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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하이파이, AV 오디오와 바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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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14:45:15

얼마 전에 '하이파이, AV 오디오와 공간론'이란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291181&sca=&sfl=wr_name%2C1&stx=johjima&sop=and&scrap_mode=

 

당시엔 순전히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번엔 거기서 좀 더 나아가 기기 바꿈질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러한 전개에 대한 복선(?)은 이미 위 게시글의 마지막에 던져놨지만, 정말로 전개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은 물론 늘상 이런저런 곳에서 열리는 '오디오 쇼'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1.

기기 바꿈질은 사실 하이파이든 AV든 오디오를 계속 하게 만드는 동력이고, 최소한 윤활유 정도는 됩니다. 

 

예를 들면 30년 가까이 똑같은 JBL의 (현재 관점으로 보면 다이나믹스도 엄청 좁은 옛날)스피커를 고수한다는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조차 자신의 수필에서 '아는 후배의 뽐뿌질에 (턴 테이블의)카트릿지를 바꿔본다 앰프를 바꾼다 해본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는데, 하물며 스피커가 점점 늘어나는 AV 시스템을 운용하는 유저라면 스피커도 당연히 쉴새없이 바꾸게 마련입니다. 이게 넌더리가 나서 (일체형에, 사실상 주는대로 받아 들어야하는)사운드바로 옮겨간 유저들조차, (주는대로 듣는 데 싫증이 빨리 나서)매년 나오는 신제품에 솔깃하고 있으니 말 다했고.

 

생각해 보면 바꿈질이 있어야 오디오 업계도 돌아가는 것이고 업계가 돌아가야 기술도 발전하니, 바꿈질은 오디오 시장도 행복하고 유저도 행복한 윈윈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 바꾸십시오! 라고 끝내려고 이 게시물을 작성한 것은 아니고요.

 

2.

문제는 바꿈질 그 자체가 아니라, 바꾸는 주기 > 더 나아가 유저의 주관에 있습니다. 

 

일전의 공간론에서 a. 정말 좋은 소리를 원하신다면, 특히 AV에선 공간에 집중하시길 권합니다. b. 되도록 '물리적'으로 공간 컨트롤을 하는 게 좋습니다. 때론 디락 라이브 열심히 잡는 것보다, 스피커 거리 측정과 볼륨 통일성만 맞춘 다음 조음 패널 같은 걸로 잡는 게 훨씬 순 음질에 좋습니다. c. 가장 좋은 건 볼륨을 정말 원하는대로 뻥뻥 올려도 아무도 안 쫓아오는, 주력 사운드 시스템에 맞춘 '공간'을 마련하시는 게 좋습니다. d. (c를 위해서도)바꿈질을 자제하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메이커로 오래 버티는 게 좋습니다. 금전적으로도 1차적으로 이득이고, 소리 취향과 기준 잡기에도 당연히 유리합니다.

 

...라고 적은 건, 간단히 말하면 '시간을 두고, 자기 주관을 잡은 다음 바꿈질에 나서시라'는 권고입니다. 보통 바꿈질의 테크 트리가 a. 추천을 받았든 광고를 봤든 일단 그냥 샀다 > b. 이게 더 좋대 저게 좋대 하는 이야길 듣는다 > (c. 누구한테 물어보든 오디오 쇼나 매장에라도 가면 양반이고) > d. 그 물건이 할인까지 한다! 고 하면 뭔가에 휩쓸리듯 그냥 지름 이런 식이라서. 멀리 갈 것도 없이 저도 오디오 유저니까 잘 압니다, 그 마음.

 

3.

제가 최근에 가장 심각하게 바꿈질의 유혹에 시달렸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3년 전쯤 제 메인 룸을 완성시킨 직후였습니다.

 

언젠가 언급한 것 같지만, 제 메인 룸은 순전히 메리디언을 위해 지은 집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원래는 프론트 스피커를 (아파트 환경의 거실에서 쓰던)DSP7200으로 가져 가기로 하고 설계된 공간이지만, 설계가 다 끝나기 전에 DSP8000으로 프론트를 바꾸면서 수치들이 좀 변경되기도 했는데... 아무튼 이 메인 룸이 완성된 직후 들어 앉은 프론트 8000.2/ 센터 5500HC/ 리어 5500/ 사이드 33 이란 조합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서브 우퍼는 메리디언이 아닙니다만, 이것도 공간에 맞춰 주문 제작된 것이고.)

 

아울러 공간의 소리 흡수/반사 고려 외에도, 배전반부터 신경을 쓴 곳이기도 합니다. 전 우스갯소리로 도는 '발전 방법에 따른 소리 차이'(수력이 화력보다 좋대! 같은 류의)는 무시하지만, 그건 제가 비교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입니다. 전 제가 보고들은 것만 믿기 때문이며, 거기에 따르면 배전반을 전기 기기에 따라 분할해 주는 것은 확실한 효과가 있습니다.(위 사진에서 좌측렬은 오디오/비디오 기기 전용이고 우측렬은 냉난방 등 기타 전기 기기를 위한 것이지만, 미주알고주알 뭘 어떻게 할당했는지는 이 게시물 논지에 어긋나니 자세한 언급은 생략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제 나름대로는 꽤나 배려를 한 메인 룸인데, 다 완성하고 배치 및 정리 끝났다 싶은 상태로 처음 익숙한 타이틀이나 음악을 들었을 때 느낌은 '이게 아닌데?' 였습니다. 그야 이전에는 아파트 거실에서 줄곧 들었던 거니까 변한 건 당연하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제가 들었던 가장 좋은 메리디언 DSP8000의 소리는 물론이고 예전의 '배려를 하기엔 이것저것 너무나 열악했던' 아파트 거실 소리보다 못한 게 아닙니까? 심지어 자신만만했던 AV 서라운드마저.(이 룸은 처음부터 AV 지향으로 만들었으니)

 

4.

바로 여기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서, '그래. 나쁜 건 나나 공간이 아니다. 이 공간에 맞춰서 소리를 못 내는 기기가 나쁜 거야! 네이놈. 이렇게 배려했는데 배신을 해?' < 라는 생각이 들면서 메리디언을 갈아 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자라납니다. 그래, 역시 최신 AV에 대응하기 쉬운 패시브 시스템을!!! 그러면서 프로세서도 바꾸고... (메리디언 DSP 액티브를 쓸 때는 필요도 없던)스피커 선은 뭐가 좋겠지, 하면서 한창 우리나라와 해외의 오디오 쇼도 가 보고 온갖 카탈로그 모으고 그랬지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몰라도 제가 좀 순정파기도 하고, 10년 전부터 들었고 제 나름 기준이었던 메리디언 오디오에 대해 너무 빨리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싶은 마음도 있어서... 한편으론 마치 소원해진 연인을 다시 달래듯 제 나름 이것저것 조정도 하고 그래보긴 했습니다. 액세서리도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토인도 조정해 보고 천장이나 벽채 마감도 다시 뜯어서 다른 소재로 바꿔보고. 말하자면 어느 쪽이 더 먼저 내 마음에 드는 결과를 내느냐가 이기는 승부였습니다. 여기저기 오디오 쇼에서 이거다! 싶은 시스템이 내 귀에 먼저 들어오느냐, 아니면 메리디언이 다시 내가 바라는 소리를 내주느냐. (솔직히 말해 '오디오 쇼'란 걸 아시는 분들은 '후자가 유리한 거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5.

결과는 앞서 이미 밝힌대로, 현재도 메리디언 시스템은 건재합니다. 리뷰용 서브 룸에선 앳모스다 뭐다 최신 시스템을 구현해 놓더라도, 이 메인 룸의 안주인은 결국 메리디언.

 

하지만 이 메인 룸을 완성한지 대략 반 년이 지난 17년 4월 경에야 본 게시판에 DSP8000에 대한 소감을 적은 것은, 그때나 되서야 소리가 좀 소리답게 울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간이 커지고 돌보는 사람이 저 혼자니까 조정에도 시간이 그만큼 걸린 것이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배려한 곳에서조차 '완전하게 내 마음에 드는' 소리가 제대로 울리게 만드는데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다만 최근에 룸 개수를 하면서 약간 어그러진 곳이 있는데, 이것도 완전하게 조정하려면 시간을 좀 두어야 할 듯합니다.)

 

이 글이 바꿈질에 대해 논한다면서 정작 바꾸지 않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바꾸기 전까지 시간을 가져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쓰시는 기기에 기회를 주십시오.' 

 

명색이 리뷰어이기도 하면서 이런 말을 하면 특히 대략 1년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제조사들은 도끼눈을 뜰 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오디오 쇼 같은 기회는 늘상 마련하면서 > (바꿈질에 빠질 뻔했던 저조차)바꾸고 싶은 마음을 들지 않게 한 제조사들도 > 저한테 화낼 처지는 못 되지 않나 싶네요. 그 반 년 동안 저를 유혹하려는 기기들은 많았지만, 대개 화장이 너무 짙든가 공간에 맞지 않는 소리만 빽빽 울리든가 자신의 장기를 어떻게 뽐내야 할지조차 모르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몇 군데 그래도 마음에 드는 곳은 모두가 완전한 하이파이에(만) 집중하는 곳이었으니, AV 시스템으로 판을 짜는 상담을 하기엔 곤란했(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고.

 

6.

물론 제 메인 룸은 어디까지나 제가 보는 컨텐츠를 제가 원하는 소리로 내는 곳이니까, 무슨 '만인에게 맞는 최상의 하모니가 울린다' 같은 말은 당연히 못합니다. 메리디언의 기기, 개중에서도 DSP 스피커 시스템이 갖는 한계도 10년쯤 같이 끼고 산 사이니 모를 리도 없고요. 

 

다만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소리'라는 기준이고, 그러기 위해 집까지 지어 줬는데 그 기대에 못 미쳐 바람(?)을 필 뻔 했으나, 결국은 반 년 - 1년 걸려 그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듣고 있는 기기와 시스템이 아무래도 아니다 싶더라도, 우선은 자신이 뭔가 덜 배려해 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항상 가져 보시길 권합니다. 

 

오디오 기기도 말하자면 반려자와 같아서 잘 대해주면 그만큼 잘 해줍니다. 때로는 그 스펙을 넘어 '자신에게는 좋은' 소리를 들려 주기도 하고요. 서문에 언급한 무라카미 하루키 씨도, 그 오래된 JBL 스피커가 자신에게는 좋은(= 자기가 좋아하는, 편안한)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내 스피커가, 프로세서가, 혹은 사운드바가 남들보다 못한 소리, 청음실보다 못한 소리를 못 내서 초조하다면, 우선 자기 공간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소리가 뭔지 먼저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에 맞추면 돈도 가족도 자신도 모두 편안해 집니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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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06 15:00:28

'내가 원하는 소리'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청각에만 의존해야하니 말입니다.

저런 방을 꾸미는 것이 소원입니다만, 이번생에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2019-12-06 15:21:58

구구절절 공감가는 글입니다 ㅎ 저도 그동안 바꿈질 하면서 느낀거지만 정말 룸튜닝 을 간단히라도햇을때와 안햇을때가 차이가 확실하더군요 ㅠ ㅜ
만약에 제 시스템이 지금같이 아니고 예전 입문형 소니 5.1에 야마하 465 사용시 룸튜닝을 햇엇더라면 하는 후회도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그나마 지금은 룸튜닝을 한 상태라 뭐 크게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대만족합니다 ㅎㅎㅎ 7.1.4 채널로 늘리는걸 목표로 그동안 달려왓는데 드뎌 그걸 이뤗으니 ㅋㅋ ^^
앞으로도 조금씩 튜닝을 할까 생각중이긴 합니다 그래야 돈도 줄이고 ㅋㅋ

어쨋든 앞으로의 목표도 잇지만 우선은 좀 더 지금의 시스템에 애정을 줘야겟네요^^

2019-12-06 15:31:36

정말 글 잘쓰십니다 술술 잘 읽히네요
웬간한 수필보다 재미있고 그리고 유익합니다
생각같아선 조지마님의 그 오디오룸에서 청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같은 소시민은 이런 글을 봐도 입이 딱 벌어지는군요

2019-12-06 15:39:39

 저도 최근에 조지마님과 매우 흡사한 경험을 해서 정말 크게 공감이 됩니다.

꽤 오랜 시간 잘 써오던 탄트라 인월 스피커를 메리디안 인월로 교체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고통이 시작되었지요. 나름 11체널 전 체널을 탄트라로 깔맞춤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프론트를 메리디안으로 교체한다 이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지름신은 비껴가지 못했고 전용엠프와 크로스오버 네트워트(별도 구매품임)까지 하나씩 구입해서 드디어 혼자 낑낑데며 공사를 새로하고 소리를 처음 들었는데요...

정말 "애게....이렇게 밖에 소리가 안나와" 라는 말이 그냥 입 밖으로 나오더군요.

 그리로 부터 케이블도 교체해보고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어요.

사실 진짜 큰 원인은 다른데 있었는데 그쪽은 바라보지도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장비 탓을 하기 시작하고 바꿈질을 고민하게되었지요.

아주 우현히 원인은 찾았고 지금은 소리도 하루 하루 좋아지 있어요.

소리가 나쁘다가 좋아져서 인지 더욱 만족하고 있구요.  오래오래 써야죠. 

2019-12-06 15:55:12

역으로... 주인 잘못 만나서 제 실력의 절반도 채 발휘 못하는 스피커들이 불쌍해서 제대로 된 전용룸 갖출 때까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다가 거실에서 10년째 울리고 있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ㅎㅎㅎㅎ
시스템 전체를 바꿔서 아예 새로운 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가끔씩 들지만... 쟤네들이 가진 잠재력을 한번은 확실하게 확인해 보고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잘 버티고 있네요. ( 그러고보니 애꿎은 프로젝터만 세번이나 바꿨군요 ㅋㅋㅋ )

2019-12-06 17:37:11

좋은글에는 언제나 추천이지요
제 경우는 괜찮은 룸을 마련했더니 10년 가까이 잘 사용하던 스피커가 못따라오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여유가 되면 프론트를 업그레이드를 해주는게 좋은데 그렇게되면 센터도 같은급으로 따라가고 스피커의 그레이드가 올라가면 프로세서는 몰라도 파워의 급도 올라가야되는 개미지옥에 빠져있습니다..
1년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용돈을 모으고 1일2식만 하면서 프론트를 교체할려고 노력중인데 요원합니다..ㅜㅜ

2019-12-06 18:00:25

항상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2019-12-06 18:59:39

공간론에 이어 바꿈론까지 큰 틀에서 공감드리며 추천 드립니다~

아무리 원칙과 기본을 이야기 하여도 개인의 생각과 느낌으로 판단하여

세우는 기준을 객관적 기준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에게는 개론이나 원칙론이라고

받아 들여질것 같지만..

디피 오디오게시판에서 자주 볼수 없는 원칙론이라 더 반갑습니다.

사실 오디오의 목적지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료한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수있는 사실 중에 우리가 늘 간과하는 부분이 있죠~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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