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 섬광의 하사웨이로 살펴보는, 돌비 앳모스의 맛과 구성의 묘
시작하며:
일본 내 6월 11일에 개봉했고 한국 내에선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극장판 애니메이션 [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는, 일본 애니메이션 최초로 제작 단계부터 돌비 앳모스를 염두에 두고 사운드 디자인 & 믹싱을 거친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일본 내에서도 앳모스 상영관(예를 들면 돌비 씨어터) 감상을 권장하고 있고, 가정에서는 Blu-ray (이하 BD)로 이 돌비 앳모스 사운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넷플릭스 서비스 스펙은 DD+ 5.1ch) 단지 이 BD는 현 시점엔 일본 내 상영 극장에서만 판매하고 있어서 입수하기가 좀 곤란하지만, 올해 안에는 일반 발매될 전망이며 & 일본판 BD에 본편 한국어 자막도 수록되어 있어서 > 가볍게 본 칼럼성 게시물의 예시로 들기에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 섬광의 하사웨이 BD 서플/화질/음질에 대한 자세한 전체 리뷰는, 아래 링크를 열람하시면 됩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dpreview&wr_id=68253
본 칼럼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돌비 앳모스의 맛과 구성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고, 결론부터 말하면 돌비 앳모스 사운드가 어필하는 방법은 결국, 오버 헤드 스피커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 그리고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 오버 헤드 스피커를 이용하여 '공간감', '이동감', '높이감' < 이 세 가지를 잘 들려주는 게 좋은 돌비 앳모스 사운드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에 대해 아래와 같은 모양새를 들려줍니다.
1. 공간감
섬광의 하사웨이에선 우선 스토리를 진행하는 드라마 파트에서, 사운드의 공간감을 상당히 중시한 디자인을 들려줍니다.
예를 들면 이야기 초반, 면적이 좁고 천장이 낮은 스페이스 셔틀 내 환경에 걸맞게 소리의 천장 반사감이나 울림을 감안하여 > 오버헤드와 리어 서라운드 스피커에 이러한 환경 영향음을 골고루 배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5.1ch 기준으론 주로 프런트 3채널 이동감과 간혹 리어 > 프런트 사운드 이동감에 주목하여 즐기는 게 전부라면 vs BD의 앳모스에선 여기에 더해 목소리나 소음이 커지면 커지는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머리 위에서 울리는 잔향감이 적절하게 덧붙어 나옵니다.
또한 이후에는, 예를 들면 교통 체증이 심한 거리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직접적인 생활 소음은 서라운드 스피커에 직접 할당하고 > 이 '시끄럽게 울리는 감각'을 보조하는 약한 메아리감은 오버헤드 스피커에서 마치 커튼처럼 깔아 줍니다. 역시 넷플릭스 5.1ch에선 이 약한 메아리감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룸과 청자를 반구형으로 감싸는 '사운드 돔' 감각이 없습니다.
돌비 앳모스 배치에서 이러한 공간감 표현력은, 5.1.4나 5.1.6 (5.1.6 같은 배치는 같은 11채널 지원 제품이라도, 트리노브 등 일부 AV프로세서에서만 배치 가능)보다도 7.1.2가 더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앳모스 공간감 표현이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오버헤드 스피커는 '보조 역할'이기 때문에, 앳모스의 bed(기본 골격)사운드인 7.1.2를 클리어하면 충분
- 사운드 돔을 두텁게 만들어주는 청자 주변 직접음은, 전통적인 지상 서라운드 스피커가 담당
- 서라운드 5채널보다 7채널일 때, 청자의 좌우와 뒤를 더 세세하게 커버할 수 있으므로 돔이 크고 단단
이런 공간감 표현을 중시하는 건 역시, 생활감이 중요한 드라마 장르의 돌비 앳모스입니다. 개중에서도 최근 필자가 인상 깊게 들었던 작품을 꼽는다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라든가 봉 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겠습니다. (자세한 디스크 리뷰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2256259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dpreview&wr_id=67521
섬광의 하사웨이 역시 드라마 파트에서 이러한 공간감을 중시한 결과, 일반 서라운드 채널로 감상(넷플릭스 5.1ch 혹은 비 앳모스 시스템에서 DTHD 7.1ch 감상)시보다 앳모스 시스템 감상 시에 좀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소리가 나옵니다.
2. 이동감
다음으로 중요한 건 이동감. 사운드의 이동감은 이미 5.1ch 시절부터 AV 멀티채널의 꽃이자 가장 중요한 어필 요소였습니다. 다만 서라운드 멀티채널의 이동감은 어디까지나 청자의 전후좌우에 머무른 2D 이동감이었다고 하면 > 앳모스는 여기에 상하를 포함한 3D 이동감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섬광의 하사웨이 중에는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기존의 서라운드는,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5.1ch로 들어보면 프런트 좌 > 우의 이동감에 주목하게 됩니다. 하지만 돌비 앳모스에선 오버헤드 스피커에 일부 사운드를 같이 할당하면서 (시청자 기준)좌 > 좌상 > 우상 > 우 (이후 약하게 > 오버헤드 미들 > 오버헤드 리어)로 이동해 나가는 효과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이동감은 보통 격렬한 액션 신에 주로 할당되며, 좁은 공간에선 주로 사방의 잔향감이 뒤섞여 보조하면서 주요 사운드(= 시청자가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되는 소리)가 이동하게 되고 vs 위 장면처럼 트인 실외라면 공간감이 엷게 보조하면서 보다 직접적인 이동감을 느끼기 좋게 디자인되곤 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그 효과를 즐기기 좋은 구성은 보통, 서라운드 스피커(- 센터 스피커) = 천장 스피커인 구성입니다. 예를 들어 서라운드 스피커가 7개라면 오버헤드는 6개/ 서라운드가 5개라면 오버헤드는 4개 이런 식으로.
원리는 간단하게 이런 구성에서 천장과 지상의 대칭 이동이 가능하므로, 상하 이동감의 일체감을 맛보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앳모스의 특성상 7.1.4나 7.1.2 혹은 5.1.2에서도 이런 감각은 맛볼 수 있지만, 오버헤드와 서라운드 스피커 수 차이가 많은 경우(7.1.2라든가 9.1.2라든가...)엔 이 '높이감을 포함한 이동감'이 마치 산등성이처럼 대각선으로 상승/하강하는 위화감을 간혹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섬광의 하사웨이 중 한 장면) 더불어 업 파이어링 원리를 활용하는 앳모스 인에이블 혹은 사이드/업 파이어링을 모두 활용(요즘은 리어 채널은 따로 물리 채널로 설치하는 제품도 있지만, 사운드바의 리어 효과는 기본적으로 사이드 반사 원리 활용)하는 앳모스 지원 사운드바도, 이런 이동감이 주가 되는 사운드는 꽤 그럴싸한 체감을 들려 줍니다.
이유는 (공간 상황에 따라 차등은 있어도) a. 기본적으로 이 반사 효과가 '여러 군데에서 소리가 튕겨서 들려오는' 것을 활용하기 때문에 b. 서라운드 + 오버헤드가 합동으로 힘을 쓰되 > 높이감이 선명하게 나오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닌 경우엔 = c. 오히려 서라운드 + 오버헤드 스피커가 함께 많아지는 듯한 유사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리 채널이 제대로 제위치에 박혀서 내주는 것에 비해 위치 정위감은 좀 떨어지지만, 그게 가능한 환경이면 위와 같이 서라운드 = 오버헤드를 추구하면 더 좋겠고요.
3. 높이감
앳모스 사운드에선 앞선 두 가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돌비 앳모스에서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역시 이 높이감이 갑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오버헤드 스피커의 존재 가치 + 누가 들어도 신기하고 재밌는 효과 = 기존의 지상 서라운드에 비해 앳모스 가치 주장하기 제일 쉽고 빠른 길이기 때문이겠지요.
예를 들면 돌비 앳모스 데모 디스크에서 가장 유명하고 제일 많이들 듣는 장면이 비오는 장면인 것도, 이 높이감 표현이 좋기 때문입니다. 기존 서라운드에선 비 오는 장면을 표현하려면 직접 빗소리는 청자 옆에 주로 할당되는 게 전부이고, 일부 잘 만든 작품에 한해 고역을 잘 주물러서 어느 정도 실제 스피커보다 높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감각을 제공하는 게 그나마였다면 vs 앳모스는 그런 수고 필요 없습니다. 오버헤드가 쏴~아 시끄럽게 울려주면 그만이니까요.
높이감 표현에 있어 좀 더 고급 테크닉이라면, 예를 들어 섬광의 하사웨이에 등장하는 이 장면. 이 장면은 하강 > 상승하는 작중 인물의 상황을, 오버헤드 > 서라운드 > 오버헤드로 할당 볼륨을 달리해 가며 구현하고 있습니다. 하강할 때는 오버헤드에서 시작하여 점차 서라운드 소리가 커지고 > 상승할 때는 서라운드에서 시작하여 점차 오버헤드 소리가 커지는 식.
이런 높이감 표현은 그냥 물리 오버헤드 스피커가 있는 게 최고입니다. 굳이 추가로 주문한다면 서라운드와 오버헤드 스피커가 똑같거나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면, 더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7.1.4 구성이라면 보통은 프런트 스피커를 제일 비싸고 좋은 제품을 쓰고 > 센터는 프런트와 비슷하거나 리어와 함께 그 다음 수준 > 오버헤드는 크게 스펙을 따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앳모스 높이감을 극대화하려면, 채널 숫자보단 스피커 클래스의 균일성을 추구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극단적으론 당연히 '모든' 스피커가 똑같은 제품인 게 최고겠지요.
물론 AV 프로세서들이 가진 룸 EQ 기능을 통해, 각 스피커의 체급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시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닌데... 사실 그 어떤 EQ도 물리적으로 완성된 환경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채널 수가 많아질 수록 모든 채널을 다 같은 스피커로 두른다는 건 자금의 문제도 있고, 프런트가 큼직한 톨보이라면 천장에 톨보이를 넣기가 쉽지 않으니(이런 시스템을 하시는 분도 계시긴 하지만) > 그 대안으로 서브 우퍼에 저역을 거의 전담시키고 품질 좋은 북쉘프를 모든 채널에 동일하게 두르는 것도 권장되곤 합니다.
(역시나 섬광의 하사웨이 중 한 장면)이 장면을 앳모스로 들어보면, 머리 위 오버헤드 스피커는 벌컨포 타격음(주로 고음) + 지상 서라운드 스피커에선 중고음의 잔향과 함께 로봇의 중량을 실은 발소리(주로 저음)가 할당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 모든 스피커가 동일한 사양이라면, 사운드 돔의 귀높이 + 머리 높이에서 아주 충실하게 높이감이 형성되고 & 동시에 서브우퍼가 저음을 깔아주면서 현장감이 극대화됩니다.
더불어 사운드바나 인에이블 스피커는, 이렇게 직접적인 높이 사운드가 강력하게 울리는 경우에 주로 취약성을 드러내는 편. 쉽게 말해서 '꼭 머리 위에서 울려야 하는 소리'가 나올 때, 애매하게 머리 주변 소리가 한 30-60% & 머리 위 소리가 60-30% & 높이감이 불분명한 소리가 10% 이런 식으로 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도 사운드바 EQ 등으로 어느 정도 제어한다거나 더 나아가 물리적인 반사판을 설치해서 마스킹하는 시도도 있지만, 역시 물리 채널 스피커 구성에는 이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며: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돌비 앳모스는 높이 영역을 포함한 3차원 사운드를 목표로 제시된 포맷이고, 그래서 컨텐츠의 사운드 디자인 + 시스템 스피커 구성 + 시청 공간의 물리적 특성이 모두 결합할 때 그 체감 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려줄 수 있습니다. 개중에서 본 칼럼에선 컨텐츠의 사운드 디자인(= 앳모스 3요소 중 어디에 주안점을 두는가) & 거기에 보다 적합한 스피커 구성에 대해 살펴보았고.
돌비 앳모스라는 포맷은 과거에 비해 보다 가벼운 스피커로도 더 재미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지만, 어느 수준 이상의 돌비 앳모스를 듣기 위해선 아무래도 과거 지상 서라운드 시스템보다 예산이 더 들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비 앳모스 믹싱 기술이 무르익어 가면서 양질의 앳모스를 제공하는 컨텐츠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도 해서, 쉽게 말해 돈 들인 티도 나고 보람도 느끼게 해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보다 본격적인 높이감과 입체감이 넘치는 사운드 공간을 꾸려보고 싶은 분이라면, (아무래도 바로바로 바꾸기 어려운)자신만의 AV 공간에 맞춰 적절한 기기나 구성을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AV 시스템이란 예나 지금이나,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돈과 관심을 먹고 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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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섬광의 하사웨이 블루레이가 엄청 궁금해졌습니다.
애트모스 사운드바 유저로서, 중간에 사운드바 유저들을 배려한 내용이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업파이어링 및 사이드파이어링을 이용한 공간감 표현을 글로 전달하기가 정말 어렵던데..볼 때마다 글솜씨가 정말 탁월하시네요. 국문학과 전공이라고 하셔도 믿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