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앰프의 발열은 제품 수명과 직결됩니다.
게시판에 리시버의 전원을 계속 켜두면 문제될 게 있느냐는 질문이 올라왔더군요.
댓글을 달기엔 글이 길어서 앰프의 발열과 제품 수명에 대해 따로 게시물을 올려봅니다.
오디오 애호가들 중엔 하루 종일 앰프를 켜놓고 사용하는 분들도 계시죠.
매번 전원을 켜고 끄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앰프는 어느 정도 열을 받아야 좋은 소리를 내준다고 여기는 마니아들도 있으니까요.
심지어 과거 고가의 클래스A 증폭 방식 파워 앰프의 경우 뜨거울수록 음질이 좋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였죠.
그런데 음질과는 별개로, 그렇게 뜨거운 상태로 하루 종일 계속 전원을 켜놓는 것은 앰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입니다.
물론 어지간한 발열은 제조사가 보증한 AS 기간 동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보증 기간 이후에 발생하는 고장이죠.
고가의 오디오라고 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른 공산품들과 마찬가지로 앰프에 사용된 부품들 역시 내구수명이 있으니까요.
특히 전자제품에 사용된 부품들 중 상당수는 작동 온도가 높아질수록 수명이 짧아집니다.
그래서 제조사의 AS 보증 기간이 지난 후에도 기기를 오래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발열을 억제해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래 사용한 전자제품의 경우 내부 회로의 콘덴서(Condenser=커패시터 capacitor)가 문제를 일으켜 부풀어 오르거나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런 문제가 발생한 콘덴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왼쪽과 중앙의 짙은 초록색 부품 2개가 부풀어 오른 콘덴서들입니다.
오른쪽의 작은 콘덴서 윗면을 보시면 열십자로 찍힌 부분이 평평한 반면 그 왼쪽의 콘덴서 두 개는 열십자 부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확연하게 부풀어 오른 것을 볼 수 있죠.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 콘덴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터지거나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전해 콘덴서의 수명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래의 계산식으로 대략적인 추산이 가능합니다.
T = TP × 2^( [Tmax - Ta] / 10 )
T = 실제 사용 온도 추정 수명
TP = 최고 사용 온도 보증 수명
Tmax = 최고 사용 온도
Ta = 실제 사용 온도
전해 콘덴서들은 허용 가능한 최고 사용 온도(Tmax)에 따라 온도 등급이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85도 제품과 105도 제품, 두 종류가 사용됩니다.
85도짜리보다 105도짜리 전해 콘덴서가 발열에 더 강한 거죠.
최고 사용 온도가 105도이며 이 온도에서 제조사가 보증한 수명(TP)이 1000시간인 전해 콘덴서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콘덴서를 실제 사용 온도(Ta) 65도로 운용할 경우 추정 수명(T)은 16,000 시간(1000 x 2^⁴)입니다.
*여기서 2의 '4제곱'은 (105 - 65) ÷ 10 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그러니까 전원을 끄지 않고 연속적으로 65도로 사용할 경우 대략 667일 정도가 지나면 이 콘덴서의 추정 수명이 다한다는 거죠.
그리고 같은 콘덴서를 실제 사용온도 55도로 운용한다면 추정 수명은 그 두 배인 32,000 시간(1000 x 2^⁵)으로 늘어납니다.
이렇듯 전해 콘덴서는 내구수명이 유한하며 발열이 심해질수록 그 수명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발열을 10도만 낮춰도 콘덴서의 추정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날 정도죠.
따라서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하려면 발열을 낮추고 사용하지 않는 시간엔 전원을 꺼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계속 켜두는 것보다 하루에 8시간만 사용하고 전원을 끄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수명을 3배보다 훨씬 더 늘릴 수 있는 셈이죠.
말씀드렸듯이 전해 콘덴서의 수명은 사용 시간만이 아니라 사용 온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때 전원을 끄게 되면 실제 사용시간(24시간 VS 8시간)의 차이보다 훨씬 더 수명이 늘어나는 겁니다.
요즘 AV리시버(AVR)들은 클래스D 증폭 방식을 사용하면서 AB 증폭 방식의 제품보다 발열이 줄어든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기종에 따라 꽤 뜨거운 제품들도 많죠.
제가 사용하는 AVR도 상판을 손으로 만져보면 너무 뜨거워서 오래 만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상판이 그렇게 뜨거울 정도면 내부 회로 기판의 온도는 그보다 훨씬 더 뜨겁겠죠.
그래서 제 경우 AVR의 상판에 USB 쿨링팬을 올려놓고 사용중입니다.
요즘 AVR엔 대부분 USB 단자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곳에 쿨링팬의 USB 단자를 꽂아두면 AVR을 켰을 때만 쿨링팬이 작동하게 됩니다.
제가 지금 사무실이라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예전에 이곳 게시판에 던힐마스터님이 쓰신 글과 사진을 올려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212054
저도 던힐마스터님과 동일한 방식으로 USB 쿨링팬을 AVR 상판 위에 올려놓고 사용중인데 쿨링팬이 없을 때는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던 상판이 지금은 살짝 미지근한 정도입니다.
AVR의 발열 때문에 신경 쓰였던 분들이라면 꼭 쿨링팬을 사용하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쿨링팬을 선택하고 설치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140mm 이상의 큰 팬을 선택하고 바람의 방향은 AVR 안쪽으로 불어넣는 게 아니라 위쪽으로 공기를 빼내도록 설치해야 된다는 겁니다.
AVR 상판을 보면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어서 뜨거워진 내부의 공기가 자연스러운 대류 현상을 통해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쿨링팬의 바람을 AVR 안으로 밀어넣으면 그 구멍 안으로 바람이 AVR 내부 구석구석 전달되긴 어려운 구조죠.
요즘 AVR들은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PCB 기판이 몇 층으로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을 위에서 불어줘봤자 위쪽 기판에 가려진 아래쪽 기판엔 차가운 바람이 닿지 않습니다.
반면 쿨링팬의 바람 방향을 위쪽으로 해서 공기를 빼내는 형태로 설치하면 AVR 내부의 뜨거운 공기가 외부로 빨려나오게 됩니다.
그럼 밖으로 빨려나온 뜨거운 공기 부피만큼 다른 구멍들을 통해 AVR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어 전반적인 쿨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한 부위만 차갑게 하려면 바람을 직접 불어주는 게 좋겠지만 AVR 내부의 공기를 전반적으로 순환시키려면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뽑아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거죠.
쿨링팬의 바람 방향을 외부로 하는 것의 효과가 의심스러우시면 데스크탑 PC에 장착된 쿨링팬들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PC 내부로 바람을 밀어넣는 용도의 팬도 한두 개는 달려있을 수 있지만 나머지 팬들 대부분이 본체 상단과 후면으로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빼내도록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AVR에 USB 단자가 두 개 이상 제공된다면 쿨링팬도 두 개 정도 상판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USB 단자가 하나뿐이라면 쿨링팬 하나만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보통 AVR의 상판을 만져보면 유독 발열이 심한 지점이 있는데 쿨링팬 한 개만 사용할 경우 바로 그 지점에 올려놓고 사용하면 됩니다.
AVR 후면에 USB 입력 단자가 하나 뿐인데 쿨링팬 두 개를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사진과 같은 USB 허브를 구입해 AVR 후면에 연결한 다음 쿨링팬 두 개를 USB 허브에 장착하면 되고요.
두 대 이상의 쿨링팬을 사용할 용도로 USB 허브를 구입하시려면 별도의 전원 연결 없이 사용가능한 무전원 허브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AVR에 장착된 USB 단자는 보통 A타입인데 최신 USB 허브의 경우 C타입 단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구입하실 때 허브의 단자 형태도 잘 확인하고 구입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120mm나 80mm 쿨링팬들은 회전속도(RPM)가 빨라서 소음이 거슬릴 수 있으니 140mm 이상의 크기에 회전속도 600RPM 안팎의 조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저도 예전에 사용하던 USB 쿨링팬은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지 않을 때 소음이 거슬렸는데 던힐마스터님의 글을 읽고 저 쿨링팬으로 교체한 뒤 아주 조용하면서도 발열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EVERCOLL의 UFAN-14라는 제품인데 속도를 900 RPM과 600 RPM 2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600 RPM으로 사용하면 소음이 10dB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음악을 감상하지 않을 때도 팬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제품 광고 같아 조심스럽습니다만 가격이나 성능, 소음 등을 따져봤을 때 이만한 제품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팬이 140mm로 크기 때문에 600 RPM으로 사용해도 풍량이 충분해 AVR의 발열을 억제하는 데엔 전혀 부족함이 없고요.
http://prod.danawa.com/info/?pcode=6147230&keyword=evercool%20140mm&cate=112798
그리고 사용하시는 AVR의 종류에 따라 소비전력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AVR을 계속 켜놓고 사용하시면 전기요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AVR은 그냥 전원만 켜놓아도 시간당 수십와트에서 많으면 100와트 이상의 전기를 소모하게 되니까요.
하루에 4시간 정도 AVR을 사용해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이 사용한 후엔 전원을 끄는 것과 24시간 AVR의 전원을 켜놓는 것을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 많게는 하루에 2KW 이상, 한 달이면 60KW 이상의 전기를 낭비하는 셈입니다.
너무 자주 앰프의 전원을 켜고 끄다보면 릴레이의 수명이 단축될 순 있겠지만 AVR의 경우 전원을 켠 상태에서도 음악이나 영화를 플레이할 때마다 동작해야 하는 채널 수에 따라 릴레이가 새로 작동하게 됩니다.
음악을 듣다가 영화를 플레이하거나 하면 AVR에서 릴레이가 작동하며 딸깍 소리가 나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니 하루에 몇 번 전원을 켜고 끄는 것 자체가 릴레이 수명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거죠.
보통 릴레이의 작동 내구수명은 10만 번 이상이라고 합니다만 2채널 앰프와 다르게 AVR은 전원을 켜둔 상태에서도 수시로 릴레이가 동작합니다.
그래서 AVR을 10년 이상 사용한다면 릴레이는 한 번쯤 교체할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AV 애호가들은 릴레이의 수명이 다 되어 수리하기 전에 새로운 AVR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콘덴서 등의 부품은 발열 문제로 수 년 안에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 설명서를 보면 통풍이 잘 되는 공간에 설치하라고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런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분들도 많죠.
AV 애호가들 중에도 별도의 쿨링팬은 고사하고 좁은 장식장 안에 AVR을 거의 끼워맞추듯이 넣어두고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경우 AVR이 뜨겁게 달궈져 부품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발열이라면 제조사의 AS 보증 기간 안에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AS 기간이 지나고 제조사의 부품 보유 기간이 지난 다음에 고장이 발생하면 AVR은 그 구조상 수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채널 앰프와 다르게 AVR은 DSP 등 각종 디지털 칩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고장이 발생하면 기판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품 보유기간이 지나버린 구형 제품은 기판을 수급하기가 어려워 수리를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편의성과 음질만 놓고 봤을 때는 앰프를 계속 켜놓는 게 좋을수도 있습니다.
AVR도 어느 정도 예열이 되어야 제대로 된 음질을 내줄 수 있다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제품 수명과 누진세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호연지기(?)를 가진 분이라면 앰프를 계속 켜놓고 사용해도 됩니다만 저 같은 평범한 소시민은 그런 호연지기를 부릴 수 없을 뿐이죠.
그러니 전기요금을 아끼는 것은 물론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길 원하시는 분이라면 AVR에 쿨링팬을 설치하시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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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입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