바로 달려와서 정말 걱정된 얼굴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저를 데려다 주셨습니다.
저희팀과 사고팀 캐디를 비롯,
당일 제가 만난 5명의 직원 중
그 분은 칭찬해 드리고 싶어요.
사회 생활 30년 가까이 해온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첫째, 현장에선 경기과나 마샬이 대응하더라도
이후론 사고관리든 고객관리든 담당자가 따로 있어야 한다.
둘째, 사고 피해자의 그린피는 구장에서 부담해야 한다.
셋째, 보험 접수는 최대한 빨리 & 피해자에게 알려야 한다.
넷째, 책임은 골프장이 전적으로 지고 처리해야 한다.
과실을 따지게 되면 추후 가해자에게 구상권 청구한다.
다섯째, 어떤 형식으로든 골프장에서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
이상입니다.
요즘 골프장들 돈 많이 벌죠.
제발 정신 좀 차립시다.
무조건 사람이 먼저입니다.
골프장의 명성이나 이익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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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 골프장 정신 못차리네요. 구멍가게서도 그렇게 대처하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