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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사람의 귀가 얼마나 간사한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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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8 01:22:54

우선 다양한 글과 댓글들로 저같은 초보에게 풍성한 정보를 전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객관적인 지표이든 주관적인 경험이든, 논리적이든 감정적이든, 조용히 눈팅하는 분들에게 귀한 정보가 되고 앞으로 기기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논쟁에 끼어들만한 내공은 없고, 다만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여러 경험들이 있어서 나눠보고 싶습니다. 지금 논의되는 주제와 연결되는 것도 있고 별 상관 없는 내용도 있겠지만 그냥 편하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한잔으로 가도 될까 싶지만 ㅎㅎ ^^ 그냥 여기 올려요)  

 

(1) 사람 목소리 구분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외모도 목소리도 참 비슷하시고요. 전화 통화하면 더더욱 구별이 힘듭니다. 어렸을 적에 작은아버지 전화를 받으면 아버지인 줄 알고 착각한 적이 참 많습니다. (그땐 집전화에 발신번호도 안뜨던 시절이니....) 그리고 저희 가족이 좀 장난기가 심한 편인데요. 5학년 때인가? 학교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전화 하셨는데 막내고모가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저 OO이 담임선생님인데요" "아 고모 장난치지 마요 ㅋㅋㅋ" 한참 실랑이하다가 어머니를 바꿔드렸는데 진짜 선생님이셔서 급당황 ㅠㅠ .... 다음날 학교가서 정말 민망했더랍니다. 

 

아마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별 특별하지도 않은 추억을 먼저 꺼낸 이유는 사람의 귀가 얼마나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가 싶어서 입니다. 한번 고모라고 믿으니, 선생님이 아무리 얘기해도 안믿기더라고요.

 

(2) 소리에 눈을 뜬 계기

중학교때 저는 완전히 막귀였는데 친구가 자기 이어폰(당시 한2-3만원쯤?)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이게 뭐가 좋아? 몇번 듣고 돌려줬습니다. 그런데 다시 원래 제 이어폰을 들으니 못참겠더군요. 결국 그 친구 이어폰을 샀습니다. (아마도 다들 이렇게 시작을....ㅎㅎ)

 

(3) 5.1채널 구비

군 제대후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스피커, 하이텔 중고장터, 심지어 누가 골목에 갖다버린 인켈 톨보이 스피커 등을 모아 5.1채널을 구현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정작 프론트는 대충 갖다 놓고서 가성비 센터와 리어를 찾는다고 참 고생했네요. 뭐랄까...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어리석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억입니다.

 

(4) 첫 모니터 스피커 구입

저도 컴퓨터용으로 브릿츠 4만원짜리 (당시 유명했던 모델) 한참 쓰다가, 모 동호회에서 공제한 모니터 스피커를 구입하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안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아주 고가의 케이블은 아니라도 카나레, 모가미, 벨덴 이런 것들과 막선을 바꿔서 테스트도 많이 해봤어요. 스피커가 다르니 케이블 차이가 분명히 느껴지기는 하더군요. 물론 혼자 테스트라 블라인드 테스트는 못해봤지만요.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질적인 차이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 음색의 차이는 있지만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긴 힘들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잘 생각은 안나지만 아마 신호선은 그냥 막선, 스피커선은 벨덴으로 최종 낙점했던 것 같은데요. 그게 특별히 좋아서라기 보다 그냥 여러 이유가 복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5) MP3 음질 테스트

모니터 스피커로 바꾸니 좋은 게 다양한 테스트를 해볼 만 하더군요. 시디를 MP3 64/128/192/256/320kbps 등으로 인코딩해서 테스트해보니 64와 128은 너무 확연하고, 128과 256은 귀 기울여 들으면 차이가 분명히 있고, 256과 320은 솔직히 거의 모르겠더라고요. 192와 256은 알듯 모를듯 좀 애매하고요. 브릿츠로는 128 이상이면 구분이 잘 안갔습니다. 오랜 시간후에 관련한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니 제가 느낀 게 그리 틀리진 않은 것 같다 싶었습니다. 

 

(6) 모니터 스피커 바꿈

제 모니터 스피커에 나름 애정을 가지고 쓰고 있었는데, 확 실망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모 팝송에서 특정 악기 소리가 일렉인지 브라스인지 스트링인지 도무지 구별이 안가더라고요. 버클리 출신 작곡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어 이상하다.. 그럴리가 없는데요?" 이러시더라고요. 그분 작업실에 있는 스피커로 들어보니 아.... 너무 확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하도 오래되어서 그게 무슨 악기였는지는 까먹었습니다만) 이게 스피커 체급 차이구나 싶었습니다. 

참고로 그 선생님 스피커가 Mackie HR624 mk2 였는데요. 눈독 들여놨다가 수년후 저도 같은 모델로 구입했습니다. 확실히 좋더군요. 그런데 얼마 뒤에 그 선생님 작업실에 방문하니 스피커가 아담으로 바뀌어 있었다는....ㅎㅎ 뭐 그렇습니다. 아무튼 지금도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7) 리시버 바꿈

지금까진 10년도 더 된 추억이었고요. 여기부터는 최근 1년에 경험한 따끈한 이야기입니다.

5.1ch 입문후 중간에 바꾼 리시버가 여러대 되지만, 최근에 쓰던 것은 소니 DH520 (7.1ch, 4k 미지원) 입니다. 작년말부터 애트모스에 급관심이 생기면서 한참 알아보고 DP에도 자주 드나들었죠. 결국 파이오니어 LX504로 낙점했습니다.

애트모스 스피커 설치전, 리시버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와~"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소리가 분명 향상된 것이 느껴졌습니다. 뭐 섬세하고 해상력도 좋아지고 등등.....  진짜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꽤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소니리시버로 바꿔 봤는데요. "응??" 이번엔 큰 차이를 못느끼겠더군요. 위의 (2)번과 완전 반대 경험이죠. 하도 황당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몇번이나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미치겠더군요. 할 때마다 달라요. 회사마다 음장 및 이큐 기본 세팅, 최근 리시버의 캘리브레이션 기능 등의 영향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앰프 자체의 특성은 정말 모르겠더군요. 같다/다르다/좋다/나쁘다 그 어떤 결론을 내리기를 포기했습니다. 물론 4k, 애트모스, 구글 어시스턴트 연결 등 편의성에서 따라올 수 없고 애트모스 사운드에 만족하니 돌아가지는 못하겠지만, 단지 앰프 구동력만으로는 크게 구분이 어렵지 않나 싶었습니다.

 

(8) 중국산 보조앰프 (TPA3116)

위의 LX504 리시버로 11.2ch 을 구현하기 위해 보조앰프를 알아봤습니다. 어차피 리어백 구동용인데 아주 좋은 건 필요없겠다 싶어서 최근 가성비로 유명한 중국산 앰프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경험상 스위치도 없는 제일 저렴한 걸로 샀는데요. 그런데 이런... 아답터를 꼽을 때마다 스파크가 튀고 연결상태로 전원이 들어가면 퍽 소리 나고... (저는 스마트플러그로 전원제어를 합니다) 좀 많이 심하더라고요. 아답터야 꼽은 채로 두면 된다지만 퍽 소리는 문제가 있기에 스위치 있는 제품으로 다시 재구매했습니다. 이번 것은 전원이 연결된 상태로 스위치 on/off 하면 퍽 소리가 안나는데, 스위치 on 상태로 전원을 on/off 하면 또 퍽 소리가 납니다. 보호회로 이런 게 전혀 없는 거죠. 결국 분해해서 스위치 연결부위에서 선을 따고 스마트플러그에 릴레이 달아서 살짝 개조했습니다. (전원은 항상 on, 스위치만 스마트플러그로 조작) 

정작 중요한 소리 이야기를 해야겠죠. 잘 알려졌다시피 아답터 용량에 따라 소리가 확확 달라집니다. 12v 19v 24v 등 다양한 아답터로 테스트해보니 뭐 이건 누가 들어도 논쟁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차이가 확연합니다. 12v 는 확실히 저역이 거의 죽습니다. 마치 경차에 에어컨 풀가동으로 언덕 올라가는 수준이예요. 24v 는 확실히 제성능을 내주고 19v 는 살짝 애매하지만 제 기준엔 쓸만합니다. 볼륨을 많이 높이지 않으면 19v 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19~24v 연결시 소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습니다. 여러 종류의 북쉘프에 연결해 봤는데 잘 울려줍니다. 그렇다면 소니나 파이오니아 리시버 소리와 질적인 차이가 있느냐? 솔직히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 못하지만요. 일단 "제대로 만들어진" 앰프의 기준에 못미치니까요. 보호회로도 없고 전원에 따라 출력이 요동치는데, 증폭장치 말고 뭐가 더 달려있을까 싶습니다.

 

더 끄집어 내려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저는 유명 학자의 논문이나 일반인의 경험이나 모두 소중한 참고자료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많이 배우고 제 평소 생각(이랄 것도 사실 딱히 없지만)을 강화하기도 살짝 수정하기도 하게 된 것 같아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어떤 댓글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응 나도 그랬다. 너 그거 틀렸다. 이건 이래서 이런 거다. 또는 무플이라도.... ) 여기 댓글에서 서로 누가 맞네 틀리네 끝없는 논쟁은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기 말고도 관련 글이 무척 많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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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8-08 01:37:54 (39.*.*.79)

길어서 읽지 않앗는데 요약 가능할까요

WR
2020-08-08 02:14:53

그냥 뻘글이니 관심없으시면 그냥 지나가셔도 됩니다 ^^ (농담이 아니고 이게 진심 한줄 요약입니다 ㅎㅎ)

2020-08-08 09:08:07

좋은 경험기 잘 봤습니다~
추천드려요~

WR
2020-08-08 09:51:58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린 일기장 같은 글입니다만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2020-08-10 08:35:00

경험에 기반한 좋은 내용이십니다

A/V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어서

좋은 참고가 됩니다.

WR
2020-08-10 10:29:35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분들끼리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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