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 바닥이 돌아가는 방식 (feat. PS Audio)
피에스 오디오(PS Audio)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스피커부터 앰프, DAC, 소스기기, 전원장치까지 생산하는 종합 오디오 회사죠.
https://www.psaudio.com
이 회사의 CEO이자 개발자인 폴 맥고완(Paul McGowan)은 USB 케이블들 간에 음질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XV513UC8Ms
그런데 막상 동영상을 보면 절반이 지나도록 USB 케이블이 어떻게 음질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죠.
"......당신의 삶, 당신의 스토리는 당신이 만들어 온 것입니다.
누군가 자신은 패배자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자신의 인생은 엿 같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자기 삶의 스토리는 자기 스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
.........??
USB 케이블마다 음질 차이가 있다는 걸 부정하는 건 패배자의 마인드라는 걸까요?
폴은 동영상 후반부로 가서야 USB 케이블들 간에 음질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PC와 Mac 같은 전자기기들은 노이즈 덩어리라서 어떤 USB 케이블을 DAC과 연결하는지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네, 그게 설명의 다입니다.
.....느낌이 쎄해지죠?
실제로 PS Audio는 몇 년 전 자신들의 기기에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케이블을 직접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PS Audio 앰프와 DAC, 소스기기 등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어떤 케이블을 사용해야 좋을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자신들이 직접 여러 케이블들을 테스트해봤다는 겁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오디오에 어울리는 특정 케이블 제조사의 특정 모델들을 하나하나 지정해서 소비자들에게 구입을 추천했습니다.
......느낌이 오죠?
PS Audio가 자사 제품을 사용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며 추천한 케이블 브랜드가 어디였을까요?
네, 바로 그놈 그 업체 맞습니다.
제가 지난 글들에서 계속 두들겨 팼던 비판해 온 오디오퀘스트(Audioquest)죠.
"......PS Audio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케이블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입니다.
우리는 수 년 동안 오디오퀘스트 케이블을 추천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오디오퀘스트의 다양한 모델들 중 어떤 케이블을 구입해야 되는지 질문이 뒤따르겠죠.
과거에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해서 적절한 답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CEO인 폴의 아들 Scott McGowan)는 Darren Myers와 아버지 폴과 팀을 이루어 지난 6개월 동안 각각의 PS Audio 제품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오디오퀘스트 케이블 시리즈를 선별했습니다.
우리가 들은 소리의 차이는 확연했습니다.
이제 어떤 케이블이 우리의 제품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디오퀘스트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PS Audio에서 직접 판매용으로 선별된 이 컬렉션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회초년생도 아니고, DP 회원분들의 연배쯤 되면 PS Audio가 말한 파트너 관계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아시겠죠.
이와 관련해 오디오 애호가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웹진 오디오홀릭은 PS Audio에 문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래 내용은 오디오홀릭과 PS Audio가 주고 받은 메일 내용을 제가 요약한 것입니다.
Audioholics : "너희들이 오디오퀘스트 특정 모델들을 추천할 때 테스트한 방법이 뭔지 알려줄래?"
PS Audio : "가장 심오하고 가치있는 테스트는 귀로 듣는 거야. 그리고 폴의 조언도 중요해. (CEO인 폴이 최종적으로 케이블을 선별했다는 의미)"
Audioholics : "귀로 들어서 테스트했다면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DBT)였니?"
PS Audio : "아니. DBT는 아니었어. 케이블마다 왜 음질이 다른지 우리도 모르지만 어쨌든 달라. 오디오퀘스트 다이아몬드 케이블은 정말 좋더라."
PS Auido CEO인 폴 맥고완의 동영상을 보면 자신이 70세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며칠 전 오디오퀘스트가 케이블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드렸을 때도 말씀드렸듯이 (서글프게도)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청력이 떨어집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57464&series_page=1
링크한 글에서 오디오퀘스트의 개발 부사장 Joe Harley는 60세 가량 쯤 되지 않을까 말씀드렸지만 PS Audio 사장이자 개발자인 폴은 스스로 70이 넘었다고 했으니 8kHz 이상의 고음은 거의 듣지 못한다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PS Audio가 자사 앰프와 DAC, 전원장치등에 가장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고객들에게 추천한 오디오퀘스트 케이블들은 가청주파수 음역대의 40%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선별한 겁니다.
들을 수 있는 음역대가 좁아도 소리를 듣고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라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데 8kHz 이상을 못 듣는다는 이야기는 7999Hz까진 잘 듣다가 8kHz부터 갑자기 소리가 안들린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8kHz보다 더 낮은 주파수부터 점점 듣는 감도가 떨어지다가 8kHz 위로는 거의 듣지 못한다는 의미죠.
스피커로 따지면 주파수 응답특성이 ±3dB가 아닌 -12dB/oct 로우패스 필터가 고막에 작용하는 것과 같아서 소리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실제 음악에서 아예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60~70대의 나이로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레코딩&믹싱 엔지니어도 없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청 주파수 대역의 절반도 듣지 못하면서 기존의 경험에 의지해 음악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PS Audio는
가청주파수의 40%도 듣지 못하는 노년의 개발자가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를 기준으로
오디오퀘스트 케이블을 소비자들에게 추천해 왔으며
왜 케이블마다 음질 차이가 발생하는지 자기들도 모르겠고 미스터리라서
어떠한 측정값의 차이도 공개하진 못하지만
오디오퀘스트 케이블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좋은 케이블이니까
자신들의 파트너십(=서로 돈을 나눠먹기로 계약함)을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라는 얘깁니다.
네.
이게 바로 PS Audio와 오디오퀘스트오디오가 맺은 파트너십의 정체죠.
이것이 오디오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 내용은 오디오홀릭 웹진에 그대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https://www.audioholics.com/audio-video-cables/synergy-audio-cables
나중에 PS Audio는 오디오홀릭의 기사에 반박 메일을 보냈지만 오디오홀릭의 공개 토론 제의는 거절했죠.
아래와 같은 변명을 남기며 말입니다.
"......그것은 우파와 좌파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논쟁과 비슷할 겁니다.
둘 다 자신들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에 너무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가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죠.
그런 논쟁을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케이블 신화의 창작자들은 공개적 검증을 쓸데없는 짓, 인생의 낭비라고 폄하합니다.
수천, 수만 달러짜리 케이블들이 엄청난 음질 차이를 들려준다고 사기 마케팅을 할 땐 언제고 그 제품이 정말 소리의 차이를 들려주는지 공개적으로 검증해보자고 하면 그런 일을 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답니다.
하지만 PS Audio CEO인 폴 맥고완의 말에서도 건질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자기 삶의 스토리는 자기 스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오디오라는 자신의 취미에서 사기극과 다름없는 마케팅에 휘둘릴지 말지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사족. PS Audio는 그 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오디오퀘스트 케이블을 추천하던 '파트너십'을 중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도 고가의 파워 케이블들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그것들이 음질 향상을 가져다 준다고 선전하며 여전히 Snake Oil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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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audio 제품을 여럿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경영진의 태도가 씁쓸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