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1억 원짜리 케이블은 정말 소리가 다릅니다. (feat. Transparent cable)
몇 번이고 밝혔지만 저는 케이블마다 음질 차이가 있다고 믿는 분들을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저는 케이블이 과연 음질의 변화를 가져오는지 궁금해하는 평범한 오디오 애호가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케이블 제조사와 수입사, 판매샵, 그리고 오디오 평론가들의 마케팅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지적하며 그들 스스로 자신이 있다면 검증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제 글을 읽고 본인의 신념이 조롱당하는 것 같아 불쾌한 분이 계시다면 제 닉네임을 클릭해 상호차단과 글가리기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오디오 케이블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비싼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단연코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입니다.
https://www.transparentcable.com/
이들이 판매하는 스피커 케이블의 가격은 자그마치 1억 원에 육박하죠.
98만 원을 잘못 적은 게 아니냐고 하실 분도 계실 텐데 3미터 길이에 9,850만 원짜리 케이블 맞습니다.
아래는 이 제품을 언박싱하는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제품은 거대한 박스에 담겨져 배송되는데 다행스럽게도 배송비는 무료네요.
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아시겠지만 이 회사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또 누가 케이블을 개발하고 있는지 대부분 베일에 감춰져 있죠.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억 원짜리 트랜스페어런트 스피커 케이블은 미터당 몇천 원짜리 싸구려(?) 스피커 케이블과 비교해 정말 다른 소리를 들려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네,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은 소리가 다릅니다.
아니, 욜로 저 인간은 지금까지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를 부정해온 주제에 1억 원짜리 케이블은 소리가 다르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으실 겁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습니다.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은 정말 소리가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왜 이 회사의 케이블들은 소리가 다른지 제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일명 '도시락통'이라고 불리는 수상한 박스에 있습니다.
그들이 판매하는 케이블들은 가격과 등급에 따라 케이블에 크고 작은 수상한 박스가 달려있죠.
특히 1억 원에 육박하는 매그넘 오퍼스 모델의 경우 거북이 등딱지 같은 거대한 도시락통이 달려있습니다.
바로 이 도시락통에 소리의 차이를 만드는 비밀이 담겨있죠.
과연 이 도시락통엔 뭐가 들어있을까요?
실제로 그런 궁금함을 참지 못한 사람들 중 몇몇은 이 도시락통을 분해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망치까지 동원해 도시락통을 부숴가면서 말이죠.
**호기심을 위해 저 값비싼 케이블을 박살낸 호연지기는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막상 도시락 통을 뜯어봐도 그 안에 대단한 게 들어있는 것 같진 않죠?
사진의 화질이 안 좋은데 다른 모델의 분해 사진을 보겠습니다.
도시락통 안에는 둥글게 감아놓은 코일(빨간색)이 보이고 케이블 단자 쪽에도 뭔가 이상한 부품(파란색)이 보입니다.
좀 더 확대해서 보면 이렇게 생긴 녀석이죠.
제가 지난 번에 쓴 글에서 헤드파이용 케이블에선 음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썼던 것 기억하시나요?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57159&series_page=1
링크된 글에서 저는 임피던스를 구하는 공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위 수식에서 R은 직류저항이고 XL은 Inductive Reactance라고 해서 코일에 의한 저항, XC는 Conductive Reactance라고 해서 콘덴서에 의한 저항입니다.
문제는 저 수식에서 XL과 XC가 주파수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겁니다.
XL은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저항이 커지고
XC는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저항이 커집니다.
XL은 코일에 의한 저항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케이블을 둥글게 돌돌 말았을 때 발생하는 저항입니다.
트랜스페어런트 도시락통 안에 들어있는 코일이 바로 XL 값을 변하게 만들어 주파수 응답특성을 다르게 만드는 녀석이죠.
그리고 이 녀석.
케이블 단자 쪽에 달려있는 이상한 부품의 정체는 바로 소형 콘덴서(=커패시터)와 저항입니다.
이 녀석은 XC 값에 변화를 줘서 주파수 응답특성을 다르게 만들죠.
위의 사진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의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을 분해한 건데 아직까진 1억원짜리 매그넘 오퍼스 모델의 도시락통을 망치로 부순 용자는 없는 듯합니다.
그래도 그 속이 너무나 궁금했던 누군가는 오퍼스 케이블의 도시락통 내부를 X-ray로 촬영했죠.
역시나 둥글게 말아놓은 코일 외엔 텅 비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1억 원짜리 도시락통의 속살입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트랜스페어런트가 싸구려(?) 케이블과 '다른 소리'를 만드는 비법이죠.
트랜스페어런트는 일종의 이퀄라이저(Equalizer=EQ)를 케이블에 장착해서 주파수를 왜곡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드려도 트랜스페어런트의 '다른 소리'는 왜곡이 아니라 튜닝(?)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자신의 오디오룸에서 과한 저음이나 고음 문제를 트랜스페어런트처럼 튜닝된 케이블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시겠죠.
하지만 그건 전혀 현실적인 기대가 아닙니다.
이퀄라이저는 오디오룸의 공간적 특성에 따라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과도하게 증가(=boost)하거나 감쇠(=dip)되는 문제가 발생할 때, 해당 주파수를 선택한 뒤 가감함으로 모든 음역대가 최대한 동일한 볼륨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돕는 장비입니다.
AV용 리시버에선 예전부터 EQ가 내장된 제품들이 출시되어 룸 어쿠스틱 문제에 대처해왔죠.
그리고 최근엔 AV 리시버가 아니어도 Dirac 같은 디지털 룸 어쿠스틱 보정 EQ가 내장된 하이파이용 앰프까지 출시되고 있습니다.
https://www.arcam.co.uk/product,hda,integrated-amplifiers,sa30.htm
이런 디지털 EQ가 내장된 앰프는 측정용 마이크와 함께 사용해 오디오룸에서 발생하는 저역의 부밍 같은 정재파 문제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에 장착된 '도시락 이퀄라이저'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비밀스러우면서도 조잡한 수준의 이퀄라이저는 각자의 오디오룸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주파수를 선택해서 조절할 수 없으며,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음악을 들어도 항상 특정 주파수 대역을 감쇠시켜버립니다.
한마디로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은 오디오 기기에서 전달된 신호를 일관되게 왜곡시키는 케이블이란 겁니다.
**거기다 초등학생이 대충 감아놓은 것 같은 무성의한 코일과 전자제품 수리센터 기사님이 보면 혀를 찰 수준의 형편없는 땜질은 덤.
업체 측에선 이런 왜곡을 튜닝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케이블의 역할이 특정 주파수를 가감하는 이퀄라이저였나 생각해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죠.
케이블은 오디오 기기 간에 신호를 전송하는 역할에만 충실해야 합니다.
전송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신호를 가감하고 왜곡시키는 케이블이 있다면 그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최악의 제품입니다.
룸 어쿠스틱 문제에 대처하려면 오디오 전용 이퀄라이저나 Dirac 같은 디지털 룸 어쿠스틱 보정 기능이 있는 제품을 구입해야지 케이블로 이퀄라이징을 하겠다는 건 제품의 용도를 착각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났을 때 자동차 핸들을 뽑아서 타이어 자리에 억지로 끼워넣겠다고 하는 것과 같죠.
게다가 상당수 하이파이 오디오 애호가들은 신호 경로가 복잡해지고 거치는 회로가 많아질수록 음질이 나빠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퀄라이저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용 이퀄라이저 기기보다 훨씬 조악한 수준의 도시락통을 거쳐 소리를 왜곡시킨 케이블을 선호한다는 건 모순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회사의 사명인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는 사전적인 의미로 투명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위에 제가 설명해드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은 왜곡을 일으킬 뿐 결코 투명하지 않습니다.
트랜스페어런트가 자랑하는 이 도시락통의 성능은 개인이 DIY로 자작할 경우 저항과 콘덴서, 코일용 구리선까지 만 원 안팎의 비용이면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는 선재와 피복, 단자처리까지 200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트랜스페어런트의 수천만 원짜리 레퍼런스 XL 케이블을 재현한 해외 마니아의 자작기입니다.
https://www.instructables.com/How-to-make-a-Transparent-Audio-Reference-XL-Speak/
이렇게 일관되게 소리를 왜곡시키는 케이블을 오디오 평론가들은 자식에게 유산으로 남겨줄 만한 제품이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합니다.
그리고 기껏해야 코일과 콘덴서가 들어있을 뿐인 도시락통에 외계인을 고문해서 탈취한 엄청난 기술이 담긴 것처럼 뽐뿌질하고 있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921086&memberNo=23550759&vType=VERTICAL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게 이 바닥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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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사기’가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